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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장편연재] 즐거운 토모 12. 흔들다리 효과 1화

플스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1 1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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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정리글 : https://gall.dcinside.com/m/lastorigin/1596905





 마츠시타가 눈을 뜨자 반가운 천장이 그녀를 맞이했다. 자신의 방에 있는 것을 확인한 마츠시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얼마만에 이렇게 편하게 잤는지 모른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밝은 바깥은 언제나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맑은 하늘 덕분일까, 평소보다 더 활기차보였다.

 방에서 나오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토모가 보였다. 소파위에 앉은 토모는 마츠시타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마츠시타, 안녕.”

 자신의 목발을 옆에 둔 토모의 다리에는 아직도 붕대가 덮여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마츠시타는 천천히 토모의 뒤로 걸어가며 말했다.

 “오늘 테레비 스페셜 하는 날이거든.”

 마츠시타는 토모가 보고 있는 TV를 보았다. TV에서는 낯익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있었다.

 -모모여! 용케도 본좌가 있는 이곳까지 도달했구나!

 회색 머리카락의 그 여자를 보자 마츠시타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바이오로이드, 고통에 울부짖는 바이오로이드, 숨을 껄떡거리며 죽어가던 바이오로이드.

 마츠시타는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를 붙잡은 그녀는 자신의 윗속에 있던 것을 게워냈다. 투기장에서 죽어가던 그 바이오로이드의 모습이 떠올라 역겨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직도 눈에 생생하게 그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마츠시타, 괜찮아?”

 토모가 목발을 짚으며 일어나려 하자 마츠시타는 토모를 향해 손을 저었다.

 “괜찮아. 속이 안좋아서 그래. 우웨엑.”

 속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위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내보내려 했다. 위협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츠시타의 몸안에는 공포가 남아있었다. 그 공포는 아무리 속을 게워내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츠시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가 서러웠다. 세상이 무서웠다. 간신히 일어난 마츠시타는 욕실의 샤워기를 켜고 그 앞에 주저앉았다. 샤워기의 차가운 물이 그녀의 온몸을 적셨다. 찬 물은 그녀의 따듯한 눈물을 희석시켜주었지만 그녀의 감정은 희석시켜주지 않았다.

 마츠시타는 샤워기의 물소리 뒤에서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잔인한 세상이 미웠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 어쩌면 모르고 남들처럼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몰랐다. 무관심은 행복을 가져왔고 관심은 불행을 가져왔다.

 어쩌면 알고있었을지도 몰랐다. 관심을 가질수록 불행하다는 사실을 마츠시타는 애써 무관심했던 것이었다. 뒤늦게 감정이 복받쳐 몰려왔다. 그동안 힘들어 참고 있던 모든 감정이 몰려왔다. 그 감정 앞에서 마츠시타는 그저 주저앉아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샤워를 마친 마츠시타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돌아왔다. 토모는 마츠시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마츠시타, 어제 뭐 잘못 먹은 거야?”

 제대로 먹은 것이 없긴 했다. 낮에는 토모의 경기 때문에 걱정되어 제대로 먹지 못했고 저녁은 집으로 서둘러 돌아오자마자 침대에서 잠에 빠졌으니 말이었다.

 “혹시 임신이야?”

 토모가 더욱 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마츠시타는 토모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럴 리가 있냐.”

 사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 슬프긴 했다.

 “아얏.”

 토모는 쥐어박힌 머리를 문질렀다. TV에서는 여전히 마법소녀 모모가 나오고 있었다. 마츠시타는 도저히 그 방송을 볼 수 없었고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채널 잠깐만 바꿀게.”

 “아, 이제 재밌어지는 부분인데.”

 마츠시타는 토모의 말을 듣지 않고 뉴스를 틀었다.

 -어제 저녁 야쿠자 야마다조에서 있었던 참사 때문에 주변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마츠시타, 저기…”

 “잠깐 조용해봐.”

 TV에는 둘이 전날 있었던 건물이 비춰지고 있었다. 경찰차로 둘러쌓인 건물을 보자 위화감이 들었다.

 -사망자는 총 54명으로 확인되었으며 이중에 야마다조 조장인 야마다 켄지등 다수의 야쿠자 간부가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아직 자세한 사항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 조직간의 다툼으로 일어난 일이라 보입니다.

 마츠시타와 토모는 말없이 뉴스를 보았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들이 사무실을 일찍 떠나지 않았다면 같이 휘말렸을지도 모른다고. 그랬다면 오늘 이렇게 집에서 아침을 보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다음 뉴스입니다. 어제 국회에서는…

 야마다 조에 대한 보도가 끝났지만 둘은 여전히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마츠시타는 손끝에서부터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발끝이 서늘해졌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야마다 켄지. 짜증나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죽었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과 공포가 더 다가오는 감정이었다.

 마츠시타는 토모의 옆에 앉았다. 토모는 위로해주려는 듯 마츠시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토모에게는 미안했지만 마츠시타에게 큰 위로가 되지 못했다.

 “토모, 다리는 괜찮아?”

 마츠시타는 붕대를 감은 토모의 다리를 보며 말했다.

 “응. 조금 쑤실 때도 있지만 참을만해.”

 마츠시타는 테이블에 놓인 진통제를 보았다. 아무래도 말처럼 참을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가 사람보다 강하다 한들 결국은 사람과 같은 생물이었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마츠시타는 토모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더 이상 토모에게 의존할 수는 없었다. 토모를 위험에 내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은 계속해서 마츠시타를 공포로 몰아갔다. 마츠시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며칠전 집을 떠나기전 놔둔 절인 담배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종이를 만 마츠시타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를 피워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니코틴을 드럼으로 마셔도 진정되지 못할 것이었다. 마츠시타는 창밖을 보았다. 여전히 같은 하늘과 같은 거리였다. 그러나 마츠시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하늘은 흐려보였고 거리는 침울해보였다.

 “마츠시타, 전화왔어.”

 그순간 토모가 마츠시타의 휴대전화를 들며 말했다.

 “세토놈이야.”

 그러고보니 여전히 이름은 그 상태였었지. 마츠시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토모가 건네준 휴대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쥰쨩. 마침 전해줄 정보가 있어서 말야. 언제 시간 되는 날 있어?

 시간. 마츠시타에게 넘쳐나는 것은 시간이었다.

 “언제든 상관없어.”

 -그럼 최대한 빨리 보는게 낫겠지? 오늘 저녁에 볼래? 가스미가세키는 그러니 어디 다른데서 볼까?

 “치바로 올래?”

 생각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거 좋네. 오랜만에 도 밖으로 나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토오노의 반응에 마츠시타는 살짝 놀랐다.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고.”

 -지난번에 네가 여기까지 왔으니 이번에는 내가 그리로 가는게 예의잖아?

 예상외의 반응에 마츠시타는 당황했다.

 “뭐, 그래준다면 나는 고맙긴 하지.”

 취재를 위해 조퇴를 한다는 계획이 통하지 않게 되지만 말이었다. 어쩌면 토오노 역시 그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럼 오늘 저녁 보는 걸로 하자고. 있다 봐.

 토오노가 전화를 끊자 마츠시타는 멍하니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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