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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와타나레 5권 3장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21 20:51:59
조회 2446 추천 58 댓글 7
														

3장도 거의 다 끝나가네요(아직 3장 끝은 아님)


-이전편-




***





다음주 초, 구기대회를 눈앞에 둔 토요일.

낮부터 농구 연습을 하러 가려던 나를 불러세우고 엄마가 말했다.

"열이야."

"…에?"

"레나코, 오늘은 얌전히 있어."

"아니...아니, 아니, 아니야"

거실에서 나는 붕붕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이제 연습해야해, 저녁부터 카호짱도 오고."

체온계를 들고 온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건넨다.

"일단, 재봐."

"좋지만…별로, 평균 체온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시키는 대로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고 측정한다.

삐삐 소리가 나서 들어올리고는 놀랐다.

"어?"

"어디 보자"

열은 38.2도였다.

"아니, 이렇게 높을리가…"

다시 측정한다.

이번에는 38·3도.

증가하고 있다...

"엥…?"

거실 소파에 털썩 앉는다.

그러자 갑자기 온몸에 가해지는 중력이 강해진 것 같았다.

욱신욱신 머리가 아프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제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려고 했는데, 왜 점심 가까이까지 자버렸을까.

어젯밤도 그다지 밤을 새우지는 않았는데….

"아니, 그래도 괜찮잖아. 이 정도는."

"무슨 소리야, 쉬어야 할게 뻔하잖아."

"하지만 카호짱이...."

"지금 약 가져올게. 제대로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나는 소파에 얕게 앉은 채 고개를 숙인다.

눈이 침침해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렇지만…내가 모두에게 폐를 끼칠 수는….

다들 응원해주고 있는데…….

바디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려다 손가락 끝에서 뚝 떨어뜨려 버렸다.

"아, 저기…"

앉아 있기도 힘들어져서 나도 모르게 옆으로 쓰러진다.

왠지.....굉장히 나른하다.

몸을 움직이는 근육이 평소의 절반밖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래도, 이 정도론…….나, 아직 서둘러서...힘내야해."

일어나 현관으로 향하려다 또다시 엄마에게 들키고 말았다.

물과 약을 건네받고 잠자코 그것을 삼킨다.

"안 돼, 반드시 자!"

꽤 강하게 꾸중을 듣고, 나는 마지못해 방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부모님의 감시 아래 침대에 떠밀렸다.

그렇다고는 해도,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 거니깐…….이 정도만 조금 자면 나아질 거라고 믿고 나는 눈을 감았다.

저녁까면 괜찮아질테고, 그리고 나서 카호랑 합류하자.

이제 구기대회는 다음 주 초니까 느긋하게 있을 틈이 없으니깐.

서투른 나는 남들보다 배로 연습하지 않으면 시간에 맞출 수 없으니깐.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잠이 든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해가 지고 있었다.





머리맡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진동한다.

눈을 뜬 나는, 방이 어두운 것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스마트폰을 잡는다.

"어…부재중 5건!?"

전부 카호에게 온 전화다.

아뿔싸.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전화를 건다.

잠깐의 통화 후 카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레나찡 전혀 안 받았잖아!"

"미안, 미안해! 자고 있어서..."

"이 시간에!?"

"으응...열이 좀 있어서. 그래도 이제 괜찮을 것 같으니까 금방 갈게."

전화 저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난다.

하세가와양과 히라노양도 와주었구나.

나도 빨리 합류해야겠다.

"레나찡, 열이 얼마나 돼?"

"음…"

나는 중얼거렸다.

"그냥 미열 정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몇 도? 재긴 한 거야?"

"자기 전에는 좀 있었는데…그래도 조금 쉬었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한 직후에 나는 기침을 하고 말았다.

이런 타이밍에!

"미안, 미안해, 자고 일어나서 방도 건조해서."

"당장 재봐. 지금."

카호가 유무를 말하지 않는 어조로 명령해 온다.

나는 "으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거실로 내려가 체온계를 가져왔다.

"저어…"

38.6도, 더 올라갔었다.

아, 말하고 싶지 않다….

"있지, 나 평소에 체온이 높아서 36도는 조금 넘으니까. 가끔 7도로 넘어 갈 때도 있고."

"레나찡."

순간 거짓말을 할까 말까 머리를 스쳤다.

근데 그건 아무래도 선을 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게…"

내가 솔직히 말하니, 카호에게 혼나고 말았다.

"그럼! 좀더 빨리 연락해야지, 그런건!"

"근데, 이정도는, 금방 내려갈까 생각해서....."

"그럴리가 없잖아! 사람이 그럴리가! 감기 걸린 적 없어!? 바보야!?"

그,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하지만 약속을 어긴 것은 나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반론할 수 없다….

"미안, 미안해...미안해, 카호짱..."

"므으, 화내기 힘드네….뭐 화냈지만. 미리 컨디션에 이상이 있으면 미리 말하라고! 그리고 내일은 전력으로 쉴 것!"

"하지만 내일이면, 나을지도 몰라."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야!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무기로 때릴 거야!"

그야말로 머리에 돌멩이를 맞은 것처럼 나는 몸을 움츠렸다.

"으, 응, 알았어..."

"뭐랄까."

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해 왔다.

"레나찡, 낫지 않으면 역시 구기대회도 힘들겠지."

"…네?"

어째서 그런건 생각하지 못했을까?

카호의 말에 나는 "그건 그렇지."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이런 컨디션으로 구기대회에 나간다고 해서 모두에게 도움이 될 리 없다.

발목만 잡을 뿐이다.

내심의 동요를 감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알았어..."

지금 처음으로, 전화하는 것에 감사했다.

만약 대면이었다면, 나의 침울한 표정이 상대를 불쾌하게 했을 테니까.

몇 가지 말을 나눈 뒤 전화를 끊고 나는 방으로 돌아간다.

다시 체온이 올라간 것 같았다.

"레나코, 저녁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자, 엄마가 방문을 열고 상황을 보러 왔다.

"필요없어."

"좀 먹어 둬. 빨리 낫고 싶잖아. 그리고 물이랑 약이랑,  스포츠음료도 갖다 놓을 테니 잘 챙겨 먹어."

"…응"

빨리 낫고 싶은건 그렇지만...그래도 정말 나을수있을까.....

엄마가 해주신 우동을 홀짝이며 나는 바란다.

적어도 내일까지 열이 내렸으면 좋겠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학교 행사에 진심으로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든 저를 낫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안정을 취하고 눈을 감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훈련으로 계속 무리해 온 몸의 피로는 하루가 지난다고 해서 풀릴 리 없었다.





***


다음날, 일요일.

저녁이 지나서 이불 속.

나는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일어나는 것은 이상해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일요일에도 하는 병원에 간 결과는 과로일 거라고 했다.

잠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괜찮아진다고 들었는데….

근데 그러면 구기대회에는, 아마 안될테니깐.

엄마랑 벙원에서 돌아오니 하루나가 위로해줬다.

"연습 많이 했는데, 아쉽다 언니."

여동생치고는 드물게 놀리지도, 아이러니하지도 않았고 진지한 톤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스포츠를 하면서 컨디션이 나빠져서, 원하는 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패배 한 적이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슬퍼서 여동생에게도 적당한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안될 언니다.

오히려, 내가 안되지 않았을때는, 없었지만…….

중학생 때가 생각난다.

"아마오리, 오늘 한가하지?"

"에?"

밝은 머리를 가진 반의 예쁜 여자.

화려하고 목소리가 크고, 반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눈이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큰 도마뱀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당시, 어른스러운 여자가 없눈 수수한 그룹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을 걸었다는 것에 놀랐다.

"있지, 놀러가자."

"하지만, 어."

하긴 말을 나눈 적 정도는 있었지만 특별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으니까.

같이 놀러 가도 어색하게 할까, 여러 가지 생각도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도 그녀는 한참 거리를 좁혀왔다.

"좋잖아, 남자도 온다고 하고, 가끔은 이래도."

"으, 응. 나는, 하지만"

퍼스널 스페이스를 마치 짓밟듯이.

"어차피 한가하잖아, 아마오리. 좀 어울려 줘라."

"아니, 그."

나는 나를 보호하듯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린다.

모르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얘기를 하다니, 살아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 테니까.

눈을 돌려 어려움도 불쾌감도 드리우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나시치양, 미안, 나는…"

"어?"

"별로, 가고 싶지 않아…그래…."

나한테 얘기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웃고 있었다.

"거절당했는데, 재밌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체면을 구겼다고 그때는 생각할 여유도 없어서.

여자의 눈이 단번에 차가워진다.

"하? 아마오리 주제에 건방진데."

그리고 나에게 두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면 더 잘 거절했을 것이다.

혹은 하루 정도는 괜찮다고 그녀를 따라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그럴까.

한번 실패해서 혼이 나야 알아.

모두가 "그런 건 누구라도 알잖아ㅋㅋㅋ."라고 말하는 것도, 나는 조금도 몰랐다.

반의 권력자를 거역하면 중학교 생활 내내 따돌림을 당한다든가,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면 열이 나서 몸살이 난다던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할 때마다, 나는 혼자 후회를 거듭해 갔다.

처음부터 나는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다면--

--마이랑 아지사이양과 둘이서 사귀자고 결정한 것도 나는 언젠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며, 후회하게 될까.

그런건......싫어..........





누군가가 볼을 쓰다듬어준다.

졸음 속에 잠겼던 나는 무거운 셔터를 들어올리듯 눈꺼풀을 열었다.

"…음"

이불에서 낯익은 광경 속에, 낯선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금발의 머리를 한 너무 아름다운 여자.

뿐만이 아니다.

그 조금 뒤에 아주 상냥해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두 사람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미안해, 깨웠을려나."

"레나짱...상태는 어때?"

뇌가 기억을 읽어들이자 나는 비로소 지금을 이해했다.

"어...? 마이랑, 아지사이양…….왜, 여기에."

두 사람은 침대에 기대듯이 앉아 있었다.

"카호한테서 네가 열이 났다고 들었어."

"응, 둘이서 병문안 온 거야."

"아..그렇구나....."

이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두 사람이 우리 집에 있는 이유란 그 외에는 있을 수 없지만, 나는 바보 같은 맞장구를 친다.

그렇다고 할까, 잠옷이였고, 브라도 입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일으키는 것은 부끄러워….실례를 무릅쓰고 나는 담요를 입가까지 덮고 두 사람을 올려다본다.

"미안해, 걱정시켜서."

커튼을 쳐 놓은 어두컴컴한 방.

일몰이 틈새로 번진다.

"나, 노력하는 방법이 잘못 된 것 같아."

아, 안 돼.

내 시야도 번져가기 시작했다.

담요를 더 끌어 올린다.

열심히 한 것도 열이 난 것도 내 맘대론데, 게다가 병문안을 와 준 두 사람 앞에서 운다거나, 우울한 정도가 있지.

일부러 등을 돌리고 나는 기침을 한다.

"미안, 미안해. 옮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가까이 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런 꼴불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연인도 열심히 하기로 결정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한 달도 안 돼 거짓말쟁이가 된 나는 두 사람을 마주 할 체면이 없었다.

"미안, 정말, 미안... 미안해..."

오열이 새어 나오다.

그런 나한테.

"레나코."

"레나짱."

두 사람의 손이 내 머리에, 등에 닿았다.

몸을 굳힌다.

"미안, 미안해, 이런 곤란한 말만 해서."

등을 구부리고 나는 얘기한다.

마치 두 사람의 상냥함을 내팽개치듯이.

"나, 사실은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힘내서, 둘을 위해서 노력하자고, 그러면 조금은 둘도 기뻐해줄까 해서..."

그런 건 핑계라고.

알고 있는데.

"왜냐하면, 연인이니까, 두 사람의 연인이 된다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깐….노력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두 사람에게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그런데도, 나……"

자신이 한심해서.

이런 내 자신이 억울해서.

"나, 무엇을 해도, 안 돼….아무것도 잘 되지 않아...
..반에 모두도 응원해줬는데 기대에 못미쳐...카호짱이라든가, 하세가와양라든가, 히라노양이라든가, 사츠키양도….모두의 마음도 배신해 버렸어…"

이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분명 곤란해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지사이양과 마이를 곤란하게 하는 나도 싫었다.

왜냐하면 이런 나를 좋아할 리가 없으니깐.

되고 싶었는데, 무리야.

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어.

"레나짱."

살짝, 하고 아지사이양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온다.

둘은 착하니까, 내가 뭐라고 말하면, 신경 쓸게 뻔한데.

"미안해, 정말."

강렬한 자기혐오에 짓눌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킨다.

아지사이양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나를 투명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데리고 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있지, 만약 레나짱이 내일까지 낫지 않으면 나도 같이 학교 쉬는날로 할까."

"…응?"

나는 멍하니 아지사이양을 돌아본다.

아지사이양은 한순간 비스듬히 아래로 눈을 돌렸다.

"나도 소프트볼, 좀 연습하고 있었는데……그래도 괜찮을까."

엎드린 눈동자의 속눈썹이 무지개처럼 빛나고 있다.

"왜?"

"음-"

나와 눈을 마주치고 아지사이양은 수줍어했다.

"그러면 만약 져버려도, 나랑 레나짱이랑 한거고 책임은 반이야."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를 둘이서 나누듯이 아지사이양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 안 돼!"

그렇게 소리쳐서 아지사이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왜?"

"왜냐하면 아지사이양까니 그렇게...나랑 함께 책임질 필요가."

"그래,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지사이양은 온화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펑펑 울면서 작게 고개를 젓는다.

"안 돼, 모두에게 폐를 끼쳤어. 아지사이양까지 그렇게는."

왜냐하면 아지사이양은 누구보다 상냥하니까, 모두가 자신을 위해 노력해 주고 있는데도 그렇게 빠지다니, 그런 건 아지사이양 본인이 상처받는다고.

만약 내가 아지사이양의 입장이라면--절대 무리다.

"하지만 말이야."

아지사이양이 침대에 걸터앉는다.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난 레나짱이 상처받는게 싫으니까."

"그런거."

"그래. 하지만, 난 레나짱과 사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거든."

축 늘어진 내 손을 아지사이양이 잡는다.

두 손으로, 상냥하게.

"그게 누군가를 선택하는거라고 생각하니까."

"아지사이양......"

"나 전에 했던 얘기,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괴로운 생각도, 슬픈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할 수 있다면 내가 맡아주고 싶다고."

아지사이양이 미소짓는다.

"후후, 왜냐하면 나 욕심쟁이니깐."

"…………"

욕심쟁이라고 하면 그건 아마 피차일반일거다.

내가 두 사람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건, 내 욕심이니까.

근데 나는.

"아지사이양이 악역이 되어서, 모두의 미움을 받는게 싫어..."

"아하하, 괜찮아, 레나짱. 왜냐하면 나는 꽤 인기가 많으니까. 이 정도면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그것은 내가 그리던 어둠의 아지사이양과 같은 말이었는데, 느낌은 전혀 다르게 들렸다.

그러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거라, 세계의 이면을 가르쳐 주는 마법사 같았다.

나는 코를 훌쩍인다.

"왠지, 정말 미안해….폐를 끼쳐서 신경을 쓰게 해서."

"그것에 관해서는, 나도 똑같다고 할까…….여름방학 때 레나짱을 먼저 끌고 다닌 건 나니깐."

휴지로 얼굴을 닦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지사이양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레나짱은 계속 노력하고 있잖아. 레나짱은 훌륭해. 또 다음 기회가 있을테니깐. 괜찮아. 나, 정말로 레나짱을 좋아하니까."

"응…"

나 때문에 학교를 빠지겠다는 말까지 해준 아지사이양이, 마음의 틈을 다 메워준 것 같았다.

"고마워...아지사이양..."

격한 감정을 쏟아내며 주름진 마음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몸속에서부터, 따끈따끈해지는 것 같은.

그것은 분명 아지사이양의 따뜻한 호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야기를, 상냥하게 지켜봐 준 마이가, 똑같이 침대에 걸터앉아 온다.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나는 너희들이 나중에 신경 쓰지 않도록, 구기대회에서 철저히 큰 차이로 승리하도록 해볼까."

그렇게 선언하는 마이의 말에 아지사이양이 웃는다.

"뭐야, 그거 마이짱, 멋있어."

내가 눈을 비비고 마이를 돌아본다.

"그런데 마이는 소프트볼 쪽으로 나가잖아. 게다가 투수로."

"레나코가 열로 쓰러졌다면, 교체 선수 등록도 허용될테니깐. 한 경기 던지는 정도면 워밍업이지."

그래서 마이가 농구에도 나가서 무쌍해서 승리를 가져요면, 그것은, 나도 아지사이양도 스스럼없이 학교에 올 수 있겠지, 하지만!

뭔가 그런 거.

"엄청 내게 편리한 이야기잖아..."

"뭔가 문제가 있어?"

마이가 얼굴을 가까이 한다.

"왜냐하면…….그런 거..."

"아지사이가 너를 지키고, 내 활약으로 A반은 우승. 이걸로 모두가 행복한걸."

"그거 괜찮은 것 같아, 마이짱."

나를 사이에 두고 마이랑 아지사이양이 뭉친다.

두 연인의 말에 내 머리는 패닉 상태.

"내가 뭔가 한 것도 아닌데… 행복한 것만 맛보다니, 그런 건 불공평해..."

지금까지 행복이란 행복하기를 바라고, 열심히 행동하고, 그래야 쟁취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주어지는 행복에, 나는 매우 위화감이 있어서, 그래서…….

아지사이양이 옆에서 껴안았다.

"무슨 일이 아니야, 레나짱. 우리도 레나짱을 위해서 뭔가 하려고 하는 거야."

마이 또한 그 반대쪽에서 내 팔을 껴안는다.

"그래, 처음 행동한 사람은 너니깐. 그래서 너는 앞으로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 나로서는 의무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가 앉는 위치는 모호한 삼각형을 그린다.

아지사이양과 마이의 온기를 느끼며 나는.

나는….

"고마워, 둘 다...고마워..."

이렇게 말을 해주고, 그래도 아직도 빠져서 나를 책망하는건, 할 수가 없어서.

자기혐오를 씻어내듯 또 눈물을 흘렸다.

안긴 채 생각한다.

둘이 잘해주는건 내가 연인이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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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사람의 연인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처음으로, 연인이라서 좋다고, 생각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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