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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너 걔랑 깨졌다며?

ㅇㅇ(125.179) 2019.03.18 00:05:55
조회 2994 추천 69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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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꾼 슬퍼서 어떡하니?" 


지난 연애사로 남의 애인 들쑤셔서 파탄을 내놓더니, 이젠 아예 나까지 불러내서 속을 뒤집는다. 차라리 깔깔대며 웃으면 덜 미울텐데, 눈꼬리를 있는 대로 늘어뜨리며 측은한 표정으로 이죽거리니 만난 지 5분 만에 더는 보기가 싫어졌다.. 예전엔 그렇게 예뻐 보였던 얼굴인데, 어떻게 이렇게 못나 보일까?

......사실 못나지는 않았다. 아니 지금도 엄청 예쁘다. 얼굴은 죄가 없으니까. 근데 얼굴 말고 너한테는 죄가 있지.


"니가 깨놓고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그냥 걔 혼자서 자폭했는데 왜 나한테 그래."


뭐?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어안이 벙벙한데,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또 쏘아 붙인다.


"내가 너한테 꼬리라도 쳤어? 아님 뭐 내가 너랑 바람이라 피웠니? 그냥 그 기집애가 혼자 비련의 여주인공 놀이 하다가 쫑났잖아."


솔직히 말해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다. 걔는 그냥 자기연민에 취해 떠나간 거다. 이제 갓 스무살에다 첫 연애였으니 연인보다 연애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더 빠져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니가 이렇게 나와서는 안 된다. '재미로 놀리다 보니 일이 커졌네. 정말 미안해.' 같은 사과를 기대했다. 이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나는 아량이 넓은 사람이니 그 정도면 잊어주려 했다 이 말이다.  

근데 제일 이상한 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는단 거다. 내가 아량이 넓긴한데 이 정도로 넓었나? 결국 왁!하고 화를 내기보다는 담담하게 너의 죄를 고하기로 했다.


"그래도 니가 들쑤시지 않았으면 걔가 그랬겠냐고.. 너는 하나도 잘못 없어?"

"걔 너랑 나랑 잤던 얘기 들을 때 눈이 초롱초롱하던데 뭐. 나중엔 지가 더 신나서 너랑 뭐했는지 떠들던데? 걔는 질투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거라니까? 애초부터 내가 내 여친이라고 널 소개한 게 처음인데, 나 캐나다 간 사이에 니 상처를 보듬느니 하면서 주워먹은 년이잖아. 지금 아니라도 언젠간 드라마 한 편 찍으면서 끝냈을 년이야. 너 그냥 걔한테 이용 당한거라고.. 근데 드라마 찍는 건 너한테 배웠나?"


이게 외국물 좀 먹었다고 되도 않는 제스쳐를 취해가며 막말을 한다. 예전엔 안 입던 맥코트까지 걸치고 소매를 펄럭거리며 요렇게 요렇게 막 손을 휘두르는데, 표정까지 휙휙 변하는게 진짜 외국인 같다. 누가 보면 한 15년은 살았는 줄 알겠네. 꼴값이다. 근데 떠나간 어린애 욕은 그렇다 쳐도.. 드라마를 나한테 배워? 결국 불이 붙었다. 주먹을 꼭 쥐고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왜 걸고 넘어지는데? 우리 깨질 때 내가 뭐 잘못했니? 울고불고 매달렸는데도 니가 버리고 갔잖아!"

"너 내가 워홀 얘기 꺼내자마자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처럼 굴었잖아. 밥도 안 먹고 학교도 안 가고.. 방에서 혼자 불 꺼놓고 쳐 울고... 잠깐 저러다 말겠지 했더니 가기 직전까지 시체처럼 빌빌대는데, 내가 그 꼴 보고서 너한테 장거리 연애 하자고 말을 할 수 있었겠어? 드라마 장르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존나 애틋하더라. 그래서 보고 있으니까 속이 상해서 죽겠더라!"


뭐? 그래서 내가 내가... 잘못했다고?? 그렇게 비참하게 버려졌던 내가?


"씨발!! 또 내 탓이지! 왜 만나는 년들마다 나한테 지랄들이야!! 내가 쳐 울든 말든!"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발밑이 무너지는 것 같다. 

이대로는 안 되겠으니 헤어지잔 말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빌었다. 잘못했다고.. 밥도 잘 먹고, 학교도 잘 나가고, 매일매일 웃을 테니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맨발로 자취방 골목까지 따라나와 바닥을 벌벌 기었다.

그런 나를 두고 가놓고는 내 탓이다.


눈가가 젖어 든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런 내가 불쌍하지도 않은지, 여전히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그래서 내가 뭐랬어. 잠깐 나 잊고 재밌게 잘 지내다가 나 돌아오면 보자고 했지? 딴 년이랑 붙어먹어도 되니까 내가 오는 것만 기다려달라고. 근데 너 연애질하느라 나는 싹 잊었잖아!"

"그걸 말이라고 해? 나 없으면 외로울테니 다시 올 때까지만 풀어준다? 내가 그걸 믿어?? 드라마 나만 찍냐? 연애가 다 그런거지.. 너도 드라마 쳐 찍어놓고 왜 나한테만 그래! 내가.. 내가 얼마나.."


끅끅거리며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말도 다 끝내지 못했다.

씨발. 다시는 안 볼 거고, 만나면 진짜 죽여버리려고 했었는데... 부른다고 냉큼 나왔다가 저런 소리나 듣고 있는 내가 병신이다.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울어. 다 쳐다본다."


표정을 찡그리고 이마에 손을 짚는 제스쳐 마저 외국인 같아서 꼴보기 싫다. 그런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나머지 한 손의 온기는 예전 그대로라, 참을 틈도 없이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도 모르게 그 손을 부여잡고 엉엉 울어버렸다. 

아무래도 나는 이 손길을 기다렸나보다. 콘크리트 바닥을 기던 그 날부터.



얼마나 울었을까.

울고 또 울어서 이제는 나올 눈물도 없는데, 뒤늦게 몰려 온 창피함 때문에 속으로 100까지 세며 우는 연기를 하고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도무지 답이 없다. 창피한 건 그냥 창피한 거다. 그나마 너 같은 거 신경 안 쓴다는 느낌으로 화장도 안 하고 동네 건달마냥 슬리퍼 끌고 나오길 잘했다. 차려입고 화장까지 번졌으면 진짜 죽고 싶었을 거야.

결국 천천히 눈을 뜨고 빼꼼히 올려다보았다. 엄청 걱정하는 것처럼 달래더니, '다 울었어?' 하며 재밌다는 듯 씨익 웃는다. 분명히 얄미운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와서 나도 피식 웃어버렸다. 정말 이상한 날이다.


"계속 울면 또 버리고 갈까 봐 얼른 뚝 했어."

"얼른? 나 그때 이후로 이렇게 오래 우는 사람 처음 봤거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애교 같은 농담에 핀잔을 주며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으으.. 가슴이 막 간질거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얘는 진짜 요사스럽고 나는 진짜 얄팍한 것 같다.

우리는 결국 이렇게 될 거 아니었을까?


"근데... 왜 보자고 한 거야? 혹시 사귀자고? 에이.. 뭐 잘못했다고 빌면 좀 생각해볼게."

 

희망과 진심을 농담으로 포장해 쓱 밀어 보낸다.

픽 하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지만, 여전히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입을 연다.


"내가 왜? 니가 빌어. 일주일쯤 따라다니면서 구애의 춤인가 그런 거라도 추면 받아줄게."

"내가? 어찌 됐든 니가 버렸는데 니가 주워야지."

"누가보면 수절이라도 한 줄 알겠다? 나 없는 사이에 셋이나 만나놓고는... 싫으면 말어."

"셋인지는 어떻게 알았어?"

"아! 막 굴리고 다닌 것도 포함하면 대여섯은 되지? 니 친구 중에 스파이 하나 있어."


아 어느 개년이야! 자꾸 눈치보면서 캐나다 소식 전해주던 걘가?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분명히 받아준다고 했다. 구애의 춤인지 뭔지 이름만 들어도 병신 같은 그것만 추면 받아준다고 했어. 근데... 아무리 마음 속으로 인정했다지만 일말의 자존심이란 게 있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왜!!


"근데 내가 뭐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니가 붙어 먹으라 했잖아. 그러니까 니가 고백해."

"됐거든? 나는 사랑꾼인 누구랑 다르게 애인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야."


맞는 말이긴 하지만, 맞는 말은 원래 기분이 나빠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만든다. 


"내가 너 아니면 사람 없을 것 같애? 너 지금 고백 안 하면 오늘이라도 당장 딴 년 잡아 올 거야."

"안타깝게도 당분간은 어려울 걸? 너랑 나 썅년이라고 소문 쫙 퍼진 거 몰라?"

"응?"

"응. 그 기집애가 날이면 날마다 바에서 쳐 울고 정치질해서 지금 너랑 나랑 개쓰레기야. 지금 여기도 썅년 둘이 싸운다면서 수근대는 테이블 있을 걸?"

"그게 말이 돼? 내가... 내가 뭘 했는데? 아무것도 안 했잖아!"


팔자에 없는 쓰레기 됐다며 깔깔거리고 웃는데 지금 이게 웃기냐? 진짜 누가 내 욕을 하나 싶어 두리번거렸다. 아 저것들 아는 얼굴인데 또 이상한 소문 만드는 거 아냐? 아 개같은 거.. 내가 미짜를 또 만나면 병신이다.


"소문이 다 그런거지. 뭐 기특한 니 친구들이 수습하고 다니긴 하던데, 그래도 당장은 썅년 딱지 떼기 어려울걸?"

"그럼 스트레잇 꼬실 거야..."

"걔 남친 생겼대.. 하면서 잉잉 찡찡 울어대면 위로는 해 줄게."


아무 말이나 던져도 척척 받아낸다. 말빨이 늘었어.. 하지만 여기서 물러 설 순 없다. 어거지를 쓰며 들이대면 결국엔 다 들어주던 자상함을 기억한다. 근데 진짜 되도 않는 어거지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것도 뺨 맞기 딱 좋은 걸로만.

근데 뭐.. 뺨 한 대 맞고 시작하는 것도 우리답지 않겠어?


"영어 배우러 간대 놓고 한국말이 늘었네? 너 캐나다에서 말빨 좋은 한국애랑 구르다 왔지?"

"내가 너니?"

"그럼 확인해 봐."

"뭘?"

"남의 손 탔나 안 탔나. 내가 해보면 딱 아니까 이거 다 마시고 우리집으로 가."

"이 상황에서 섹드립을 친다고?"

"해보고 옛날 그 느낌 그대로면 내가 바로 구애의 춤 배워올게."

"와.. 너 전여친 털어먹는 거... 그거 패티시였어?"

"뭐? 그게 뭔 소리야?"


전여친을 털어먹다니 뭐야 그게? 그.. 혹시?? 아니 어떻게?!


"너 나랑 썸탈 때도 거의 전여친네 집에서 살았잖아."

"그걸 니가 어떻... 니가 언니를 알아?"

"그 언니 이쁜 걸로 유명했던 거 몰라? 친구 없는 나도 얼굴은 알고 있었어. 뭐 본격적으로 유명해진건 너랑 장소 안 가리고 쳐 싸우면서 부터지만."


아니 뭘 얼마나 싸웠다고 유명했대... 그렇게까지 싸웠나? 떠올려보니 확실히 지긋지긋하게 싸웠다. 지쳐서 헤어질 정도로 싸웠으니까.


"많이 싸우긴 했는데.."

"너네들 카페, 바, 클럽.. 가리지 않고 싸웠잖아? 니가 맨날 바람 피워서 그 언니가 잡으러 다닌다는 얘기도 돌았어."

"바람? 언니가 원래 집착이 심해서 그런건데 뭔 개소리야!! 난 피해자야!"

"몰라! 그런 얘기 있었어. 아무튼 너 나랑 썸타면서도 맨날 그 언니네서 자고, 심지어 나한테 고백하고 나서도 드나들었지? 우리 헤어지고 나서야 뒷담화로 들은건데, 이거 진작에 알았으면 넌 진짜 내 손에 죽었어."

"그게... 그래도 고백한 이후로는 진짜 딱 두 번 잠만 자고 나왔어. 너랑 잘 되고 있다고 경과보고 하러 갔던 거야. 헤어지니까 이상하게 사이도 좋아지고 애틋해지고 그래서..."

"그러세요? 애틋한 와중에 내가 눈치 없이 고백을 받아줘버렸네?"

"그게 아니고.. 언니가 연애 얘기도 들어주고.. 근데 진짜 잠만 잤다니까!"

"어휴.."

"잘못했어."


뺨으로 때우고 치우려다 석고대죄를 하게 생겼다. 아니 진짜 저런 소문은 어떻게 나는 거지? 내가 헤어지고도 언니집에 들락거린 건 대체 누가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근데 또 이대로 혼나는 개새끼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해도 좀 뻔뻔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들이고 지금 나는 너를 밀어붙일 타이밍이다.


"그래 나 전여친인 너한테도 패티시 있어. 그러니까 저녁도 먹고 와인도 따고 분위기 잡자. 나 오늘 너랑 잘 거야."

"너는 잘해보자, 좋아해, 사랑해, 사귀자. 이런 말들이 그렇게 부끄러워?"

"부끄럽긴! 내가 너한테 하루에 수십 번을 사랑한다 했는데."

"네.. 밤에 불 다 끄고 말하셨죠. 솔직히 말해. 넌 '함 대줘라.' 이런 게 덜 부끄럽지?"

"뭐? 너는 기집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대.. 대주..다니 그게 뭐야!!"

"그런 말 못하는 건 여전하네? 귀엽기는.. 아무튼 그렇게 얼렁뚱땅은 안 대줄 거니까 순서 제대로 밟고 오세요."


이걸 어쩌지.. 남은 커피를 얼음 채 들이키고 휘릭 사라지는 뒷모습에 현기증이 난다. 그 와중에 뒷태도 외국인 같네. 외국 갔다오면 저렇게 막 모델처럼 걷고 그래야 되나? 코트가 가려주지 않았다면 아주 엉덩이를 씰룩씰룩 난리가 났을 거다. 기집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대준다느니 뭐니 망측한 소리나 하고 말이야.

근데 쟤 이제 외국맛 나는 거 아냐? 나 외국인은 처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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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토크


구글링을 해 보니 구애의 춤은 새들이 원조인 것 같다.

나는 원조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다.

타조는 못생겨서 패스하고, 알록달록 예쁘게 생긴 극락조의 춤을 배웠다.

생각보다 쉬웠다. 근데 어째 된통 혼만 났다. 이게 아닌가...


그래도 그날 밤엔 결국 야시시한 풀냄새 같은 걸 잔뜩 맡았다.

이게 외국맛인가? 캐나다면 햄버거 냄새 같은 게 나야 되는 거 아냐?

올리브 비누로 몸을 씻으셨댄다. 근데 또 지중해가 아니라 프랑스산이래.

뭐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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