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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곳은 현재 백합밭입니다-3앱에서 작성

Mir'sPro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4.23 02: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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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38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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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이의 알 수 없는 소리들을 결국 들어주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이번엔 정말 날 돕고 싶다는 듯, 악의가 없다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도 그렇고, 나한테 말 못할 학교에 대한 비밀이 있는 걸까?
그게 대체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일단 다른 애들이랑 되도록이면 접촉하지 말아줬으면 해."

"뭐?"

다른 애들이랑 접촉을 하지말라니...
이건 그냥...단절된 채로 3년을 보내라는 게 아닌가?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가 아닐까?"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선 손 쓸 방도가 없기야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내가 말한 걸 지켜줬으면 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하아. 알았어. 노력해볼게."

무턱대고 받아들이긴 했지만 조금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자유로운 곳에서 제약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일단 다시 교실로 돌아가자. 이번엔 쓰게될 방을 배정받을 거야. 네 명씩 한 방인데...이건 같은 방이 되기를 빌 수 밖에 없겠네."

긴장한 표정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나인이를 보니 문뜩 옛날 생각이 났다.

옛날에 내가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을 때, 나인이가 나를 쫓아오더니 갑자기 나를 밀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때도 뭣 때문에 화가나서 쫓아와서까지 나를 밀친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앞으로 넘어졌고, 어렸던 시절이라 그대로 울어버렸다.
우는 상황에서도 나인이가 원망스러웠던 나는 계속해서 나인이를 원망하는 말을 내뱉었던 것 같다.
무릎이 까지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일어서지도 못한 채 울며 불며 나인이를 노려봤었는데.

그 때 딱 한 번, 나인이가 너무 심했나하고 긴장하며 손을 내밀까 말까 하며 마음을 조리고 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인이가 당황한 듯한 표정을 봤던 것 같았다.

결국 나인이는 허둥지둥 나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더니 나를 등에 업었던 것 같다.
병주고 약준다는 게 딱 그 상황이었다.

그래도 처음 느끼는 나인이의 손길에 나는 울음을 뚝 그치며 어리둥절한 상태로 나인이에게 업혀서 집까지 바래다졌던 것 같다.

중간에 너무 안심되고 편안한 느낌에 나인이의 등에 그대로 기대버렸고, 그 상태 그대로 잠들어버렸지만...
부모님의 말로는 나인이가 나를 업고 왔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없어진 건 아니지만 전에 비해서 나인이의 괴롭힘도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내 학교 생활도 원만해져 갔었다.

그래서 결국 괴롭혔던 이유가 뭐였을까...

다시 현재에서, 나인이의 긴장하는 얼굴이 그 때의 나인이와 똑 닮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야...왜 웃어."

"어릴 때가 생각나서...정말 변한 게 없구나."

나인이를 보고 웃으며 말하자 나인이는 부끄러웠는지 붉어진 얼굴을 하더니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라며 나를 억지로 끌고 갔다.

이제 나름 친해졌다는 걸까.
마음 한 구석으로는 안심되는 것 같았다.




현재 반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배정받은 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무래도 방은 반과 관계없이 학교 내에 있는 같은 학년 전체가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 같다.

어쨌든 짐을 들고서 무덤덤하게 걷고 있는데...

내 옆에서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는 나인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나인. 뭐가 그렇게 신나는 거야?"

"어? 그...그야 친한 사이인 애가 같은 방이면 신나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승현이 말이야?"

아무래도 나와 나인이, 그리고 승현이 까지 서로 같은 방을 쓰게된 것 같다.

같은 방에 배정받은 승현이를 가리키며 나인이에게 묻자 나인이는 급 정색하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찰싹 달라붙어 오는 승현이를 밀어냈다.

"아니. 난 널 말한 건데..."

"아, 나였어?"

그래도 최근에 알고 지낸 건 승현이여서 승현이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둘이서만 이야기의 화원을 만들어가지 말고 나도 좀 껴줘~!"

승현이는 아까부터 무시당한 것 때문인지 서운하다고 울상을 지으며 나인이를 지나치더니 나에게 달라붙었다.

그런 승현이가 조금은 가엾게 느껴져서 손으로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줬는데 안심이 됐는지 승현이는 계속해서 머리를 들이밀려고 했다.

귀엽다고 해야하나, 뭔가 고양이 같다.

"야...리유한테 그만 달라붙어. 리유 너도 그 응석을 계속 받아주다간 힘들어질 걸."

"봤지, 리유야!? 쟤는 항상 나를 짐짝 취급 한다니까!"

승현이를 억지로 떼어놓으려는 나인이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승현이를 보니 훈훈해서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게 진짜 고등학교 생활...
청춘...
벌써부터 느낌이 난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 셋은 배정받은 방에 도착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머지 한 명은 어떤애려나?

그런 기대감을 가지며 나는 앞장 서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넓고 정리가 잘 되어있는 방이었다.
침대는 2층 침대로 각각 2개가 놓여있었고, 각자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책상이라던지 서랍 등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게 또 있다면...
한 여자애가 교복을 벗고서 내복만 입은 채로 소파에 기대고 있다는 걸까.

나인이와 승현이도 방을 대충 둘러본 다음 여자애를 봤는지 잠시 굳어버렸다.
너무 대담하다고 해야할지, 뭐라 해야할지...
여자애쪽도 우리가 온 걸 눈치챈 건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시선을 별로 신경 안 쓰는 건가?
무덤덤한 반응이다...

"니들이 앞으로 방을 같이 쓰게될 애들?"

"그런데...?"

여자애의 물음에 대답을 하자 여자애는 그제서야 벗어놨던 교복을 입고서 일어서더니 내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몸을 만졌다...

"...말랐네. 조금만 더 찌면 귀여울 거 같은데."

"초면에 뭐하는 건데!?"

진지한 표정으로 여자애가 말하자 옆에서 나인이가 딴지를 걸며 여자애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그런 나인이를 승현이가 옆에서 말리며 여자애한테 "얘가 좀 다혈질이라 이해해줘~."라며 상황을 종료시켰다.

...결국 나만 무안해지네.

"소개도 안 하고 무례를 범한 것 같긴 하네. 미안. 난 아린이라고 해. 린이라고 불러도 되고...아린이라고 불러도 되고. 편할대로 해."

평소에도 그냥 무표정인 건가?
아까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표정이 변하지 않는 걸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름도 두 글자...신기하다.
중학생 때도 비슷한 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편하게 린이라고 부르도록 할까.

"이름좀 물어도 될까."

"아...난 하리유라고 해. 이쪽은 이나인, 채승현. 잘 부탁해."

"귀여운 꼬맹이는 리유. 성질 더러운 년은 나인. 능구렁이 같은 애가 승현. 확실하게 기억해둘게."

고개를 끄덕이는 린의 말 이후에는 욱하며 달려드려는 나인이와 그런 나인이를 말리면서도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대체 왜ㅡ라며 곤란해하는 승현이의 반응이 따랐다.

결국 그것도 잠시, 우리들은 각자 짐을 정리하기 바빴고, 짐 정리를 마치고서야 겨우 쉴 수 있었다.
오늘은 이대로 방에서 지내는 거였나?

나인이는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고, 승현이는 벌써부터 씻을 준비를, 그리고 린은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벌써 다들 편해졌나 보네...
나는 슬며시 폰을 꺼내 들고서 부모님께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안부 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은 안심하시질 못하시니까...

보낸지 몇 초도 안 되서 답장이 날아오는 걸 보고서 더욱 더 그 사실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봤자 잘 되어가냐는 문자지만 말이다.

문자 보내는 걸 끝내고 나서는 메모앱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내가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하며 세운 계획표들이 쭉 적혀있었다.
이젠 이 모든 것들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쁨이 흘러넘쳤다.

그와 동시에 나는 몇몇 항목을 지워나갔다.
이미 달성한 것들은 지우기로 했으니까.
친구 만들기라던가...입학이라던가...

전부 사소한 것들이지만 내게 있어선 고등학교 생활을 두근거리게 하는 요소들이었다.
그런 걸 이뤄나갈 때마다 청춘이라는 걸 느끼곤 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가 진짜 고등학생...
후회없는 3년을 보내보자!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이 학교에 대한 비밀이 대체 뭘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나는 메모앱을 다시 킨 다음 그 안에 한 가지 항목을 더 추가하였다.

'학교에 대한 비밀 알아내기.'

아무래도 이 과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만 같다.
부모님도, 나인이도 말을 안 해주니까...

비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나는 내가 쓸 침대에 몸을 내던지고서 눈을 감았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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