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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카논] 카논 생일 기념 - 여름의 향기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11 02:10:12
조회 515 추천 30 댓글 8
														


기계적으로 무슨 맛인지도 모를 고기를 삼킨 카논은 문득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는 말을 떠올렸다.


지금 카논이 자리한 곳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 호텔의 레스토랑이었다. 은은한 클래식 연주와 화려한 장식들, 저 멀리서 비쳐오는 마천루의 불빛은 이 장소가 특별한 공간이라는 걸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자신은 그런 일상에서 벗어난 이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의 소중한 친구가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를 말이었지만, 적어도 카논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름다운 작품을 더러운 흙발로 짓밟고 있는 것 같다는 죄악감에 움츠려든 그녀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웃으며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신발 밑창에 달라붙은 껌처럼 도통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밴드 리더 덕분에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 조금은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익숙한 것과 편안한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덴 서툴렀다. 그저 빨리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뿐.



이런 장소는 몇 번을 와도 전혀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었을 때와 같은 불편함처럼 말이다. 카논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살짝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런 요란한 장소는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저 친구와 함께 마시는 홍차 한 잔.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 앞에 놓인 건 비싸 보이는 유리잔에 담긴 투명한 음료수. 조심스럽게 들어 입에 대자 약간 드라이한 단맛과 함께 신맛이 그녀의 입 안을 가득 메우고 사라졌다. 이런게 고급스러운 맛이라는 걸까? 카논은 입술에 묻은 양념을 닦아내며 생각해보았지만, 역시 이런 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만 들었다.



약간 찬 음료수 덕분인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카논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 주변 테이블엔 모두 양복과 값비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연신 카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카논이 아닌 그녀의 맞은편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은 동행인은 이 모든 일이 무척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햇살을 잘라낸 것 같은 부드러운 크림색 머리카락과, 하늘의 은하수를 한데 뭉쳐 빚어낸 것 같은 자수정빛 눈동자는 오늘도 변함없이 깨끗했다.


부드럽게 웃으며 스테이크를 부드럽게 자르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주변의 시선 따윈 느껴지지 않는 듯 했다. 아니, 하지만 그렇지 않으리라. 평소에도 연예인으로서 완벽한 이미지를 고수하는 그녀였기에, 이정도의 시선은 업무의 일환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기에, 언뜻 보면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손길 하나하나에 까지 우아함을 담으며 행동해 주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런 말을 하면 싫어하겠지만,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역시 연예인이구나.


카논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감탄하며, 최소한 그녀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행동하고자 노력했다. 학교 다도부에서 했던 움직임을 의식하며 움직여보려 했지만, 역시나 지금의 그녀에게는 아직 무리인 것 같았다. 한번 다른 사람을 의식해버린 그녀의 손발은 작게 떨리기만 할 뿐이었고, 카논은 조심스럽게 들었던 나이프를 다시 내려놓으며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글러먹었네, 난.


문득 동행과 눈이 마주쳤다. 반짝이는 자수정빛 눈동자는 자애로 가득해 왠지 직시하기 힘들어 억지 미소를 지어보인 후 고개를 숙였다. 카논의 눈에 들어오는 건 밤바다를 형상화한 것 같은 남색의 드레스와 하늘색 반지. 치사토가 빌려준 드레스는 아름다웠지만, 역시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그 때, 잠깐의 침묵 후 곡조가 바뀌었다. 기존의 부드러웠던 선율이 아닌 통통 튀는 곡조에 고개를 든 카논에게 맞은편의 미인이 해맑은 미소를 보냈다.


“카논, 괜찮아?”

“아, 응.”


카논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잠시 멍하게 있었네. 미안해.”

“으음…….”


뭔가 생각하던 치사토가, 이내 작게 자른 스테이크를 포크로 들고선 카논에게 내밀었다.


“어, 응? 치사토쨩??”

“카논. 아~ 해.”

“후에에, 하지만…….”

“자. 아~앙.”

“아, 아~.”


아직도 따뜻한 스테이크가 부드럽게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친구의 미소를 보며 잠시 부끄러워하던 카논이었지만, 그제서야 처음으로 요리의 맛을 느끼곤 속으로 감사 인사를 건냈다.


“어때? 입에 맞아?”

“응. 무척 맛있어.”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카논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치사토가 상냥하게 웃었다. 치사토의 미소에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카논은 그제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홀의 구석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한 카논은 자기도 모르게 들떠 치사토에게 말을 건냈다.


“봐봐 치사토쨩. 협주를 하고 있어.”“응.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소나타네.”

“와, 엄청 좋네. 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

“베토벤이야.”


치사토가 웃는 얼굴로 대답하며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중 소나타 5번인 봄이네.”

“와, 잘 알고 있네. 대단해.”

“후후, 고마워.”


치사토가 봄날의 햇살처럼 맑게 웃었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이런 음악을 자주 접하게 되어서 말이야.”

“치사토쨩은 역시 대단하네.”

“전혀 그렇지 않아.”


일순 그녀의 얼굴이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처럼 보였지만, 놀란 카논이 눈을 깜빡였을 땐 다시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역시 편안하지 않은 환경 탓에 지친 걸까 하고 생각하는 카논에게 치사토가 이어 말했다.


“……내겐 카논이 더 대단한 걸.”

“그래?”

“그럼.”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인 치사토가 다시 스테이크를 포크로 집어 앞으로 내밀었다.


“그럼 감사의 표시로, 다시 아~.”

“치, 치사토쨩……. 역시 부끄러워.”


카논이 부드럽게 거절해보았지만 그녀의 짓궂은 친구는 웃는 얼굴 그대로 포크를 내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카논은 다급히 음식을 받아먹었다.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당황해버린 카논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고, 치사토는 웃으며 그런 그녀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후훗, 카논 정말 귀엽네. 집으로 테이크아웃 하고 싶을 정도야.”

“그, 그런 말 하지 말아줘…….”

“어라, 진심인데. 슬슬 일어날까 카논?”

“응? 치사토쨩?”


그렇게 말하며 식기를 가지런히 내려놓는 모습에 카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던졌지만, 치사토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작게 속닥였다.


“불편한거지?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네.”

“아냐,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아니, 피곤한 게 아니고 그……”

“후훗, 무리하지 않아도 돼, 카논. 일어나자.”

“……응. 고마워 치사토쨩.”


역시 치사토를 속이기엔 태부족이었나 보다.


자기 자신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채는 그녀에게 감사해하며, 카논은 짐을 챙겨드는 치사토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핸드백을 어깨에 거는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도 예쁜 것은 자신의 친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카논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치사토가 옆으로 다가왔다.


“가자, 카논.”

“그런데 정말 괜찮아? 이 가게 비싸보이는데 이렇게 빨리…….”

“음식은 편한 분위기에서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지,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치사토가 카논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대었다.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카논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사이, 달달한 속삭임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홍차가 마시고 싶어.”


역시 치사토쨩은 대단하네.

카논은 그렇게 생각하며 앞서가는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



“자, 받아 카논.”

“응. 늘 고마워 치사토쨩.”

“후훗,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걸.”


받아든 찻잔에선 부드러운 향기가 났다. 자신의 친구를 닮은 향에 마음이 풀어진 카논은 평소처럼 느긋이 그 향을 음미한 후 탁자에 내려놓았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 하지만 그 소리조차 소음이 아닌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져 카논은 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문득 고개를 돌려 바라본 창밖 너머는 무성한 울타리 위로 자그마한 달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한쪽 벽에 커다란 유리창이 뚫린 이곳은 치사토네 집의 거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호텔 레스토랑의 근사한 풍경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흔한 풍경이었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마음 편히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었다.


“응. 아 맞다, 옷도 빌려줘서 고마워 치사토쨩.”

“별 말씀을. 미안, 별로 입어보지 않은 옷이라 움직이기 힘들었었지? 내가 생각이 짧았네.

“아냐, 몸에 잘 맞았었어.”

“그렇다면 다행이네.”


치사토가 바로 옆자리에 몸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선 뭔가 향긋하면서도, 멘톨류의 상쾌한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어때? 약간 작거나 하지 않아?”

“응, 딱 맞아.”

“예전에 우연히 사놓은 거였는데, 딱 맞다니 다행이네.”

“그러게.”


잔을 홀짝이는 치사토에게 동의한 카논이었지만, 이내 어딘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채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치사토쨩 동생밖에 없었지……?”

“그렇지.”

“그런데 나와 딱 맞는 사이즈…… 어라?”

“그건 그렇고 카논.”


치사토가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무리해서 그런 가게로 데리고 가서 정말 미안해.”

“아, 아냐. 치사토쨩이 날 위해서 해준거잖아?”


카논은 볼을 긁적이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 가게가 익숙하질 않아서 그런거니 너무 신경 안써도 돼.”

“응. 다음에는 주의할게.”

“주의할 것 까지야…….”


카논은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지었지만, 한번 굳어진 친구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심하던 카논은 작게 박수를 치며 친구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래도 치사토쨩이랑 간 건 처음이라, 좀 두근거렸어.”

“……정말?”

“응. 가끔 코코로쨩이 뒷풀이를 한다며 비슷한 장소로 데려다 준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정신없었으니까……”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네.”


다시 미소를 지은 치사토의 모습을 확인한 카논이 안심하며 활짝 웃었다.


“응! 모두와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는 건 정말 즐거워.”

하지만.

카논은 그대로 삼킬 뻔 한 뒷말을 밖으로 꺼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떠들썩한 시간도 좋지만, 역시 치사토쨩과 함께 있을 때가 제일 좋……을려나.”


카논은 다시 찻잔을 들어올렸다. 맑고 감미로운 향의 홍차. 항상 자신의 기분에 맞춰 다양한 찻잎으로 내려주는 이 홍차를 마실 때마다 카논은 항상 행복에 감싸였다. 자기 자신보다 자신을 봐주는 사람. 말하기 힘든 내용도 은연중에 파악해 주는 소중한 사람.


“카논…….”

“응.”


그러기에 치사토가 조심스럽게 몸을 기댔을 때, 카논은 조심스럽게 껴안아주었다. 그런 카논의 어깨에 머리를 맞댄 치사토도 조심스럽게 카논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깜짝 놀란 카논이었지만, 그녀도 치사토에게 자신의 마음을 돌려주었다. 여느 때보다 가까이 붙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번에 눈을 돌린 건 카논이 아닌 치사토였다.


“늘 고마워 카논.”


어린아이처럼 어깨에 고개를 묻고는, 귀를 빨갛게 물들인 그녀가 조용하게 속삭였다.


“카논 기억하고 있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응. 물론이야.”


가볍게 말한 것과는 달리 카논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껏 높이 솟아 햇살을 내리쬐는 여름의 햇님.

하늘 하늘거리는 얇은 하복의 감촉.

해파리처럼 몽실 부풀어 오른 구름들.

손에 들린 학급 프린트의 묵직한 무게감.

그리고 자신의 아래에 깔린 그녀의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


길게 늘어진 그림자 아래에서, 그 눈동자는 어떤 보석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었다. 그 요염한 눈동자는 그날의, 아직 어렸던 카논에게는 아직 너무 일러서, 그녀는 숨도 멈춘 채 그저 바라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치사토가 말을 걸어줄 때까지 쭉.


그날의 회상에 빠져있는 카논의 귀에 치사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귀는 붉은 채였다.


“생일 축하해 카논. ……항상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아까도 말했었잖아, 치사토쨩.”

“중요한 건 몇 번이고 입에 담아도 부족하니깐.”


허리에 돌려진 손에 힘이 실린 것 같았다. 어딘가 간지러우면서도 뜨거운 그 손길에 당황해하는 카논을 향해, 치사토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기, 카논.”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친 치사토의 눈동자에는, 살짝 물기가 맺혀 있었다.


“……응.”

“부모님과 동생, 친척 집에서 주무시고 오신다는데…….”


또다시 달달한 속삭임이 그녀의 머리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혼자 있긴 좀 무서우니 같이 있어줄래?”


카논은 말없이 치사토의 품 안에 고개를 묻었다. 그녀에게선 여름의 향기가 났다.



-----------


2시간 늦은 데다가, 카논 생일인지도 모를 글을 싸질러버렸네 하...


새벽에 올려도 비추 박던 애들 계속 따라붙네. 그래 내가 더러워서 앞으론 고닉으로 글 안쓴다 시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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