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픽시브에서 퍼온 시로히카 짤부터 본편은 아래에
포켓몬스터 Pt기반. 포켓몬에 대해 알면 좋지만 몰라도 상관없도록 쓰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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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지방의 챔피언. 도전자가 나타날 때면 포켓몬리그에서 시합을 하겠지만, 평상시의 업무는 일반적인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챔피언의 사무실에는 난천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 집중을 위해 틀어 놓은 클래식 피아노 앨범, 그리고,
“으으으, 모르겠어!”
한 소녀의 신음소리만이 들렸다. 머리를 쥐어잡은 소녀의 이름은 빛나. 신오지방에서도 시골인 떡잎마을 출신의 이 소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틀 실력과 어머니를 빼닮은 코디네이터로서의 재능을 보여주며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가 챔피언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겠지만, 아직 어린 관계로 인수인계라는 명목 아래 난천이 대부분의 일을 하고 있었다.
“빛나야, 이 문제 전에 알려주지 않았었니?”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알려주시면 안돼요?”
그리고 빛나에게 공부머리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챔피언이 된 이후로 몇 달 동안 난천에게 개인 과외를 받았고, 빛나도 의욕이 있었다. 그런데도 빛나의 성적은 계속 평균 언저리였다. 그 탓에 괜히 난천이 할 일만 늘어난 꼴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어려우면 곧바로 물어보니까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난천은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를 책상에 기댄 채 올려다보는 빛나와 눈이 마주치면 어째서인지 난천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에도 알려주는 듯, 난천이 거의 다 풀었다.
“어려운 문제는 설명했으니까, 나머지는 혼자 힘으로 해보는게 어때?”
“알았어요. 열심히 할께요.”
“그래도 곧 있으면 여름 휴가니까, 좀더 힘내자.”
“아, 맞다. 휴가!”
책상을 치며 박차고 일어난 빛나를 보며 난천은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괜한 소리를 해서 또 공부는 물 건너갔다. 처리해야 하는 서류도 아직 남았는데. 그러니까 이번에는 평소보다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난천은 생각했다.
“난천씨는 휴가 때 무슨 계획 있으세요?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혼자 보낼 꺼야.”
이런 대답은 예상 못했는지 빛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유를 물었다. 이제 난천이 당황할 차례였다. 휴가 계획 같은 건 없었고, 제대로 된 거짓말을 꾸며내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난천은 일단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 힘든 곳이야.”
“어디인데요?”
“그…… 천관산, 정상.”
“천관산이요? 거기를 왜요?”
“정상에 있는 유적지를 조사하고 싶거든. 너도 저번에 가봤으니까 알잖아. 산이 험해서 올라가기 쉽지 않아. 그러니까 오지 않는 게, “
난천은 중간까지는 자신이 그래도 잘 꾸며냈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일정이 있지는 않았지만 천관산을 조사할 계획도 세워지고 있었다. 그 핑계를 댈 생각이었는데 빛나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고 또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난천 자신도 가끔 잊곤 했지만 눈앞의 이 소녀는 이 지방에서 가장 강한, 챔피언이었다.
“그럼 같이 가도 되죠? 길은 저도 잘 알고 있고, 짐 같은 것도 둘이서 더 나누는 게 좋잖아요.”
“그, 가도 별로 재미있지는 않을 꺼야. 제대로 된 발굴은 나중이고, 이번에는 사진 찍고 샘플 몇 개 가져가는 게 전부니까. 그보다, 빛나야, 너는 휴가 때 하고 싶은 거 없어?”
“엄마랑은 자주 통화하고 있으니까 꼭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랜만에 리조트에리어 별장에 놀러가고 싶기는 하네요.”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소녀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이 무색하게 이내 천진난만하게 웃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저는 난천씨랑 함께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자신만 바라보는 이 소녀를 어찌해야 할까? 혹 떼려다 혹 붙였다고, 난천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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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산은 오르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예비 조사라서 짐이 얼마 없는데도 이정도인데, 본 조사때는 얼마나 힘들지. 상상만 해도 난천은 정신이 아찔했다. 물론 끝끝내 따라온 빛나 때문에 머리 아픈 것에 비할 데는 아니지만. 그래도 빛나가 도와줘서 등반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나마 따듯한 동굴 안에 짐을 풀고 둘은 유적을 둘러보았다. 갤럭시단이 침범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역시 규모나 보존 상태 등을 봤을 때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유적이었다. 이걸 최초로 발견한 자들이 자신이 아니라 그 힘을 악용하려는 자들이었다는 것이 난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아마 발굴을 최대한 미루려고 한 것도 이곳에 좋은 기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같이 와줘서 고마워.”
언뜻 보기에는 똑같은 기둥들을 지루하게 바라보던 빛나는 난천이 갑자기 말을 걸자 깜짝 놀랐다. 뭐라 대답할 지도 몰라서 별 말씀을요, 라고 어울리지 않는 존댓말이 나왔다. 난천은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곳에 다시 오니까 괜히 생각이 많아지네. 그때도 참 큰 일이었지. 너가 없었으면 정말로 큰일이 났을 꺼야.”
“아니에요, 난천씨도 계셨고, 기라티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잖아요.”
사태가 진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라티나는 다시 깨어진세계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빛나에게 돌아와 포핀을 얻어먹고 간다. 빛나에게 쓰다듬어지는 모습을 보면 저게 신이라 불린 포켓몬이 맞는지 의심이 간다. 어쩌면 빛나정도 되는 트레이너이기에 기라티나도 마음을 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한 건 결국 너니까. 이정도 칭찬은 받아둬.”
“근데 정말로 난천씨가 없었으면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에요.”
빛나는 이상하게도 그 사건에 대해 겸손해했다. 그런 모습을 난천은 좋게 볼 수 많은 없었다. 왜냐하면 위기의 상황에서, 모두를 이끈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빛나였으니까. 그녀가 기라티나를 잡았을 때도, 난천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런 건 이미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났던 것이다. 괜찮을 거라며 웃으며 빛나를 진정시켰지만, 정작 모두를 구한 건 빛나였다. 지금도 멈춰만 서있는 자신과 달리, 빛나는 매일 앞으로 내달리고 있다. 매일 달라지고 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빛나를 보며 난천은 자신 안의 그림자를 깨달았다. 이제 한창 10대인 소녀에게 난천은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크게 티를 내지 않았지만 어떨 때는 괜한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다. 더는 아무런 대화 없이 측정만 한 그날 저녁처럼.
돌과 그 위에 새겨진 벽화만 보기 지루했는지 빛나는 먼저 텐트로 돌아갔다.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같은 텐트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감정적으로 앙금이 남아있으면 어색해서 안된다. 그것이 어느 한쪽이 제멋대로 삐진 거면 더더욱. 그래도 한동안 일에만 집중하니 기분은 조금 풀린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미안함만이 남아 난천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결국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난천은 텐트로 향했다. 난천은 이미 빛나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머릿속으로 발굴 계획을 세워보고 있었다. 산 정상인만큼 필요한 장비와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요한 사안이니 아마 한동안은 안건이 회의에서 떠돌 것이다. 그래도 대략적인 계획은 세워졌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직접 유적에 다녀온 난천의 말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수긍할 것이다. 아마추어기는 했지만 난천 역시 고고학에 나름 조예가 깊었다. 난천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선발대로서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 돌아왔네요. 배고프실 텐데 뭐라도 드세요.”
그러면서 빛나는 보존식을 몇 개 내밀었다. 자연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난천은 생각했다. 보존식을 베어 물자 익숙하고 메마른 무미함이 난천을 반겼다. 칼로리 공급만을 위해 만들어진 맛이다. 빛나도 썩 좋아하지는 않는지 보기만 하는데도 얼굴을 찡그렸다.
“빛나야, 여자애가 그런 표정을 하면 안되지.”
“하지만 진짜진짜 맛없단 말이에요. 난천씨는 어떻게 그렇게 잘 먹어요?”
하긴 난천도 처음 여행할 때는 식사 때마다 고생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그것도 다 견딜 만해졌다. 아직 커피에 우유와 설탕이 없으면 못 마시는 빛나는 치를 떨 만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웃고 있으니 빛나가 또 말했다.
“난천씨, 또 ‘어른이 되면 알게 돼,’라는 얼굴을 하고 있어요.”
“그치만 사실인 걸. 어른이 되면 괴로움도, 기쁨도 다 지나가 버려.”
“기쁜 일도요? 그러면 뭐가 남아요?”
그 말에 난천은 멈칫했다. 빛나와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린애들은 가끔 본의 아니게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같이 배운 것이라면 그런 어려운 질문들을 적당히 넘기는 방법이다.
“추억이 남지.”
헤에, 하고 빛나는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다행히 빛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사실 아무 의미 없는 말에 저렇게 고민하는 빛나를 보며 조금 죄책감도 생겼지만 보존식을 씹으며 같이 삼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천은 그 질문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올 줄 몰랐다. 텐트 안에서 나란히 누웠지만 금세 골아 떨어진 빛나와 달리 난천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난천은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첫 꿈도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챔피언도 우연한 기회에 된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챔피언이라는 직함 아래에서 분명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것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난천은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했었다. 계속되는 업무에 고고학은 취미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고고학의 길을 가고 싶었으면 챔피언직을 반납하면 될 일이었다. 아니면 챔피언직을 겸임하면서 꿈을 좇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빛나처럼.
생각이 마지막까지 이르자 난천은 순간 놀랐다. 빛나라는 존재가 자신 안에서 이렇게까지 커버린 것을 어떻게 눈치채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빛나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살짝 돌아누워 빛나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방금까지 복잡하던 속이 환하게 개이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꿈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빛나와 함께한 몇 달이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꿈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도 가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직 빛나의 꿈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꿈이 없으면 없는대로, 찾을 때까지 그녀를 지켜봐주고 싶다고 난천은 생각했다. 난천의 옆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는 빛나가 있었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소중했다. 난천은 자기도 모르게 짧게 무언가를 중얼거렸지만 빛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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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다시 바뀌어 늦여름과 초가을의 경계에 있었다. 결국 제대로 여름휴가를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난천은 빛나에게 짧게라도 리조트에리어에 가자고 했고, 빛나는 당연히 승낙했다.
“다시 봐도 정말 근사한 저택이네.”
“네, 그렇죠?”
리조트에리어에 빛나가 별장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다. 별장 앞을 우연히 지나가던 빛나에게 어떤 남자가 열쇠를 억지로 쥐여준 것이었다. 그 남자는 또 어떤 돌 수집가에게 별장을 받았다고 했다. 원래 주인은 신오지방의 희귀한 돌을 다 모았다고 원래 지방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난천에게 하자 난천은 그 돌대가리가, 라고만 했다. 물론 빛나는 그 혼잣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남자가 아무 조건없이 별장을 넘겨준 것도 이해가 갔다. 받을 당시에는 텅 비어있어 아무 가치도 없이 관리비만 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빛나는 챔피언 봉급의 대부분을 이 별장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 덕에 많이 꾸미지는 않았지만 이제 며칠 지낼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도착하자 마자 빛나는 얼른 준비한 수영복로 갈아입었다. 프릴 장식이 된 귀여운 하늘색 비키니였다. 고르는데 도와준 자두와 무청에게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감사를 했다. 너무 과감하지 않지만, 너무 어린애 같지도 않은 완벽한 수영복을 찾기 위해 장막백화점을 수백 바퀴는 돈 것 같다. 고르는데 힘들었던 만큼 입고 거울을 보니 빛나 자신이 보기에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난천에게 보여주었을 때 반응이 궁금했다. 수영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난천은 대여소에서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커다란 튜브 하나를 빵빵하게 불고, 다른 하나도 반쯤 부풀 때까지 난천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한 빛나가 튜브를 내팽개치고 수영복 대여소에 가니 난천은 아직도 가만히 서서 수영복들을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다.
“난천씨, 왜 가만히 서계세요?”
“아, 빛나야. 그게, 수영복 고르는 게 어려워서 말이야. 이 검은색이랑 하얀색 수영복 중 어느 게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난천이 가리킨 쪽에는 검은색과 흰색 단색의 두 비키니 수영복이 있었다. 난천이 계속 고민하자 직원도 난처해하는 눈치였다.
“제 생각에는 검은색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검은색 걸로 주세요.”
숨김없이 밝아진 안색으로 인사하는 직원을 남겨두고 둘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난천이 방에서 갈아 입는 사이 빛나는 애꿎은 튜브를 주먹으로 두들겼다. 난천에게 비키니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앞서 난천도 수영복을 입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수영복을 골라주는 짧은 순간 난천이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상상하니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무난한 검은색을 선택할 것도 그나마 자극이 덜할 것 같아서였다.
자신이 이런 마음고생을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난천은 별 말없이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갔다. 난천이 다시 나왔을 때 빛나는 튜브를 얼싸안고 울먹이고 있었다. 난천은 깜짝 놀라서 빛나를 달래러 갔는데 빛나는 난천을 밀어내며 말했다.
“난천씨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이 수영복 고르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치만 난천씨는 보고도 아무 말도 반응도 없으시고. 그런데도 난천씨를 보면 제 가슴이 미친듯이 뛰어서 어떡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난천씨가 밉고 싫은데 또 너무너무 좋고 이런 제가 정말 싫어요.”
빛나가 반쯤 울면서 말하자 난천은 다가와 빛나를 안아주었다. 난천의 손이 빛나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수영복 엄청나게 귀여워. 처음 보자마자 그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안고서 놓고 싶지 않을 만큼.”
그 말을 듣고 빛나는 난천의 품 속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난천은 잠시 뜸을 들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야. 나도 빛나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곁에 있고 싶어. 헤어질 땐 더 같이 있지 못해서 섭섭해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참고만 있었어. 더 멋지게 고백하고 싶었었는데 미안해. 빛나야, 그래도 말이야, 빛나를 좋아해.“
마지막 말에 빛나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난천의 앞가슴과 빛나의 새 수영복을 적셨다. 난천은 계속 빛나를 안은 채 토닥여 주었다. 난천도 겉으로는 의연하지만 속으로는 한순간 감정을 쏟아내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느라 밤을 지세운 적도 있다. 하지만 고백을 받지도 않았는데 대답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난천은 빛나를 껴안고 얌전히 달랬다.
그녀의 사랑은 알고 있었다. 그것을 피했던 건 자신이 겁쟁이라서라고 난천은 생각했다. 지난 몇 주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도 이미 단순한 응원이나 모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그런데도 나이나 성별 같은 핑계를 대고 애써 마주하기를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되돌아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고 말았다.
“자, 뚝 하자. 모처럼 귀여운 수영복을 입었는데 그렇게 울상이면 안되지. 오늘은 즐겁게 수영하려고 여기 온 거니까 말이야.”
난천은 나름대로 빛나를 달랬지만 빛나는 난천의 품 속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난천은 천천히 몸을 기울여 빛나와 나란히 누웠다. 그렇게 둘은 껴안은 채 한동안 있었다. 수영복 차림이라던가 부끄럽다던가 하는 생각은 나중의 것이다. 당장은 창문으로 햇살이 두 사람을 따듯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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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범벅이었던 고백 이후로 빛나는 난천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전에도 곧잘 붙어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아예 한 몸이 된 수준이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빛나도 더 챔피언 자리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공부도 스스로 하려고 하고, 난천의 업무에 대해서 묻는 일도 많아졌다. 느리지만 착실히 빛나는 챔피언이 되어가고 있었다.
최근에는 작게나마 제안도 하기 시작해서 몇 개는 받아들여졌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늘 개최되는 신년맞이 자선 콘테스트였다. 여러 유명 코디네이터들이 빛나가 초대하자 흔쾌히 응해줬다. 신오 지방 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다보니 어느새 그랜드 페스티벌 부럽지 않은 규모가 되어있었다.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난천도 바빠졌지만 난천이 긴장한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러면 오늘의 특별 심사위원, 신오 지방의 챔피언, 난천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난천은 빛나의 계속되는 설득에 심사위원으로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챔피언으로서 인터뷰를 하거나 공식 자리에 서는 것은 익숙했지만 몇시간 동안 토크를 풀어나갈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결국 승낙했을 때 기뻐하던 빛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난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실제 콘테스트는 매끄럽게 흘러갔다. 자선대회로서 가볍게 진행되는 만큼 엄격한 평가가 필요 없었고, 모두 정상급의 코디네이터인 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들은 관중과 함께 감탄하는 역할인 것이다. 그래서 난천도 비교적 마음 편히 감상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것은 역시 빛나였다. 그 무대는 난천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작하기 직전 빛나의 표정에서 드러난 굳은 결의와 그후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다. 평소에 어리광 부리던 소녀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방금까지 달아올랐던 회장의 분위기도 순간 그녀에게 압도당한 것 같았다.
무대도 조금 전의 것들과는 색달랐다. 불이나 얼음이 주는 화려함 대신 빛나는 전기의 강력함을 택했다. 어두워진 무대 안에서 렌트라가 내는 전기의 빛에만 의존하며 절제된 안무를 선보였다. 빛이 번쩍일 때마다 탄성이 나왔고 사람들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이윽고 마지막 섬광과 함께 불빛이 켜지자 기립박수가 터졌다. 단연코 최고의 무대였다. 심사위원들도 굉장하다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차례가 되자 난천은 평가를 내렸다.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거의 엄숙하기까지 한 무대에는 조금 안 어울릴지 모르는 평가였지만 난천으로서는 그 이상으로 적절한 말이 없었다. 빛나의 영상은 몇 번인가 봤었지만 실제로 보면서 오는 감동은 또 달랐다. 게다가 이 무대는 난천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부터 난천이 즐겨 듣던 곡이었고, 어두워진 무대는 난천이 자주 입는 검은색 외투를, 노란 섬광은 그녀의 기다란 금발을 나타냈다. 전기가 뿜어내는 에너지도 난천이 배틀할 때의 그것과 같았다. 빛나가 난천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과 난천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오는 공연이었다. 난천은 이런 선물을 준비해준 빛나가 너무나도 고맙고, 또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콘테스트는 마무리되었다. 빛나는 무대인사를 하느라 잠시 더 남았다. 난천은 대기실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빛나의 어머니가 있었다. 빛나가 항상 대단하다고 말하던, 전직 코디네이터인 진희였다.
“난천씨, 안녕하세요. 빛나가 챔피언이 된 후로 처음이죠? 오랜만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저도 반가워요. 그, ”
“편하게 진희씨라고 불러요. 같이 좀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방금까지 엄청난 무대를 보고 온 참이라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난천은 진희를 대기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대기실 안에는 과자와 간식거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어느 한 쪽도 건들이지 않았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난천이었다.
“오늘 빛나의 무대 정말 좋았어요. 빛나가 진희씨를 닮았나봐요.”
“다 옛날 얘기죠, 뭐. 제 한창 때에도 빛나만큼 하라고 하면 못했을 거에요.”
진희는 살짝 웃었다. 부모만이 보일 수 있는 자랑에 찬 웃음이다.
“저는 빛나가 나온 콘테스트는 전부 봤어요. 아쉽게도 TV로만이지만요. 그런데 오늘의 무대는 그 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어요. 그게 뭔지 아시겠어요?”
그렇게 물어봐도 난천은 알 길이 없었다. 난천은 진희처럼 콘테스트를 전부 챙겨보지도 않았고, 전문가도 아니었다. 뭔가 다르긴 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어렸을 때 빛나는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밝고 착하지만 항상 덤벙되는 아이였죠. 저처럼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 점이 저로서는 고민거리였죠. 애가 무엇이 되고 싶은 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뇨, 매일 보는 난천씨는 잘 모르겠지만 빛나는 달라졌어요. 오늘 본 빛나는 뭔가 꿈이 있는 듯했어요. 전에도 탑 코디네이터를 목표로 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더 구체적으로 원하는 게 생긴 것처럼요.”
말을 마치고 진희는 난천을 지그시 바라봤다. 하지만 난천도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빛나는 예측하지 못한 행동을 불쑥하곤 했으니까.
“뭐, 모르시면 어쩔 수 없죠. 아무튼 엄마로서는 진지하게 원하는 게 생겨서 기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밖에서 환호성이 들리는 것을 보니 최종 마무리까지 다 끝난 모양이었다. 진희와 난천은 대기실로 뛰어들어온 빛나를 함께 반겼다. 스태프들에게 마무리 인사까지 하고 헤어질 때 진희는 한 마디를 슬쩍 덧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딸을 울리면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빛나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지 난천을 바라봤다. 하지만 난천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진희와 한 말을 돌이켜봐도 어디서 빛나와의 관계를 들켰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난천은 서둘러 사과하려고 했지만 진희는 말을 막았다.
“아무쪼록 저희 딸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루 종일 고난의 연속이어서 난천은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빛나는 옆에서 콘테스트에 대해 쫑알쫑알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구의 무대가 멋졌다던가, 어디를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쉽다던가, 여러 말을 늘어놓았지만 난천은 특별히 대꾸하지도 못했다. 숙소에 다 도착했을쯤 짧게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응, 수고했어.”
그러다 진희와 한 대화가 떠올라서 덧붙였다.
“보상으로 특별히 원하는 것 있어?”
분명 비슷한 질문을 전에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대답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글쎄요, 저는 난천씨와 함께 있으면 뭘 해도 좋아요.”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러다 순간 깨달은 난천은 아직도 충격받을 게 남아있었는지 잠깐 휘청였다. 빛나의 바람은 항상 한결같았다. 그걸 이렇게 늦게 알아차린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이 말은 진희에게 못 전하겠다고 난천은 생각했다. 옆에서는 빛나가 걱정에 찬 눈빛을 한 채 난천의 팔을 꼭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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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찍쌌던 걸 다시 이어붙여 완성한거라
조금 글이 중구난방처럼 되어버렸다
포켓몬 콘테스트는 포켓몬과 하는 피겨스케이팅 갈라쇼 생각하면 될듯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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