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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방법

모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6 22:58:15
조회 783 추천 23 댓글 6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방법





"채원아, 언니 아이스크림 하나만."


언니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어떤 거요?"


"뭐겠어."


그 중에서도 마트나,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를 선호했다. 이른바, 하드 류. 그것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그 범주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채원은 오늘도 제 방에 찾아온 손님을 위해서 냉동실을 뒤졌다. 그리고 빨간 포장지로 덮여있는 스크류바 하나를 꺼냈다. 언니 거. 채원의 자취방에 항시 구비되어 있는 품목이었다. 


"고마워, 우리 채원이."


말로만. 채원이 조금 퉁명스럽게 간식을 내밀자 언니는 돌아가던 선풍기의 버튼을 꾹 누르며 씨익 웃었다. 하드가 녹겠다며. 바람이 멈추고, 언니보다 몇 살 어린 채원의 심장도 찰나를 멈췄다. 


짜증나.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채원이 가져다준 스크류바를 손에서 낚아챘다. 손끝이 맞닿은 건 착각일까. 채원은 뜨끈한 뺨을 여름의 탓으로 돌리며 언니 곁에 앉아 포장을 뜯었다. 언니가 미워도 갈 데가 없었다. 밖은 무지막지한 폭염이었으며, 이곳은 제 집이고, 무려 그녀가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채원은 소다맛 빙과를 베어물었다. 서걱, 하며 시원한 소리가 울렸지만 명치 아래서 끓어오르는 더위는 가실 줄을 몰랐다. 


"맛있다, 그치."


발열의 원천이 말했다. 채원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눈을 굴려 언니가 하는 양을 구경했다. 단순히 언니가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그보다도 그녀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독특한 습관이 이유였다. 아니, 정정한다. 스크류바를 먹을 때만이다.


언니는 아이스크림을 사람처럼 대했다. 왜, 스크류바의 구조는 그렇지 않은가. 사과맛의 빨간 부분이 있고, 그것이 사라져야만 딸기맛의 하얀 부분이 드러났다. 그녀는 그것을 옷처럼 여겼다. 얼음이 더위라도 먹을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녹지 않게 살살 구슬려가며 흰 속살을 확인해야 했다. 즉, 벗겨 먹었단 뜻이다.


스크류바를 벗기는 데에도 단계가 있다. 언니는 제일 먼저 맨 윗부분을 뚜껑처럼 똑 따낸 뒤, 찬찬히 막대를 돌려가며 옆면을 제거했다. 우선 요철의 볼록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끝으로 오목한 부분까지. 앞니로 살살 표면을 벗겨내릴 때마다, 숨결에 빠알간 아이스크림이 녹아 언니의 입술에 과즙물을 들였다. 더 촉촉하고, 더 선명하게. 이따금 쏘옥, 나와 입술을 핥는 살덩이도 더없이 선명했다. 잘 익은 사과처럼 탐스러웠다. 맛도 농익은 사과 같이 달큰하겠지?


아, 목말라.


언니는 아이스크림에 코팅된 표면과 함께 어린 채원의 한 떨기 자제심마저 벗겨내리는 중이었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소녀의 이성이 하얗게 말라가도록.


그 섬세한 작업은 시간이 오래걸려서, 언제나 채원의 손에 들린 얼음이 먼저 사라지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채원은 앙상해진 나무 막대를 들고서 아직 하드에 집중한 그녀의 옆자리를 지켜야 했다. 고문이었다.


내 건 이미 없는데. 너무너무 더워 죽겠는데.


그녀가 하얗게 변한 아이스크림을 쪽 빨았다. 동시에 꼴깍, 하며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코딱지만 한 원룸을 채웠다. 


"먹고 싶어?"


언니는 피식 웃으며 하드를 내밀었다. 마치 욕심쟁이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제 것으로는 모자랐나 봐, 하는. 


내가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면서. 뭐 때문에 침을 꿀꺽 삼켰는지, 뭐가 그리 먹고 싶어서 허덕이는지 요만큼도 모르면서.


"아니거든요."


"거짓말. 이래도?"


그녀는 느닷없이 팔을 쭈욱 뻗었다. 그녀가 정성껏 벗겨내린 뽀얀 하드가 인내심으로 꾸욱 닫힌 입술에 닿았다. 얼음 덩어리가 체온에 녹아내리며 입술을 지나 주욱, 선을 그었다.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드는 금세 도망갔고, 입가에 번들대는 딸기의 잔향은 또 다른 입술이 훔쳤으니까. 말 그대로, 훔쳤다. 그녀는 마치 손수건의 대용품처럼 몰캉한 혀를 빼내어 과즙을 핥고는 채원의 곁에서 멀어져갔다.


아, 더워. 더워 미치겠다.


"욕심이 생겼어?"


그녀가 물었다. 색소로 빨갛게 물들어버린 입술이 순진한 어린 양을 희롱하듯 야살스럽게 휘어졌다. 당했다. 채원은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그녀가 벗겨 먹던 수많은 스크류바는 먹잇감을 꼬시기 위한 덫이었고, 그녀의 심심풀이 땅콩이었다.


재밌었어요? 내가 타들어가는 게 우스웠냐구요.


채원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내팽개쳤다. 지금 방바닥이 중요하랴. 눈앞의 괘씸한 언니 때문에 채원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제 가슴을 휘젓고 올라오는, 여름의 열기를.


언니의 입술은 아직 차가웠다. 색소로 발그스름한 살점을 머금으면 채 가시지 않은 사과향이 은근히 퍼졌다. 말랑한 살집을 과육처럼 깨물자 언니는 살며시 출입을 허락하며 채원의 뒤통수를 그러안았다. 머리보다 마음이 더 헝클어졌다. 빨리 이 열기를 해소하고 싶어서, 채원은 쿵쾅대는 심장을 언니에게 꼭 붙여가며 유혹에 응했다. 여린 살점으로 언니의 입안을 탐미했다. 달큰한 사과향을 선물했던 그녀에게서 이번엔 정신을 쏙 빼놓도록 녹진한 딸기맛이 났다.


후끈한 방에 질척대는 소리가 울렸다. 하나가 된 두 사람의 근처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이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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