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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67

1234(39.113) 2020.08.24 2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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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무료했다.


그녀에게 있어 세상은 무채색이었다. 타고난 강함은 그녀 앞에 어떤 적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감히 반대하는 자는 없다.


태어난 이후 단 한번도 그녀는 걸리는 것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덕분에 지상계 정복도 간단히 끝났지만 그래서 오히려 공허했다.


무언가 고난이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면서 끝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너무 쉬웠다.


일방적인 유린.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항복.


이제 이 세상은 마족의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마왕은 무료했다.


무언가 자극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감히 그녀를 자극하지 않았다.


남자라는 놈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보면 꼬리를 내렸다. 여자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직접 부딪히는 자들은 없었다.


그래서 심심했다.


정치는 자신들의 부하들이 알아서 다 하였다. 그녀가 한번씩 서류를 보긴 하지만 딱히 무어라 흠잡을 것이 없는 완벽함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어떤 것도 할 것이 없는 마왕.


그것이 그녀였다.


오죽하면 능력을 감추고 돌아다녀볼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마왕.


능력을 감추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타고난 힘만큼이나 아름다운 외모는 어떻게 감출 방법이 없었고 덕분에 이렇게 성에서 소일거리나 해야만 했다.


정확히는 소일거리도 아니다. 그저 무료함에 잡아 먹혀 어떤 것도 하지 않는 것 뿐.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고 그녀는 마치 식물처럼 있을 뿐이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만큼 마왕은 말라갔다.


콰앙


폭발음이 들린다. 그것은 무료함으로 가득 찬 일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돌리는 작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마족 중 그 누구도 마왕에게 검을 돌리지 않는다. 그것은 자살행위이며 단 1초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어리석은 자들이 증명해왔다.


하지만 인간들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듯 알 수 없는 열정 속에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아무리 완벽하게 지배를 하더라도 인간이 아닌 지배자를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은 있었고 그들은 매번 도전을했다.


물론 상대는 안된다.


인간은 마족보다 약하다. 몇몇 능력자들은 그나마 싸울만 하다곤 하지만 그런 자들도 마왕과 비교하면 너무나 허약했다.


그녀에게 있어선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비는 자들 덕분에 마왕은 그나마 자극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덤벼들었고 그걸 격파하는 건 작은 놀이였다. 그런 놀이만이 그녀에게 있어 무료함을 달랠 유일한 길.


오늘은 또 어떤 바보가 덤빌까라는 생각에 마왕은 아주 잠깐이나마 무료함을 잊을 수 있었다.


이곳은 생각보다 많은 함정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실 그런 건 필요 없다. 허나 마왕에게 있어 함정의 준비는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인간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 그렇기에 얼마나 약하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건 그녀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일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란 얼마나 즐겁던지.


함정들을 돌파하는 동안 만신창이가 된 자칭 용자들을 상상하는 건 비밀스러운 즐거움. 너무 강하기에 오히려 약자를 배려하는 건 그 동안 한번도 생각 못한 일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콰아앙


폭발음이 요란하다. 이번의 용자들은 생각보다 화려한 걸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시끄러운 것을 평소에 별로 즐기지 않지만 이런 때만큼은 재밌어 하는 마왕이기에 그녀는 수정구를 통해 누가 오는지를 살펴 보았다.


찌릿


무언가가 마왕의 마음 어딘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각이었다.


다가오는 용자는 한명의 여자 아이였다. 딱히 예쁘지도 않고 오히려 수수한 소녀.


그러나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함정을 돌파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마왕에게 있어 사랑이란 감정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다르다는 것을 마왕은 금방 알아차렸다.


단지 주변에 자신의 취향이 없었던 것 뿐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것을 이해하는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한눈에 봐도 능력은 형편없다. 그렇지만 모자란 능력으로 어떻게든 함정을 격파하는 것은 응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여자 아이의 곁에는 남자도 한명 따라왔다. 나름대로 둘 사이에 유대가 깊어 보였다.


그것이 마왕의 신경을 건드렸다.


절대 건드려선 안될 것을 건드린 존재.


그것은 당연히 죽여야겠지.


그러나 그러면 저 여자 아이는 슬퍼하겠지. 그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마왕은 고민했다. 자신의 욕망을 살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적당히 상대하는 것이 나을까?


허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자신은 마왕.


이 세상의 지배자.


무엇을 고민하는가?


파멸의 군세를 이끌고 모든 것을 무로 돌릴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죽는다면 그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하면 그만.


아니 그렇기에 오히려 더 즐거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왕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히죽.


그녀답지 않은 천박한 웃음.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얼마만에 느끼는 것인지 모를 가학심의 발현이었다.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은 소녀. 그리고 그 곁에 있는 더 없이 미운 존재.


한동안은 즐거울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마왕은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몇 년만의 웃음인지 아무도 모른다.


마왕의 광소에 성은 흔들렸다. 그것은 마치 마왕의 감정을 모두 받아내는 듯한 진동.


"자 시작하자고...."


더 없이 요염한 목소리로 마왕은 어서 용자들이 오기를 바랬다.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빛나기를.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소녀가 점점 더 자신의 취향이 되기를 바라며 마왕은 기다렸다.


즐거움 속에서 흥분하며 소녀가 자신의 것이 되는 때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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