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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최고의 씨발년 - 15

ㅇㅇ(221.149) 2020.12.26 13:46:36
조회 546 추천 22 댓글 1
														

11화 상편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4316

11화 하편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6266

12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7878

13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8746

14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74908


=============================================


“...”

 

“...”

 

문제가 있어

 

“...”

 

문제야 문제

안 그래?”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은 점심시간

여기는 교무실

담임선생님 자리 옆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

그 위에는 수담

 

지우가 학교를 안 나오잖아

 

 

며칠 됐더라

 

“4일이요

 

“...”

세고 있었어?”

 

“...?”

 

수담의 올라간 눈썹 위로 옅은 주름이 그려진다

 

며칠째 안 오는지 세고 있었냐고

 

아뇨 그냥

 

그냥?”

 

“...월요일부터 안 나왔는데

오늘 목요일이니까...”

 

흐응

 

일직선상에 놓이는 둘의 눈동자

수담의 시선이 그 위를 먼저 벗어나며 각도를 만들어낸다

일관되게 심드렁한 담임의 표정

이 사람도 표정이란 걸 지을 수 있을까

수담은 생각했다

 

“...금요일날

양호실에서 무슨 일 있었어?”

 

“...”

 

학교 출석으로 따지면 4

수담의 삶으로 따지면 6

반지우가 없어진 기간

 

수담

 

 

무슨 일 있었냐고

 

평온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추궁의 기운

수담은 그 기운이 담임의 의도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이 의표를 찔렸을 뿐인지

잠깐 생각했다

 

제가

 

너가

 

“...”

 

너가 뭘

 

제가...”

 

담임의 시야 속에 느릿느릿 들어오는 하얀 정수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수담은 교무실 시멘트 바닥 위 검은 반점의 개수를 속으로 셌다

 

제가

 

됐어

고개 들어

 

“...”

 

 

학생기록부처럼 보이는 파일철을 후루룩 넘기는 담임

 

처음 있는 일은 아니야

 

?”

 

반지우

작년에도 가끔 이랬어

나 작년에도 걔 담임이었거든

 

“...”

 

수담의 어깨가 살짝 앞으로 기운다

 

아니지

작년엔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이런... 식이요?”

 

졸업에 문제없는 결석일수 마지노선이 얼마냐고 첫날에 와서 물어보고는

대답해주니까 그 숫자 맞춰서 규칙적으로 안 나왔어

대충 2주에 한 번씩 결석하는 식

 

“...”

 

결석하는 주엔 항상 미리 와서 얘기도 해줬고

진단서니 뭐니 주면서

 

“...”

가짜였나요

 

모르지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적당주의

 

적당주의네요

 

담임의 눈이 부드럽게 감겼다 뜨인다

미세한 코웃음

 

아무튼 임상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 하고 4일이나 빠지는 건

문제가 있는 거지

 

전화도 안 받나요?”

 

그러더라

 

부모님 쪽에는요

 

번호를 몰라

애가 안 써놔서

 

“...”

 

수담은 부모님 연락처항목을 보며 마른 한숨을 내뱉는 지우를 상상한다

 

뭐 배경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너를 왜 불렀을까 내가?”

 

왜 안 나오는 건지 물어보려고요?”

 

뭐래

반지우 집에 좀 갔다 와

 

?”

 

전화를 받으면 모르겠는데

안 받으면 누군가는 가야돼

근데 나보단 너가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너한테는 물론이고

지우한테도

 

“...”

 

어떻게 생각해

 

수담에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맞는 말엔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말없이 가슴에 눌러 담는 수밖에 없다

 

가기 싫어?”

 

...”

 

사실 너가 먼저 올 줄 알았어 나는

 

제가요?”

“...왜요?”

 

잠깐 눈살을 찌푸리는 담임

그 찰나가 너무도 잠깐이고 짧아서

수담은 담임의 미간에서 주름을 본 게

어쩌면 이 세상에 자신뿐인 건 아닐까 생각한다

 

누가 말 안 해줬어?”

 

뭘요?”

 

“...”

모르는구나

 

“?”

 

너 지난주에 쓰러졌을 때

지우 엄청 울었어

 

순간 수담의 세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동작이 멈춘다

 

뭐 그 순간이야 당황해서 울 수도 있겠는데

양호선생님 얘기 들어보니까

양호실 와서도 계속 훌쩍거리더니

거의 탈진해서 잠들었다던데

너 옆에 침대에서

 

그 때

 

?”

 

묵직한 소음을 내뿜으며 움직이는 톱니바퀴

수담의 세계가 다시금 재생된다

 

저 기절했을 때

, 반지우가 울었을 때

뭐 다른 말... 한 건...”

없었...”

는지...”

 

격동하는 심장

거칠게 뻗어나간 핏줄기가 손끝의 모세혈관을 후려치는 감각

 

“...”

다른 말 한 거 있어

 

“...”

뭐라고...?”

 

있는데

그건 너가 가서 물어봐

 

“...”

 

카톡으로 주소랑 전화번호 찍어줄게

오늘 학교 끝나고 바로 갔다와줘

 

“...”

 

선생님 이름 팔든지 해도 좋으니까

학교에 데리고만 오면 돼

내일이든 다음주부터든

 

“...”

 

부탁할게

 

“...

 

부탁한다는 말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굴리며

수담은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선 진흙처럼 꾸덕하게 흐르는 시간

붉은 햇빛이 누런 색깔을 머금을 때까지

수담은 분침과 초침의 움직임에서 세월을 느꼈다

 

“...”

 

302

 

여기 맞나

 

담임이 찍어준 주소를 확인한다

역 주변의 고급 아파트 단지

상위 0.01%만 살 수 있다거나 그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분명 고급인 건 맞지만 생각보다는 평범한 축

 

“3022003

되게 높은 데서 사네

 

인터폰에 2, 0, 0, 3을 천천히 입력하는 수담

작은 종이 그려진 버튼 앞에서 검지손가락이 망설였다

 

“...”

 

- 딩동

- 딩동

 

얼굴에 차오르는 미열

모공 이곳저곳이 옅은 따가움을 호소한다

 

“...”

“...”

뭐지

 

3022003

분명 여기다

 

삑 삑 삑 삑

- 딩동

- 딩동

 

“...”

“...”

자나

 

싸늘한 공기가 봄이 지나가는 자리에 발자국을 남긴다

수담은 휴대폰을 꺼내 담임이 보내준 번호를 손으로 읊었다

녹색 전화기 아이콘 앞에서 이번엔 엄지손가락이 망설였다

 

“...”

 

‘...’

 

고요하게 울리는 통화연결음

기계적 리듬에 맞춰 가슴이 덜컹거린다

폐가 기도를 통해 목구멍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 기분

 

“...”

“...”

“...”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목소리 톤이 미세하게 바뀐다

 

택배 기사님?”

죄송합니다 지금 밖에 잠깐 나와서요

“1분 안에 도착하는데

 

...”

 

그냥 무인 택배함에 넣고 가셔도 돼요

전화 안 주셔도 되는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면 잠깐만 계실래요?”

음료수 산 거 있는데 하나 드릴게요

저 이제 다 왔는...”

...”

“...”

 

어느 순간부터 수담의 귀에 두 개로 들리던 목소리가

이윽고 하나로 합쳐졌다

 

“...”

 

“...”

 

두 개의 통화가 종료되는 효과음이

입 맞추듯 공기 속에 섞여들어 녹아 없어진다

 

“...”

 

인터폰 앞에 가만히 서서 지우를 내려다보는 수담

 

“...”

뭔데

 

?”

 

왜 왔어

뜬금없이

 

수담은 자신과 지우의 시선 사이에서

지우를 중심으로 둘러싸인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느낀다

 

...”

 

선생님 이름 팔든지 해도 좋으니까

 

여긴 어떻게 알고

“...”

담임?”

 

“...”

 

모르는 번호로 학교 끝날 때 쯤 시간에 맨날 전화 오더니

그것도 담임 번호였겠네

 

...”

 

뭐라면서 보내던?”

 

그걸 또 가란다고 오는 너도 웃기다

어이가 없어서...”

뭐 왜 학교 안 오냐고 물어보래?”

담임이?”

 

선생님 이름 팔든지 해도 좋으니까

 

있잖아

 

“...”

 

“...”

 

“...”

 

시킨 거 아니야

 

“...”

“...?”

 

아니라고

누가 시켜서 온 거

 

투명하고 굵직한 의문부호가

지우의 얼굴 위에 드리웠다

 

“...”

, 그럼 뭐야

 

“...”

그냥 왔어

 

“...그게 무슨...”

그냥 왔다니

“...뭐야 그게...”

 

“...”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을까

무엇이 너가 학교에 며칠 빠졌는가를 세게 했을까

무엇이 너가 오지 않은 자리를 계속해서 흘끔거리게 했을까

무엇이 너의 음흉한 목소리가 부르는 내 이름을 되뇌게 했을까

 

...”

 

무엇이

너가 그저 거기 서서

아무렇지 않게 있는 것만으로

나를 안심하게끔 만들었을까

 

생각... 나서

 

“...”

?”

 

계속 생각나서

“...”

그래서 왔어

그냥

너 생각 자꾸 나서

못 멈추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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