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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네온 스모그가 눈을 가린다 - 1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6 10: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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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에 둘러싸인 도시는 처연히 빛나는 달빛의 눈물을 잊었다. 기술의 진보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도덕의 타락, 그리고 비대해진 욕망의 그릇. 점차 커져만 가는 욕망의 허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는 마천루가 되어, 그것이 언젠가 바벨 탑의 마지막처럼 무너지는 날까지 사람들에게 향락과 사치를 내어다준다. 사람의 도리같은 건 바빌론의 강가로 흘려보낸 채로.


지금 내 발걸음 옆으로 연인의 뇌에 전류를 흘려보내 백치로 만드는 사람이 멀쩡히 걸어가고 있다. 손에 들린 저것은 분명 소문의 불법 개조품. 슬쩍 흘겨본 장치에서는 여전히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려 볼 수 있는 반대편 골목에는 어느 안드로이드 접대부와 격렬한 정사를 벌이는 광인이 있었다. 절제라는 것을 잊어버렸을까, 아니면 순수하게 사랑의 말을 나눌 수 없는 걸까. 아마 저 사람은 자신의 이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저렇게 꿈같은 사랑만을 나누는 것이리라.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나도 저들과 다를 게 없다. 애저녁에 쓰여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말뿐인 글이 되어, 나는 사람을 살리면서도 사람을 병들게 한다. 비천한 쾌락의 노예가 된 인간은 단 한 번의 주사를 위해서 싱싱한 몸을 내놓으니, 맥박치는 핏덩이를 떼어내 윤활유가 흐르는 펌핑 튜브를 쑤셔넣는다. 그런 절개가 끝나고, 황홀에 젖어 뒤집어진 눈을 뒤로한 채 나는 아직 살아 숨쉬는 것만 같은 간을 손에 넣는다. 어떤 날에는 위장이기도 하며 또 어떤 날에는 여전히 맥박치는 심장이기도 하다.


비정상적인 수술을 끝마치고 어느 때에는 죄책감이 몸을 감싸지만 결국 삼키게 되는 그 과실이 너무도 달콤했다. 순수한 육체는 소수가 되어 인간 이성의 중심이라 여겨지는 뇌, 의식의 영역까지 금속이 대체하기 시작한 시대. 그 격렬한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친 끝에 나는 약육강식의 논리에 발을 내민 짐승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해서라도 이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쓰러져버린다면 아무것도 아닐테니. 나는 어느덧 네온 스모그가 눈을 가리는 골목으로 향한다. 꺾어 들어가 부랑자들을 몇 번 발로 차고나면 마주할 수 있는 허름한 스트립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홍채 인식이나 생체 ID 인증같은 호사스러운 수단은 없는 투박한 철문. 그 앞으로 손을 뻗으면 키패드가 비친다. 패스워드는 Maria. 그것은 어느 창녀의 이름. 지금 방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매춘부의 이름. 그녀는 춤을 멈추고 이 공간에 침입한 나를 돌아본다.


“당신이군요.”


“특별한 일은 없었어?”


언제나처럼 주고 받는 문답.


“특별한 일이라...당신에게 이야기할 건 이거네요. 동성은 10퍼센트 더 받기로 했어요.”


그런 불행이 있을까. 이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닌데.


“위에서의 방침이라.”


차가운 표정으로 전해지는 일방적인 통보.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기에 전보다 조금 두꺼워진 종이 다발을 넘긴다. 다른 누군가의 피로써 마리아의 값을 치룬다. 넘겨받은 돈다발을 한 장씩 세어가며 마리아는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이윽고 손짓은 멈추고, 마리아는 살며시 내 손을 휘감고는 스텝을 밟는다. 방의 조명은 보라색 광원. 나와 마리아는 그 아래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뇌에 퓨즈를 찌르는 사람과 똑같다. 거리에서 안드로이드의 차가운 육체를 탐닉하는 광인과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기에, 그러지 않는다면 끝없는 갈증에 몸은 메말라 버리기에 나는 춤을 춘다.


“식어버렸어요.”


시간은 지나 춤은 멈췄다. 천장의 조명 또한 꺼져 방은 어둠으로 서서히 물들어간다. 방의 빛을 유지해주는 것은 깨진 유리창 너머로 흘러 들어오는 네온, 그리고 다른 짐승들의 교성.


“몸을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이대로 쉬고 싶으신가요."


"응, 그 말대로야."


천천히 나의 몸을 녹여 흘려보내는 애욕의 둥지에서 잠이 든다. 나를 감싸안아주는 쾌락에 잠겨, 목을 조르는 죄책감같은 건 잊어버린 채로 잠에 빠진다.


“이만 가 볼게.”


잠에서 깨어나 편히 잠들 수 있는 쉼터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를 주워 입는다. 투박한 철문을 열어 나가려던 찰나,


“이거 하나 정도는 가져도 될까요?”


마리아는 어느 틈에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사람을 미치게 하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비정한 약물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값은 치뤘어요, 가방에 알맞은 매거진이 있을 거에요.”


“...마리아.”


“부탁이에요.”

억지로라도 말려야 할까. 함부로 손을 대지 말라며 격한 거부 의사를 보였어야 할까. 뭐가 어찌되었건 마리아가 약을 가지게 되는 결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하게 나를 쏘아보는 그 눈은 결심을 꺾는다. 모든 것에 대한 격렬한 거부 의사가 숨막힐 정도로 밀려온다.


"질렸어"


...애초에 내가 그런 것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면, 팔아 돈을 벌지 않았다면 마리아가 자신의 몸에 독을 꽂는 결심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뻔뻔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실컷 약을 흘려 보낸 주제에 어째서 마리아만큼은 막고 싶었던 걸까. 나는 그에 대한 어떤 대답도 찾을 수 없어, 무기력감에 몸을 맡긴 채 하염없이 떨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어때? 정신이 들어?”

무의식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내 귀를 울리는 것은 어느 여성의 목소리.


“흠, 약이 좀 강했나 보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들으며 눈을 뜬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건, 신체에 남아 있는 통증이었다. 나를 괴롭히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나의 몸은 철제 밧줄로 구속되어 몸통을 트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구…”


지금 내 눈 앞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여자에게 묻고 싶은 건 너무도 많았지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격통, 그리고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속박된 것에서 오는 죽음의 공포로 몸서리치는 몸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간신히 두 글자를 말했을 뿐이었다.


“아, 자는 사이에 몸을 묶어버린 건 미안. 근데 그러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안 될 거 같아서. 나는 마리아의 고용주...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이 만났던 창녀 마리아를 고용한 사람이야. 그래, 어제도 만났었지?”


눈 앞의 여자는, 그 두 글자에 답한다. 마리아의 고용주, 그런 그녀가 왜 나를 찾아왔을까.


“아니 뭐, 손님이 우리 마리아랑 함께 하는 건 신경 안 쓰지. 비즈니스인데, 또 개인적인 일이잖아. 안 그래? 그런데...그런데 사람을 죽이면 쓰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는 말. 마리아를 죽였다는 말.


“나는...그런 적…”


“그래, 없겠지. 이건 그냥 그럴듯한 구실에 불과하니까.”


그럴듯한 구실, 생각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내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여자는 말을 이어 나갔다.


“마리아가 죽은 건 사실이야. 마리아는 그래...입 안에 리볼버를 꽂아 넣은 채 방아쇠를 당겼지. 그거 홈 디펜스 용도로 가져다 준건데 그렇게 쓸 줄은 몰랐다니까.”


그런 말은 입꼬리는 슬쩍 올라갔다. 분명 조소하고 있었다. 마리아의 최후를 이야기하면서 이 사람은 웃고 있었다.


“뭐, 그런 사고가 터졌으니 우리가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아직 방에 남아있는 마리아를 처리하러 갔어. 그런데 마리아의 왼팔에 선명한 주사 자국이 있더라고. 그 백옥같은 피부를 검붉게 물들인 주사 자국 말이야.”


“그 주사의 출처가 나라서...”

“정답, 바로 그거야.”


“그 주사는 마리아가 멋대로 훔쳐서…”


“아, 네가 주사를 줬다던가 뺏겼다던가 팔았다던가 전부 상관없어. 중요한 건 마리아에게 의존하고 있던 사람이 많았다는 거야. 만약 마리아가 없다면, 우리에게 큰 타격이 있지 않겠어? 그러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새로운 마리아를 만들어야지.”


그제서야 어렴풋이 눈치 챌 수 있었다.


“...설마.”

“그 설마야. 새로운 마리아, 새로운 상품.”

여자의 손에는 어느새 스파크가 튀는 퓨즈가 들려 있었다.


“이걸로 당신을 마리아로 만드는거지. 안 좋게 생각하지마, 이건 당신을 위한 일이야. 바보가 되면 이 세상을 더 편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겠어?”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일방적인 폭력. 하지만 미소는 한껏 아량을 베푸는 호인의 얼굴이었다. 그 순간, 문득 마리아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질렸어.’

그녀는 무엇에 질린걸까. 순수한 감정을 팔아 생을 연명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걸까. 눈 앞에 있는 이 여자의 아래에서 자기 자신을 팔아 해치우는 상황이 싫었던걸까. 아니면...전부 다, 모든 것에 지쳐 약에 취한 채로 방아쇠를 당겼던걸까. 그리고 만약 내가 새로운 마리아가 되어, 그 골목길 어느 방 안에서 살게 된다면. 그런 상상은 어느 날 약실에 탄을 꽂아 넣은 채 방아쇠에 손을 넣는 나의 모습을 그린다.


“..사..살려주세요…”


마리아의 최후가 곧 나의 미래에 대한 암시였다.


“뭐라고?”


“제발..제발 그것만은…”


그렇기때문에 나는 자비를 구걸했다. 그런 말로를 피하기 위해서 구차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야, 이렇게 겁을 먹을 줄 몰랐는데.”


“제발…다른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어떤 조롱을 듣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런 일만을 피하고 싶다. 그런 비참한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만이 마음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후후, 그래...걱정하지 마, 당신을 이런 시궁창에서 썩힐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냥 조금 놀려본건데 이야, 반응이 좋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나는 가까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솔직히 당신은 그런 시궁창에서 썩히기 아까운 인재거든. 당신한테는 다른 일이 어울려.”


“어울리는 일...”


“의사잖아. 우리 아버지의 주치의가 되어줘.”


그 말은 들은 순간 조금 안심하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듯이.


“그렇게 주치의로 일하다가 아버지를 죽이는거야, 당신 손으로.”


짐승의 세계는 약자에게 가혹한 운명을 강요한다.


_____________


전에 쓰던 의사는 달나라를 꿈꾼다

그거 고쳐서 다시 하려고 합니다

그 때는 걍 막질렀는데 막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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