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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2부 -5-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5 18:07:01
조회 617 추천 34 댓글 15
														



 이제 설 명절을 앞둔 중요한 시기가 왔다. 대학교 취업반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친척들에게서 수금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요즘 계속 들러붙는 수련이가 친척들 눈치를 볼 테니 조금은 해방될 기회이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이 녀석이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싫어! 나리 언니랑 단 둘이 보낼 거야!"


 요 몇 주간 단 둘이 지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자는 시간 빼면 내 몸만 노리는 주제에. 난 오히려 너에게서 해방될 기회거든.


 "정 가고 싶으면 나랑 내기 해!"


 "응해야 할 이유라도?"


 또 그렇고 그런 짓을 해서 상대를 보내는 쪽이 승리! 이런 식으로 유도할 생각이 분명해보였다. 최근엔 밥 지어주는 것에도 키스보다 더한 걸 요구하기 시작했으니까. 이 녀석의 사고는 대강 알 것 같았다.


 "내기는 언니가 정해도 좋으니까!"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 녀석을 이길 만한 내기는 의외로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모의고사처럼 엮은 문제집을 한 바퀴 풀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자잘한 실수가 나와서 만점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점을 요구하면 되겠지.


 "그럼 실전처럼 이 문제집을 다 풀어. 만점이 나오면 네 승리. 안 나오면 내 승리야."


 "한 문제정도씩은 봐주면 안 돼?"


 "안 돼. 어때? 받아들일 거야?"


 "해 보겠어!"


 설마 이번에야말로 정말 만점이 나온다거나 하진… 않겠지? 만약 나온다면 무슨 핑계를 대고 친척들을 만나러 가야 할까. 아니야! 반드시 뭔가 실수해서 만점이 나올 리가 없으니까!


 이렇게 드디어 책상에 달린 전등을 쓸 기회가 찾아왔다. 정말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걸 먼저 설치한 다음, 불을 꺼보였다. 그다음 스마트폰으로 스톱워치 기능을 켜 보였다. 정말 실전처럼 가는 거야.


 "OMR 마킹 제대로 해. 채점은 이거 기준으로 할 거니까."


 "알았어."


 정말 공부를 가르치면서도 쓸데없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공부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무조건 실수해라!


 "시작!"


 나는 스톱워치 스타트버튼을 누른 다음, 수능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어째선지 국어영역이랑 수학영역 시작할 때만큼은 맹렬한 속도로 연필이 두두두두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었지. 수학영역은 그렇다 쳐도 국어영역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좋아. 중요한 것은 현장감이니까.


 나는 바로 비슷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손바닥으로 매트리스 부분을 작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오! 얼추 비슷한 소리 같기도! 딱히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현장감을 주기 위해서니까.


 "언니. 방해 되거든?"


 "넌 수능 때 그렇게 말하니? 고작 연필소리 정도에서 방해되면 시험 어떻게 보려고?"


 "쳇!"


 수련이는 혀를 차고 샤프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계속 방해하고 싶었지만, 이 소리도 어디까지나 시작할 때 아주 잠깐 나는 소리니까, 현장감을 위해 슬쩍 멈추었다. 애가 공부할 동안 나는 할 게 없어서 모처럼 언니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물론 공부에 방해가 되면 안 되니 알림음이 들리지 않게 음소거를 해놓고.


 실제로 스톱워치로 재는 것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장점은 애가 먼저 다 풀어도 알람이 울리기 전까진 무조건 시험지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개인시간 생각보다 널널해지는 기분이야.  단점은 아마 애가 몇 번이고 다시 되짚어 볼 시간을 얻으면서 오답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르르르릉!


 모처럼 언니와 연락하는 시간이 즐거워서 그럤을까? 시간은 의외로 빠르게 지나 알람을 울렸다.


 "OMR카드 내놔."


 "으응."


 그리고, 현장감을 주기 위해서 휴식시간 20분을 주기로 했다. 쓸데없는 디테일이고, 정신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승부는 공평해야 하니까.


 근데 너무 실전처럼 해서일까? 수련이의 안색이 생각보다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거니까! 나는 그다음 수학영역이었다.


 "언니 알람 울리면 돌아올 거야."


 "으응."


 솔직히 컴퓨터로도 커닝한다면 할 수 있지만, 그 정도로 비겁한 녀석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 나는 시작하자마자 다시 매트리스를 두두두두 소리 나게 잠시 두들기다가, 문을 살짝 열고 나갔다. 드디어 두 시간 가까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옆집에 갈 기회야! 언니를 볼 기회야!


 흥분된 가슴을 가라앉히고 옆집 초인종을 눌러보았다.


-누구세요?


 윽! 유리 언니다. 솔직히 엄청나게 불편하지만 뻔뻔해져야 해! 확실한 용무가 있으니까.


 "나, 나리입니다."


-…어머? 낮짝 두껍게 여긴 무슨 용무니?


 생각보다 말을 세게 하는 걸로 보아, 안에 언니는 없거나 거사라도 치르던 모양이었다. 아니지. 그랬으면 언니가 내 연락을 받지 않았겠지. 그러고 보니 최근 옆집에서 별 소리가 안 들려오긴 했었는데. 바로 되돌아갈까 고민했지만, 용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부, 부탁드릴 게 있어요."


-네 언니 지금 없는데?


 아까 연락을 받아서 틀림없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 간 걸까? 아쉽긴 했지만, 지금 용건은 유리 언니라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요."


 그러자 철컥 하고 문이 잠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유리 언니의 상체가 나와 맞이해주었다. 여전히 얼굴도 조그맣고 예쁜 얼굴이었다. 과연 내가 이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길 건덕지가 있을까? 벌써 자신감이 푹 죽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과 단 둘이라니 이것도 이것대로 긴장되었다.


 "들어 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따끔거리고 있었다. 아마 반지 건으로 좋은 감정을 품고 있을 리는 없겠지. 침착하자. 침착해. 그나저나 벽이 조금 달라진 것 같네. 설마… 방음벽일가? 최근 옆집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은 이유는 설마? 고작 그러려고 이렇게까지 한다고?


 "언니도 없는데 무슨 일이야?"


 유리 언니는 바로 용건부터 물어왔다. 아마 빨리 해결하고 쫓아내고 싶은 거겠지. 문전박대 안한 게 다행이었다.


 "요, 요리를 조금만 가르쳐 주세요."


 "그건 왜?"


 살짝 미심쩍은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평소 와서 얻어먹을 생각만 하던 애가 요리를 가르쳐달라는 거 이상해 보일 수 있다. 근데… 수련이의 시험을 실제 실전처럼 하려면, 수학 영역 직후엔 식사시간을 줘야 하니까. 근데 미리 식사 준비를 못했다는 걸 방금 떠올렸으니까. 


 "사촌 동생을 위해서… 예요."


 "최근 같이 살고 있는?"


 "네."


 "좋아."


 의외로 흔쾌하게 받아주어서 살 수 있었다. 어쩐지 기분까지 좋아 보였다. 설마 내가 상대를 갈아탄 걸로 오해하는 걸까? 사실 언니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을 굳이 꺼내서 화를 사진 말아야지.


 밥을 짓는 과정은 일단 거르고, 음식을 데치고, 삶고, 볶거나 튀기는 기본을 알려주며 옆에서 상세하게 지도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게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가 잦았지만, 의외로 즐겁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요리라는 거 의외로 즐겁구나.


 오늘은 제육볶음이었다. 재료는 당연히 유리 언니의 집에 있는 것을 사용했다. 생각보다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어서 초심자에게도 좋다나? 기회가 생기면 이것저것 자주 배우러 와야지. 기왕이면 내 언니에게 배우고 싶지만.


 따르르르르르릉!


 "무슨 소리니?"


 "앗! 시간이 됐어요!"


 나는 막 완성된 제육볶음이 담긴 프라이팬을 들고 유리 언니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거랑 찬밥 조금만 챙겨 가면 안 될까요? 지금 필요해서 그래요."


 "그래. 얼마든지. 그리고 잘 해봐! 응원할게!"


 역시 언니를 노리고 있지 않다고 오해하고 있을 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쩐지 복잡한 기분이야. 반지 이야기를 꺼내면 귀찮아질 테니 서둘러 도망가야지.


 "감사했습니다. 그럼 이만!"


 다른 말이 나올 새라 서둘러 음식들을 챙기고 내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여니 살짝 어두운 방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근데 분위기가 왜 이렇지? 수련이는 어딘가 침울한 느낌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시, 시간 다 됐는데."


 "여, 여기."


 눈가가 붉게 부어 있었다. 아마 만점을 실패한 거겠지?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지만, 간신히 티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걸로 설날은 세뱃돈과 함께야.


 "이제 50분정도 쉴 거야. 타이머를 잴 건데."


 바로 준비해 온 음식들을 꺼내보였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따끈따끈한 음식을 먹긴 힘들지만… 그 때는 보온 도시락 통을 쓴다고 생각하자. 흐느끼던 수련이는 예상외의 것이 등장했는지 잠시 멈칫해보였다.


 "이, 이게 뭐야?"


 "옆집에서 직접 만든 거야. 무, 물론! 도움을 조금 받았지만! 수학 영역이 끝나면 점심시간이잖아."


 "언니! 사랑해!"


 내게 와락 안겨오면서 가슴에 엉겨 붙어 다시 울기 시작했다. 어째선지 우는 모습에 약해져서 차마 밀어낼 수는 없었다. 그래. 이게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대로 좋겠지. 어차피 애가 만점을 실패했다면 이정도 어리광은 얼마든지 받아줄 의향이 있으니까.


 "먹여줘. 응?"


 "시험장에서는 언니 없거든. 직접 먹어."


 "쳇."


 어느 새 조금 회복한 수련이는 손등으로 눈믈을 닦아가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맛있어! 또 만들어줘."


 "언니만 믿어."


 나는 맛나게 먹는 수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모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참 귀엽고 착해 보이는데 말이야.


 수련이는 식사를 다 마친 뒤에 내게 엉겨 붙어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시, 시험 때는 내가 없다니까! 아까 귀엽고 착하단 생각 취소야! 보통 수능 때는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영단어 하나라도 더 보지 않아?


 "자, 잠깐 긴장 너무 풀렸어! 실전이라고 생각해! 실제 수능에는 언니 없으니까!"


 "응, 응. 알고 있어."


 이미 만점을 놓쳐서 체념한 걸까? 묘하게 괘씸하단 말이야. 언니는 그거 용납 못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아! 애를 다루는 데는 익숙해 졌으니까!


 "나머지 두 과목도 최선을 다 하면… 좋은 일이 있을 지도?"


 "할게!"


 물론 있을 지도 모른다고 했지,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수련이에겐 미안하지만 이걸로 간신히 정상 궤도로 되돌릴 수 있었다. 설마 갑자기 나머지는 모두 만점이 나오거나 하진 않겠지?


 이후엔 정말로 별다른 문제없이 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마 수련이도 피곤하겠지만, 나도 벌써 지쳐버렸다. 하지만 드디어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제2 외국어까지 다 치르고 나온 OMR을  답안지와 비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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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화는 현실적으로 수험생을 다룬다는 느낌으로 백합분이 부족합니다.

 백합분을 줄인 이유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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