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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욕망] 언니에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3)

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23:36:30
조회 431 추천 13 댓글 2
														

이전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707926&search_head=60&page=1

* * *

 “2차 성징이 끝나고 나면 마족에게 제일 의미 없는 게 나이야.”


 스피엘이 길어지는 릿의 잔소리를 끊으며 말했다. 뚱한 표정으로 릿의 설교를 듣던 아르는 스피엘이 릿의 주위를 끌어준 틈을 타 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일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스프를 떠먹고 있는 히를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필 릿 엄마한테 걸릴 게 뭐람.’


 아르가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대라고 생각해 데려온 같은 반 친구의 정기를 빨던 중 타이밍 나쁘게 집에 돌아온 릿과 마주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릿은 자신의 집 거실에서 알몸이 되기 일보직전인 딸의 친구와 그런 믿기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낸 딸을 보며 경악했고, 아르는 그대로 친구와 함께 줄행랑을 쳤다.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야 집에 슬그머니 기어들어온 아르는 가족들이 다 모인 식탁에서 식사 내내 이어지는 릿의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가 잠들 시간까지 들어오고 싶지 않았지만, 그랬다가는 셸이 자신을 집에서 영영 쫒아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거야 몸만 커다래진 거잖아? 셸도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좀 해봐.”


 “, 그래도 흡정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인간으로 치면 마족들 문화로 성인이 된 거나 다름없으니까...”


 릿은 이제 그 정도면 됐다는 듯한 스피엘의 말에 셸에게 지원을 요청 했지만, 셸은 스피엘과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말 나만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제랑은 또 다른 애였다고. 문 앞에서 키스하고 있는 것 까지는 모르는 척 해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하아, 누굴 닮아서 벌써부터 저렇게 난봉꾼인 거야.”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다 그런 분위기라고요.”


 아르는 자신이 평균 보다 심한 편이라는 자각은 있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몸 가는 데로 행동하는 게 이상한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틀린 변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발언을 들은 릿이 말을 잇지 못하자, 언제나처럼 셸이 릿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상황을 중재했다.


 “다들 다 먹은 거 같으니까 여긴 스피엘에게 맡기고 우린 슬슬 치우는 게 어때요? , 히도 그릇 모아서 가져다줄래?”


 셸이 릿보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빨랐던 이유는 그녀가 종족학을 연구하는 학자였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 스피엘과 만나고, 프루티에서 일어난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는 동안 셸과 릿은 이제껏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많은 상식들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십여 년 사이 인간과 이종족, 마족과의 융합은 많은 혼란 속에서 이루어졌고, 그 안에서 셸도 자신이 마족과 아이를 낳게 된다는 상상도 못했던 일을 겪었다.

 고문헌에서나 가끔 등장하던 일이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에 감탄할 틈도 없이 셸은 두 아이의 육아에 치이게 됐다. 조금 특별한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게 걱정도 있었지만, 히와 아르는 여는 아이들과 다름없이 쑥쑥 잘 자라주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셸의 걱정거리는 릿과 스피엘이었다. 셸은 그 둘이 투닥거리는 것을 볼 때마다 가끔 애를 넷을 키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히와 아르, 릿과 스피엘이 틈만 나면 부딪히는 걸 지켜보고 중재하는 나날들이 반복되었지만, 다들 사이가 좋아서 그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셸은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셸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으로 설거지를 시작한 릿의 뒤로 다가가 슬쩍 끌어 안았다.


 “릿,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알아. 난 그냥 걱정이 돼서...”


 릿이 잠시 손을 멈추고 히가 있는 곳을 슬쩍 봤다가 이내 손에 든 접시로 시선을 옮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릿도 셸처럼 히와 아르의 사이가 어딘가 어색해 졌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다. 특히나 릿은 찔리는 전적이 있어 히와 아르의 사이가 나빠진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셸만큼 마족에 대해 잘 알았다면 아르에게 좀 더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었을까도 생각했다.


 “아아, 릿도 예전에는 나한테는 셸 너 하나뿐이야!’ 같은 말을 해줬었는데, 지금은 스피엘한테도 꽤나 마음을 주고 있죠?”


 “? ,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릿의 허리에 두른 팔에 좀 더 있을 주면서 셸이 능청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셸은 아르와 히 사이의 일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아르에 대한 것은 스피엘이 잘 조언해줄 거라 믿었다. 릿은 한 번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분위기를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말 누가 난봉꾼인지. 아르는 당신을 닮은 걸지도 모른다고요?”


 셸은 서서히 손을 릿의 윗옷 안으로 넣으며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 하지마, . 아직 애들이 있잖아.”


 아이들 핑계를 대며 릿이 속삭였지만, 히는 이미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아르도 스피엘이 거실로 대려가 부엌에는 어느새 릿과 셸 둘 뿐이었다.

릿의 살결을 슬슬 문지르던 셸의 손길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금방 그렇게 화제 전환에 능숙한 셸이 치사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달아오르기 시작한 몸은 릿을 어질어질하게 했다. 그만둬야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셸의 옷 너머를 더듬기 시작한 손이 멈추지 않았다. 점점 귓가에 스쳐오는 셸의 숨결이이 머리를 바보로 만드는 것 같았다.


 ‘, 둘이서 이러는 건 오랜만이긴 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릿은 자세를 돌려 셸에게 키스했다. 교차된 다리 사이로 이제 막 젖기 시작한 셸의 아래쪽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네가 시작한 거니까 소리 정도는 참아줘.”


 조금씩 새는 소리를 내는 셸의 안으로 손가락을 하나 둘 밀어 넣으며 의미 없는 당부를 하고나니 옛날 생각이 몰려왔다. 이제 와서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지만 가끔은 스피엘 없이 둘만 있고 싶었다.


 한 편 거실에서는 뚱한 표정의 아르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스피엘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아르는 여지껏 스피엘이 정색하며 화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지금 그 모습을 처음으로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릿이랑 셸은 말이야, 저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잔뜩 긴장하고 있던 아르는 스피엘의 알 수 없는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피엘은 무언가 말을 고르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됐다는 듯 말을 뱉었다.


 “, 나도 그게 어떤 기분인지는 아니까 말리지는 않겠다만. 보는 눈이 많은 장소에서는 자중해. 그러다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후회하게 될 거야.”


 스피엘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아르를 몇 초간 응시하다가 이쪽으로 오지 말고 어서 방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덧붙이고는 부엌으로 사라졌다. 더 심하게 혼날 거라 생각했던 아르는 그게 끝이라는 걸 깨닫고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 스피엘이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었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후회할 건 또 뭐람. 다들 하는 일인데.’


 ‘다들’, 아르는 전혀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스프가 담긴 그릇을 향해 숟가락을 움직이던 히를 떠올렸다.


 ‘언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후회 같은 걸 해봤을까?’


 아르의 눈에 히는 살면서 후회 같은 걸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뭐든지 자신보다 앞서나가는 히니까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진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러고 보니 언니한테는 학교 얘기를 별로 들은 적이 없네.’


 어쩌면 히는 누구와도 사귀어 본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에 별로 관심 있어 보이지도 않으니까 아무와도 관계를 가져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르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히가 누굴 좋아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가기도 했다. 고지식한 부분이 있으니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관계를 가졌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 단순한 사고방식은 아르가 히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기분이 오르내리는 이유를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거 내가 드디어 언니를 앞지른 게 아닐까?’


 그리고 이것은 호기심과 주변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사춘기 특유의 감각에 편승해 매일 다른 인간을 만나던 아르의 행동을 가속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후회하게 된다는 것도 모른 채 아르는 그렇게 스피엘의 조언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 * *


 갑작스럽게 등 뒤에 느껴지는 감촉에 히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방금까지 비몽사몽했던 머리가 급속도로 잠에서 깨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꾹 참았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히는 방금까지의 대화의 맥락을 짚어보려고 기억을 되짚어봤다. 아르가 엉뚱한 돌발행동을 하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이런 식의 행동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언뜻언뜻 살이 맞닿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따듯함이 섬뜩했다. 지금 뒤에 있는 건 아르라고, 무서워 할 대상이 아니라고 되새김질 해봐도 멋대로 몸이 떨려오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젠 기억도 희미할 정도로 어렸을 때 아르가 종종 달라 붙어왔던 걸 떠올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아르의 체격이 자신을 뛰어넘은 건 진작이고, 마족이 진심으로 덤벼든다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 나 지금 아르를 마족이라고 생각한 거야?’


 순간적으로 히의 사고가 멈췄다. 아무리 새벽이라 조용하고 잠결에 놀랐다 해도 그건 너무 나간 생각이었다. 히는 자신도 모르게 중등부에 있었을 때 혼자 있던 때를 노려 자신을 덮치려했던 한 학년 위의 마족을 떠올렸다. 힘의 우위에서 종족의 특성이 무조건적이라고 생각하는 멍청한 마족이었다. 기습을 당해 한차례 밀어넘겨지는 굴욕을 당하기는 했지만, 곧바로 마법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잘 훈련된 상위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마족이 아닌 이상 우등생인 히에게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애초에 마족들에게 껄끄러움을 가진 히가 학업에 열중한 건 어느정도 그것을 위해서기도 했다. 덕분에 고등부의 몇몇과 선생님들을 제외하고 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 시점에 학교에 없었다.


 ‘아냐, 그런 마족들이랑은 달라. 아르는 내 동생인걸. , 지금도 그냥 가만히 안고 있는 것 뿐이잖아.’


 히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르는 바보 같기는 해도 사리분간 못하는 멍청한 짓을 할 애는 아니었다.


 “언니는 나 싫어하지 않지?”


 어떻게 들어도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히는 평소보다 주눅 들어 보이는 아르의 말투에 내심 안도했다.


 “...안 싫어해.”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은 히는 최대한 동요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대답하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마음은 많이 진정되었는데도 달아나버린 잠은 돌아오지 않아 방을 서성였다. 최근 점점 이상한 짓이 는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방금은 특히나 이상했다.


 ‘보나마나 내가 할 수 없는 걸 자기는 할 수 있다고 신나하는 중이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히는 지금까지는 엉뚱한 짓을 하긴 해도 속이 뻔히 보이는 아르를 나름대로 귀여워하고 있었다. 물론 최근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변해버린 것 같은 동생에게 조금 거리를 느끼고 있기는 했다. 집에서까지 이 여자 저 여자를 끌어들이는 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 화를 내는 중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춘기의 기행일 뿐 원래래도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마족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니까...아니, 그것보다 뭐야 그 질문은?’


 히는 그 날 처음 동생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는 차갑게 식은 몸에 아까의 온기가 떠오르면서 섬찟해졌다. 껴안은 동안 간간히 느껴지던 아르의 숨결이 귓가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히는 자신의 몸에 서서히 잠식해오는 알 수 없는 혐오감에 눈을 감았다.


 ‘사람이라면 본능이라는 핑계를 대는 건 비겁해.’


 다시 눈을 떴을 때 무심코 쳐다본 창밖으로 구름 한 점 없는 새벽 하늘에 보름달만 조용히 빛을 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정말 무슨 일이 생겨 자신이 소리를 질렀더라도 엄마들이 듣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쓸때 없는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그대로 침대로 몸을 던지며 이제 더는 아르와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꼈다.


-------------------------------------------------------

와... 설날이랑 집안일이 겹치면서 도저히 이어서 쓸 짬이 안났는데, 대회 연장 덕분에 한 편 더 썼네요..

아직 한 편 더 남았고, 더 준비해둔 건 대회 끝나고도 최대한 빨리 이어쓸게요.. 혹시나 기다려주신 분이 있다면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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