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록라 기사엔딩은 록라를 통틀어 흐름이 가장 난해함

5층에 가면 갑자기 기사가 사라지는 것, 보스전이 기사를 저지하는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 엔딩에서 믈라한테 대가리 박는 기사까지

로도스 오퍼들이랑 동행하다가 오퍼들이 시테러 돼서 그걸 기사가 쳐부수고 믈라한테 달려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난 좀 다른 추측을 해 보고자 함

이 아래로는 한섭에 아직 안 나온 미즈키 4엔딩을 포함한 내용을 무질서하게 언급하고 있음

🔼 미즈키록라 훈장 

🔼 게임 실패 텍스트

미즈키록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뮬레이션의 일부임

꺼져버린 등불 아래 영어 멘트가 uncompleted simulation인 것도 그렇고, 훈장 텍스트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음

그리고 이건 엄밀한 의미에서의 정밀한 시뮬레이션은 아님

의식의 흐름에 가까움

예를 들어 보자면 해말이 엔딩은 정사지만, 실제로 해말이가 겪었던 내용과 인게임에서 유저가 해말이 엔딩을 보는 방식은 전혀 다름

🔼 PV

🔼 1엔딩 이후 스토리 

미즈키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인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데, 이건 키케로에게서 물려받은 일종의 사명임

해말이 또한 키케로의 실험체였고

🔼 1엔딩 이후 텍스트

해말이가 시본 형태인 파라노이아 일루전으로 변이한 건 위매니의 의지에 의식이 잠식된 거고, 다시 인간 형태로 돌아온 건 내려놓지 않았던 인간성 덕분임

유저는 해말이를 두들겨팼지만, 실제로 해말이가 누구한테 두들겨맞아서 인간으로 돌아온 건 아님

텍스트에서 묻어나는 뉘앙스는 스스로의 인간성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회복한 것에 가까움

미즈키도 같은 방식으로 인간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그렇다면 유저가 체험하는 해말이 보스전은 뭔가?

난 이게 해말이 내면에서 위매니의 의지에 저항하는 인간성의 투쟁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봄

이것과 동일한 구도로 전개되는 보스전이 하나 있음

미즈키 4엔딩 보스전임

여기서 미즈키는 고요함의 원흉인 '원초의 명맥'과 결합함

그래서 이런 모양이 되는데

인간을 집어삼키려는 원초의 명맥에 대항해 미즈키는 '인간의 빛'을 원초의 명맥에게 증명해야 함

미즈키 4엔딩 보스전 이름이 그래서 '인간의 빛 (人之光辉)'임

4엔딩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미즈키와 시본인 미즈키(와 더해 원초의 명맥)이 대화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옴

~

마침내 생각이 끝났다.

인간의 자아는 자신의 감정, 욕망, 생각을 비인간적 자아에게 표출한다.

그는 받아들였다.

그는 물 위에 떠서 미즈키의 새로운 몸을 부드럽게 조각했다.

그리고 큰 무리는 그의 조언을 따랐고, 양분을 모아 침묵에 빠졌다...

그 직후 그는 태어났다.

신의 선물인 인간의 영혼이 담긴 탄소 기반의 몸이 연안 암초에 조심스럽게 놓였다.

그는 곧 깨어나 다시 한 번 인간의 감각으로 세상을 만졌다.

습한 공기, 태양의 온도, 그리고 산들바람이 모두 그를 아주 즐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친근한 촉수가 그의 머리를 만졌다.

이것은 그에게 이 세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미즈키가 "미즈키"와 헤어질 때다.

미즈키: 네 곁에 있어서 그동안 지루하지 않았어.

미즈키: 고마워.

미즈키: …

미즈키: 그럼, 안녕.

그는 인간의 언어로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해사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그 다음에--

우주가 울부짖었다.

~

미즈키와 "미즈키"의 대화가 바로 그것임

여기서도 미즈키의 인간성은 "미즈키"가 가진 시본의 본능에 대항했고, 결국 이겨냈음

서두가 길었는데

결국 미즈키록라에서 플레이어가 전투를 겪는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그 세계선에서 어떤 교전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임

이제 다시 기사엔딩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음

몹 코드가 DOQ > Don Quixote 인 데에서도 알 수 있듯 기사의 모티브는 돈키호테임

돈키호테는 어떤 인물이냐면, 혼자만의 망상에 시달리며 무해한 사방을 들쑤시다가 그 대가로 존나게 얻어맞는 인물임

풍차를 거인으로 오인하고 돌진하는 장면이 가장 유명할 거임

난 기사 보스전에서 기사가 돌멩이를 두들겨패는 장면이 이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함

저기서 돌을 신경쓰는 놈은 기사 하나밖에 없음

나머지는 돌을 때리기는커녕 쳐다보지도 않음

보스전 텍스트에서 '운명은 끊임없이 그에게 재난과 시련을 가져'온다고 하는데, 이 재난과 시련이라는 건 사실 기사의 자의적 해석임

길바닥 돌무더기 하나조차 못 지나쳐서 때려부수는 놈이니까 운명이 끊임없이 시련을 걸어 온다고 생각하는 거지

1엔딩이 해말이의 내면 투쟁, 4엔딩이 미즈키의 내면 투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2엔딩 또한 기사의 내면 투쟁이라고 봄

다만 그 투쟁의 대상 자체가 자기 상상 속 '운명', 즉 허상이었던 만큼 그 투쟁의 결과 또한 큰 의미는 없음

실제 돈키호테가 존나게 두들겨맞고 팔다리 병신 수준이 되어도 기사 노릇을 그만두지 않는 것처럼, 

기사는 그 '운명' (즉 보스전에서의 플레이어)한테 개박살이 났더라도 결국 전진하고 자기가 찾던 대상인 믈라를 마주치게 됨 

미즈키와 동행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기사의 행적을 대충 추측해 보자면 이럼 

처음

기사는 이미 뭔 짓을 하든 바다탓을 하는 정신병자임 (조우하는 시점)

보리를 바다에 심는 미친련이 어딨어요

초중반

기사는 바다에 돌진하려고 하지만 미즈키가 이걸 잘 막음 (조우 이후 인게임 4층까지)

엔딩 데이터 리뷰 텍스트에서 '기사의 돌진을 잘 막았군요' 하는 게 이 내용이라고 봄

후반

미즈키와 기사가 믈라한테 가까워지자, 기사는 말릴 새도 없이 어디론가 튀어나감 (인게임 5층 시작)

미즈키는 제 갈 길 가고 (인게임 5층 중간), 기사는 '운명이 내린 재난'인 돌멩이를 때려부숨 (인게임 5층 보스전)

끝

미즈키는 기사를 다시 찾아내고, 막아서려고 하지만 기사는 자꾸 자기 앞길 막으려는 미즈키를 파도의 첩자로 생각하고 창으로 찌름 (엔딩 텍스트 초입)

그 순간 기사가 파도를 몰고 온 믈라를 발견하고 달려듬 (엔딩 텍스트 중반 이후)

당연히 개박살나고, 2엔딩 보너스 텍스트로 연결 

기사 루트가 워낙 혼란스러운데 

이런 흐름으로 진행된다고 개인적으로 추측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