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나폴리탄] 사진을 빨래집게에 걸기로 했다.

저녁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31 15:45:14
조회 16408 추천 58 댓글 2
														


빨래집게 하나에는 아무런 사진이 걸려있지 않은 점이 신경 쓰였다.
무엇보다 내 사진을 찢고 싶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이런 상황이라 더더욱 그랬다.

나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빨래집게를 꽉 눌러 입을 벌린 후,
그사이에 내 사진을 두고 손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빨래집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의 머리통을 콱 깨물었다.
나는 어딘가 변화가 있을지, 잔뜩 긴장한 채로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

잠시 후 팽팽했던 줄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뜨거운 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뒤를 돌아보니 문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가 문이 완전히 열리기를 기다렸고, 이번엔 내 발로 들어갔다.
그러자 눅눅하고 끈적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무더운 여름날, 하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사람이 꽉 들어찬 버스에 탄 느낌.
그 끈적함을 느끼며 뿌연 안개를 손으로 헤치고 들어가자, 이번에도 문이 쾅 하며 닫혔다.

맨발에 닿는 바닥은 약간의 물기가 느껴졌고, 찰박거리는 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눈 앞을 가리는 뿌연 연기를 계속 손으로 지워내며 안쪽을 확인하려 애썼다.
그곳은 아빠와 몇 번 가본 대중목욕탕과 비슷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
다만 방 안, 정확히 가운데에 둥그런 욕조 하나만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
욕조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도 없었다.

나는 망연자실 서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하하하하하하!"

고생했으니까 목욕이라도 하라는 건가? 생각하고 혼자 크게 웃었다.
계속 웃었다.
그 소리는 벽과 벽에 끊임없이 반사되어 메아리쳤다.
얼마나 웃었는지 배가 아파질 지경이 되어 겨우 멈추자, 내 웃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어떤 소리가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수와아, 수와아, 하는 파도 소리.
대학교 MT 때 바닷가에서 들었던 파도 소리와 비슷한 것이, 내가 지나온 문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 착각이겠지만, 이따금 성별을 알 수 없는 괴상한 웃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겨우 무릎까지만 적실 귀여운 물살이 아니라는 걸, 이 방 자체가 진동하고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아니, 물이 맞는지도 이제는 모르겠다.
물이라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 살벌한 소리는 내가 있는 방에서 더욱 커지고 커져 나를 짓눌렀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던 나는 어느새 욕조의 앞에 다다랐다.
허연 김이 솟아나는 욕조 안은 그 깊이도, 온도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진동에 출렁이는 모습으로 어떤 '액체'라는 것만이 느껴졌다.

순간 쿵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문을 두드렸다. 계속 두드렸다. 두드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욕조와 문을 번갈아 보다가 끝내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58

고정닉 7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내 돈 관리 맡기고 싶은 재태크 고수 같은 스타는? 운영자 26/01/12 - -
- AD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화끈한 BJ 방송! 운영자 25/10/24 - -
- AD 겨울 스포츠&레저로 활력 충전 운영자 25/12/22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2) [24]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100664 418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10.17) [34]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755970 421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17506 58
20489 공지 FAQ [25]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7347 94
38304 공지 신문고 winter567(218.232) 25.07.21 7069 44
46673 잡담 너네 4사단 리디에 나온거알고있냐 [4] ㅇㅇ(222.235) 09:31 94 2
46672 잡담 아직도 일본여행 가이드괴담 생각남 [1] 강시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58 131 0
46671 방명록 푸른숲 3차 104동 입주민 소통방 ㅇㅇ(220.78) 04:56 72 2
46670 잡담 레딧 펌)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안전 수칙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1 317 12
46669 나폴리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dlxorud(14.54) 01:52 49 2
46668 기타괴 호텔은 당신의 잠을 빚으로 남겨둔다 Die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2 79 5
46667 나폴리 땡! Infigh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54 5
46666 기타괴 공포의 조선시대 시체공격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2 187 6
46665 나폴리 투탕카멘의 저주 [2] Tiama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1 115 7
46664 찾아줘 찾아줘) 게임 속에서 탈출하는 괴담 찾아줘 [2] ㅇㅇ(59.21) 01.15 91 1
46663 잡담 지금까지 쓴 낲갤글 모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37 6
46662 기타괴 진짜 컵케이크의 맛은? [2] 로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90 10
46661 잡담 25년 4분기 명작선 언제 나오나요ㅠ [2] 00(116.123) 01.15 140 0
46660 규칙괴 자신이 고른 물건에 따라 본인의 역할이 확정됩니다. [5] marketvalu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775 17
46658 잡담 귀신동굴 tene(125.138) 01.15 63 4
46657 방명록 ...오다 주웠다 [5] 부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487 18
46656 잡담 탈피를 중단하십시오 [1] ㅇㅇㅇ(222.110) 01.15 117 5
46652 기타괴 인류 존속, 생존자는 0명 [15] 칼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048 49
46651 기타괴 소원 수리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49 5
46650 기타괴 떨어뜨린 것은 주워담을 수 없다 [4]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480 22
46649 잡담 나만 그러는건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69 0
46648 잡담 괴이들한테 추천하는 책 부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11 3
46647 규칙괴 [IOSP-3242] 미중고등학교 겨울방학 학생 생활 안내 Coml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09 4
46646 찾아줘 우주를 배경이나 주제로 한 괴담좀 찾아줘 [2] ㅇㅇ(183.108) 01.15 142 1
46645 잡담 걍 하고싶은대로 하면 됨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15 2
46644 기타괴 우연히 로그인이 됐기 때문에 [5] 낲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662 22
46643 나폴리 작가와 식가 [3] Infigh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98 9
46641 찾아줘 괴담 하나 찾아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74 0
46640 사례괴 ai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n2sna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08 6
46639 기타괴 이것은 ㅇㅇ이 아니다. ㅁㅁ이다. [3] ㅇㅇ(211.118) 01.15 179 7
46638 기타괴 만약에.. 반대로 가면 어떻게 될까? [1] ㅇㅇ(211.118) 01.15 151 4
46637 기타괴 층간소음 해결사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89 4
46636 잡담 여기 갤뉴빈데 카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56 1
46634 나폴리 은혜를 원수로 갚는 ㅇㅇ(121.132) 01.15 80 2
46633 나폴리 오늘 하루의 달은 없었다. 라따뚜이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73 2
46632 나폴리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dlxorud(14.54) 01.15 69 2
46631 나폴리 10년 후의 나 로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70 2
46628 찾아줘 괴담 찾아줄 수 있음? [2] ㅇㅇ(58.29) 01.14 214 0
46627 잡담 고찰 시리즈를 더 내달란 의견도 있던데 [4] 나폴리탄국수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204 2
46625 방명록 초지능과 대화하는 인간을 위한 안내서 [5] n2sna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938 24
46622 잡담 나폴리탄 원작자는 참 좋겠다 [1]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688 12
46621 잡담 다들 만들 때 고민이 많구나 [7] 스트레스존나받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254 1
46620 규칙괴 [Senna S 스키장 비상 탈출 매뉴얼] [2] 마크웨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217 8
46619 잡담 원래 "적당히" 가 제일 어려워 [7] 블루워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1435 19
46618 찾아줘 ㅈㅂㅈㅂ 나를 흉내내는 것<< 이 괴담 좀 찾아줘 ! [1] 스땁(58.231) 01.14 213 0
46616 잡담 요즘 드는 생각인데 조언좀 부탁함 [14] marketvalu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342 2
46615 잡담 입문 계기 [8] ㅇㅇ(211.36) 01.14 708 18
46614 기타괴 과거의 문을 여는 카운트다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84 2
46613 나폴리 인간들은 바퀴벌레 같아요. Tiama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166 5
46612 기타괴 악마와의 인터뷰 ㅇㅇ(106.250) 01.14 115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