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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포항 갈매기등대 항로표지관리원 근무일지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0 00:39:01
조회 10492 추천 115 댓글 12
														


[시리즈] 초자연현상처리반 모음집
· 초자연현상처리반 모음집



23년 4월 12일.


날씨 맑음. 울릉도 보임.


내일은 신입이 오는 날이다. 뽑는다는 얘기는 한참 전에 돌았는데, 추노라도 한 건지 인제야 보충이다.


나도 이젠 쉴 수 있겠지.



23년 4월 13일.


날씨 흐림. 울릉도 보임.


APOF 전술 차량을 타고 신입이 도착했다. 엄청 긴장한 티를 내니까 괜히 골려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생각해보니까 이쪽으로 올 신입이 추노한 게 아니라 내가 전에 친 장난 때문에 팀장님이 이쪽으로 잘 안 보내줬던 것 같다.


이번엔 친절한 맞선임으로 지내야지.



23년 4월 15일.


날씨 우천(500mm). 울릉도 보임.


신입이 1층 적응을 끝냈다. 사흘밖에 걸릴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어리버리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빨리 3층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비가 많이 내려서 신입이 걱정한다. 외부에서 볼 때 등대가 그리 크지 않아서 흔히 하는 착각이다. 엘리베이터를 탄 시간만 계산해봐도 1층 높이는 대충 알 텐데.


불안해하는 거 잘 달래줘야겠다. 어차피 조만간 2층으로 올릴 참이다.



23년 4월 17일.


날씨 맑음(44도). 울릉도 안 보임.


신입 2층으로 올려서 가르치다가 비상 알림에 급하게 신입은 1층으로 내려보내고 등명기부터 살폈다. 시발. 잘 비추다가 왜 인제 와서.


등명기는 정상 작동한다. 뭐가 문제지 싶었는데 안개가 꼈다. 곧바로 APOF에 연락했다. 이틀 내로 토벌될 거다. 좆같은 새끼들.


신입은 바깥 온도가 이게 맞냐고 물었다. 어차피 나가지도 않을 거 뭘 그리 궁금해한담.



23년 4월 18일.


날씨 추움(영하 22도). 울릉도 안 보임.


신입이 드디어 우리 갇힌 거냐고 물었다. 그래도 평일 마지막 날에 눈치챈 거 보니까 빠릿빠릿한 건 분명하다. 나는 2주는 지나야 눈치 챘는데.


잘 위로해줬다. 어차피 보급이야 정기적으로 와주니까. 이번에 신입 오면서 전에 주문한 패키지 게임들 데이터도 들어왔다. 신입이랑 같이 해야지.


그건 그렇고 추운 것 때문에 등명기에 성에가 끼진 않았나 살피느라 진땀 좀 뺐다. 울릉도가 안 보여서 다행이지 보이는 상황에서 성에 제거하려면 너무 힘들어.



23년 4월 20일.


날씨 눈(120cm). 울릉도 보임.


신입이 2층도 빠르게 적응했다. 그래도 1층에 익숙해졌으면 2층이라고 다를 건 없으니까. 나도 2층은 좀 빠르게 적응한 편이고. 곧 3층으로 올릴 생각이다.


내가 하도 조명기 타령을 해대서 그런지 신입이 조명기에 대해서 물었다. 자기가 이 근처 해안가에 살았었는데 밤만 되면 등대 불빛만큼은 또렷하게 보여서 얼마나 밝은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된 걸 이렇게 써먹게 될 줄 몰랐다고 하면 놀라겠지? 어차피 3층 오면 알게 될 거 안 알려줬다.



23년 4월 21일.


날씨 맑음. 울릉도 보임.


씨발...... 신입이 발작했다. 2층에서 정수기 물 따르지 말라고 한 걸 깜빡 잊었다. 그거 2년 전에 물갈이 타이밍 못 맞춰서 더는 못 쓰는 거였는데.


그래도 응급처치는 끝냈다. 나머진 신입이 깨어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씨발 내가 왜 까먹고 정수기 얘길 안 했을까. 저거 진짜 치워야 하는데.



23년 4월 28일.


날씨 안개(가시거리 1m). 울릉도 보임.


신입이 깨어났다. 쓰러져있는 동안에도 업무는 해야 되고, 그렇다고 내가 1층까지 왔다갔다 하기엔 안개가 껴서 시간도 부족했다.


결국 신입이 3층에서 깨어나자마자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다시 기절시켰다. 비명을 덜 지르든가, 아니면 안개가 걷히면 1층으로 보내야겠다.


아 근데 비명은 별로 안 좋은 징조인데. 3층엔 잘 적응할 수 있으려나. 등대지기 업무 보려면 3층까지 적응해야 하는데......



23년 4월 32일.


날씨 흑암. 울릉도 보임.


신입이 다시 깨어났다. 반쯤 죽여놨다. 일주일은 앓아눕는 게 낫다.



23년 5월 2일.


날씨 땡볕(52도). 울릉도 보임.


신입이 2주 만에 깨어났다. 일단 때린 거 사과하고 바깥 못 보게 한 뒤 1층으로 내려보냈다. 사람 하나만 더 있었어도 적당히 달래줬을 텐데.


어차피 추노도 못 하겠지만. 씨발 자살할까 무서운데 그렇다고 3층에 놔두면 또 발작할 것 같아서 존나 헷갈려.


그래도 당분간 울릉도는 계속 보일 것 같다.



23년 5월 4일.


날씨 땡볕(71도). 울릉도 보임(왜곡됨).


신입이 라디오 내용을 들고 올라왔다. 3층에 불쑥 올라와서 놀랐는데 1층에서 마음을 잘 달랜 것 같다.


라디오 내용을 들어보니 국경을 넘은 어느 미친 외국인 듀오가 라디오 중계 차량 하나 탈취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단다.


어쩌라는 거지 싶어서 신입 보니까 걔도 뭐 어쩌라는 건가 싶어서 다시 내려갔다. 죽다 살아나니까 개그맨이 되고 싶어졌나보다.



23년 5월 5일.


날씨 작열(102도). 울릉도 보임(극심하게 왜곡됨).


신입이 덥다고 날 찾았다. 안 그래도 울릉도 보고 APOF에게 연락한 참이었다. 조만간 해결될 테니 냉각팩 몸에 붙이고 다니라고 했다.


그나저나 이젠 불쑥불쑥 3층에 잘 찾아온다. 좋은 징조겠지?



23년 5월 6일.


날씨 선선. 울릉도 보임.


좋은 징조는 개뿔.



23년 5월 7일.


날씨 맑음. 울릉도 보임.


APOF에서 정기 보급 연락이 왔다. 조금 일찍 와줄 수 없냐고 했다. 이유야 뭐......


하, 시말서는 언제 다 쓰냐.



23년 5월 9일.


날씨 맑음. 울릉도 안 보임.


APOF에서 정기 보급이 왔고, 시체도 회수했다. 씨발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나도 신경 쓰고 싶었어. 관리해주고 싶었다고.


그리고 울릉도가 보이지 않아서 그것도 APOF에 연락했다. 등명기는 이상 없음. 각종 관측 데이터도 딱히 문제는 없다.


울릉도에 문제가 생긴 거겠지. 언제는 안 생겼냐마는.


안 물어봤는데 APOF에서 떠나기 전에 울릉도 근황을 알려줬다.


씨발 안 물어봤다고. 알고 싶지 않았어.



23년 5월 10일.


날씨 뇌우(2,000mm). 울릉도 안 보임.


등명기 껐다. 어쩔 수 없다. 번개가 친다. 번개가 치면 3층에는 절대 못 올라간다. 원격조작이 가능해서 다행이지.


3년 전엔 원격조작도 안 됐다는데 이 날씨에 3층에 올라가서 등명기를 건드렸다고 생각하니 좀 끔찍해졌다.


문득 라디오가 생각나서 라디오를 틀었더니 호라이즌 타운에서 웬 여자애가 노래를 더럽게 못 불렀다.


아, 이거 설마 그건가.



23년 5월 12일.


날씨 뇌우(1,200mm). 울릉도 보임.


원리는 모르지만 말을 좀 나누니까 재밌다. 몰랐던 것들도 자세히 알려주고.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근데 여자 진짜 시끄럽다. 이렇게 말 많은 애는 또 처음이야. 무슨 쉬지도 않고 3시간을 내내 떠들 수 있다는 거지? 떠드는 것도 경력직이라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외국인은 의외로 한국어를 할 줄 안다. 하긴 옆에서 저렇게 쉬지 않고 떠드는데 못 배우면 그게 이상하지.


얘네랑 말 섞으면 시간이 잘 간다. 등명기는 폭풍우가 조금 잦아들어서 켰다. 울릉도 안 보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잘 보인다.



23년 5월 13일.


날씨 극저온(영하 72도). 울릉도 보임.


3층 전체에 성에가 꼈다. 제거하느라 진땀 뺐다. 등명기에 낀 성에는 씨발 새끼들이 틀림없다. 이 개새끼들 때문에 오른팔이 날아갈 뻔했다. 씹새끼들.


한동안 신경 안 쓰고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1층의 불이 다 꺼졌다. 급하게 두꺼비집 찾아서 퓨즈 갈아주고 불 켰다. 사라진 것도 꼼꼼히 체크했다.


정수기 사라졌더라. 이건 잘 된 일이니까 일부러 보고할 때 누락시켰다. 쌤통이다, 신입 킬러.



23년 5월 15일.


날씨 흐림. 울릉도 보임(분절됨).


울릉도 상태가 이상해서 APOF에 연락했다. 뭔가 이상하다. 울릉도가 저렇게 딱딱 끊어져서 보일 리가 없는데. 무슨 이변이 생긴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어제 라디오의 외국인 듀오가 울릉도에 찾아간단 헛소리를 했었는데.


설마.



23년 5월 15일. 추가.


날씨 맑음. 울릉도 안 보임(분절됨).


APOF에서 연락이 왔다. 허가 받지 않은 자가 울릉도에 침입했다고 했다. 이쪽 데이터를 전부 넘겼다. 일단 내가 보기에 이상한 점은 없었는데.


울릉도는 이제 거의 안 보인다. 뭐랄까, 채 썰린 꼴이랄까. 가느다란 실선들은 보인다. 저게 울릉도겠지?


요즘엔 3층도 잠잠하다. 이상하리만치 잠잠하다.


뭐지. 대체 뭘 놓친 거지?



23년 5월 15일. 추가.


날씨 맑음. 울릉도 안 보임.


라디오를 부쉈다. 며칠 전 뒤진 놈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 진짜 갈 때도 곱게 가지 못하네.


잠잠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3층에만 신경 쓴 사이 1층과 2층이 지랄났다. 어쩔 수 없이 APOF에 연락하고 정수기 새로 들일 때까지 3층에서 지내야겠다.


오랜만에 팀장님한테도 연락이 왔다. 급하게 신입 하나 보내는 중이랬다. 이미 타 등대에서 3층까지 적응한 애라 이곳도 금방 적응할 거라고 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마 힘들겠지.



23년 5월 17일.


날씨 없음. 울릉도 없음.


선배, 이렇게 쓰는 거 맞아요?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선배, 누가 근무일지에 이런 잡담만 적어놔요.


제발 뭐라도 쓸만한 걸 적어놨어야죠!


씨발...... 근데 선배도 몰랐겠죠. 몰랐으니까 등명기를 박살낸 거죠?


덕분에 저는 등대에 갇혔어요.


이 개씨발것들과 함께.


좆같지만 살아볼게요.


살아서 반드시 선배 턱주가리를 날릴 거예요.


언젠가 살아서 봬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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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꺼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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