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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눈을 떠보니 내가 히나 씨?! #2

ㅇㅇ(211.200) 2019.12.14 00:02:51
조회 1512 추천 52 댓글 13

1화 : https://gall.dcinside.com/m/weatherbaby/199126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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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씨다.


히나 씨가 거울 속에서 경악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혈관이 비칠 듯 말 듯 새하얀 피부, 맑은 색상의 벽안, 빈민가에서 자란 것처럼 비쩍 마른 몸매.


막 잠자리에서 깨어나서 머리가 부스스한 탓에 다소 어색하긴 해도 확실하다.


내가 눈을 크게 뜨자 거울 속의 히나 씨도 덩달아 눈이 휘둥그레진다.


시험 삼아 오른팔을 들어봐도,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쳐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째서?”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공황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신체의 변화를 자각했다.


허벅지 사이, 즉 고간이 허전하다.


무언가 툭 튀어나와 팬티와 바지의 압박을 받아야하는데, 지금은 반대로 옴폭하게 패인 느낌이다.


가슴도 마찬가지다.


이전처럼 넓고 평평하지 않고, 좌우로 좁아진 면적을 완만한 구릉 두 개가 차지하고 있다.


눈높이도 훨씬 낮아졌고 팔다리 또한 얇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다.


이게 누구를 골리려는 눈속임 마술이 아닌 이상, 결론은 하나다.



지금의 나는 모리시마 호다카가 아니라 아마노 히나.



“누나, 무슨 일이야?!”


곧이어 나기 선배가 아직 잠긴 목으로 나를 부르며 화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엿보인다.


아침댓바람부터 자기 집 화장실에서 비명이 들렸으니 당연하겠지만.


“서, 선배…….”


이미 사태의 심각성은 인지했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부터 앞선다.


나는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급하게 물었다.


“나, 나 누구로 보여? 응?”


“뭐? 누나는 누나잖아. 호칭은 또 왜 그래? 뜬금없이 호다카 흉내나 내고.”


“누, 누나……?”


확인사살까지 당한 나는 망연자실해서 말끝을 늘이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내저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야 돼.


“잘 들어, 선배! 나는 히나 씨가 아니야 호다카야! 모리시마 호다카!”


“아침부터 웬 상황극이야?”


“진짜라니까!”


역시 믿질 않는다.


그럼 히나 씨가 모르고 내가 아는 이야기를 꺼내서 믿게 만드는 수밖에.


“잘 들어 봐! 예전에 선배가 풋살 경기할 때, 히나 씨 생일선물을 뭐로 할지 내가 물었지?”


“호다카도 참, 자기가 골랐다고 해야지 그걸 센스 없게 누나한테 그대로 다 말한 모양이네.”


“내가 호다카니까 아는 거야! 그래서 선배가 추천해준 게 반지였고!”


“그 다음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고?”


“그럼! 그때 선배가…….”


어?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선배가 해준 조언이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뭐라고 했지?


마치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껴서 기억을 더듬는 것을 방해하는 듯하다.


인상을 찡그리며 골머리가 빠지는 내가 보기 안쓰러웠던지,


“사귀기 전에는 확실하게, 사귀고 나서는 애매하게.”


“아, 아, 아, 맞다! 그거였어!”


선배가 먼저 답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선배가 나를 믿게 만들 기회는 지나가고 말았다.


“누나, 재미없어. 이불부터 개자.”


“누나가 아니라 호다카라고!”


그런데 내가 한층 더 진지하게 언성을 높이자 선배의 눈빛에 공포가 서렸다.


“설마, 혹시?”


“믿어주는 거야?”


“누나, 급성빈혈뿐만 아니라 이젠 정신분열증까지?”


“…….”


틀렸다. 지금 나기 선배는 내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판이다.


뒤이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누나!”


갑자기 선배는 나를 껴안고 반쯤 울먹이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냥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학비 벌 테니까 누나는 이제 좀 쉬어! 계속 일만 하니까 이렇게 되잖아!”


“나기?”


“한 살 정도는 어떻게든 속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누나 건강이 제일 중요해!”


나기 선배의 걱정 어린 외침을 듣자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선배를 설득하는 건 그만둬야겠다. 다른 사람들도 많으니까.


“나기.


“누나?”


미안, 장난이 좀 심했지?”


나는 히나 씨의 말투를 흉내 내며 나기 선배를 안심시켰다.


“우리 나기 다 컸네? 누나 걱정도 이렇게 해주고.”


“누나…….”


“앞으로 이런 장난 안 할게. 아침부터 놀라게 만들어서 미안해.”


선배는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도했다. 다행히도 별다른 힐책이 이어지진 않는다.


그렇게 아침의 소동은 일단 마무리 지어졌다.


단지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본래의 내 말투보다 흉내 낸 히나 씨의 말투가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는 점.


뭔가가 이상하다.





‘받아라, 받아라, 제발 받아!’


나는 속으로 수십 수백 번을 재촉하면서 수신을 기다렸다.


지금 전화를 걸고 있는 상대는 본래의 나, 모리시마 호다카.


내 의식이 히나 씨의 몸으로 옮겨온 현재, 내 몸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이 누군지가 제일 중요하다.


“누나, 누구한테 전화 걸어?”


“나! 아니……. 호다카!”


말실수할 뻔했다.


“이제 일곱 시 반인데 전화?”


“으, 응. 목소리 듣고 싶어서.”


“누나도 참 호다카한테 어지간히 빠졌구나.”


다행히 선배는 더 캐묻지 않고 교복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등굣길인 모양이다.


“아참, 누나! 오늘은 미리 연락해서 좀 쉬어. 아직 출근까지 몇 시간 남았잖아.”


“나는 괜찮다니까.”


“쉴 때는 좀 쉬어. 다 알아, 누나가 그런 장난할 사람 아닌 거. 정신적으로 한계가 온 거지?”


“…….”


선배의 어른스런 태도에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다가,


“이, 있지, 나기.”


“응?”


“나, 어디서 일하지?”


“뭐?”


다시 한 번 어색한 정적이 흐르며 선배의 표정이 굳어진다. 중증 환자를 보는 듯한 눈빛이다.


“하루로는 안 되겠다. 일주일은 쉬어. 연락은 내가 할게. 나중에 하교하면 병원에 같이 가보자.”


곧이어 문이 닫히고, 나는 히나 씨의 원룸에 혼자 남고 말았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전개에 정신을 못 차리다보니 고작 몇 초처럼 지나가버린 한 시간.


아직 꿈은 아닐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뺨을 세게 꼬집어보았다.


“아얏!”


아프다. 생생한 통증이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아무래도 현실 같다.


잠깐, 촉각이 생생하다면 혹시 다른 부분도?


뜬금없이 수컷의 본능이 고개를 들자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눈에 띈다.


다른 여자들보단 확실히 작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보니까 어느 정도는 볼륨이…….


…….


………….


한 번은 만져 봐도 괜찮겠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오른손을 들어 흉부를 향했다. 곧이어 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진다.


곧이어 왼손까지 동원해서 좌우 한 쌍으로 천연 쿠션의 맛을 실컷 즐기다가,


“…….”


죄책감과 자괴감 때문에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나 지금 뭐하는 거람?


그때였다.


히나 씨의 폰이 밋밋한 기본 벨소리를 울리며 통화 수신을 알렸다.


나는 재빨리 발신자의 이름부터 확인했다. 부디 내 이름이기를 바랐지만,



‘상냥하고 소심한 나츠미 씨’



화면에 뜬 글자는 이랬다.


나중에 사전을 한 번 뒤져봐야 할 것 같다. 상냥함과 소심함의 뜻이 그새 바뀌었나?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서 얼른 받아들었다.


“나츠미 씨!”


「히나 짱, 좋은 아침! 출근길에 안부 전화~」


이분, 나한테는 그런 연락 한 통도 없으시더니?


아무튼 이런 걸로 삐칠 시간이 아니다.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나츠미 씨! 이거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응?」


“저 호다카예요, 모리시마 호다카! 그런데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제가 히나 씨가 돼있어요!”


「뭐? 하하핫, 웃겨! 이건 또 무슨 놀이야? 나는 케이 짱 역할 맡으면 되는 거니?」


“으으으, 웃긴 일이 아니에요!”


「그래? 그럼 퀴즈! 어제 호다카 군은 무얼 했을까요?」


“그야 당연히……!”


어?


말문이 막혔다.


제 내 일정이 뭐였더라? 뭔가 하긴 했는데?


당황한 나는 머리를 싸매다가 이것저것 찍어보기 시작했다.


“게, 게임? 축구 시합? 히나 씨랑 데이트?”


「땡! 나랑 같이 점집에 취재를 갔답니다~」


아, 맞다. 빙의영령인가 뭔가 하는 삼류 오컬트를 메모했었지. 왜 기억이 안 났을까?


화장실에서 나기 선배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을 때랑 똑같다.


「엄청 놀란 모양이네, 히나 짱?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몰래 데이트 같은 거 아니야! 나는 연하는 남자로 안 보이거든.」


“그, 그런 문제가 아니거든요! 애초에 호다카가 저 말고 다른 여자한테 눈을 돌릴 리가……!”


나는 기세 좋게 소리치다가 문득 이상한 부분을 캐치하고 말을 끊었다.


나, 방금 무슨 소리를?


「후훗,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 나중에 퇴근할 때 또 연락할게, 히나 짱.」


나츠미 씨는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그러자 공포가 뒤섞인 적막이 안개처럼 내 주변을 감사기 시작했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


내 몸일 때의 기억들이 일부 사라지고, 반대로 히나 씨가 할 법한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내뱉는다.


마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히나 씨처럼 변해가는 느낌이다.


이대로는 스가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면 역시 마지막 희망은 단 하나다.


본래의 내 몸.


“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던가?


벨소리가 또다시 울리면서 그동안 쭉 기다리던 사람의 호칭이 폰의 화면을 장식했다.



‘미래의 내 남편’



“…….”


히나 씨가 내게 붙인 호칭을 보자 만감이 교차하고 가슴이 아렸다.


히나 씨는 이미 준비가 돼있었구나.


내가 혼자 벽을 보고 쓸데없는 연습을 할 동안, 내색을 안 하고 줄곧 내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왜 미리 눈치 채지 못했을까? 내 사랑이 히나 씨보다 덜해서?


나도 무미건조하게 ‘히나 씨’가 아니라, ‘미래의 내 아내’로 저장해놓았으면 조금 더 용기가 났을까?


그렇게 사랑하는 저를 두고 대체 어디로 가신 거예요, 히나 씨?


나는 분수처럼 샘솟는 후회를 억누르고 폰을 집어 들었다.


우선은 지금 내 몸을 움직이는 게 누군지가 중요하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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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 3화 연달아 올립니다.


빨리 완결해야 단행본 일정도 빨라지고,


2화 내용 자체가 좀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독자분들을 배려하기 위해.



단행본 투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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