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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어느 아버지의 소회 - (上)

ㅇㅇ(49.174) 2022.07.10 22:00:41
조회 1438 추천 66 댓글 21

언제부터였을까.


그 녀석이 어긋나기 시작했던 때가.


"나쁜 놈의 새끼..."


늦은 밤. A씨는 여느 때처럼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여기저기 긁히고 흠이 난 작은 목제 소반에는 오늘도 A씨를 위해 조촐한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소주 1병과 소주잔, 그리고 대충 주워 담은 듯한 신김치.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그의 저녁 메뉴이자 일상이 되버린지 오래였기에 이젠 익숙하다 못해 오히려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어색할 것 같았다. 그가 앉아 있는 5평 남짓한 거실은 고요했고 시계의 초침만이 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5평 남짓한 거실에도 A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의 발걸음이 끊긴지 어언 3년이 흘렀다. 평생을 함께 하자던 아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불평하며 떠나갔고 아들은 '그 곳'에 간 후로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 곳', 누가 그 녀석을 거기로 등 떠밀었는가. 3년째 자문자답하고 되뇌어도 정답은 늘 같았다. 바로 A씨 자신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오늘도 가슴 한 켠이 쓰라려 오는 A씨였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쓰라릴 것이다. 매일 느끼는 쓰라림도 무뎌질만도 하건만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돌이켜보면 첫 시작은 아들놈 훈육차원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아비된 입장에서 아들놈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매를 들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초등학교 때부터 유난히 계집애스럽던 아들놈이었다. 로보트 대신 인형을, 파랑색 보다는 분홍색을 좋아하고 행여나 또래 남자애들이 함께 공을 차자고 놀러오면 한사코 거부하며 몰래 나가서는 또래 계집아이들과 아파트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A씨의 눈에는 어릴 적부터 아들놈의 이러한 사내답지 못한 구석이 영 마땅찮았으나 그래도 어릴 적이니 머리통이 좀 더 굵어지면 저러다 말겠거니 하고 그렇게 다시 몇 년이 흘러갔다. 그리고 아들놈의 사타구니도 거뭇거뭇해지고 키도 어느새 제 어미만큼 커진 중학교 시절, 좀 더 크면 사내답지 못한 구석이 없어지겠거니 하고 바라던 A씨의 기대가 무색하리만큼 아들놈의 계집애스러운 성향은 오히려 나날이 심해지는 것이었다.


다른 집 아들놈들은 변성기를 거치며 목소리도 걸걸하고 키도 체격도 훤칠한데 이상하게도 아들놈은 제 어미의 키를 벗어나지 못하는 왜소한 체격에다 목소리도 앵앵거리는 것이 여간 계집애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뿐인가, 왜 사내놈이 머리는 길게 기르는 것이며, 왜 허구헌 날 이상한 만화나 소설을 보며 히히덕 대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A씨는 그런 아들놈의 꼬락서니가 꼴불견이었다. 어느 날은 진지하게 물어볼 요량으로 하교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불러다가 슬쩍 물어보았으나 아들놈은 그게 자신의 취미라고 하는 것이었다. 되려 그건 왜 물어보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놈의 천연덕스러움에 A씨의 관자놀이가 꿈틀하였고 저도 모르게 소파 한켠에 놓여진 낡은 효자손으로 손이 갔으나 이윽고 한숨 한번 내쉬고 말없이 아들놈을 바라보았다. 사내놈답지 못한 취미를 가져서일까, 마주앉은 아들놈의 생김새도 찬찬히 뜯어보니 계집애스러웠다.


"그래... 알았다, 얼른 들어가서 씻고 밥 먹어라."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마땅찮은 눈길로 바라보던 A씨는 이윽고 고개를 떨구고 입을 삐죽거렸다. 내가 자식놈을 잘못 가르친 것일까. 어떻게 나에게서 저런 자식 놈이 나올 수 있을까. 마치 못볼 것이라도 봤다는 듯 A씨는 눈을 질끈 감았고 순간 아련했던 한 기억의 편린이 무심히 떠올랐다.


A씨는 어릴 적부터 사내들 간의 끈끈한 우정을 동경해왔다. 아마도 군인이었던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컸으리라. A씨의 아버지는 장교였고 그 덕에 A씨는 어릴 적부터 군 부대에 자주 드나들며 군대라는 신선하고도 새로운 세계에 일찌감치 눈을 뜰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주말에 당직사령이라도 서는 날에는 늘 아버지와 함께 대대 지통실을 드나들며 그곳의 상황병들과 전쟁놀이를 하며 지냈고 늘 승리에 도취하곤 했다. 그마저도 재미없어지면 사열대에 오도카니 앉아 병사들이 공을 차며 노는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곤 했다. 작열하는 햇빛 아래서 땀으로 빛나는 그들의 구릿빛 피부와 성난 야수를 연상케 하는 근육들, 그리고 골이라도 넣으면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내들의 환호성을 보고 있노라면 A씨도 어린마음이라도 덩달아 즐거워지고 자신도 저 속에 들어가 하나의 일원으로서 저 기쁨을 함께 만끽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A씨에게 있어서는 군인은 어릴적부터 봐오던 애니메이션 속의 영웅들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무언가를 잘못하면 그것에 대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을 수반해서라도 기어코 바로잡고 해야하는 것은 어떻게든 척척 해내는 훌륭한 육체미의 영웅들. 그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들 중에는 여자는 없었다. 오롯이 남자들만이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며 제 몫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나도 저렇게 무엇이든지 해내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



그렇게 10살의 A씨는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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