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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vi 아름다운 잠재력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11 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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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종말과 죽음 2부 : 6장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 타래의 끝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i 재앙의 목전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ii 도시 가까이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v 타래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v 소리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vi 있어서는 안 될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vii 침묵의 전언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viii 말카도르 최후의 고통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ix 아퀼라 가도의 끝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 형제의 피로부터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 벽 안에서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i 파편들(몰락)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ii 약탈자들의 연회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v 죽음에 임박한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v 처음 잃은 자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vi 진실(과 거짓)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vii 어둠 속의 무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viii 파편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ix 신앙의 행위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i 우리가 만들 길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ii 고르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iii 싸울 방법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iv 황제의 대전사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v 두 번째, 세 번째 교훈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vi 고참병의 일격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vii 책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viii 네 뒤를 걷는 자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ix 속삭이는 산맥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 뒤, 그리고 옆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 도시는 아닌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i "볼지어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ii 필멸의 껍데기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v 외부 차원의 침입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v 파편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vi 그를 대면하라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vii 모든 것을 잃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viii 스스로를 위한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xxix 추격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 중요하기에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i 모든 변화의 시작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ii 발견당하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iii 엿듣다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iv 만물의 이치
·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2부] 6:xlv 그저 반복일 뿐



6:xlvi 아름다운 잠재력



목소리는 사라졌고, 메아리도 사라졌다. 하지만 악마 역시도 물러났다. 로켄의 검은 놈에게 세 번 더 무자비한 일격을 새긴다. 놈이 무릎을 꿇는다. 아까처럼 거대한 형상이 아니다. 쪼그라든 채, 로켄보다도 더 작은 초라한 형상이 된다. 마치 야생적인 힘이 모조리 새어나간 듯, 부풀어 올랐던 기괴한 덩어리는 이제 피부의 자루 안에 뒤얽힌 뼈 덩어리 화농의 자루로 화한 뒤다. 로켄은 놈의 물질계에서의 형상이 마치 뱀 가죽처럼 벗겨진 채 왁스처럼 녹아내려 갑판으로 뚝뚝 흐르는 것을 본다. 증기처럼 녹아내린다. 놈이 부들부들 떤다. 끔찍한 상처에서 마치 죽처럼 영액이 흘러나온다. 놈은 가련하게 울고 있다. 썩어버린 놈의 얼굴이 서서히 로켄을 향해 올려다본다. 마치 자비를 구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넌 끝났다.“


로켄이 입을 연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놈이 헐떡인다.


”다만?“

”다만, 저들 중 하나가 가능성을 깨달았노니.“


놈이 웅얼거린다. 놈의 목소리는 이제 약해진다. 놈의 음성에 실려 있던 분노는 이제 사라진다. 놈의 우렁차던 소리는 이제 웅얼거림이 된다. 겹쳐 있던 여러 목소리 또한 사라진다. 저 멀리 죽어가는 별이 발하는 전파의 고동이요, 우주 배경 복사의 삐걱대는 소리이며, 벽난로에서 희미해지는 장작의 우짖음이요, 두꺼운 벽 너머 불분명하게 들리는 웅얼거림으로 남을 뿐이다.


”무슨 뜻이지?“


로켄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여기서 성취될 수 있으리라.“


놈이 한숨을 내쉰다. 애원하듯, 한심하리만큼 절망적인 표정을 담아 눈을 깜빡인다.


”누구도 보지 못하나, 아름다운 잠재력이 여기 있으니. 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가까이에 있노라. 맛이 느껴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가까이.“


로켄은 고개를 젓는다.


”이미 본 일이다.“


로켄이 입을 연다.


”넌 그 모든 것을 나에게 보였지. 그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악마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검은 눈동자에서 솟던 간절한 불꽃이 사라지고, 놈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선 끈적한 피와 뽑힌 이빨을 갑판 위로 뱉어낸다.


”누가 거기 손을 뻗을 용기가 있더냐?“


놈이 낑낑댄다.


”오직 소수일 따름인저, 너무도 적으나 그 뜻을 이해할 곳에 있은즉. 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것 같구나.“


놈은 부서진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편다.


”자신의 작은 옥좌 위에 앉아 허약한 빛으로 녹아내리는 왕?“


다시 놈이 두 번째, 떨리는 손가락을 뻗는다.


”울부짖는 지옥의 무저갱 위에 웅크려 비명을 지르는 반역자?“


세 번째 손가락이 펼쳐진다.


”어쩌면, 깜빡임 없는 별들 사이로 상처를 내어 움직이는 미친 예언자?“


놈은 몸을 웅크린 채 로켄을 응시한다.


”그들 중 누군가는 볼 지도 모르리로다,“


놈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너무 늦기 전에, 바로 지금. 최후의 순간이 올 때, 누군가는 알아차릴지도 모르리로다, 이 모든 것이 무의미했음을… 찢겨진 대지, 헤아릴 수 없는 살육, 가련한 분노까지… 전쟁이 진정 속한 곳으로 끌어올려지지 않는다면야. 여기가 아니로다, 테라가 아니로다. 저 밖, 저 안, 그리고 모든 곳, 오직 폐허만이 남을 때까지. 그것이 시작과 끝이요, 모든 곳이자 모든 것이 되는 그 순간까지-“

”그리고 오직 이것이 의미 있는 유일한 승리다.“


로켄은 놈의 말을 끊으며 그대로 루비오의 검을 처형하듯 휘두른다. 너덜너덜해진 악마가 비명을 지르며 두 조각으로 쪼개진다. 찢긴 반쪽이 갑판으로 쓰러지고, 워프의 흐름과 공허의 안개가 뒤섞여 놈의 핵심에서 솟구친다.


로켄은 쾅 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격렬한 감압이 끌어당김을 느낀다. 저 악마가 부렸던 사술이 무엇이건, 어떤 마법이 여기 스몄건 간에, 그 마력은 이제 사라졌고, 마법이 펼쳤던 불가능의 영역은 이제 다시 물질의 세계와 맞닿는다. 함체에 뚫린 구멍은 이제 바깥을 향해 휘어지고, 함체의 판들은 달걀껍질처럼 갈라지고 종이처럼 찢기기 시작한다. 파편, 금속 조각, 찢어진 케이블, 리벳, 액체, 심지어 악마의 너덜너덜한 시체 조각까지, 통로에서 느슨하게 엮여 있거나 고정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균열부를 향해 빨려들며 날기 시작한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비명이 로켄을 휘감고, 힘과 격노의 격류가 몰아친다.


로켄조차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로켄은 검을 거두고 문설주를 움켜쥔다. 그의 군화에 장비된 자력판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다. 고개를 숙인 로켄은 불굴의 의지로 걸음을 디딘다. 파편과 섬유가 튀고, 군화가 그릴을 간신히 붙들며 전신을 휘감는 강풍을 헤친다. 방폭 해치에 닿은 로켄은 그대로 몸을 비튼다. 벗겨진 채 날아가는 장갑판이 그를 스치고 지나간다. 로켄은 그대로 비상 개방 장치를 후려친다.


방폭 해치로 몸을 던지며 로켄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흡사 찢긴 바람에 흩날리는 군기처럼 갈기갈기 찢겨 파편의 구름에 실려 날아가는 악마의 시체다. 함체 틈새의 울퉁불퉁한 경계에 부딪힌 놈의 시체가 산산조각이 난 채 그대로 빨려나가 사라진다.


그리고 해치가 닫힌다. 강풍은 잠잠해진다. 공기 순환 체계가 압력을 회복하는 것과 함께 벽면 패널에 붙은 룬이 호박색으로 깜빡인다.


이제 시신이 된 함선의 침묵 속에, 그 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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