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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숨바꼭질 해요

d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9 00: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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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서는 박하 냄새가 나요.


당신이 유독 좋아하던 그 향기를 몸에 두르고선

다시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의 냄새를 쫓아요.


간밤에 목덜미에 몇 번이고 퍼부었던 독이 담긴 키스의 냄새를 쫓아요.


꼭꼭 숨으세요. 머리카락 보일라.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지구력도 참 좋아.


두 시간에 40킬로미터를 가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 맨발로 그렇게 가기는 힘들겠죠.


달려도 달려도 끝없는 이 숲 전체가 내 집인걸. 어디든지 속속들이 알고 있답니다.


제가 다리는 없어도 달리기는 더 빨라요. 같이 힘껏 달려 볼까요?

누가 더 빠른지 보게.


가끔은 눈앞에서 달리는 걸 쫓는 것도 재미있겠죠.




여길 나가 버리면 되는 게 아니냐구요?

제 독 냄새가 나는 사냥감은 어디까지고 쫓아갈 수 있어요. 얕보지 마세요.


당신 친구들이요? 몇 번인가 무장한 사람들이 오긴 했죠.

덕분에 남편감 찾던 친구들이 제게 고마워하더군요. 신혼이니 한창 뒤엉켜 있겠네요.


어떻게 도움을 구한다구요?

제가 침 발라 놓은 것도 아니고 퍼부어 놓은 거나 마찬가지라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걸요.


그 목덜미, 이제껏 몇 번이나 물렸는지 세는 것도 잊어버렸죠?

여기 애들은 당신이 누구 거인지 다 알아요.


여기서 다른 애들 본 적 있을 텐데

하나같이 당신을 쳐다보려고조차 안 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했어요?


어느샌가 당신 몸에서도 박하 향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당신을 따라가다 보면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두려워 필사적으로 땅을 박차 갈팡질팡하며 깊이 찍힌 발자국,


가시덤불과 나무껍질에 남겨진 옷가지의 섬유와


달리다 힘이 풀려 넘어져 깨진 무릎에서 흘러내린 핏방울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맥박이 뛸 때마다 풍기는 체취...


흔적 하나하나마다 감정이 담겨 있어서

그걸 읽어내며 곱씹는 맛이 있답니다.


발자국 하나하나에서조차 감정이 담긴 체취가 느껴진다 하면 당신은 믿으실까요?


항상 당신을 뒤쫓을 때면

그때는 아무것도 머릿속에 없어요.

세상에 당신과 나 둘만이 남겨진답니다.



당신도 사냥꾼이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알리라 믿어요.

한번 알게 되면 도저히 그만두기 힘든 것도 알고 있겠죠. 그러니 이해해줘요.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스르륵 미끄러지는 비늘 소리를 듣고 당신은 움츠리겠죠.

쉿쉿 바람소리가 나면 눈마저 감고 싶어질 거에요.

아하. 서서히 박하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숨을 멈추는군요.

일부러 바람 부는 쪽에서 온 건 알려나요?


그래도 그 펄떡이는 심장 소리는 감출 수 없네요.

좋아해요 그 고동.




찾았다.



이제 오늘밤 당신은 제 것. 휘감아서 아침까지 듬뿍 사랑해드릴게요.

당신이 지치는 일 없도록 목덜미에 주사를 계속 놓을 거에요. 이제 어금니가 익숙해질 때도 됐죠?

아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제 품에 안겨 취해 있기만 하면 된답니다.


떨고 있는 당신을 찾아낼 때마다 숨이 멎고 가슴이 벅차올라 그대로 집어삼켜버리고 싶은 걸 꾹 참는 걸 당신은 알까요.

아, 이제는 그것도 점점 힘들어져요......


이렇게나 뛰는 가슴을 당신은 언제나 알아줄까요.

언제나 술래인 저를 당신은 대체 언제나 쉬게 해 줄까요.


울지 말아요. 아니 사실은 그게 더 좋아요. 흐느끼는 당신을 저는 다시 꼭 안아줍니다.

갈라진 긴 혀로 눈물을 핥으며. 당신이 좋아하는 그 향기를 두른 채...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숨바꼭질을 해요.













달빛 색깔의 반짝이는 둥근 고리


-

깨닫지 못한 사이에 당신은 점점 길들여져 가요. 점점 내 것이 되어 가요. 박하 향기가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냥감이 되었어요.


물론 당신도 다른 아이들에겐 다른 인간과 별다를 것 없어 보이겠죠. 하지만 다른 인간들 모두보다 당신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요.


제가 당신을 뒤쫓고. 붙잡았으니까. 온몸으로 휘감고 냄새 맡았으니까.

흐르는 눈물을 핥고 목을 물어뜯었으니까. 몇 번은 조금 아프게 물기도 했지만...당신이 화내거나 심하게 앙탈을 부릴 때도 받아 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면 하루 종일 안고 있었으니까.


내 먹이였기 때문에.


저는 절대 잊지 않아요.

제가 길들인 것에는 영원히 책임이 있다는 걸.

저는 언제나 책임질 거예요.

나만의 먹이를.






-

무언가를 잡으려 뒤쫓아 본 적이 있어?

마침내 눈에 들어온 순간과 끝내 손에 넣었을 때 그 순간의 벅차오름은 어떤 감정에도 비기기 어려운 것 같아.


사냥당하는 사냥꾼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하면 즐거워.

가슴을 열어서 펄떡이는 심장을 보고 싶다.



-

신랑감의 마음을 꺾으려는 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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