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못해도 웹연재니까 한번 해볼까 싶어서 해봄 

오랜만의 신작이다보니 머리보다 몸이 앞서버렸어 

Life.1　폭풍의 전학생 (1) <<쿠오우 학원>>

 세계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벚꽃은 이미 지고, 잎사귀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딸기나 라즈베리처럼 달콤하지는 않다.

 하지만, 차가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나무들이, 난 무척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드디어 왔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동쪽으로.

 눈앞에 커다란 학교가 우뚝 세워져 있다.

 “여기가--- 쿠오우 학원!”

 막 떠오른 태양이, 문에 새겨진 교장을 비춘다.

 “내 신천지가 될 장소.”

 쿠오우마치라 불리는 장소에, 이 학교는 자리잡고 있다.

 거대한 건물, 광활한 부지, 풍부한 시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유치 초등 중 고 대학까지 이어지는 종합학교이며, 지역에선 유명한 명문교라고 한다.

 “그 이야기가 진짜라면......”

 그것은 지난달에 대치했던 영웅파라는 집단, 그들이 대화 중에 한 말이다.

 “---이 학교 어딘가에, 신기<세이크리드 ・ 기어> 연구자인 타천사가 있어.”

 만약 힘을 빼앗는 기술이 있다면, 봉인하거나 효과를 억제할 방법은 없을까.

 천성 때문에 벼랑 끝까지 다다른 현재, 진상이 불확실해도 불구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왔다.

 [[이야기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가슴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내릴 것도 없이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하다.

 “......왜 튀어나와?”

 [[이 만큼의 마경을 앞두고, 잠자코 있으라는 건 심하잖아]]

 천성의 말투는 아주 조금이지만 탄력이 있었다.

 [[은폐의 결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만, 강자의 오라를 완전히 없앨수는 없지]]

 “사전에 들은 설명에 따르면, 학원에는 다양한 종족의 학생이 있다고 하던데......”

 [[그 중에 용--- 즉 드래곤이 있다는 건 들었나?]]

 급하게 전학 온 탓에, 그렇게까지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밖에서 들여다본 느낌으로는, 용의 거대한 날개도 긴 꼬리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처럼, 신기<세이크리드 ・ 기어> 내부에 봉인되어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천성처럼 평소에는 무기의 형태로 있는 걸까.

 [[제법 그리운 오라다. 천룡과 마주할 날이 또 올 줄은 몰랐군]]

 “천룡...... 천성의 동료?”

 [[설마, 신화체계도 전승 형태도 전혀 달라]]

 아무래도 같은 [[하늘]]이라 해도 다 아는 사이까진 아닌 듯하다.

 [[천룡에 도전하는 거면, 다른 한 자루의 칼은 필수겠군]]

 “난 싸우러 온 게 아니야.”

 [[이 학원이라면, 어쩌면 사라진 그 녀석의 행방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젯카, 얘기를 딴데로 돌린다만]]

 “조, 조금은 내 말 좀 들으라고!”

 분명하게 강자가 많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 걸까, 그는 역시 신이 나 있다.

 “......하아, 그래서 상관없는 얘기란 게 뭐야?”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반쯤 뜬 눈으로 가슴을 노려본다.

 [[그럼 질문하지--- 그 옷차림은 뭐냐?]]

 천성이 지적한 것은, 확실히 앞서 한 이야기랑은 전혀 상관없는 거였다.

 “뭐냐니 쿠오우 학원 교복인데? 안 어울려?”

 [[생긴 건 문제없다. 큐트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교복보다 더 안쪽]]

 “?”

 [[왜 붕대를 감고 있는 거지]]

 이, 이 칼, 그런 건 왜 물어 봐......!

 [[모처럼의 가슴이 작아 보인다고]]

 “자, 작게 보이려고 한 거잖아.”

 왜냐면, 너무 크면, 다들 쳐다볼 테니까......

 게다가 두껍게 감으면, 가슴이 다소 빛나더라도, 눈에 잘 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해가 안 되는군. 오히려 당당하게 다 드러내야 한다고 제안하지]]

 “드, 드러내라니...... 기각!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는 이도유 검호는 될 수 없다만]]

 “그 전에 범죄자로 몰린다고!”

 애초에 내가 언제 그런 변태 검사가 된다고 했어.

 전학생으로서 이 학교에 온 것은, 어릴 적부터 꾸던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난, 이번에야말로 친구를 사귈 거야!”

 주먹을 불끈 쥐고, 천성,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소리쳤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신기<세이크리드 ・ 기어> 연구자를 찾아, 그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

 최강의 검사가 되겠다는 꿈은 버렸다.

 어차피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싸우면 싸울수록, 더 많은 이들의 표적이 돼버리곤 한다.

 ......추가로 말하자면, 가슴도 커져버린다.

 그러니 천성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눈에 띄는 것도 금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지내면, 친구도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쿠오우 학원 사람들은, 나에 대해 아직 모른다.

 평범한 여자로서 행동하면, 의외로 금방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획이다.

 “그런 이유로 다 들었지 천성? 학원 내에서 멋대로 튀어나오면 절교인 줄 알아?”

 [[알아들었다. 그런 싸늘한 눈초리를 보이지 마]]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내 마음먹기 나름, 역시 첫 번째 승부는 반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우선은 완벽한 전학 첫날을 장식해야지. 제시간에 스마트하게 교실에 들어가고, 물론 미소는 잊지 않고, 그리고 이름이랑 출신지랑 취미를 담백하게 말하고, 그 다음에는---”

 [[.....정말 괜찮은 거냐]]

 괜찮아, 시뮬레이션은 완벽, 이제 냉정침착하게 일을 진행시키면......

 “---얘, 저 애.”

 내 귓가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포착한다.

 뒤쪽으로 힐끔 시선을 돌리자, 2인조 여학생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도복 차림에 죽도 자루를 든 걸 보아 아마 검도부인 듯, 아침 수련을 위해 일찍 온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배경 캐릭터를 연기하는 내가, 시선이 끌릴만한 말을 하진 않았으리라 본---

 “왜 아까부터, 자기 가슴이랑 속삭이고 있는 걸까?”

 ...... ............ ........................

 “아까부터 교문 앞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범죄자가 어쨌니 뭐니 외치고 있고.”

 “확실히 이상한 애 같긴 한데.”

 “설마 그 3바보의 관계자일 가능성은---”

 호, 혹시 나,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는 거......?

 “그건 너무 이른 생각이지만, 그래도 방심하다 한방 먹을 수도 있어!”

 “맞아! 학원제 때도 결국 도망쳤고, 이번에는 꼭 성공시켜야지!”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학교로 들어갔다.

 그랬나, 나, 이상한 애, 가슴이랑 대화, 혼자서 실없이 소리 지르는---......

 [[간 것 같군. 제법 괜찮은 가슴을 가진 여인들이었어]]

 “............”

 [[젯카?]]

 “..................”

 [[설마 지금의 쇼크로 기절한 거냐?]]

 마치 알람시계마냥, 가슴이 반짝반짝 희미하게 깜빡거린다.

 “아흣.”

 [[일어났나. 방금 전까지 의식을 잃었었다만]]

 “아, 이, 이건, 갑자기 졸려서......”

 [[8시간이나 충분히 잤을 텐데]]

 뻥입니다. 느닷없이 멘탈이 무너져 내려서 페이드 아웃 해버린 것 같습니다.

 “지, 진짜는 이제부터니까.”

 [[그랬으면 좋겠다만]]

 “지금 건 방심했을 뿐. 천성만 안 튀어나오면 문제없을 거야.”

 [[난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아까부터 걱정해 주고는 있는데, 그런 식으로 대접받으면 마음이 복잡해져.

 앞으로 봉인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젯카]]

 “이, 이번엔 뭐야?”

 [[나는 네 편이다. 적이 아니야.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라]]

 “천성......”

 [[마음내키는 대로 나아가라. 인생은 산이 있고 골짜기가 있는 법이다]]

 “최악......”

 조금 감동할 뻔했는데, 꼭 마지막에 가슴 얘기를 끼워넣는다니까.

 골짜기라니 뭔데, 새로운 장문을 지어내지 말라고.

 그래도, 그는 나름대로 응원을 해주고 있다는 건 잘 전해졌다.

 “이번에야말로 실패하지 않아.”

 두 뺨을 두드리고, 기합을 넣었다.

 가슴에 대의를 불태우고, 가슴을 향한 원한을 잊지 말자.

 “지금부터 승부다!”

 이렇게 나는, 쿠오우 학원으로 발을 내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