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1   폭풍의 전학생 (8)   <<고등부에서 찾아온 이들은>>

 “---동료를 찾고 있다고 했는데.”

 해가 저물 무렵, 난 아까의 얘기를 꺼냈다.

 “그게, 권속을 찾는다, 는 뜻이었나요?”

 “으-음.”

 아뷔 선배는 고민하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검사한텐, 역시 절차탁마(서로 경쟁)할 상대가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한 거지만 뭐, 하고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함께 강해지고자 하는 동료가 필요해, 난 약하니까.”

 실력 향상을 원한다면 라이벌은 있는 편이 좋지. 뭐 나한텐 없었지만......

 선배는 악마로서, 권속 모집은 자신이 한 사람 몫을 하게 된 후의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요즘은 레이팅 게임이 엄청 인기가 높아졌거든. 언젠가는 종족이나 입장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멤버끼리 참가할 수 있는 대회도 열리지 않을려나?”

 “그렇게 인기가 많아요? 그러면 권속을 서둘러 모으지 않아도 되겠네요.”

 “꼭 많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술에 취한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셨을 뿐이고.”

 “그건...... 믿을 만한가요......?”　

 그 고문 선생님도 궁금하지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질 않으니 별 수 없지.

 “그래서, 어때 젯카쨩. 나랑 같이 검을 배워보지 않을래?”

 내가 바라는 건 대등한 친구지, 악마의 주인을 바라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최강의 검사 같은 걸 목표로 할 필요도 없다.

 “아뷔 선배, 저는---”

 이 사람은 동료라고 느꼈고, 권유해 준 건 솔직히 기쁘다.

 그럼에도, 갈등했다.

 오랜 고민 끝에, 역시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할 때였다.

 “---입부는 인정할 수 없슴다.”

 그러나 권유를 거절하는 이는 내가 아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입구에 서 있었다.

 석양에 비친 은발, 심할 정도로 잘 정돈된 용모, 완벽한 화장과 흐트러진 교복.

 특히 막대사탕을 나른하게 핥고 있는 그 모습, 그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갸루!

 “안녕하심까-. 학생회 서무 슈베르트라이테 입니-다.”

 툭툭 내뱉는 말투에, 길게 늘어진 자기소개를 해주신다.

 또 학생회, 완장은 없지만, 리본 색깔을 보아 자기랑 같은 학년임을 알 수 있다.

 “......저기 갸루 분은, 아뷔 선배랑 아는 사인가요?”

 “아니, 직접 말 터놓은 건 처음이야.”

 아뷔 선배가 멋쩍은 듯 일어선다.

 “분명 북유럽에서 온 유학생, 발키리였던가.”

 “바, 발키리......?”

 그건 전설 속의 존재였을 텐데. 이 학교에는 정말로 수많은 종족이 있는 거였어.

 “발키리라니 아니거든요. 그건 우리 중에서도 선택받은 자들 뿐이라서요.”

 그녀들 중에서도 엘리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칭호라는 뜻.

 북유럽도 복잡하구나...... 가 아니라, 그런 느긋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갸루에 발키리--- 갸루키리라고 하면 되겠네!”

 아뷔 선배가 번뜩이는 표정으로 말한다. 어디서 그런 찰진 드립을,

(* 원문은 誰がうまいことを言えと)

 “그거 좋네, 나도 이제부터 갸류키리라고 불러볼까나.”

 그걸 또 받아치고 있고...... 역시 갸루랄까......

 “---그래서, 학생회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아뷔 선배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인다. 그래 본론은 그거예요.

 “학생회랑 부활동 연합은, 협정을 맺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엔 이레귤러, 애초에 오컬트검은 정식 부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기야. 우리의 어딜 봐서 정식 부가 아니라고---”

 “부원 수 부족, 부실 무단 점거, 수많은 불상사, 존재자체가 비합법적인 조직 아님까.”

 흘려듣기 힘든 단어가 오고가고 있어, 걱정이 돼서 아뷔 선배 쪽을 바라본다.

 “앗핫핫!”

 의미도 없이 어쨌든 소리를 내고 있다. 반론도 없는 게 아마 사실인 모양이구나......

 이렇게 되면 고문이라는 선생님도, 역시 문제가 많은 인물일 거란 의심이 강해진다.

 “그쪽이 미야모토 젯카양이로군.”

 갸루키리씨는 졸린 듯한 푸른 눈으로 날 바라봤다.

 “오늘은 야규 회장의 명령으로 출두했습니다.”

 “엑, 학생회장!?”

 나보더 먼저, 아뷔 선배가 식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초 무투파라는 학생회의 톱, 그만한 수준의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까.

 “내가 맡은 임무는 두 가지. 하나는 미야모토 젯카를 감시할 것.”

 귀찮아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정보를 공개한다.

 “또 하나는---”

 은색 소녀의 배후에, 마방진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야모토 젯카의, 오컬트검 입부를 저지할 것.”

 마방진이 한층 더 빛나고, 피부에 오싹한 긴장감이 흐른다.

 “설령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라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핥고 있던 사탕을 깨물었다.

 “---느긋하고 가볍게 대충대충, 상대 잘 부탁함다.”

 “잠깐 기다려어!”

 여기서 아뷔 선배가 거칠게 끼어든다.

 역시 3학년! 후배를 지키고자 단호하게 말한다!

 “여기, 흙발 금지야!”

 틀렸다, 맞긴 맞지만, 그게 아니잖아.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상대도 정중히 신발을 벗고, 도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 전투가 벌어질 일만은 피하지 않으면, 여기선 내가 교섭을---)

 아뷔 선배를 대신해서, 이쪽은 전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똑부러지게 말해야겠어!

 “들어주세요, 슈베르트라비데씨.”

 “슈베르트라이테...... 임다.”

 의욕이 앞서면 꼭 헛발질, 이게 나라는 인간이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우울해하지 않아도.”

 “죄송합니다...... 초면인데 이름을 틀려서......”

 “북유럽에서도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니라서요 뭐. 뭐, 짧게 슈베르트라 불러도 돼요.”

 “슈베르트, 양......”　

 부회장도 그렇고, 학생회는 무서워 보이면서도, 의외로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 질문 좀. 학생회장이 왜 저를 그렇게 주시하는 거죠?”

 “자세한 건 모름다. 미야모토양이야말로 아는 거 없슴까?”

 “짐작가는 게...... 참고로 회장의 이름은......”

 “야규 기쵸자에몽.”

 절대 몰라. 그런 이름을 잊을 리가 없어.

 “물론 입부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거칠게 굴 필요는 없는데.”

 슈베르트양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상대한다.

 “저로서도, 일하는 건 귀찮거든요.”

 그녀에게 전의는 없다. 애초에 이쪽도 입부 권유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저는, 오컬트검엔 입부하지---”

 아뷔 선배한텐 미안하지만, 여기서 취할 선택은 하나뿐이다.

 “------이리 오너라!”

 그러자 갑자기,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또 내 말을 가로막았다.

 (......이 학교는 난입해서 등장해야만 하는 규칙이라도 있는 거야 뭐야?)

 또 이 패턴이냐 하고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아뷔 선배, 슈베르트양, 뒤늦게 내가 뒤를 돌아본다.

 입구에 서 있는 인물은, 리아스 선배랑 같은 교복을 입은 여성이었다.

 “......야규 회장, 이런 건 못 들었다구요.”

 슈베르트양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혹시 아는 사이일까.

 “---제, 제노비아! 너 너무 앞질러 갔어!”

 그 뒤에서 트윈테일 여성이, 어깨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나타난다.

 “---두, 두 분, 너무, 빨라요오.”

 그리고 이번엔 금발의 순진해 보이는 소녀가 또 튀어나왔어?

 넓게만 느껴졌던 구 무도관이, 어느 틈엔가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어.

 “자제 좀 해! 아시아양 비틀거리고 있잖아!”

 “미안하다 이리나,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현장으로 가야지.”

 “저기...... 조금, 쉬었다가......”

 금발의 소녀가 전방으로 쿵 쓰러진다.

 “아시아!”

 “아시아양!”

 두 사람이 절규하며, 제노비아라는 사람이 단호한 눈빛으로 우릴 노려본다.

 “감히......!”

 “”아무 짓도 안했는데요!?“”

 내가 입부할지 말지에 대한 화제는, 완전히 잊혀진 듯한 분위기였다.

이번엔 갸루발키리 등장

말투가 의외로 슴다체라서 졸라 깨네 ㅋㅋ 

이 와중에 반가운 얼굴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