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1 　폭풍의 전학생 (2)   <<리아스 ・ 그레모리>>

 "여긴, 어디......!?"

 실패하지 않겠다.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다짐하고 학교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중등부 교사를 목표로 잡고 있었을 터인데, 어째선지 나는 숲 속을 헤매고 있다.

 "우우, 완전히 미아가 돼버렸어......"

 사람 한 명도 없다. 주변은 온통 나무들만 무성히 있다.

 “최첨단 학교라고 듣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넓어......”

 가슴을 보며 중얼거렸지만, 천성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진짜로 가만히 대기하고 있을 생각인가 보다.

 “일찍 등교했어야 했는데, 이젠 시간도 별로 없어......”

 희한하게도, 난 의식하지 않아도 자꾸만 트러블에 휘말려서, 맨날 지각을 반복하곤 한다.

 할머니는 집안의 전통이라 하셨는데, 설마 상습 지각마였던 조상님한테 물려받은 걸까?

 “............건물이 있네?”

 나무들 사이를 감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탁 트인 장소로 나왔다.

 그곳에는 목조 건축물이 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에 쓰던 교사였던 걸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지만, 유리창도 깨진 게 없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유지되어 있다.

 난 묘한 매력을 느끼고, 무심코 가까이 다가가 버렸다.

 “근데, 뭔가, 이상해......?”

 하지만 도중에 멈칫했다. 피부가 닭살이 돋을 정도로 긴장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발밑에 붉은 선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것은 부지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고, 마치 결계처럼 보였다.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건 또 허무맹랑한 사건에 휘말릴 징조......!)

 서둘러 여길 벗어나야 한다고, 심장이랄까 가슴으로부터 위험 경보가 울린다.

 즉시 발걸음을 돌려, 그 자리에서 달아나려 했다.

 “---구 교사에 볼일이라도 있니?”

 하지만 늦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돌아볼까? 아니면 도망칠까? 어느 쪽이 정답일까?)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기로 한다.

 그곳에는 목소리의 주인인,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안녕.”

 우아한 인사였다. 기품 있는 미소였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붉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람에 흩날리는 진홍색의 머리카락이었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까.

 눈처럼 하얀 피부가, 그 머리색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압도적인 미모, 그리고 고귀한 자태, 난 그 사람에게 매료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숲속을 헤매던 나는, 만나고 만 것이다.

 ---그녀는, 여신님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까. 어떻게 이렇게 매력적일까.

 (게다가, 가슴도, 엄청 크고...... 어라, 가슴?)

 가슴이라는 단어, 그걸 떠올렸을 때 난 바로 정신을 차렸다.

 “윽!”

 되살아난 검사로서의 본능이, 내 신체를 뒤로 후퇴시켰다.

 “인간이, 아니야!”

 불찰, 단 몇 초였지만 완전히 상대에게 삼켜지고 말았다.

 극혐하는 가슴이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목숨을 빼앗겼을지도 모른다.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서 무섭게 한 거니?”

 거리를 둔 자신에게, 그녀는 놀라게 해서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당신은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네.”

 “......오늘, 전학 와서요.”

 “아아, 그런 거였구나.”

 서툰 대화를 나누며 상대방의 속내를 살핀다. 경계는 절대로 늦추지 않는다.

 “즉 완전히 초면. 그런데 왜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거니?”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은 흥미롭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마력은 잘 숨기고 있다 생각하고, 여기로 전이할 때도 흔적은 남기지 않았어.”

 “............”

 “어떻게 바로 알아챘는지, 후학을 위해서라도 알려줄 수 없겠니?”

 그녀의 정체에 의문을 품은 건 직감이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이쪽에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 같다.

 “......평범하지 않아서입니다.”

 거기다 어설프게 숨기려했다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평범하지 않다고?”

 “이런 여신님 같은 사람이, 현실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일 것이다.

 간신히 입을 뗀 나에게,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그거랑, 가슴이 컸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예요.”

 거유는 어쨌든 위험하다. 천성의 말을 빌리자면 그만큼 생명력이 높은 상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가스...... 어, 어쨌든, 외모만으로 판단했다는 말이구나?”

 “맞아요. 너무 아름다워서 인간이 아니라고 직감했습니다.”

 그저 진지하게 답했다. 하지만 여신님의 반응을 말하자면......

 “후훗.”

 왠지 작게 웃음을 보이고 있다.

 “미안해. 예의상이라 쳐도 너무 직설적으로 칭찬을 해주니까.”

 방금 전의 고귀함은 조금 사라지고, 그 나이 때의 소녀다운 미소를 짓고 있다.

 “......예의상 말한 게, 아니에요.”

 나는 그저 느낀 그대로 말한 것 뿐.

 “......겉과 속이 다르기도 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사람의 본성은 극악무도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당신이 여신처럼 아름답다는 거,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상대에게 주의하면서도 분명하게 전했다.

 그러나 곧바로, 너무 과한 말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창피함이 밀려왔다.

 “아...... 죄, 죄송해요. 그,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얼굴이 뜨겁다. 낯가림도 심한 주제에 한 번 떠들기 시작하면 주저없이 입을 터는 건 내 안 좋은 버릇이다.

 애초에 외모에 대한 언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인데.

 “결코 악의는 없었어요......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지...... 그......”

 “당신.”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그걸 굳이 너무 떠들어대면 화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귀엽네.”

 “에--- 귀, 귀엽다고?”

 하지만 상대가 내뱉은 말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제 인상이 무섭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요......?”

 “지금 건 성격을 말한 거야, 솔직하고 다소 천연인 부분.”

 “......?”

 “조금, 그와 닮았달까.”

 마치 소중한 연인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가슴을 싫어하고 친구가 많은 사람이면 좋겠네요.

 “---그래도 설마, 이런 식으로 간파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듯, 그녀는 다시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정체 말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네.”

 답변에 맞추기 위함인지, 그 몸에 붉은 오라가 감돈다.

 숨겨두었던 마력 같은 것이 넘쳐나며, 세상을 선명한 색으로 물들여 간다.

 “정체는 여신이 아니야.”

 그녀는 날개를 펼쳤다, 그것은 검고, 박쥐와 비슷한 것.

 “---나는 리아스 ・ 그레모리, 악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