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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hood 번역 30-2

ㅇㅇ(121.141) 2020.01.12 16:00:57
조회 53 추천 0 댓글 0
														

지팡이를 짚고 서재로 천천히 향했다. 문을 살며시 여니 키보드 소리가 들렸다. 노크를 해서 존재를 알렸다.


02


안에 들어오자마자 피곤한 한숨이 들린다. 


"왜 그러지?"

"어....아버지?"

"릴리, 아까 한 얘기 못 들었니?"

"들었어요 아버지. 시간을 뺏진 않을거에요."

"말해보거라."


아버지가 일하는 테이블 근처까지 조금 더 걸어간다. 


"아버지, 건초염까지 생기셨는데 지금 계속 일하시는건 안좋은거 같아요."

"음? 아아, 내 어깨 말이구나. 네 엄마가 얘기해줬니?"

"맞아요. 괜찮으세요?"

"괜찮다. 왜 갑자기 걱정이니?"

"친구들이 아버지 얼굴이 좀 창백해 보인댔어요."


또한번의 피곤한 한숨이 이어졌다. 


"사무실에선 좀 불편해서 예정보다 일찍 돌아왔다. 하지만 회사를 벗어나고부턴 괜찮아졌어. 아직도. 지금은 멀쩡하구나."

"생각해 봤는데요, 아버지. 에든버러 가는 건 취소하는게 좋겠어요. 아니면 적어도 좀 더 여유있을때까지는 연기하던가요."

"여유시간?"

"지금처럼..... 부담이 심하지 않을 때요."

"이미 약속 한 일이다."

"다른 기회가 있을거에요."

"약속을 어기고 싶지는 않구나. 명예가 걸린 일이다."

"하, 하지만...."

"릴리, 숙녀라면....연장자의....의견을....존중하거라."

"아버지, 괜찮으세요?"

"음..... 물 좀 가져다 주겠니?"

"바로 다녀올게요."


서재에서 나와 거실로 돌아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히사오, 네가 옳았어. 아버지는 상태가 안좋으셔서 일찍 돌아오셨던거야. 몸상태는 회사 나오자마자 나아졌던거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아프신거같아. 그냥.... 호흡이 뭔가 이상해."

"..."

"이런 걸 전부 눈치채는거야?"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그래도 에든버러행은 계속하실 모양이야. 좀 낙담스럽네."


부엌에서 손가락으로 빈 잔을 찾는다. 그리고 수돗가에서 물을 가득 채웠다.


"릴리?"


그 순간 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코, 체스는 끝났어?"

"음.... 아버지가 아프시면 그.....의사를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의사?"

"으, 응."


아버지가 거부할테니 관두려고 햇지만 하나코가 내게 이런 애기를 하는 건 꽤 특이한 일이란데 생각이 미친다. 하나코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이유도 없이 내게 이런 제안을 하진 않았었겠지. 그러면 그 이유란 건 뭐지?


"하나코, 정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지만 후회하는것보단 안전하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지만 후회하느니 안전한게 낫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아버지의 상태가 정말 그렇게 안좋은걸까?


직접 상태를 볼 수 없다는 게 한스러웠다.


"하나코, 얘기해볼게."

"응."


어떻게 아버지를 설득할지 고민하며 서재로 돌아갔다.


숙녀는 연장자의 의견을 존중한다....


의미는 분명했다. 걱정하지 않길 바라고 계시겠지.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 가져왔어요."

"고맙구나."


컵을 가져간 아버지가 조심스레 몇 모금 마셨다. 지금이 떠날 순간이겠지만, 어떻게든 걸음을 멈췄다.


"릴리, 또 뭔가 있니?"


안절 못하는걸 들켰겠지.


"아버지.... 정말로 괜찮으신거 맞죠?"

"다시 그러기냐?"

"그냥...... 상태가 안 좋으시면 의사를 부르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의사?"

"괜찮다고 하시면서도....호흡이 평소보다 얕아요."

"릴리언, 그만!"


엄한 어조에 움찔거린다. 분명 내가 선을 넘었다는 거겠지. 


"......죄송해요. 이만 가볼게요. 하지만...."

"뭐가 더 남았니?"

"어머니한텐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어머니도 그대로 믿었어요. 그러니까.... 저한테도 괜찮다고 해주세요."

"약속 말이냐?"

"네. 괜찮다고 약속해 줘요. 명예를 위해선 약속을 꼭 지켜야 하니까, 믿을게요."

"..."


긴 침묵이 흐른다. 아버지가 나를 혼낼지 걱정됐지만 놀랍게도 그는 결국 체념한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와 얘기해 보마.... 전화로. 그정도면 안심이 되겠니?"

"네. 충분히요."

"거실 전화에 주치의의 전화번호가 있을거다. 톰슨 씨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흠."


빠르게 거실로 돌아가 하나코에게 수화기를 건네줬다.


"톰슨 씨?"

"응. 전화기에 저장돼 있대. 의사나 톰슨으로 기록돼 있을거야."


하나코가 목록을 훑어보는 동안 긴 삐 소리가 들린다.


"여기 있어. 연락할까?"

"응"


신호음이 한 번 더 들리고 전화기가 내게 넘어왔다. 잠시 후, 반대편에서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톰슨입니다."

"톰슨 선생님, 안녕하세요. 릴리 사토 입니다. 방해한 게 아닐까 걱정되네요. 이렇게 늦게 전화해서 정말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사토 양?"

"네. 아버지의 주치의시죠? 혹시 문제가 있나요?"

"맞습니다. 무슨일이시죠? 문제가 생겼나요?"

"아버지께서 일때문에 무척 바쁘시거든요. 사업상의 중요한 업무가 있는데, 부담을 심하게 느끼고 계세요. 아마도..... 건강을 해칠 정도로요."

"사토 양, 구체적인 증상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몇 가지 정도요. 제대로 못 자고, 아침에는 건초염에 걸렸다고 하셨어요. 그리고....음.... 소화불량도 들었어요. 사실 오늘은 좀 상태가 안좋으신거같아요. 친구들이 창백해 보인다고 했는데다, 일찍 들어오시기까지 했어요. 호흡도 평소보다 옅고.... 어쩌면 아무 일도 아닌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능하시면 의사선생님이...."

"잠깐만요 사토 양. 아까부터 몸이 안좋다고 하셨나요?"

"네. 그래도 나아지셨대요."

"어디에, 어떤 증상인가요?"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어요."

"..."


긴 침묵이 이어졌다.


"선생님?"

"사토 양, 아버지 말고 운전 면허증을 가진 분이 계십니까?"

"아.... 아니요. 어머니는 밖에 계세요. 가정부를 부를 수도 있어요. 아마 도와주실거에요. 하지만 직접 운전하시면 안되는걸까요?"

"사토 양, 아버지가 여기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레이그모어에 빨리 들러서 다른 사람에게 검사를 받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사는 데서 그렇게 멀지는 않지요?"


나는 깜짝 놀라서 숨을 내쉬었다.


"병원이요?"


처음엔 하나코였고 지금은 의사가 같은 얘기를 했다.


"금방 그쪽으로 연락해서 대기하라고 하겠습니다. 레이그모어에 가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심장병동 위치는 아십니까? 아, 아버지는 업무관계상 아실테지요."


혈관이 얼어붙고 심장이 철렁한다. 


03


"시, 심장병도이요?"

"예. 모리슨 박사나 맥엘로이 씨가 있을겁니다."

"선생님...무슨 일인가요?"

"...사토 양, 아버지와 잠깐 얘기를 해도 될까요?"

"무, 물론이죠."


비틀대며 서재로 향했다.


"아버지?"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가는 도중에 서재에서 소리를 들었는데?


"아버지, 거기 있어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려. 들어오란 얘기도, 타이핑 소리도, 심지어 숨소리도. 나가셨나?


"아버지, 계세요?"


방안으로 들어가니 발에 뭔가 부딪혔다. 없던 물건이었다. 물릎을 꿇고 무엇인지 확인하려 손을 뻗는다. 닿는 순간,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 문 근처 바닥에 사람이 누워있었다.


"아버지?"


대답도 타이핑 소리도 없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숨소리도 없었다!


04


"아빠!!!"

"사토 양!"


전화 너머 의사의 목소리에 수화기를 넘겨주러 왔던 게 떠오른다. 


"사토 양, 전화 끊고 구급차를 부르겠습니다. 도착할때까지 옆에 있으십시오!"


무슨, 무슨 일이지? 아빠가?


"릴리? 무슨 일 있어?"


히사오와 하나코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내 비명소리를 들은거겠지. 두 명이 들어오는 순간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두 번 들린다.


"사토 씨! 릴리, 무슨 일이야?"

"모, 모르겠어. 숨소리가 안 들여."


누가 뭐라도 해봐, 제발!


하나코의 숨소리는 매순간 더 또렷해졌다. 내가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면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젠장, 인공호흡을 해야 하나? 맥박 있어?"

"모, 모르겠어. 뭐, 뭐라도 해줘, 제발!"


히사오의 당황스런 말투나 하나코의 거친 숨소리 중에 무엇이 더 불안한건지 모르겠다.


"맥박이 없어. 다른 방법 없을까?"


하나코는 거의 과호흡이었다.


"몰라!"

"아악!"

"하나코!"


히사오와 나는 갑작스레 거칠게 밀려났다. 하마터면 나는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힐 뻔 했다. 하나코의 숨결이 다시 한 번 들렸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방금 전의 과호흡 대신 지금은 계속해서 짧고 날카로운 호흡을 내뱉는 중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 하나코?"


하아, 하아, 하아.


"뭐 하는 거야?"

"심폐소생술을 하는 거 같아. 하나코, 나는 뭘 해야해?"


하아, 하아, 하아


"하나코, 들려?"


대답이 없다. 하나코의 호흡은 너무나 규칙적이어서 거의 로봇처럼 느껴졌다. 하나코는 자신이 뭘 하는 지 알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저주받은 구급차가 왜이렇게 늦는 거야?


"톰슨 선생님이 구급차를 부른다고 했어. 지금.....지금 오는 중일거야."

"가서 문을 열어놓을게. 최대한 빨리 올 수 있게."

"그, 그래, 히사오. 고마워."


하아, 하아, 하아


하나코와 단둘이 방에 남겨진 채 히사오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앞이 안 보이는게 저주스러웠다. 친구들은 둘 다 자기 몫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나코, 최선을 다해줘. 부탁해....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


아버지...


문과 가까웠던 상황을 보면 쓰러지기 전에 방에서 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 도와달라고 하던 걸 내가 듣지 못했나?


하아, 하아, 하아


구급차는 왜이렇게 늦는 거지?


하나코처럼 나도 부모님을 잃게 될까?


서재를 벗어나면서 들었던 한숨소리가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되는 거야?


잔인해.


하아, 하아, 하아.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아버지.


"하나코, 힘내."


이게 내 최선이야? 하나코를 격려할 말을 찾기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하나코의 호흡이 안정되지 않는다. 지쳐가는걸까? 꽤 힘들겠지.


하나코가 너무 힘들어서 심폐소생술을 계속할 수 없다면? 그리고 구급차가 늦는다면?


하나코는 어떻게 생각할까?


왜이렇게 늦는거지?


하아, 하아, 하아,


아버지 쪽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메스꺼움이 올라온다. 거의 들리지 않지만 뼛속까지 오싹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걸까? 무척 고통스럽겠지.


"하나코, 조심새!"


내 손을 꾹 눌러서 하나코를 떼어내는 끔찍한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 지금 갈비뼈를 걱정하는건 멍청한 짓이겠지.


하아, 하아, 하아.


하나코는 내 비명조차 듣지 못한 모양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계속 이어갔다.


눈물을 참으려 눈을 꼭 감았다. 두 번째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훌쩍임은 참지 못했다. 갈비뼈가 폐에 구멍을 내면 어떻게 하지? 살아난다 해도 자신의 피에 질식해 죽으리라.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마. 생각할 시도도 하지 마.


제길, 구급차는 언제 오는거야?


하아, 하아, 하아


집에 제세동기가 없는걸까? 아버지 회사에서 파는 거잖아. 하나쯤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 거야? 우리 중 누구라도 작동시킬 수 있을까? 


생각이 진행되기 전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사고가 이끌린다. 사이렌?



---------------------


3편으로 나눌거면 차라리 31이라고 해

이거 사실상 한 90화 넘는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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