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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108)

슈퍼물라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0.04 22: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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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120일 12:??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


전면전 개시 M+??분



'어디지 여긴.'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그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마지막 기억은 누군가 피하라는 외침이 들린 것과, 누군가 자신을 덮치는(추측컨대 자신을 지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느낌을 받았던 것.


그 뒤로 세상은 완벽히 암전되었다.


'빛.... 안 보이네.'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빛이랄 것은 없었다. 단 하나, 암전된 색만이 그를 맞이하고 있다.


입을 열어 소리를 내보지만 들리는 소리가 없다. 조금 더 힘을 주어 소리를 내어본다. 이제 목 언저리가 떨리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소리는 그의 귀에 꽂히지 않는다.


'...... 귀도 말썽인건가.'


이번에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려 해보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사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단 점을 제외하면 원래부터 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


그렇게 한참을 자기 자신과 사투를 벌이던 순간 순간마다 지금 자신이 처한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절삭해가던 그는 이윽고 하나의 결론에 도착하게 된다.


'...... 죽은건가?'


그래 죽음. 오직 뇌만 살아있는 이 상황. 사고할 수 있으나 몸의 그 어디도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어쩌면 그가 '사고'라고 여기는 부분 역시 이미 호흡이 끊어진 상황에서 뇌가 내뿜는 마지막 전기 신호들일지도, 혹은 그마저도 이미 꺼지고 남은 산소가 간헐적으로 들어오며 이따금씩 켜지는 잔류사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죽음.


그렇게 길다면 길지만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인생의 끝.


아직 정확히 자신의 죽음을 누군가 진단할 수는 없겠지만, 만일 그의 생각대로라면 선생으로서 그의 여정은 여기에서 마무리지어야만 한다.


어른의 책임을 다한다.


'어른의 책임을 다한다.....'


그 단순하고 간단한 명제를 위해 살았던 자신의 인생이 이제 막 꺼졌다는 사실.


그 사실은 의외로 그에게 받아들이기 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 그럼 이렇게 끝났나.'


부쩍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몸과 마음은 지친 채 그저 소모되어 갔으며


그 결과물은 당연하겠지만 삶의 '붕괴'였다.


그 상황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므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가 사망했다면 아로나와 프라나는 미리 자신이 준비한 프로토콜대로 움직일 것이다.


70일이 좀 지난 시점에 그가 만들어둔, 백색왜성 프로토콜(White Dwarf Protocol)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둔 프로토콜이 개시되면 학생들은 온전히 '선생 없는 세계'에 대한 적응을 시작해야만 한다.


'....... 그렇게 되는 건가.'


물론 이 조치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귀띔을 한 적이 없으므로 더러는 불신할 것이고 더러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겠지만, 이내 수용할 것이다.


다만 그것을 미리 소수에게라도 전하지 않았던 것이 과연 옳았을까 하는 생각만이 남았을 뿐.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학생들이 받을 충격과 상처를 걱정하던, 그 다운 생각이 잠시 지나고 나자 죽음이라는 존재는 조금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온 듯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 생각보다 불쾌한 느낌은 아니네..'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 그럼 이제 적어도 아프진 않은 건가.'


자신의 투병이 (결말이 어찌 되었든) 일단 종료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


'........ 편한데.'


그리고 느끼는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죽음과 편안함.


Rest In Peace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비극적인 죽음이라고 해도 한편으로 죽음을 풍진 세상과의 이별과 영원한 안식으로 여기는 발상이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러게. 편하네.'


지금 그 순간 그는 평온했다. 무엇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또한 고통받지 않고 있다. 


무거운 의무도, 어른의 책임도, 짊어진 스트레스도 이젠 없다.


그저 평온히 이 사념이 꺼질 때를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상태는 평온 그 자체였다.



~~~



'......... ㅡ님!'


'음?'


눈을 감고 누워 그저 검은 공간을 표류하던 그의 세상을 다른 목소리가 침범한다.


'....... ㅡ생님!'


분명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목소리. 


점차 흐려지는 의식 속에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 아이들 목소리?'


분명 그의 학생이었다.


'...ㅡ 갖고ㅡ..... 바로ㅡ 하세요!'


'정신ㅡ...... 세요!'


'ㅡ....... 연결은 아ㅈㅡ'


'화력ㅡ....... 상!'


이내 다른 목소리가 그의 세계 속으로 침투한다. 


정확히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말투와 볼륨을 보았을 때 결코 평온한 상황은 아닌 듯했다.


'........... 그럴 리가 없잖아.'


이 상황에서 선생이 택한 것은 부정. 아무리 귀가 죽음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열려있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저 아까 생각한 바와 같이 시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과정에서 운 좋게 산소를 머금은 적혈구가 뇌로 들어와, 그 때까지 살아있던 강인한 뇌세포를 순간 각성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빨리ㅡ.....하세요! 지금 우ㅡ.... 입니다!'


'그 쪽을 더ㅡ....... 어깨로........ 올려요!'


점점 커지는 목소리와, 조금씩 선명해지는 내용. 그리고,


'선생님! 조금만..... 시오!'


'........ 미네?'


어째서인지 점점 또렷해지는 그의 정신까지.



뭔가 잘못되고 있다.


이미 그는 죽은 상황이다.


다른 이들이 무어라 할지언정 아주 평온한 안식을 찾은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 부활이라고 하던데, 지금 그 행동을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팔과 다리의 감각이 점차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웃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 죽지 않았다면.....'


점차 밝아지며, 색을 찾아가는 검은 공간 속에서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 큰일났네.'



~~~



20XX년 XX월 XX+120일 12:41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중립 경비 구역 '에덴보육원' 인근 대피소


전면전 개시 M+41분



눈을 뜬다.


주변의 폐허는 눈을 어지럽게 한다.


(그래... 분명 보육원이었지...)


보육원에 있었다는 기억이 없었더라면 밀레니엄의 폐허나, 아비도스의 구 시가지, 혹은 아리우스의 바실리카로 가는 길 정도로 보아도, 아니 정확히는 그보다도 더 심각한 곳에 있었다고 생각할 뻔했다.


"선생님! 선생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으윽...."


깨질 듯한 두통이 느껴지자 미네가 곧바로 자신의 왼손을 뒤통수에 부드럽게 받친다.


"섬세하지 못했군요. 죄송합니다...."


확실히 미네다. 뒤에 꽂아둔 진압 방패와, 하얀 수갑을 찬 양 손, 그리고 푸르디 푸른 머릿결까지, 완전히 미네였다.


"...... 선생님? 혹시 제 말이 들리십니까?"


미네의 질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서야 안심이라는 듯 크게 숨을 내쉬는 미네.


"다행입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긴 했습니다만.... 빠르게 거처를 옮기셔야 할 듯합니다. 미사일로 보이는 것에 직격당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되고 있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습니다. 대피소는 이미 만석입니다. 그리고ㅡ"


"미네."


"ㄴ, 네? 아, 네!"


"미안..... 이야기를 끊어서.... 그래서 지금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거, 맞지?"


무언가 대단한 질문을 각오했던 미네가 생각보다 얼빠진 질문을 맞이하자 조금은 얼굴이 풀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 네 맞습니다. 다행입니다 선생님."


이제 미네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까지 보인다. 그 누구보다 선생이 깨어나길 간절히 기다렸던 학생 중 한 명이었음이 눈에 보일 정도로.


그러나 그와 대비되는 선생의 감정은 마냥 편하진 않았다.


(......... 그러니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네.)


해야 할 일.


행해야 할 의무, 지켜야 할 가치, 짊어져야 할 책임


응당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존재들이 무겁게 그의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다.


"저.... 선생님? 어디 편찮은 곳이라도..."


"아... 아냐. 그냥.... 좀 실감이 안 나서."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그럴 수 있다는 자애로운 표정을 짓는 미네가 재차 묻는다.


"혹시 필요한 것이라도...."


"..... 지금 상황 설명을 다시 해줄래? 그리고.... 내 태블릿 PC가 어딘가 있을거야."


"아..... 태블릿 PC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현 상황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의 주문을 성심성의껏 이행하는 미네.


요컨대 현 상황은 미사일로 추정되는 공격이 직격, 완벽히 폐허가 되었고, 천만다행으로 사망자는 없으나 중상자가 많아 인근 대피소에 구호소를 만들었으며, 그마저도 인원이 꽉 찬대다가, 본래 지하 벙커 수준이었던 곳의 천장이 미사일 공격의 여파로 통째로 뜯겨나가 장기적으로 머무는 것은 좋지 않다. 정도로 정리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싯딤의 상자의 전원을 켜보기로 한다.


(........... 같은 전개라면 켜질 리가.....)


- 띠링~


(.... 있네?)


에덴조약 당시 다운되었던 아로나를 생각한다면 싯딤의 상자가 켜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어찌된 일인지 말끔히 전원이 켜져있었다. 전력량은 약 67% 정도로, 보호막이 가동되었다고 짐작해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를.]


[환영합니다. 샬레의 선생님.]


태블릿을 열자 평소대로의 교실이 눈에 보였다. 다만 보호막에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한 것인지 바닥에 이리저리 내팽겨쳐진 책걸상이 조금 더 많았고, 벽면 역시 여기 저기가 유실된 모양이었다.


그를 반기는 것은 프라나.


- 선생님의 접속을 확인.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선생님.


"...... 아로나는 잠들었구나."


- 긍정. 종전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리소스의 과다 사용. 현재 슬립 모드 상황입니다.


싯딤의 상자 OS가 둘로 늘어난 뒤 어째서인지 아로나가 잠드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과부하가 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선생이었으니, 실로 천만다행이었다.


- 선생님의 예상 질문, 저의 상태. 답변. 싯딤의 상자 속 미사용 리소스의 활성화. 기본적인 전투 지휘가 가능합니다.


".... 고마워."


이내 화면이 전투 지휘 인터페이스로 전환된다. 편성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학생이 나열된다.


(치나츠 경상.... 이치카는 중상.....)


물론 지금 상황에서 숙련된 전투원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다친 학생들을 혹사시킬 수는 없는 노릇, 직접 전투를 벌일 일도 아닌 만큼 우선 편성할 수 있는 대상은 미네를 비롯한 구호기사단.


겨우 의식을 차린 탓에 아직도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는 몸 이곳저곳을 악착같이 움직이며 겨우 편성을 마무리한다.


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그의 정신 상태. 


무언가에 집중하면 가까스로 사라지던 이전과 달리, 몸의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무기력함과 끝없는 비관은 그의 정신을 자유로이 휘젓는다.


(하기 싫어.)


(겨우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래 어쩐지 너무 잘 풀린다 싶었어.)


집중한 상태 속에서도 끈질기게 침투하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애써 억누른다.


"미네. 일단 보육원생들의 숫자부터 파악해 줘."


(싫다.)


"매몰된 인원의 구조를 최우선으로 부탁해."


(무겁다.)


"같이 편성된 단원들에 대한 통제는 미네가 잠시만 맡아줘."


(못해. 되겠냐고.)


"나머지 인원들은 지금 하고 있는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해줘. 다른 특이사항이 없으면 시작하자."


(때려치고 싶어.)


"........ 이치카와 치나츠의 상태만 잠시 확인하고 돌아올게."


애써 무거운 몸을 이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물론 그의 상황 역시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아....)


(어른의.... 책임.....)



(....... 책임지는 게 맞겠지.)


뒤틀리고 일그러진 결말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록 망가졌을지언정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필요했으니까.



~~~



20XX년 XX월 XX+120일 12:51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총학생회 전방 1km 지점


전면전 개시 M+51분



스미레에게 러닝은 산보와도 같았다.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고, 땀을 뺀다.


그 정도는 늘 해오던 것이었다.


가뜩이나 총학생회까지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도 않은 상황.


(생각보다... 나쁘진 않네요.)


스스로도 몸의 항상성에 감탄한다.


힘이 안 들어갈 수 없는 복부에 색채의 에너지를 가득 머금은 탄환을 얻어맞았던 그녀였지만


지금 제3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총알이 근육에 도탄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충분히 허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으윽....)


이따금씩 피탄된 부분의 통증이 찌릿하게 올라오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요.)


통증이 이따금씩 올라올 때마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페이스가 불규칙적으로 변한다.


제 아무리 트레이닝부의 부장이자 밀레니엄 최고의 체력을 자랑하는 그녀라 해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변수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버팁시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요.)


어느덧 보이기 시작하는 총학생회 건물. 그녀의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도착했다.


오른 손을 들어 손목에 감긴 케이블의 길이를 체크한다. 아직 여유가 있다. 


(이 정도면 총학생회를 한 바퀴 돌고도 남겠군요.)


아직까지 일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흐릿하게 보이던 총학생회 건물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순조롭다는 희망은 꺼져만 갔다.


(..... 불이 붙었다고요....?)


무너지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 불리기 충분할 만큼, 총학생회의 건물 일부가 그야말로 '뜯겨나갔다.'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오르고, 하얀 옷을 입은 총학생회 근무자들이 불을 끄기 위해 낑낑거리고 있는 모습마저 선명했다.


통증을 통증 따위로 만들어버린 충격은 스미레를 그 자리에서 멈추도록 만들었다.


(대체 무슨....)


그 자리에 멈춰서버린 스미레가 자신의 손에 담긴 케이블을 확인한다. 전화선과, 생텀타워의 연결선, 두 선은 아직 들어갈 곳을 찾지 못했다.


끝까지 달려야 하는가? 지금에라도 밀레니엄으로 돌아가 상황을 전하는 편이 좋은가? 확신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현 상황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수석행정관이 임무가 가능한 상태인가? 아니 정확히는 전화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인가?


생텀타워로 이어지는 통로가 파괴되었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곳을 건너갈 수 있을 것인가?


이동경로에 화재 발생 지역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시하고 달려나간다면 케이블은 열과 화염으로부터 무사할 것인가?


(핸드폰만 멀쩡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여전히 의미없는 주파수 0칸은 그녀로 하여금 현실을 체감케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잠시만요.... 이건?)


핸드폰의 충전구를 유심히 살펴본다. C타입. 키보토스에서도 이미 흔히 통용되는 규격이었다.


(혹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다시 오른 팔에 묶인 케이블 뭉치를 확인한다. 생텀 타워와의 연결선은 크기부터가 탈락이었지만, 전화선의 규격이 언뜻 보기에 C타입과 비슷해보였다.


평소엔 아무런 자각 없이 충전기를 그저 들어, 손에 들린 핸드폰에 꼽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대체 왜 C타입이 전화선의 규격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통신이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조심스레, 전화선 뭉치의 어댑터 끝을 끄집어내어 유심히 살펴본다.


(....... 맞는 것 같은데요.)


이제 기대가 실망을 조금 추월했다. 정말로 꽂아보기만 하면 되는 상황.


- 착.


(됐다!)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감각은 이번에도 배신하지 않았다. 연결 성공. 다시 화면을 켜보자 주파수 대신 유선을 뜻하는 랜선 표시가 붙는다.


(서둘러야겠네요.)


곧바로 전화를 건다. 수신자는


(무선은 어차피 안 될테고....)


혼란스러운 상황과 밀려오는 통증 속에서도 스미레의 판단은 정확했다. 수신자느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핫라인


학교의 광고판에서 허구헌 날 광고하던 비상연락망 번호를 누른다.


잠시 후


[당소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여기는 세미나의 하야세 유우카. 그쪽의 신원은?]


"아, 유우카 씨. 트레이닝부의 스미레입니다. 잠시 히마리 부장을 바꿔줄 수 있으신가요?"


[에? 잠깐만, 스미레 씨가 이걸 어떻게...? 아니 그보다 지금 우리 전화통화 안 되잖아! 어디 공중전화라도 사용하는거야?]


"사정이 복잡합니다. 일단 빠르게 바꿔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 으응! 알았어...]


멀어져가는 목소리는 히마리를 부르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마리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스미레 씨...? 분명 전화통화는 불가능할텐데 어떻게.....]


"아, 베리타스에서 넘겨준 전화선이 C타입 케이블이었습니다. 확인해보시면 될 겁니다."


[아니 그럴리가.... 잠시만요, 치 쨩!]


전화 너머로 들리는 북적이는 소리. 소리가 길어질 수록 스미레의 불안감이 커져만 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 불안감이 먼저 상대를 호출하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


[미안해요 스미레. 제가 너무 늦었군요. 네, C타입 케이블을 넘겨준 모양이에요. 그래도 역시 밀레니엄의 학생답군요. 그 짧은 시간에 응용할 수 있는 법을 찾아내다니.]


"그보다 지금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 전화를 걸 정도라면 가벼운 문제는 아니겠군요.]


"네......."


크게 숨을 들이쉰 뒤,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내뱉는 스미레.


"총학생회가 불타고 있습니다."


[...... 네?]


"말 그대로입니다. 총학생회가 불타고 있습니다. 영상통화로의 전환.... 은 불가하겠군요."


[더 정확히 이야기해줘요.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총학생회가 불타고 있는 건가요?]



~~~



같은 시각, 밀레니엄.


총학생회가 불타고 있다는 소식이 히마리의 입을 통해 새어나오자 순간 정적에 휩싸인 벙커.


"더 정확히 이야기해줘요.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총학생회가 불타고 있는 건가요?"


[그게..... 건물 한 쪽이 빵반죽 떼어내듯 완전히 뜯겨나갔습니다. 중간중간 불이 난 곳도 보이고요. 이 상태에서 작전 속행이 가능할지....]


"그게.... 그게 무슨...."


"부장, 혹시 아까 떨어진 미상의 발사체가 총학생회에 떨어졌다면...."


"코타마, 치 쨩. 지금 하레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줘요."


요청을 입감한 지 수 초 만에 코타마의 답변이 돌아온다.


"말씀하신 미상의 발사체는 중립 경비 구역, 게헨나 외곽, 오디세이아 해양 학원의 크루즈 선, 그리고......."


"총학생회 건물. 이상이야. 추가로, 비행속도와 경로, 그리고 충돌까지 발사체의 행동 양상을 확인한 결과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외에 다른 결론은 없어. 이건 베리타스의 공통된 의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히마리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에덴조약 체결 당시 고성당을 덮친 것은 신의 분노도, 만마전의 비행선도 아닌 어디선가 날아온 순항미사일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선생이 당시를 회상하길 자신은 죽을 뻔했고, 다른 학생들도 모두 중경상을 입었으며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던 것을 들은 적 역시 있다.


"리오."


"....... 수석행정관이 살아있길 바라는 건 그야말로 희망의 영역이라고 보아야 해."


리오의 진단 역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 스미레 씨."


[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요.]


"...... 일단 건물 내외부에서 눈에 띄는 활동은 있나요?"


[일단...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람을 실어나르고 불을 끄고는 있습니다만..... 저 인원으로 해결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지금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군요. 맞죠?"


[일단은...... 네. 그렇습니다.]


스미레의 말의 어디서 희망을 얻은 것일까, 히마리의 힘을 준 목소리가 벙커에 울려퍼진다.


"작전은 속개합니다. 건물의 진화작업과 구호활동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총학생회의 실장급 이상 인원이 전멸하지는 않았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아요. 하다못해 체육실장이라도 좋으니, 가서 이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더 없어졌지만, 우선 기존 목표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스미레 씨."


[..... 네 알겠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리오를 돌아보는 히마리.


"알아요. 당신이 비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할 것을. 저도 다 아니까 그 이야기는 다 끝난 뒤에ㅡ"


"아니."


"..... 네?"


"충분히 합리적이었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도 나와 비슷했고. 총학생회장이 실종되자 수석행정관이 자리를 이어받은 것처럼 분명 다른 누군가가 이어받았을 거야. 총학생회가 하는 일이 못 미더울지라도, 그 정도 시스템마저 안 잡혀있는 오합지졸은 아니니까."


".............."


"...... 그냥 그렇다는 거야."


멋쩍게 먼 곳을 바라보는 리오.


어쩌면 흑과 백이 영원히 섞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또 없는 듯했다.



~~~



20XX년 XX월 XX+120일 12:55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총학생회 전방 1km 지점


전면전 개시 M+55분



- 벌컥.


- 위이잉.


이 화재 속에서도 자동문은 작동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의 1층 로비였지만 사람들이 평소의 몇 갑절은 많이 몰려있다.


분주히 들 것을 들고 가는 사람들, 소화기를 꺼내가는 사람들.


상황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다른 학교의 학생들.


"자, 자.... 진정들 하고.... 지금 우리도 폭탄 맞은 상황인지라..."


"ㄴ, 네! 일단은....."


그 뒤로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느라 이미 진이 다 빠진 모모카와 아유무가 보였다.


(...... 어쩔 수 없군요.)


스미레가 가슴에 공기를 불어넣고는, 이내 외친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트레이닝부장 오토하라 스미레입니다! 지금부터 안내 데스크 앞에 계신 분들은 전원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까지 돌아가는 15km 코스에 자원하신 인원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무, 뭣. 트레이닝부장...?"


"야야 나와봐. 걸리면 우리 죽어."


"아니 이러나 저러나 죽는 건 매한가지인데."


"아니 육체적으로 죽는다고요."


"끄응....."


안내 데스크 앞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이내 지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이야..... 역시 트레이닝부의 악명... 아니지 명성은 자자하네. 그 많은 민원인들이 한 큐에 날아가다니."


"하아...... 하아..... 감사합니다.... 근데.... 오신 용무가...."


겨우 정신을 차린 아유무의 질문에, 스미레는 지체없이 답한다.




"리오 회장과 히마리 부장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으니, 수석행정관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



20XX년 XX월 XX+120일 12:55


선생 치료 시작 120일 째, 게헨나-트리니티 접경지대 동쪽 끝


전면전 개시 M+55분



"둥지, 당소 까마귀 하나, 현재 당소 전투력은 95%를 유지 중이나 적의 공세가 거세다고 알림. 최방사 지역으로 적 병력 접근 중. 현 상황 지속 시 확인점 '날개'까지 후퇴해야 할 것으로 보임. 지원은 어디에 있는지?"


[까마귀 하나, 까마귀 측에 배정된 지원은 3개 포반임.]


"씨X! 3개 포반은 애들 장난이냐고!"


[게헨나 측과 화력협조선 조정을 논의 중임. 가용 시 게헨나 측 화력을 당겨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예상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문의, 당소 상황이 X나 심각한 수준이라 알림! 개X끼들아!"


[......... 최소 30분은 버텨줘야 할 것으로 보임.]


"씨X 30분? 다 X까라고 전할 것! 여기서 뒤지든 말든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느그들끼리 홍차나 쳐마시면서 알아서 서로 물고 빨고 다 하세요 닝기미 씨X랄 것들아! 까마귀 하나 염X할 교신 끝!"



~~~



전선에서 직선거리 300m는 그렇게 짧은 거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 무선에서 쌍욕이 나오는 건 생각보다 흔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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