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임이 죽을 때도 다음생엔 못본척 지나가 달라는 것도
내가 나로서 사는 삶을 한번은 선택해보고 싶어서였잖아
물론 승은을 입고 산에게 간 것도 자신이 원한 바였고
덕임의 선택인 것도 맞지.
그러나 궁녀시절에 그 활기 넘치던 자신을 덕임이 스스로도 그리워했던 것도 사실.
단지 그때의 그 복잡한 상황에서 산을 택한 건 덕임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단 거.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겨
나도 처음엔 궁녀가 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궁녀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굶어죽었겠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여 봐
최선을 다해 봐 그러다 보면 작은 행복이라도 생길지 몰라”
영희가 덕임이에게 한 말이 승은을 입은 덕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내 의지이긴 해도 어쩌면 그 상황이라 할 수밖에 없던 선택.
만에 하나 진짜 궁녀로서의 삶만을 선택하려고 했다면 화빈처소시절 대비의 손을 잡았을 거라 생각해.
허나 그리 되면 웃전의 궁녀가 되는 거라 산과 함께 하는 걸 아예 포기하는 바나 다름없으니 그 손은 잡지 않은 것 같고.
그래서 16화 초반부에 다리에서 한 산덕 대화가 덕임이의 마음 그대로였다 생각해.
“내가 오라하면 올 것이냐”
“명이시라면 그리 해야지요”
“스스로 오고 싶은 마음은 있느냐”
“어쩌면요 어쩌면 그리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오나 그 이상으로 그저 제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삶도 원하는 심정. 그 중 한쪽을 포기하고 남은 길로 향했는데 그 길을 보여줄때 후궁으로 행복한 덕임이 모습이나 문효 낳고 행복한 모습이 더 많이 나왔다면 죽음의 슬픔이 극대화는 될지언정 덕임이 감정선은 외려 이해 안갔을 것 같아.
저렇게 행복하게 살 거면 왜 저렇게 산을 밀어낸거야?
저렇게 부부로 아이낳고 가족으로 행복하게 살았는데 왜 다음 생엔 모른척 지나가달라 했던 거지?
작감배가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뭔지 몰랐을 거라는 생각은 안들었어. 오히려 그리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서 저런 선택을 했으리라 생각했고. 만약 행복한 모습이 더 나왔으면 시청자들의 단면적인 만족도는 늘었을지언정 말하고자 하는 바가 흐려졌을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이런 삶의 아쉬움은 덕임이만 갖고 있던 것이 아니란걸 궁에 있던 다른 인물들을 보며 느꼈어.
대비도 마음 둘 친구 하나 없이 친오빠의 죽음도 막지 못한채 마지막 가는 길조차 볼 수 없었고
혜경궁도 염치 체면 차리느라 지아비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왕인 산 역시 왕으로서의 삶이 아닌 필부로서의 삶을 마지막에서야 꿈꾸잖아.
덕임이의 마음 역시 이런 상황의 연장선이라 생각했어.
어찌되었던 자신이 선택한 삶이었지만 행복한 날도 고된 날도 있었다는 거. 후궁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이어져서 저래서 그리도 계속 밀어낸 거였구나 하고 덕임이 심정을 바로 이해하게 됐거든.
그런 이유로 17화에서 덕임이가 죽은 이후 산의 삶을 길고 느린 호흡으로 보여주었다 생각했고, 그래서 좋았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힘든 시간을 딛은 체 하며 성군의 시간들을 쌓고 견뎌온 그 지난함이 느껴져서.
어찌보면 산이야 말로 태어나자마자 뭘 선택하고 다른 삶을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는 인생이었잖아. 하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고 덕임이와 아이들이라는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었어.
결국 덕임과 산 모두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고 거기서 작은 행복을 얻었지만, 그 삶이 자신의 선택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으니 죽어서라도 온전히 자신이 원한 삶을 선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작감이 쓰고 싶던 이야기를 위해 취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해서 덕임이의 후궁시절 행복한 모습이 짧게 나온 게 나는 참 마음에 들었어.
말 그대로 ‘작은 행복’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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