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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욕구가 병이 된다

운영자 2009.03.11 17:28:41
조회 5591 추천 6 댓글 7

  마찬가지로, 먹는 것 역시 먹고 싶을 때 무조건 먹어야 한다.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하다보면 먹을 게 정말 없다. 어떤 건강연구가는 음식점에 가 외식을 하더라도 반드시 집에서 담근 무공해 양조식초를 가지고 가서 음식에 첨가하여 먹으라는 둥 상당히 겁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음식으로만 건강을 지키려던 사람이 실연이나 사업의 실패 등 돌연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떤 치료법을 쓰는지 궁금하다.


  ‘외부로부터 오는 병’엔 꼭 공해나 나쁜 음식 등의 원인으로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외적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병도 있다. 이럴 경우엔 우선 신경안정제라도 먹어야 하는데, 만약 무공해 음식만 찾고 약을 절대금물로 여기던 사람이라면 미쳐서 죽기 딱 알맞다.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스트레스인 것이다.


  우리들의 욕구는 다 진실된 것이다. 자연이 주는 야(野)한 욕구 중 대표적인 것은 역시 성욕과 식욕이다. 성욕을 직접적으로 못 풀면 자위행위 등 대리배설로라도 풀어야 하듯이 음식 역시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다만 자기체질에 맞는 음식이 있고 안 맞는 음식이 있을 수는 있다.


  나는 사상의학(四象醫學) 공부를 해서 덕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양방, 한방 다 거쳐도 잘 안 고쳐지던 산증(汕症, 불두덩이 켕기고 아픈 병)을 내가 사상의학적으로 처방한 한약을 가지고 고친 적도 있고, 요즘에도 자잘한 병에 내 나름의 사상의학 처방을 써서 꽤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상의학 이론에 따른다고 해서 미치도록 음식을 가려먹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사상의학 이론을 공부해본 결과, 사람은 신기하게도 자기체질에 맞는 음식을 좋아하게끔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고기 중엔 닭고기를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그건 내가 소음인(少陰人) 체질을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다만 젊었을 때에는 어느 체질의 사람이든 대충 건강하게 마련이라 뭐든지 좋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럴 땐 구태여 사상의학이 시키는 대로 음식을 가려먹을 필요가 없다. 늙어서 몸이 약해졌을 때 사상의학 체질론에 따라 음식을 가려먹으면 되고, 대개는 그저 입에 당기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 요컨대 ‘혓바닥’이 바로 최고의 의사인 것이다.


  약도 마찬가지다. 골치가 아프면 아스피린이든 타이레놀이든 일단 먹고 봐야 한다. 진통제는 자연치유가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는 동안 통증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연용을 하지 않는 한 나쁠 게 없다. 다만 마약만은 우리 육체의 자체 조절능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


  아무튼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외부로부터 오는 질병은 의학의 힘을 빌든, 자기 혓바닥의 힘을 빌든, 사랑(또는 미움)의 힘을 빌든 그럭저럭 고쳐나갈 수가 있다. 물론 미처 의학이 손을 못 대는 불치의 전염병 같은 것은 예외다. 그러나 이것도 기적적인 자연치유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종교적 기적 때문이라기보다는 병에 걸린 사람의 의지력 때문인데, 이 ‘의지력’의 정체가 사실은 애매모호하다.


  일종의 ‘마음의 힘’을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의지력인데, 이 경우 동물처럼 야한 본능을 가지고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본다. 항상 기도하고 회개하고 예의와 윤리를 중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병’에게도 예의를 지켜 지나치게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금욕주의적 도덕가들은 그래서 병에 약하다. 지나치게 독실한 종교인은 더욱 그러한데, 병조차 하늘의 뜻이거나 자신이 저지른 죄값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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