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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인정할 수 있을 때 발전을 이룬다

운영자 2009.02.02 13:10:49
조회 1186 추천 1 댓글 2


 어떠한 변화라 할지라도 변화를 인정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개인이든 국가든 순탄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1970년대 초반에는 남자의 장발과 여자의 미니스커트를 갖고서 그토록 호들갑을 떨더니, 20여년이 지난 1993년엔 배꼽을 드러낸 옷을 입은 여자를, 1995년엔 어깨에서 젖가슴 윗부분까지를 드러낸 옷을 입은 여자를 경찰이 잡아갈 만큼 호들갑을 떨어댄 것이 우리나라의 한심한 현실이었다. 장발이나 미니스커트는 이미 보편화된 ‘퇴폐’이기 때문에 별상관이 없고, 이른바 ‘배꼽티’나 ‘탱크탑’은 새로운 퇴폐이기 때문에 질겁을 하고 욕을 퍼부어댔던 것이다.


 구한말의 유생들은 정부가 갑오경장 때 단발령을 내리자 “상투를 자를 바에야 차라리 목을 잘라라”고 외치며 항거했다. 그렇지만 지금 상투를 틀고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조선조 말 대원군시대의 ‘우물안 개구리’식 쇄국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도 볼 수 없다. ‘세계화’나 ‘국제화’ 또는 ‘미래지향적 사고’가 입이 닳도록 외쳐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지배엘리트들은 여전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외쳐대며 문화적 수구주의와 국수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1989년에 문화비평적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내자, 행세께나 하는 지식인들은 나를 죽이기라도 할 듯 욕을 퍼부어댔었다. 그런데 2005년 현재 우리나라 문화의 흐름은 그때 내가 주장했던 것이 거의 그대로 적용돼가고 있다. 성문화의 개방적 흐름은 내가 ‘즐거운 사라’를 낸 1992년 여름에도 신세대를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92년 10월 일종의 ‘마녀’로 찍혀 황당하게 구속됐을 때, 권력에 무조건 아부하는 것을 능사로 삼는 몇몇 지식인과 단체는 “마광수는 체제전복적 사고를 퍼뜨리는 반사회적 인물”이라고 하며 구속을 지지하고 나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동물농장’의 일원이나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엘리스’ 같은 느낌이 들었고, 지금도 이 사회는 음험한 이중성만 더 늘었을 뿐, 사실상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우리나라의 기득권 세력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너무 더디고 굼뜨다. 아니 더디고 굼뜬 정도가 아니라 변화를 아예 무조건 거부하고 본다. 그래서 내가 겪은 ‘20세기 말의 문화사적 코메디’ 같은 사건이 뜬금없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변화의 도(道)’를 아는 자만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역’의 기본진리를 새삼 명심하여, 보다 진보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서둘러 이룩해나가야 한다. 거기에 ‘역설적 의도’를 가미한다면 보다 빠른 민주발전과 문화의 창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서구에서 ‘배꼽티’가 유행한다면 우리는 한술 더 떠 ‘젖가슴티’를 개발해내는 식으로 말이다.


 사회의 기강을 확립해나가는 방법에도 윤리의식의 변화를 인정함과 동시에 역설적 의도의 응용이 필요하다. 이른바 ‘성적 표현물’에 대한 신경증적 알레르기 증세에서 벗어나 무원칙하고 간헐적인 본때 보이기식 규제를 풀고 마음대로 실컷 보라고 권장하면, 오히려 음성적 호기심이 없어지고 색광(色狂)들조차 시들해져서 성범죄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수구적 봉건윤리와 이중적 위선성, 그리고 권위주의적 폐쇄성의 척결이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아니 덤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진짜 핵심이자 목표다. 한국사회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가능하게 하고 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야만, 우리는 개방적 사고와 창조적 상상력에 바탕한 참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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