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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27-

김유식 2003.04.02 14:42:27
조회 2126 추천 1 댓글 0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11시 20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이중은과 최명규는 오전부터 외국에서 찾아온 손님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 직접 찾아왔다는 데에 더욱 놀랐다.

  요시이와 미키는 해운대파 사무실로 찾아와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현재 해운대파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한국에서 벌일 사업을 일시 중지하고 잠시 피해있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요시이는 한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해운대파의 사정이라면 누구보다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호시노의 총기 사건에다 이승복의 권총 난사 사건 등으로 경찰은 점점 수사망을 좁혀 오고 있었고, 한국 경찰이 일본 경시청에 공조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중은은 망설였다. 철저하게 법적으로만 대응하는 일본의 경찰에 비해 한국은 다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마구잡이식 수사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번 일로 인해 조직이 와해되어 버릴 위험도 있었다. 자신이 직접 표면에 나서서 지휘한 일은 아니지만 이승복만 입을 열게 되더라도 구속 수사는 면치 못할 터였고 또다시 수년간 교도소에서 썩어야 할 판국이었다.

  이중은이 최명규와 의논한 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하자 요시노와 미키는 호텔에서 기다리겠노라고 대답했다.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는 이중은의 제의에 이들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경찰 끄나풀이라도 보게 된다면 귀찮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계산에서였다. 이들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김재수와 박정상이 들어왔다.

  늦게 사무실로 출근한 김재수와 박정상은 미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1월 한 달간 미키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었기에 두려워하는 기색마저 보였다.

  미키는 김재수를 보고 어깨를 두드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김재수의 칼 솜씨를 높이 평가한 미키는 그에게 프랑스 외인부대 시절 히라타 조직으로부터 어렵게 구한 칼까지 선물로 주었던 적이 있었다.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후 2시 35분. 부산시 해운대 경찰서 앞.

  아침도 먹지 못하고 점심 식사도 늦은 시간에 하게 된 최명규였으나 밥맛은 조금도 없었다. 설렁탕에 한 공기 말아 넣은 밥은 돌가루를 먹는 것 같았다. 몇 번 더 수저를 뜨다가 살며시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아서 콧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허겁지겁 설렁탕을 먹고있는 동생 한양수는 국그릇에 큼직한 다대기 덩어리를 집어넣으며 물었다.

  "헤임요. 왜 그러시능교?"

  최명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직 폭력의 세계에 있으면서 동생들을 가혹하고 냉정하게 대하기로 유명한 최명규는 그 유명세에 걸맞게 한 번도 동생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냉정하게 대한다고는 하지만 동생들 즉, 조직의 필요성과 힘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동생들에게 챙겨줄 것이 있을 때는 조금도 빠트리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아주머니, 여기 소주 한 병만 주시오."

  한양수는 최명규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가 아는 최명규는 술과 담배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

  "헤임요. 우짤랍니꺼?"

  식당 주인이 소주를 가져오자 최명규는 대답 대신 병을 기울였다. 아직 벌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잔에 담긴 소주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회식으로 나이트 클럽이나 룸살롱을 갈 때도 술은 조금도 거들떠보지 않는 최명규가 이렇게 단숨에 소주 한 잔을 마시자 한양수는 겁이 더럭 났다. 무슨 영문인 지도 몰랐다. 오전부터 자신을 불러내었고, 별 다른 말없이 계속 경찰서 앞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것이라면 그는 변장한 모습으로 있었다. 가발과 안경을 썼고, 눈썹을 보다 진하게 그려 누구도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칼잡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옷도 평소 입던 양복대신 허름한 차림으로 바꾸어 입어서 더더욱 몰라보게 되었다.

  최명규가 다시 소주병을 들었다. 한양수가 그 병을 나꿔챘으나 번득이는 최명규의 눈빛을 보고는 넉살좋게 말했다.

  "지가 따라 드릴랍니더."

  두 잔의 소주를 연거푸 마신 최명규의 얼굴이 타는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한양수가 다시 술을 따르려고 하자 최명규가 손을 내저었다.

  "아주머니, 여기 얼마요?"

  "만 원 주이소."

  최명규가 주머니를 뒤져 만 원 짜리 지폐를 내고는 가게 밖으로 나가자 한양수가 급히 따라나갔다.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가게에서 껌을 산 최명규는 한양수에게 물었다.

  "너 연장 갖고 있지?"

  "하모요."

  "그 연장 이리 주고 너는 사무실로 들어가라."

  한양수는 어디 가느냐고 묻지 않았다. 최명규의 성격을 잘 아는 탓이었다. 허리춤에서 길이 40센치미터 짜리 회칼을 꺼내자 최명규가 그것은 너무 길다고 말했다. 한양수는 발목에 차고 있던 15센치미터의 날 길이를 가진 단도를 꺼내 최명규에게 주고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근처 건물 지하 다방으로 간 최명규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의 액정에는 부재중 전화가 아홉 통 왔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모두 대양 프로덕션에서 걸어 온 전화였다. 최명규는 이를 못본 척 무시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누구에게도 부탁이란 걸 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그가 전화 상대에게 짧게 부탁을 하고 끊었다.

  10분도 채 안되어 경장 계급의 경찰 복장을 한 사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최명규를 한 번에 찾지 못했다. 최명규가 손을 흔들자 그의 변장 솜씨에 감탄하면서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웃으며 앉았으나 최명규의 얼굴이 붉어져 있는 데다 표정 또한 굳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고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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