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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36-

김유식 2003.04.02 14:50:10
조회 2566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 30분. 런던 세인트 토마스 병원.   김응진과 김근태는 좀 멀긴 했지만 어제 김창환이 살해됐던 세인트 토마스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사건이 있었던 곳이라 다른 병원들보다는 이곳이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김근태는 오른쪽 허리에 10센티미터나 칼이 박혔지만 워낙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멀쩡해 보였다. 김응진의 어깨에 박힌 칼은 응급실 간호사가 처리해주었다. 뽑힌 칼을 바라보던 김응진은 칼 손잡이에 한자로 된 문장이 쓰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平田組 第六代目 竹之內"   이 칼은 과거 히라타 구미의 6대목이었던 다케노우치 조장이 습명식을 치르면서 만든 기념도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칼들 중 한 개는 미키의 손에 들어갔고 미키는 7대목의 습명식을 마치고 나서 이를 김재수에게 주었다.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라 여긴 김응진은 이를 수첩에 메모해 두었다가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 50분. 런던. 소호(Soho) 샤프츠베리 애비뉴(Shaftesbury Avenue) 카지노 골든 너겟.   난생 처음 카지노에 들어가 보는 김도현은 휘황찬란한 조명에 잠시 한 눈을 팔았다가 미행해 왔던 동양인을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는 그리 넓지 않은 카지노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 특히 중국사람들이 많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침 같은 클래스의 친구 니코가 이 카지노의 회원이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던 김도현은 도박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계속 수상한 동양인을 찾아다니며 틈틈이 이광혁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이광혁은 받지 않았다.   - 와와!   어느 테이블에서인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호기심에 이끌린 김도현이 시끄럽게 소리나는 쪽으로 가보았더니 룰렛 테이블 옆에서 니코가 김도현을 잡아끌었다.   "해브 어 룩. 그레잇!(좀 봐봐. 대단해!)"   김도현이 고개를 들이밀자 딜러의 어쩔 줄을 몰라하는 얼굴이 보였다. 빙글빙글 돌고 있는 휠의 0번 숫자에 흰색 볼이 들어가 있었고, 테이블 위에 0번 숫자 위에는 핑크 색의 칩이 열 개 가까이 올려져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0번과 1번, 0번과 2번, 0번과 3번 등, 0을 중심으로 한 다른 베팅 장소에도 핑크 칩이 잔뜩 쌓여 있었다. 어림짐작해도 10만 파운드가 넘는 고액의 배당금을 주어야 할 판이었다. 너무나 고액이었기 때문에 딜러와 뱅커는 칩을 계산해 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치프 딜러와 지배인을 호출했다. 룰렛 테이블에 모인 손님들은 도대체 누가 이런 거액을 베팅해서 맞추었는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찾았다.   "축하합니다. 미스터 모리시타!"   혈색이 좋아 보이는 지배인이 와서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모리시타라고 불린 사람이 일어나 지배인과 악수를 했다.   '저 자식이다!'   조금 전까지도 김도현이 미행했던 동양인의 이름은 모리시타였다. 배당금을 수표로 주겠다며 사무실로 갈 것을 제안하는 지배인에게 모리시타는 우쭐대며 말했다.   "5만 파운드는 수표로, 나머지는 빅 그린 칩으로 주시오."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 50분. 런던 노스 액톤.   이광혁은 운이 좋았다. 그의 등은 외상(外傷) 하나 없이 멀쩡했다. 김재수가 날렸던 칼은 비도(飛刀)가 아닌 스테이크용 칼이었다. 칼날보다 손잡이의 무게가 무거워 칼이 날아가긴 했지만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기 때문에 이광혁의 등에 맞은 부분은 칼의 손잡이였다. 그러나 김재수는 그런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이광혁의 주먹을 맞고 정신을 잃었으며 그의 머리는 부엌 바닥에 세차게 부딪혔다.       아무나 잡아 배후 세력을 알아보려던 이광혁은 미키와 다른 세 명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위층에서 인기척이 나자 백준영이 2층으로 올라갔고, 이광혁이 김재수와 싸우는 틈을 타서 미키와 세 명의 야쿠자들은 소리도 없이 도망친 뒤였다.   김재수가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한 이광혁은 2층의 백준영을 부르러 갔다가 노무라가 침대 밑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쿠자가 두려움에 떨며 울지는 않을 것이었다. 노무라가 우는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백준영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서 노무라의 소니 게임기를 밟아 박살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백준영과 이광혁은 서로 한 번 쳐다보고는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차에 오르자 이광혁은 자신의 휴대 전화기가 계속 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보세요?"   "아. 통화되는군요. 저, 김도현입니다."   "응. 자네 웬일인가?"   "혹시 찾으시는 사람들 중에 모리시타라는 사람도 있습니까?"   "모리시타? 자네가 모리시타를 어떻게 알지?"   "말씀하신 건물 앞에서 지키고 있다가 따라왔습니다. 지금 저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지?"   "소호의 카지노입니다. 지금 도박을 하고 있어서 금방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죠?"   "곧 그리로 가겠네."   김응진과 김근태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으로 가려던 이광혁은 마음을 바꾸었다. 모리시타라면 아사히 UK.의 직원으로 김창환에게 폭행을 가했던 인물이 아닌가?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 중 한 사람이었다.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 50분. 런던. 소호(Soho) 샤프츠베리 애비뉴(Shaftesbury Avenue) 카지노 골든 너겟.   블랙잭에 열중하던 모리시타는 누군가가 자꾸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지난 10일 이후 숨어 지내듯 살아왔기 때문에 스스로도 눈치가 제법 빨라졌다고 느끼고 있던 모리시타였다. 20대 중반의 동양인과 나이를 제대로 짐작할 수 없는 서양인 등 두 명이 계속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모리시타는 겁이 났다. 지난 토요일 차에 치인 나가시마 팀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설사 아무리 간악한 깡패들이라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카메라가 수도 없이 돌아가고 있는, 런던 시내 한복판의 카지노에서 나쁜 짓을 저지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또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 동양인은 평범한 카지노 손님일지도 몰랐다. 만일을 대비해 카지노 밖으로 나가자니 그 역시 망설여졌다. 오히려 더 위험할 지도 몰랐고 지금 자신은 엄청난 액수의 돈을 따고 있는 중이라 도박을 그만두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4시. 런던 노스 액톤.   한양수를 데리고 노스 액톤으로 돌아온 최명규는 집의 현관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부엌 바닥에 김재수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최명규가 불안한 마음으로 김재수의 코에 손을 대 보았다. 그는 죽어 있었다.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4시. 런던 워털루 스테이션.   가까스로 도망친 미키는 생각하면 할 수록 분통이 터졌다. 그가 사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한 사람에게 이토록 당해본 적이 없었다. 오야붕으로부터 인정받아 명실공히 한 개 조직의 장이 되었는데도 꼴은 말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조직원 세 명들도 반병신이 되어 같이 빌빌대는 중이었다. 그는 교토의 요시이에게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다른 방법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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