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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34-

김유식 2003.04.02 14:48:56
조회 2684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2시 55분(영국시간) 런던 노스 액톤.

  방에서 뒹굴고 있던 김재수는 누군가가 주먹으로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미키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 같이 방안에 있던 세 명의 야쿠자가 후다닥 일어나는 것을 보고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알았다. 미키의 조직원들은 빠르게 일어나서 창문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 했다.

  "아이츠다조!(그녀석이다!)


  미키 조직원들 중 한 녀석이 집 앞까지 뛰어오는 김응진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머지 두 명의 조직원들이 창 밖을 쳐다보고 나서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런 야쿠자들의 모습을 본 김재수는 상대가 대단한 인물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침대 밑을 뒤져 두 개의 칼을 꺼냈다. 부산에서 지니고 다니던 긴 회칼이 아닌, 과도(果刀)와 같은 짧은 칼들이었다.    

  현관 앞에서 마주친 미키와 김응진은 비슷한 생각을 품었다. 대낮 주택가에서 싸운다면 경찰에 날 잡아가 달라고 외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두 사람으로서는 서로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런 생각에 미키는 집안에서 싸워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 지 몰랐다. 김응진도 남의 눈이 띄지 않는 곳에서 싸우는 것이 편했으나 집안에 적이 얼마나 모여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망설였다.

  현관문에 기대어 선 미키가 손을 들어 김응진과 이승영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을 때,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김근태가 비로소 몸을 추스리며 일어났다. 호기 어린 미키의 손짓에 김응진은 그의 눈빛을 살폈다.

  사뭇 진지한 미키의 눈빛을 보고 김응진은 집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눈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비굴한 빛을 발견했다면 이광혁이 올 때까지 기다렸을 테지만 어차피 그가 오더라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김응진이 걸어오자 미키는 현관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손바닥을 펴 양손을 들어 보였다. 무기는 갖고 있지 않다는 표시였다. 미키의 뒤에는 미키 구미의 조직원 세 명과 김재수가 서 있었다.

  3 대 5

  적이 다섯 명뿐이라면 김응진은 자신 있었다. 이미 미키와 다른 세 명과 함께 싸워보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처음 보는 얼굴을 가진 사내의 실력은 알 수 없었고, 어제 스쳐 지났던 키 큰 사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현관문을 지나 복도로 들어선 이상 몸을 돌려 다시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키가 등을 돌려 거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조직원들에게 소파와 테이블을 치우도록 명령했다.

  '1대 1의 싸움을 하자는 것인가?'

  김응진으로서는 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맞장" 이니 "잇뽕다찌"로 불리는 1대 1의 고전적인 싸움은 이미 사라지지 않았던가? 과거 수많은 한국의 정통 건달들은 1970년대, 양은이파의 조양은이 휘두르기 시작한 회칼에 낭만적인 싸움 방식을 잃어버렸다.

  김응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미키가 싸울 태세를 취했다. 조장의 싸우는 모습을 보게된 세 명의 야쿠자들과 김재수는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도 이승영과 김근태는 팔짱을 끼고 구경하게 되었다.

  미키 구미 조직원들과 김재수의 서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나서 김응진은 뒤에서 공격이 들어오지 않을 장소를 골랐다. 그는 어제 미키의 실력을 간파하기는 했으나 신중한 모습으로 상대의 눈빛과 숨 고르는 것을 살폈다. 자신에게 맞고 나가떨어지는 했어도 이렇게 다시 도전해 온다는 것은 무모하거나 아니면 그만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였다. 김응진은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자신의 기습이 성공한 것이지 제대로 맞붙어 본 것은 아니었으므로 자연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키의 발이 김응진의 안면에서 슬쩍 휘둘러졌다. 일종의 위력정찰과 같은 눈속임이었다. 김응진은 그의 발이 얼굴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슬쩍 뒤로 피하는 척 했다. 미키의 발이 원을 그리며 내려오기 시작했을 때 김응진은 놓치지 않고 낮은 자세로 공격하려 했으나 미키의 발은 땅에 닿기도 전에 다시 날아왔다.

  움찔한 김응진이 미키의 다리를 양손으로 막고 오른발로 넓게 바닥을 쓸었다. 그러나 미키는 예상했다는 듯이 공중으로 뛰었다. 빠른 솜씨였다. 김응진이 뒤로 급하게 1미터 정도 몸을 내뺐다.

  이들의 싸우는 모습을 보고 김근태는 자신의 실력을 부끄러워했다. 이승영은  김응진의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기보다는 집안에 있는 나머지 네 명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얼굴이 부어있는 세 명의 사내는 손을 빼고 있어서 괜찮았으나 머리가 짧은 한 사내의 양손은 실내임에도 걸쳐 입은 점퍼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2000년 2월 16일. 수요일. 오후 3시 10분(영국시간) 런던. 노스 액톤.

  차를 타고 노스 액톤으로 향하던 이광혁은 유정후의 죽음이 명성맥주를 괴롭히는 아사히 맥주와 야쿠자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에 있는 유정후가 한국인들에게 총을 맞은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서울에서 총질을 했다면 결코 간단한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다는 부산의 총기 사건과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일단 김응진이 알아놓은 곳으로 가서 어떠한 놈들인가 파악해 보고 복수를 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서울에도 돌아가 보아야했다. 유정후가 없어서 우왕좌왕할 동생들과 사업체들을 다독거려 두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전화벨이 울리자 차를 운전하던 명성유통의 직원이 전화를 받더니 곧 이광혁에게 바꾸어 주었다.

  "나. 김택환일세. 서울에서의 이야기는 들었겠지."

  "예. 들었습니다."

  침울한 목소리로 이광혁이 대답했다. 김택환의 말이 이어졌다.

  "뭐라 할 말이 없네. 우리 형님에다 자네 형님까지....보통 일이 아니네. 급히 한국으로 들어오려 하지는 말게. 내가 이곳에서 좀 알아보고 연락해 줌세."

  이광혁이 전화를 끊었을 때, 차는 야쿠자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 차를 댈 필요는 없겠다고 느껴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시킨 후, 김응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동생들을 찾으며 고개를 돌리는 이광혁의 눈에 저 멀리 이승영과 김응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차로 뛰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차에서 내린 이광혁과 백준영이 뛰어갔다. 이승영의 등에는 큰 몸집의 김근태가 업혀 있었는데 이승영의 바지를 타고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광혁이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가 왔다는 것을 알게된 김응진은 "죄송합니다. 형님!"이라고 외치고 차에 올랐다. 이광혁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이들이 도망가는 것인가? 이광혁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근태는 왜 저래?"

  "저 집안에 여섯 명이 있는데 근태가 당했습니다."

  김응진이 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커다란 몸집의 김근태를 차의 뒷좌석에 억지로 뉘인 이승영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승영이 김근태 옆에, 김응진은 앞좌석에 타면서 이광혁에게 말했다.

  "저희는 병원으로 빨리 가야겠습니다. 저도 좀...."

  "그....그래...승영이는 가면서 내게 전화해라. 곧 뒤따라가마."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본 이광혁의 눈에 반짝이는 빛이 들어왔다. 그것이 무얼까 생각하던 이광혁은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김응진의 어깨에는 칼 하나가 손잡이까지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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