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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53-

김유식 2003.04.03 16:42:17
조회 6183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25일. 금요일. 오후 11시. 교토(京都) 사쿄쿠(左京區) 야마바나.   11공수사단 708특수 임무대대는 대대원 대부분이 하사관이었고 사병은 많지 않았는데 그 사병들도 육군의 각 보병 사단에서 이름난 특등 사수들을 차출하여 데려온 것이었다. 이 저격병 대대에서 지난 2년간 한 번도 저격왕 자리를 놓친 적이 없던 인물은 직업 군인이 되라는 장교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석 달 전 병장으로 제대해 버렸다.   검은색 마스크로 위장한 김도현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세 시간이나 히가시 산 중턱을 맴돌았다. 산꼭대기 근처에는 히라타 구미 본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도 있었지만 너무 트여있어서 발각되기에도 쉬울 것 같았다. 지금 찾은 이 자리는 히라타 본가의 2/3 정도만 보이는 자리였고 나머지 부분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격은, 단 1초만에 임무가 끝날 수도 있지만 저격병끼리의 승부 등, 때에 따라서는 수십 시간이나 같은 자리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도현은 춥다고 느끼면서도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따뜻한 봄 날씨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별빛을 4만 배로 증폭해 볼 수 있다는 스타라이트 스코프에 눈을 붙여 사방을 살펴본 김도현은 히라타 구미 본가의 경호 인원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들은 자정이 가까워 오는데도 건물 곳곳에 배치되어 지키는 중이었다.   공항에서 얼핏 본 김응진의 모습에 오늘은 히라타 구미와 싸우지 않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한 두 시간 전 그는 스코프를 통해 일어난 광경을 보았다.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보지는 못했으나 순찰 중인 것 같은 두 명의 남자와 개 한 마리의 모습이 스코프 안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놀란 그는 스코프의 광량(光量)을 증폭시켜  보았는데 두 사람과 개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마 이광혁 일행이거나 신주쿠에서 파견했다는 14-K 킬러들의 솜씨일 것이었다.   김도현은 빵을 하나 물어들고 가방에서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소총을 꺼냈다. 미국 콜트사의 M16으로 훈련병 시절에나 만지던 것이지 별로 좋아하는 기종은 아니었다. 저격병 시절에는 한국군이 몇 정 가지고 있지 않다는 독일 H&K사의 MSG90을 주로 사용했었기에 김도현으로서는 손에 익은 이 모델을 구해주길 바랐지만 14-K로서도 짧은 시일 안에 전문 저격용 총을 구해주는 것은 무리였다고 했다. 그래도 값비싼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가져다 준 것은 뜻밖이었다. 야간에 영점도 맞지 않은 소총을 쓰려면 거리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편이 좋았다.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탁했던 것인데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스위치를 넣고 버튼을 눌러 거리를 쟀다. 5미터 단위로 측정되는 계기판에 가까운 곳은 230미터, 먼 곳은 445미터라고 표시됐다. 김도현은 20발들이 탄창을 꺼내 M16에 장착했다. 소음기를 끼우고 스코프를 단 그는 소리 나지 않게 빵을 먹어가며 스코프를 통해 히라타 구미 본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본가 안을 순찰 중인 여러 표적들에게 번호를 매겼다. 북한과 싸우기 위해 배운 이런 기술들이 일본인들을 향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의 스코프 안에서 7-8개의 표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잘못해서 이광혁 일행이나 14-K의 조직원들을 쏘게 될까봐 김도현은 표적들의 모습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2000년 2월 25일. 금요일. 자정. 교토(京都) 사쿄쿠(左京區) 야마바나.   철책선 넘어 약 50미터를 지나 온 최명규는 멀리 개 한 마리가 매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경비견은 아닌 것 같았고 애완견이라고 하기에는 몸집이 컸다. 아직 짖지는 않았지만 작은 개라도 짖는다면 귀찮게 될 것이었다. 거리가 멀어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칼 하나를 꺼내어 약간 높게 날렸다. 칼의 무게를 고려한 것이었다. 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싶은 순간 개가 픽 쓰러졌다. 백준영이 소리는 내지 않고 박수치는 시늉을 했다.   히라타 본가 정문 앞의 건물 안으로 어려 보이지만 키가 훤칠한 사내가 들어갔다. 미야자키 고문의 막내아들로 본가에서 극도(極道) 수업을 받고 있는 청년이었다.   "외곽 순찰 나갔던 후쿠다와 모토키가 돌아오질 않습니다." 경호책임 사사키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뭐야? 얼마나 지났나?"   "예, 평소라면 한 시간 전에는 돌아왔어야 하는데...."   "바카야로! 당장 확인해봐!"   "제가 가보겠습니다."   사사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까 낮에 요시이 조장으로부터 받은 전화에서 요시이 구미의 조직원 일곱 명이 동시에 없어졌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들어 신경이 쓰이는 참이었는데 후쿠다와 모토키마저 돌아오지 않다니. 그러나 다행인 것은 어제 히라타 조직의 정례회의가 있던 날이라 수행원들을 대동한 산하 조직장들의 반 이상이 본가에 와 있었기에 평소보다는 조직원들의 수가 많았다. 불현듯 사사키의 머리속에 일주일전 죽은 이중은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야붕의 허리를 안고 쓰러졌던 그는 오야붕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피투성이를 만드는 분전을 했으나 결국 오야붕의 칼에 목이 뎅겅 잘리고 말았다. 잘린 머리는 사사키 앞까지 굴러왔는데 눈을 부릅뜬 채였다.   산하 조직장들이 데리고 온 수행원들을 깨울까 말까 망설이던 사사키는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정문 옆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미야자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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