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관친구

운영자 2017.07.03 15:54:53
조회 251 추천 1 댓글 1
장관친구

  

장관을 마친 친구가 찾아와 점심시간 사무실 근처의 보리굴비 집으로 갔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평생을 친하게 지내왔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반장을 하면서 리더쉽이 있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사무관시절 그의 꿈은 군수나 시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서 관리로서 철저히 조심을 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관리해 왔다. 친구의 평생은 신앙 같은 행정 관료의 외길인생이다. 그렇다고 출세주의자도 아니고 꽉 막힌 공무원도 아니었다. 주변에 누가 힘든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도와주는 스타일이었다. 절대로 그 댓가나 인사치레를 받지 않았다. 그는 도와달라는 사람을 뿌리치지 않고 그렇게 하나하나 관료의 삶을 그물같이 짜나갔다. 친구는 젊은 시절부터 내게 말했다. 그렇게 주변에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덕을 쌓아가는 게 최고의 출세철학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부이사관으로 있을 때였다. 한번은 그가 내게 참치통조림 세트 40개만 사달라고 부탁했다. 명절인데 그냥 지나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부하들에게 밥을 사거나 선물을 줄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차관을 마치고 나오면서 스스로 노력해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까지 갔다면서 자족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까 함께 궁리하기로 했다. 그 며칠 후였다. 나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그가 장관으로 지명됐다는 뉴스를 봤다. 

“너,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냐?”

그를 만나서 내가 물었다.

“아니 전혀 몰라. 차관을 했으니까 먼발치에서 보기는 했지.”

“대통령의 수첩에 있거나 정치권에 기웃거려야 하는데 누가 너를 장관으로 추천했냐?” 

“남들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쑈를 한다고 그러는데 나도 정말 모르겠어. 대통령과 나중에 개인적인 말을 할 기회가 있으면 나도 물어보고 싶어. 궁금해”

그가 평생 쌓아온 것에 대한 보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관을 하겠다고 수십억을 바쳤다는 인물들도 있었다. 그는 진짜 장관다운 장관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깨끗하고 때 묻은 정치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몇 달 후 그가 장관을 그만 두었다. 어느 날 내가 물어보았다.

“장관을 하니까 재미있었냐?”

“국무회의에 참석해 보니까 이게 회의인지 아닌지 정말 모르겠다. 대통령은 누가 써준 원고를 읽고 장관들은 수첩에 모범생같이 줄줄이 메모하고 있는 거야. 그거 나중에 녹취록이 다 배포되는데 왜 그런지 몰라. 나는 쓰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대통령의 눈과 마주쳤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아 움찔하는 기분이었지. 그런 분위기가 이상한지 내 옆에 있던 장관이 말끝에 ‘이게 회의입니까’라고 묻더라구. 갑자기 국무회의 분위기가 썰렁해졌지. 나하고 그 장관하고 둘이서 제일 먼저 잘렸어.”

친구는 장관을 그만두고 요즈음 제2의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사회복지시설을 돕기 위해 열심히 왕년의 비서들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치꾼보다 친구 같은 순박한 전문직 장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37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39 1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32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32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30 0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35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31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64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47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51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43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49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49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53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76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68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76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77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69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68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02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06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84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83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00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87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78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83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99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111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159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49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161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93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277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178 3
3308 밥벌이를 졸업하려고 한다 [1] 운영자 24.04.01 183 2
3307 허망한 부자 [1] 운영자 24.04.01 198 2
3306 죽은 소설가가 말을 걸었다. [1] 운영자 24.04.01 184 2
3305 개인의 신비체험 [2] 운영자 24.04.01 185 2
3304 나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1] 운영자 24.04.01 175 2
3303 노인의 집짓기 [1] 운영자 24.04.01 172 1
3302 똑똑한 노인 [1] 운영자 24.03.25 208 2
3301 곱게 늙어간다는 것 [1] 운영자 24.03.25 213 4
3300 두 명의 교주 [1] 운영자 24.03.25 210 1
3299 영혼이 살아있는 착한 노숙자 [1] 운영자 24.03.25 195 1
3298 팥 빵 [1] 운영자 24.03.25 188 0
3297 얼굴 [1] 운영자 24.03.19 217 1
3296 이별의 기술 운영자 24.03.19 154 1
3295 노년에 맞이하는 친구들 운영자 24.03.19 14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