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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로의 장인

운영자 2017.03.21 10:37:57
조회 224 추천 1 댓글 0
이따금씩 쑥으로 만든 찹살 떡 상자를 들고 나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명성교회 김 장로가 있다. 소송으로 치면 상대편이고 세상적인 인식으로는 적대감을 가지는 관계인데도 친해졌다. 변호사를 하다보면 상대편의 인격이 바로 보일 때가 많았다. 입장이 다르다는 것 만으로 손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는 많은 직업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미움을 많이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직업적 숙명이다. 적으로 보여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대하는 사람은 수양이 많이 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그가 찾아와 이런저런 말을 하던 중에 장인얘기를 꺼냈다.


“제가 결혼을 하고 회사를 다니던 무렵 장인은 시골목사였어요. 그런데 참 특이한 분이었죠. 신학교를 나오고 목사가 된 장인은 전라도 남쪽 오지마을로 가서 시골교회를 개척했어요. 진흙을 파서 흙벽돌을 만들고 그 벽돌로 작은 예배당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목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례비라는 게 없었어요. 


​장인은 직접 농사를 짓고 닭과 돼지도 기르면서 살았죠. 당시 시골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어요. 마을 어느 집 아이가 아프면 예수쟁이가 들어와서 그렇다고 하면서 욕을 했답니다. 장인은 그런 비난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봉사를 했어요. 그러다가 예배당에 신도가 삼사십명쯤 되면 그걸 후배목사에게 물려주고 다시 교회가 없는 오지로 가서 다시 그런 개척을 반복하는 겁니다. 장인은 그런 분이었어요. 저는 결혼 초에 왜 저렇게 사나? 하고 의심을 가지고 봤죠. 철저한 위선자는 아닌가 하는 눈으로 봤어요.”


그는 현재 12만 신도를 자랑하는 대형교회의 수석장로였다. 그 교회의 목사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 종교지도자였다. 그는 고난에 빠져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만나 하나님의 말을 전했다고 신문은 보도하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 여러 병원과 자선시설을 설립하고 종교간 화해를 시도하는 그는 노벨평화상의 수상대상자라는 소문도 들렸다. 김장로가 모시는 대형교회 목사와 장인목사는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았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자식들이 잘 되서 시골교회 목사로 가난하게 사는 장인에게 서울로 올라와서 목회를 하시라고 권했어요. 서울에 와서 목회를 하실 교회도 있었죠. 그런데 장인은 거꾸로 나이를 드시더니 오히려 나환자촌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교회를 만드신 거예요. 평범한 보통사람이었던 저는 인간이 저럴 수 있나 하고 기가 막혔죠. 나병환자하고 같이 지내시면서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거예요. 


​한번은 사위인 우리집에 오셨는데 나병환자를 데리고 왔어요. 방석을 내놓으라고 하고 밥을 주라고 하는 겁니다. 사위인 저는 정말 기분이 나빴죠. 왜 저렇게 사셔야 하나 하고 말이죠. 일 년에 한두번 명절이면 억지로 장인을 찾아갈 때도 있어요. 예의니까요. 그럴 때면 저 혼자 나와 모텔에서 잤어요. 그렇게 살다가 장인은 조용히 돌아가셨어요.”


나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얘기였다. 그가 덧붙였다.


“우리 장인은 그 시절 이미 신앙이 경지까지 가신 거예요. 

제가 그걸 몰랐던 거예요. 그 장인의 기도 덕인지 몰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서 모두 잘됐어요.”


수십만의 신도들과 수 백명의 성가대와 오케스트라 연주대 앞에서 성스러운 가운을 입고 설교를 하는 목사도 있다. 세상에서 격리된 오지마을이나 나 환자 촌에서 몇 명의 신도를 앞에 놓고 진리를 전하는 목사도 있다. 사막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혼자 기도하는 수도자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구별하지 않고 다 잘 들으실 것 같다. 오히려 간절한 기도가 더 잘 상달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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