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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의 현실적 한계

박유진 2009.03.10 18:06:45
조회 3493 추천 3 댓글 5

  그런데 같은 ‘외부에서 오는 병’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꼭 필요한 병이 있다. 감기나 몸살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 감기에 걸렸을 경우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감기는 자신의 몸에 저항력이 떨어지고 원기가 약해졌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주어 과로를 방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과식에 의한 배탈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꼭 과식이 아니라 하더라도, 똑같은 음식을 여러 사람이 같이 먹었는데 한 사람만 배탈이 났을 경우 그것은 그 사람의 위장기능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아예 병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것이다. 평생 감기 한번 안 걸렸다는 사람, 아무리 술을 마셔도 끄떡없다는 사람이 급병(急病)으로 돌연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꼭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잘한 병에 자주 걸리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음양의 이치에 따를 때 비로소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6장에서도 자세히 설명했지만, 병이 없는 상태란 음(陰)은 없고 양(陽)만 충만한 상태와도 같아서, 언제 어느때 그동안 참고 참았던 ‘음기(陰氣)에 대한 욕구’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음에 충만한 상태’가 급속히 이루어지면 그 사람은 졸지에 죽어버릴 수밖에 없다.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 항상 기운이 없어하는 사람이 그럭저럭 오래 살아가는 것은 이러한 이치에 연유한다.


  우리는 통증이 생겼을 때 신경이 있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신경이 없어진 사람은 어떤 부위에 상처가 나더라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통증이 없어지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일 뿐이다. 자잘한 병에 자주 걸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통증의 이치와도 같다. 병에 대한 자각증상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휴식을 취하게 하고 또 치료와 섭생을 촉진시켜주는 것이다. 가벼운 상처 같은 것이 났을 때 마취를 안하고 수술하면 회복이 훨씬 빠른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그 자체 매커니즘으로 인하여 웬만한 병은 다 자연치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무병장수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의사는 아침을 굶는 게 좋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의사는 육식은 무조건 나쁘고 계란조차 위에 부담을 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의사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고서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냐고 화를 낸다. 요즘 건강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건강의 비결’을 팔아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 부질없는 일로만 보인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언젠가 ‘엔돌핀’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엔돌핀이란 물질이 체내에 형성되고, 그것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어떤 의사가 주장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우리의 건강에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진리다. 사랑병, 즉 상사병에 걸려 신경쇠약으로 빼빼 말라가는 청년에게 인삼 녹용을 먹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럴 경우 그 청년이 연모해 마지않던 처녀와 데이트가 이루어지기만 하면 병이 낫는다. 여태껏 비실 비실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여자가 산책을 원할 경우 남산 꼭대기까지라도 기운차게 올라갈 수 있다. 그 여자가 정 데이트를 거절한다면 비슷하게 생긴 다른 여자라도 소개해주면 한결 병이 나을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 못지않게 ‘미움’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사랑만 베풀라는 것은 미움을 참으라는 얘긴데, 미움을 참으며 사랑을 억지로 가장하다 보면 울화병이 나서 더 빨리 건강을 상한다.


  겉보기엔 모범가장이고 마누라한테 욕 한번 안하던 사람이 급병으로 졸지에 죽어버리는 일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야하고 미워할 사람이 있을 때는 미워해야 한다. 이 세상엔 사랑을 못해서 생긴 병보다 미움을 참아서 생긴 병이 더 많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개방적인 성문화가 보급되면서부터, 상사병에서 오는 신경쇠약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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