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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관념에서 비롯되는 ‘집단의 병’

운영자 2009.03.16 12:01:29
조회 3154 추천 2 댓글 4

  사실 ‘병’이란 개개의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한 지역 전체가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옛 명의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고치고, 대의(大醫)는 나라를 고친다.” 참으로 그럴듯하게 들리는 명언이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서양 중세사회의 경우는 유럽 전체가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을 때였다. 마녀사냥을 당연한 것으로 일삼는, 그리고 그것을 신과 도덕의 이름으로 일삼는 것이 당연시되던 때였다. 그런데도 그때 사람들은 그것이 집단적 정신질환에 속하는 것인 줄을 몰랐다. 중세사회가 병적인 사회라고 판명된 것은 훨씬 세월이 흐른 후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가 중세사회를 완전히 벗어난 사회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아직도 사람들은 여전히 경직된 편견이 개방적 사고보다 옳다고 여기고, 민족이나 이데올로기 또는 도덕을 빙자한 테러리즘을 일삼으며, 이중적 위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 개개인이 앓고 있는 병이 거의 다 정신신체증이라고 본다면 한 개인을 괴롭히는 갖가지 병들은 한 사회, 또는 한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관념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한 사회가 집단적으로 갖고 있는 정신적 고질병을 치료하면 개개인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즘 말세론이 다시금 부쩍 고개를 쳐들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잦은 기상이변 같은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 말세적 강박관념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에드거 케이스의 예언 같은 것이 들먹거려지고, 성경의 ‘요한계시록’이나 우리나라의 ‘격암유록(格庵遺錄)’ 같은 예언서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되는 예언의 골자는 세계가 곧 대재앙을 맞을 것이고, 일본의 국토 대부분이 바닷속으로 침몰하며, 미국 땅 역시 삼분의 일이 바닷속에 꺼지고, 지구의 자전축이 수직으로 꼿꼿이 선다는 것 등이다. 특히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이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는 예언이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말하자면 지구는 여름의 시기를 지나 가을의 시기로 들어가고, 새로운 개벽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여름에 설쳐대던 잡충들이 다 죽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대숙청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국은 그 와중에 가장 피해를 적게 입고서 살아남아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사실 이웃나라 일본의 지진을 보고서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고, 자주 발생하는 홍수와 가뭄, 그리고 내전을 보고 이것이 대재앙의 시발이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다. 내가 어쩌다 만나본 한 무속인은, 일본의 지진이 그들이 저지른 죄값 때문이고 세계적 기상이변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늘에 떠도는 원한 맺힌 영혼들이 사람들을 벌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1992년에도 우리는 ‘휴거’ 소동을 지켜보아야 했고, 80년대 말에는 ‘단(丹)’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거기서 예언하고 있는 후천개벽 시대의 빛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몹시도 가슴 부풀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자꾸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면 이것 역시 심상치 않은 ‘병’이다. 운명적 결정론에 체념적으로 순응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고대나 중세나 현대나 조금만치의 변화도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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