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9)

유희자(180.229) 2015.09.11 01:57:18
조회 600 추천 24 댓글 3






<!--StartFragment-->

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8)






“선장님, 정말 괜찮으신 걸까?”

“군소리 말고 닦기나 해. 너한테 걱정당할 정도로 약했다면 후크 선장 자리에도 오르지 못했을 걸.”



남자보다는 체력도 근력도 덜한 여자의 몸이다. 하지만 엘사 J. 후크는 그러한 악조건을 극복해내고는 당당하게 졸리 로저 호의 선장이 되었다. 그 후로 간혹 시비를 거는 해적들이나 인디언들, 피터 팬 일당들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엘사의 힘은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망루는 다 닦았다.”



해적들은 주변 바닷물이 핑크색으로 보일 정도로 청소에 열중했다. 단순노동은 사람의 사고를 지치게 만들고 감정을 퇴색시킨다. 쿡슨만 봐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는데 지금은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다는 단 한 생각밖에 없었다.



“빨리 몸을 움직여 이 망할놈!”

“아악! 이게 다 체코놈 때문이라구!”

“아니 왜 거기서 날 걸고 넘어지는데?”

“네가 그 빌어먹을 귀신 얘기만 안 했어도-”



그나마 입을 움직일 힘이 남아 있던 게 겨우 세 명뿐이었지, 만일 한 명만 더 있었어도 나름 온순한 최고참 해적인 스미가 손수 그들의 몸을 바위와 함께 묶어 바다로 던져버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졸리 로저 호의 해적들은 허리가 뽀개지기 직전까지 와서야 간신히 배청소를 끝낼 수 있었다.



“오 젠장. 감사합니다.”

“왜 선장님은 저런 놈을 데려다 쓰시는 건지 원....”



주크스가 감격에 차 무릎을 꿇고 있는 쿡슨을 보며 말했다. 그는 체코만큼 문제 많고 쓸모없는 해적은 없을 거라고 악담을 퍼부은 적이 있었고,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어왔다. 쿡슨이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다.



“너야 신입 들어올 때마다 그딴 소리를 하니까. 체코도 그랬고 누들러도 그랬고 매이슨도 그랬어.”

“결국 자기보다 막내인 놈들은 다 깠네. 주크스, 넌 안 그런 줄 아냐?”



주스크보다 오래 된 해적들이 한 마디씩을 던진다. 갈 곳이 없어진 주스크는 궁상스레 스미를 쳐다보며 웅얼거렸다.



“적어도 저놈들보단 나았어. 안 그래, 스미?”

“방금 뮈시기 같은 카레랑 카레 같은 뭐시기랑 둘 중에 어떤 게 낫냐는 질문을 들은 것 같다만...”



이들을 모두 지켜본 스미가 능청스레 대답했고, 주크스만 이를 으드득 갈았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쿡슨만 의기소침하게 입을 쭉 내밀었다.



“난... 처음부터 해적은 아니었으니까...”

“이봐, 모든 해적이 다 모태해적인줄 알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적성에 맞은 놈 있는가 하면 살려고 하는 놈도 있어. 여긴 그런 곳이다.”

“하지만 난... 선장님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술집 주방 보조나 하면서 주방장한테 얻어터지기만 했을 거야.”

“그래도 넌 우리들 중에 요리솜씨가 그나마 낫잖아.”



쿡슨이 눈을 끔벅거렸다. 비웃음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었다. 단순하고 거친 해적 나름의 위로였다.



“난 잡일꾼이었다. 상인들한테 헤헤거리는 게 싫어서 후크 해적단 선원모집 하는 거 보고 들어온 거야.”

“나도 비슷해. 멀린스 놈이랑 같이 해적이 되었지. 그게 악연 시작이었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멀린스, 라이츠가 한 마디씩 덧붙였다. 의외로 처음부터 해적이었던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얘기가 어느정도 고조되었을 무렵, 스타키는 고된 단순노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갑판 위에 있는 술통을 개봉했다. 엘사가 숲으로 들어가기 전, 미리 허락을 해둔 것이었다. 그 말인즉, 엘사가 경고했던 2시간보다 늦을 수 있다는 뜻도 되었다.


‘대체...’


스타키는 엘사가 들어간 숲속을 흘긋 쳐다보았다.

술통이 개봉되자 쿡슨은 재빨리 잔과 안줏거리가 될 몇 가지를 챙겼다. 말린 어포와 딱딱하게 굳은 빵, 씁쓸한 맛이 감도는 과일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 하지만 이곳 네버랜드는, 어른의 미래는 이런 것들뿐이야. 이게 싫다면 이곳을 떠나야겠지.”

“떠난다고? 어떻게?”

“떠나고 싶나?”



주스크가 물었다. 쿡슨은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여기가 좋은지 싫은지도 몰라.”

“알게 되면 어쩔 거지?”

“.....그런데 이것들은 뭐야?”



어쩐지 집요한 질문이다. 쿡슨은 주스크의 시선을 피하면서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탕수수. 이거 건들면 널 꽁꽁 묶어다가 닻 대신 써버릴 거야.”



멀린스는 매듭을 풀고 안을 보여주었다. 쿡슨은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안에 든 사탕수수를 쳐다보았다.



“타이거 릴리의 몸값으로 얻어낸 거지. 네버랜드 산 작물은 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체코가 사탕수수 하나를 꺼내 씹기 편하도록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각자 사탕수수를 입에 가져가 우물우물 씹는다. 쿡슨도 사탕수수를 씹어 즙을 삼켰다.



“달다. 이거 수프에 넣고 끓이면 달디 단 수프가 되겠는 걸?”

“넣으면 죽는다! 자고로 수프는 짜거나 밍밍해야한다고!”

“멍청하긴...”



웬일로 술자리를 마다한 스미는 난간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러다 그의 손길이 뚝 멈추었다. 동시에 스타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발포소리다.”

“인디언인가?”



몇 대 피터 팬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오래 전에 인디언들은 화약무기를 손에 넣었다. 그들과 거래를 트기 위해 후크 해적단이 무기를 밀매해 네버랜드에 들어온 탓이었다. 아마 그 시점에 인디언들은 두 부족으로 나뉘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무기는 동족을 포함한 적을 죽이는데 매우 유용했다. 엘사와 그의 부하들이 타이거 릴리를 끌고 들어간 늑대 부족 영토에서 환영의 의미로 총알 세례를 받을 정도로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잘 써먹고 있었다.


- 날개 부족은 우리와 거래를 하고 있으니 화약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늑대 부족이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야


스쳐 지나가는 말로 엘사가 중얼거린 내용을 스타키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그들이 가진 총은 더 무거운 소리를 낸다. 이건 피스톨.... 선장님의 총성일거야.”



순식간에 술자리는 종료되었다. 스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스타키, 멀린스, 라이츠는 선장님을 찾아보겠다. 너흰 배를 지켜.”



그들이 조를 짜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바다 아래로 기울 때까지 엘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해적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인디언 영토에는 안 계신 것 같다.”



1차 수색에 실패한 스미 일행은 일단 작전을 다시 짜기 위해 배로 돌아왔다. 단순하게 모든 인원이 나가서 선장님을 찾자는 의견이 나오고, 만장일치로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해적들이 무장을 단단히 하고, 횃불을 들었을 때, 난간에 서서 걱정스런 눈으로 네버랜드 쪽을 응시하던 쿡슨이 소리쳤다.



“선장님?! 후크 선장님!”

“뭐? 선장님이 돌아오셨어?!”



과연 쿡슨의 말대로 엘사는 천천히 네버랜드 숲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쿡슨과 스타키가 배에 달린 쪽배를 내려, 육지까지 노를 저었다. 밀물 때문에 낮에는 그냥 걸을 수 있을 정도였던 해안가는 쪽배를 이용해야만 배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엘사는 부하들 덕분에 편히 졸리 로저 호로 승선했다. 다소 창백한 얼굴이다. 게다가 엘사의 옷은 위아래 할 것 없이 푹 젖어있었다. 그래서 걸음걸이도 더 무거워진 모양이었다. 그것만 빼면 다친 구석 없이 멀쩡한 것처럼 보였다.



스미가 부하들을 대표해 물었다.



“선장님, 대체 어찌된 겁니까?”

“역시 늑대 부족 영토에서 다치신 거죠?”



타이거 릴리를 인질삼아 막무가내라 할 정도로 늑대 부족의 영토로 들어간 그들은 몇 차례 공격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크게 다친 사람은 생기지 않았다. 맨 선두에 섰던 엘사가 갑자기 서두르는 기색을 보였고, 늑대 부족 추장을 만나 그와 단독으로 대화를 나눈 후에도 그녀는 짐을 잔뜩 진 부하들을 염두 해두지 않은 것처럼 재촉하기까지 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역시 다친 게 틀림없다. 스타키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하지만 눈으로 보건데 상처로 추청 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옷이 젖어있을 뿐이다.



“....배가 깨끗해졌는지 아닌지 확인하기에는 날이 너무 저물어버렸군.”



배를 흘긋 쳐다본 엘사가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쿡슨이 몸을 움찔 했다.



“아침 일찍 떠나겠다. 모두들 일찍 자도록.”



졸리 로저 호의 선장은 부축해주겠다는 부하들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비척비척 선장실로 들어갔다.






-------------------------------------------------------------------------------------------------------------------------------------------------


ps. 좀 재미없는 부분이라 짧게 쓰고 빨리 올리려고 했는데 현퀘가 안 도와주네. 역시 사건 몇 개 일어나줘야 좀 쓸 맛이 나지 ㅋㅋㅋㅋㅋㅋ


psps. 엘선장님 무사 귀환. 은근 부하들 신경써주는 선장님과 선장님한테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임. 가끔 병신짓 하면 난 부하복이 없다고 투덜대는 엘후크임


pspsps. 청소 깨끗이 했는데 검사 안 해줘서 좀 서운한 쿡슨이었다



추천 비추천

24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끝까지 다 본 걸 후회하게 만든 용두사미 드라마는? 운영자 25/07/07 - -
AD 워터파크 지금이 제일 쌈! 운영자 25/07/11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4] 운영자 14.08.29 168087 510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71] 운영자 13.07.31 440173 286
1125853 요즘 북풍이 불어서 시원한거래 [1] ㅇㅇ(223.38) 11:57 14 0
1125852 사람의 미소를 배운 엘개 [1] ㅇㅇ(223.38) 07.11 26 0
1125851 더워서 엘사 옆을 떠나지 않는 안나 ㅇㅇ(223.38) 07.11 17 0
1125850 혀를 더 내볼래? 안 보여 ㅇㅇ(223.38) 07.10 27 0
1125849 이번 여름 좀 버틸만할지도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0 28 0
1125848 엘산나가 사는 나라로 갈래 [2] ㅇㅇ(223.38) 07.10 26 0
1125847 살색의 향연 [1] ㅇㅇ(223.38) 07.09 37 0
1125846 나쥬미 후쿠오카왔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46 0
1125845 외향인 안나와 내향인 엘사 ㅇㅇ(223.38) 07.09 30 0
1125844 쪄주글뻔했워 [1] ㅇㅇ(223.38) 07.08 29 0
1125843 잘자욧 엘산나 ㅇㅇ(223.38) 07.08 15 0
1125842 헬요일이었어 ㅇㅇ(223.38) 07.07 16 0
1125841 뭐든 올라오거라 [2] ㅇㅇ(223.38) 07.06 42 0
1125840 열정열차 설갤러(168.126) 07.06 23 2
1125839 1년 반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해 ㅇㅇ(223.38) 07.06 30 0
1125838 그래도 작년보다는 덜 더운데? ㅇㅇ(223.38) 07.05 20 0
1125837 사는 게 재미가 없네 [3]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 64 0
1125836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그나마 덜 최악으로 왔으면 [2] ㅇㅇ(223.38) 07.05 54 0
1125835 청춘열차 설갤러(168.126) 07.04 34 4
1125834 올해도 에어컨 풀가동이야 [2] ㅇㅇ(223.38) 07.04 55 0
1125833 더위 에바네 진짜 [1]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 46 0
1125832 현퀘 끝 [1] ㅇㅇ(140.248) 07.04 36 0
1125831 안나의 상징색은 초록색일까 자주색일까 [3] ㅇㅇ(223.38) 07.03 63 0
1125830 비공식 공식 소식 떴다 [1] 설갤러(118.235) 07.03 84 0
1125829 목요갤은 역시 정전 [1] ㅇㅇ(223.38) 07.03 44 0
1125828 엘산나 ㅎㅇ ㅇㅇ(223.38) 07.02 26 0
1125827 겨울최고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 47 0
1125826 이제 본격적으로 덥대 잘 살아남아 봅시다 [2] ㅇㅇ(223.38) 07.01 55 0
1125825 11월 개봉이었는데 티저가 2월에 나왔었잖아 ㅇㅇ(223.38) 07.01 29 0
1125823 종점의 파라다이스 풍광 설갤러(168.126) 07.01 35 4
1125822 현퀘종료 ㅇㅇ(223.38) 07.01 21 0
1125821 하반기 ㅎㅇ 설갤러(39.7) 07.01 25 0
1125820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0 17 0
1125819 상반기 막글 [1] 설갤러(175.205) 06.30 44 0
1125818 일찍 잘게 [1] ㅇㅇ(223.38) 06.30 52 0
1125817 다른 애니를 봐도 엘산나 치환병 [1] ㅇㅇ(223.38) 06.30 63 0
1125816 다른 영화 보다가 엘사 생각나더라 [3] 설갤러(175.205) 06.29 85 0
1125815 2025년 하반기라고 [1] 설갤러(175.205) 06.29 58 0
1125814 2월도 아닌데 왜 벌써 인사한거야 [1] ㅇㅇ(223.38) 06.29 55 0
1125813 7월에도 잘 부탁쥼 [1] ㅇㅇ(223.38) 06.28 59 0
1125812 큰일났다 [5] 설갤러(175.205) 06.28 72 0
1125811 토요엘산나 ㅇㅇ(223.38) 06.28 20 0
1125810 뜨거운 금요일 이미 시작했다 ㅇㅇ(223.38) 06.27 27 0
1125809 금요제압해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7 20 0
1125808 금요점심해 ㅇㅇ(223.38) 06.27 20 0
1125807 연상안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59 0
1125806 오 약 2년 5개월 남은 프3 ㅇㅇ(223.38) 06.26 31 0
1125805 캭 오늘막글 ㅇㅇ(223.38) 06.25 21 0
뉴스 "재벌도 요거트 뚜껑 핥아먹어요?"…'신세계 3세' 애니 답변은? 디시트렌드 07.1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