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Fragment-->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18)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죽여라!”
붙잡혀 끌려온 작자들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몸을 떨고 있었다. 엘사는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 자신들을 칭찬해 달라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스타키 외 몇 명을 쳐다보곤 시선을 도로 옮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었지만 그들에 몸에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다. 구타를 당했다면 노기를 띄고 있는 게 당연할 텐데 그들에겐 그런 기색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쪽은 나름 정중히 데려와 줬다. 그 값을 당장 치러주실까?”
“멋대로 끌고 온 주제에 값을 치르라고? 역시 천한 해적놈이라 뻔뻔하기 그지없구나.”
“무인도에서 난파당해있던 걸 구해준 걸로는 고귀하신 프라이드가 꺾이지 않는 모양이군, 기사나리께선.”
표면적으로는 루헤임 해적단의 부선장인 렉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루헤임 해적단이 사실은 서던의 특무대라는 게 지난번에 밝혀졌으니 더는 속일 필요도 없었다. 캡틴 훅이 자신의 신분을 눈치 챈 건 렉에게 뜻밖의 일이었지만, 죽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엘사는 렉을 보고 피식 웃었다.
“너희 대장과 협상을 하고 싶은데.”
“무슨 꿍꿍이지?”
“왕보다는 왕자가 더 다루기 쉬울 테니까 말이야. 그것도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열셋째 왕자라면 더더욱.”
“감히!”
렉과 그 부하들이 발끈하여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몸이 묶인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목에 칼을 들이 대고 있는 해적들이나 자신들의 목숨 줄을 잡고 있는 해적 선장 따윈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단한 충성심이었다.
“역시 일개 부하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군. 주스크, 왕자의 소재는 알아냈나?”
“네. 선장님 말씀대로 서던 본국으로 귀환하지 않고 네버랜드 해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베리온 섬에서 그런 수치를 당하셨으니 그대로 빈손으로 돌아가면 아무리 왕자라 할지라도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걸.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지.”
루헤임 해적단 아니 특무대원들은 하나같이 눈을 크게 떴다. 루헤임 해적단을 겸하고 있는 특무대원들은 네버랜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라는 명령에 따라, 줄곧 네버랜드 해에 있는 무인도에서 한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결국 식량이 바닥나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해적들에게 끌려온 것이다.
간접적으로나마 한스의 상황을 알게 된 특무대원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희들이 진정한 부하라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겠지?”
“...알겠다. 결박을 풀어라.”
“잊지 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나다. 그리고 너희들의 움직임은 이미 다 보이고 있으니까,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네버랜드의 상어들의 맛난 한 끼 식사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다.”
엘사 J. 후크는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 명령을 받은 스타키가 특무대원들에게 다가갔는데, 그들의 얼굴에선 아까의 비통함이나 분함은 온데간데없고, 소스라치게 놀라기까지 했다.
“소, 손대지 마! 혼자서 걸을 수 있어!”
“결박은?”
“으... 엘사 J. 후크, 네가 풀어라! 차라리 네가 나아! 쇠갈고리를 휘둘러도 좋으니...”
“거절하지.”
엘사가 딱 잘라 거절하자 그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스타키가 조심스레 밧줄을 풀어도 몸을 움찔거리며 기겁을 해댄다. 그렇게 특무대원들의 신병을 풀어주고, 엘사는 엄한 목소리로 다시금 경고를 준 후에 감시 역으로 주스크를 임명했다. 그러자 특무대원들 모두 엘사를 감사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개중에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려는 놈들도 있었다. 렉이 노려보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스타키.”
“넵.”
“저들을 어떤 식으로 정중하게 데려 왔지?”
“최대한 다치지 않게, 양 팔다리를 밧줄로 묶어서 그대로 앞으로 안아들었습니다. 저들을 함부로 업으면 등 뒤를 찔릴 지도 모르니까요.”
루헤임 소속 해적들이 그럼에도 욕설과 함께 반항을 멈추지 않자, 머리로 박치기를 먹인 다음, “늬들은 소중하니 가만히 있어”라는 대사를 때려 박았다고 스타키가 자랑스레 말했다. 아직 소중하다와 정중하다의 차이점을 모르는 것 같다. 하기야 시간이 없어 대강 글을 가르쳤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엘사는 간신히 말을 깨냈다.
“.....참 신사적으로 대응했군.”
“네. 최대한 웃어주면서, 정중하게 데려왔습니다. 물도 손수 먹여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가가면 저리도 벌벌 떠니. 더 정중하게 대했어야 했을까요?”
“그건 정중한 게 아니라... 아니 됐다. 쉬어라.”
루헤임 해적단들이 질겁한 이유를 알았다. 차라리 좀 때리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키는 엘사의 명령을 그대로 수행했다. 그런 그에게 질책을 줄 이윤 없다.
이와는 정반대로 주스크는 거칠다 못해 괴팍한 타입이니, 특무대원들이 바라는(?) 폭력과 욕설 등등을 무자비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졸리 로저 호에서 멀어져 가는 소형선 두 척이 눈앞에서 사라질 즈음, 스미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해적섬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해적섬으로 가자. 그리고 깔끔한 옷 한 벌 구해오도록.”
“옷이요?”
“그래. 나름 예의는 갖춰야하니까.”
부하들의 설득에 못이긴 한스는 해적들의 배를 탔다. 어디로 갈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건지 물어볼 기력이 나지 않았다. 실패, 실패, 실패. 연이은 실패도 모자라 요새까지 약탈당한 이상 한스는 벼랑에 서있는 것과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해적 측이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그걸 마다할 자존심 따윈 없었다. 한스는 단독으로 졸리 로저 호의 선장실로 들어섰다.
선장실은 좁았지만 깨끗한 편이었다. 촛불 하나만 켜둔 상태라서 자세한 건 보이지 않았다. 선장실에서 부하들과 함께 있을 거라는 한스의 추측은 빗나가버렸다. 엘사는 혼자 의자에 앉은 채, 일렁이는 촛불을 쳐다보고 있었다.
벽면에 붙어있던 책상은 대화를 위해서인지 선장실 정중앙에 옮겨져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책상 주변을 점령하던 술병이나 책 따위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협상의 기본 중 하나는 그에 걸맞은 환경이다. 상대방은 일국의 왕자이고, 앞으로의 일을 결정할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니만큼 엘사가 신경을 쓴 것이다.
“어서 오시오.”
엘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언제나 걸치고 있는 붉은 선의대신 감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붉은 색보다 파란 색이 더 어울려 보였다.
한스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속셈이지?”
“스타키!”
엘사는 한스의 말을 잘라먹고는 큰 소리로 부하를 불렀다. 그러자 무뚝뚝한 표정을 지은 해적 하나가 들어와 몹시도 낡은 주전자와 살짝 일그러진 찻잔 두 개를 가져왔다. 선장의 눈짓에 스타키는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선장실을 나갔다. 주전자 입구에서 모락모락 김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엘사가 손수 차를 따라서 한스 앞에 내려놓았다. 해적 그것도 캡틴 훅이 대접하는 차에 어떤 독약이 들어있을지 의구심이 든 탓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자 엘사 본인 몫으로 따른 차를 먼저 마셔 보이며 입을 열었다.
“마시고 죽진 않소.”
한스는 손을 뻗어 찻잔을 들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엘사는 나름 예의를 차려 한스를 대접하고 있었다. 양 측 다 부하를 들이지 않고 단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 건, 서로를 동등한 입장으로서 보겠다는 뜻이다. 한스는 내심 화가 치밀었으나 한편으로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지 않은 걸 보고 되레 곤혹스러워졌다.
“한 획을 그어볼까 하오.”
“획?”
“당신이 처음 네버랜드에 와서 나에게 한 제안에 대해서. 답을 내놓기도 전에 언제나 전투가 벌어졌으니.”
마치 한스의 탓이라고 둘러대는 것 같았다. 한스가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내자 엘사는 반대로 씨익 웃었다.
“당신의 행동 탓이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지? 난 당신네들을 먼저 도발한 적도 공격한 적도 없어! 오히려-”
“아니. 안나 P. 팬을 건든 건 명백한 도발이고 공격이오. 만일 당신이 안나 P. 팬을 노리지만 않았어도 우리들은 좀 더 우호적인 사이가 되고도 남았소. 그것만큼은 확실해.”
“안나 P. 팬은 수많은 중죄를 저질렀어. 특무대를 만든 목적도 안나 P. 팬 때문이야. 서던의 왕자로서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
화가 나서 그런지 목이 탔다. 한스는 엘사가 따라준 차를 들이켰다. 뜨거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뜻했다. 갈증을 없애준 찻물은 한스를 진정시켰다. 그는 차를 단숨에 마시고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엘사가 비워진 찻잔에 차를 채웠다. 책상 위에 놓인 촛불이 살짝 일렁거렸다.
“아무리 좋은 나라라 할지라도 범죄는 있고 그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신분을 막론하고 말이오. 굳이 안나 P. 팬이라는 유명인 하나만 잡는다고 모든 중범죄가 사라지진 않는다는 건 백치라도 알 터. 그런데 안나 P. 팬을 잡겠다고 왕자가 특무대를 만들고, 장장 몇 년을 죽을지도 모르는 고생을 한다고?”
정곡을 찔린 한스가 불편한 신음을 흘렸다.
“우리는 서로의 신뢰가 부족하오. 지금도 당신은 내가 언제 무기를 들고 위협을 가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지 않소?”
“그... 그렇...다. 너흴 믿을 수가 없어.”
한스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그 의문은 의심으로 바뀌기도 전에 사라졌다. 진실을 내뱉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다.
엘사는 품 안에서 피스톨 한 자루를 꺼내, 한스에게 내밀었다.
“이 총을 당신에게 믿고 맡긴다면, 당신은 이 총으로 날 쏘겠소?”
“쏘지.... 않아.”
“좋소.”
한스는 엘사가 건넨 피스톨을 받았다. 차갑고 딱딱한 구식 피스톨이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구 아렌델의 총인가?”
“그렇소. 손에 제일 잘 맞거든.... 자, 당신이 총을 받았으니 이로서 모래알 정도의 신뢰는 쌓였군. 이정도면 조금 더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엘사의 말이 빨라졌다.
“지금 정박하고 있는 섬이 어딘지 모르겠지? 해적섬이오. 지금 이 섬에서 네버랜드 전체 해적회의가 열리고 있소. 투항 문제 때문에 소음이 일고 있긴 하지만 곧 결론이 날 거요. 당신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따라 길이 정해질 것이오.”
“무슨 뜻이지?”
“서던 왕의 시종장이 접촉했소.”
“시종장이...”
한스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왕의 시종장은 울프릭 태자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걸 알면서도 시종장으로 삼은 왕의 의중은 틀림없이 울프릭 태자를 다음 보위로 생각하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해적들을 이끌고 왕에게 투항하라는 제안이었지. 그대가 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소.
차이점은 이 공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 정도고. 시종장의 공이 될지 그대의 공이 될지. 전자라면 당신은 꽤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될 테지.”
“그건 내 문제다. 해적 따위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다시 불꽃이 일렁인다. 가벼운 현기증이 느껴졌다. 기묘하게도 마음이 더욱 편해졌다. 한스는 풀어지려는 마음을 애써 잡았다.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요. 그러니 시종장이 아닌 불쌍한 왕자와 협상을 하고 있는 거지.”
“감히!”
한스가 벌떡 일어나 총을 겨누었다. 천한 해적에게서 불쌍한 왕자라는 말을 들으니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13번째 왕자, 부왕의 총애를 입지 못하고 형제들로부터 멸시나 당하는 애물단지 왕자. 알 사람은 다 아는 한스의 콤플렉스였다. 그러나 여기서 화를 내며 엘사에게 총을 겨눠서는 안 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더더욱.
“방아쇠를 당기겠소?”
“당기면 나와 내 부하들은 해적들에게 개죽음을 당하고 말아.”
“만일 이곳에 나와 당신, 당신 부하들만 있는 상황이라면 날 쏘겠군?”
“.....”
한스는 총을 내려, 테이블 중앙에 두었다.
“내가 지나쳤다.”
“뭐, 도발을 건 건 내 쪽이니, 나도 사과드리겠소. 솔직히 이런 잡담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는데. 입이 너무 가벼워진 모양이군.”
엘사는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조심히 원을 그리던 손가락은 일그러진 귀퉁이에서 멈춰 선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기꺼이 서던 왕에게 투항하겠소. 일전에 당신이 가져온 조건에 조금 추가를 더해야 하오.”
“조금? 거기에 더 들어가야 할 것들이 있나?”
엘사가 손짓으로 차를 더 권했다. 한스는 홀짝홀짝 차를 음미하는 엘사를 따라 차를 마셨다. 테이블 위 촛불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그 옆에 피스톨은 몸을 웅크리며 엘사와 한스를 응시했다.
“투항하는 해적들과 네버랜드의 전 주민의 처우는 서던의 백성들과 다를 게 없으며, 같은 권리를 누리게 해줌은 물론, 따로 감시나 이동의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고-”
“그건 당연한 것이오. 추가 조건은 피터 팬에게서 완전히 손을 떼라는 것이오.”
“그것만큼은 안 돼! 절대로!”
“이유는? 물론 당신의 위태로운 현 상태를 가뿐히 무시할 정도로 더 중요하고 더 위대하고 더 고귀한 이유일 테지?”
“.....”
“아니면 고작 어린 범죄자를 잡겠다고 인생을 모두 낭비할 만큼, 당신은 고귀한 존재가 아닌 거요?”
“그렇지 않아! 하지만 피터 팬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적이야. 이제껏 난 피터 팬을 체포하기 위해 살았어. 특무대를 만든 것도, 네버랜드에 집착하는 것도 모조리 다 피터 팬 때문이라고!”
“원한이 깊은 모양이군. 그러나 사사로운 원한은-”
“사사로운 원한이라고?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함부로 입 놀리지 마!”
한스는 거칠게 숨을 쉬었다.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피터 팬은, 피터 팬은 날 지옥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피터 팬만 없었어도 내가 이러고 있지는 않았어! 이 모든 게 다 피터 팬 때문이야! 그러니 반드시 내 손으로 잡을 것이다.”
“안나 P. 팬을 잡으면 그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건 알고 있겠지? 일이 너무 커져버렸어... 고작 범죄자 애새끼를 왕에게 바친 걸로는 당신의 ‘죄’는 사라지지 않소.”
죄. 책임. 베리온 요새의 일이 너무 크다. 안나 P. 팬으로는 당연히 왕의 분노를 잠재울 순 없다. 애초에 왕의 목적은 네버랜드의 해적들이다. 20년 전의 일에 메여 사는 건 오직 한스 자신뿐이다. 홀로 과거와 싸우고 있다.
“그래.... 이제 와서 안나 P. 팬을 잡고... 과거의 무실을 증명해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난... 너무... 늦어버렸어. 난...”
“무실이라는 건, 20년 전, 왕궁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인가?”
잠자코 한스의 넋두리를 듣고 있던 엘사가 입을 열었다. 허를 찔린 한스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경기를 일으켰다.
“그,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대답해! 그건 왕족들과 측근 귀족들만 알고 있던 일인데?”
“그 당시 왕실 어용상단에게 들었소.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왕실 기사들과 경비병이 무더기로 죽어나갔다고 하던데. 그 일, 당신과 관계있는 일이오?”
“....그래. 그것 때문에, 난... 브라이튼 제국에 가야 했어. 명목상 유학이지, 볼모나 다름 없었다.”
한스는 더듬더듬 말을 이으며 차를 마셨다. 찻잔을 든 손이 떨리고 있어서, 간혹 찻잔 밖으로 찻물이 넘쳐흘렀다. 손이 찻물에 젖었는데도 손수건을 꺼내 닦지 않을 만큼, 그는 혼란스러워했다.
“20년 전, 안나 P. 팬은, 내 8번째 형을, 죽이고, 달아났다.”
한스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차를 들이켰다.
“내가 아닌 8번째 형을 네버랜드에 데려가려 했다. 내가 아닌, 내가 아닌 8번째 형을....”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8번째 형을. 피터 팬의 선택을 받았던 그날 밤, 8번째 형은 자신을 비웃으며 피터 팬의 손을 잡았다. 너 같은 머저리는 피터 팬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은 채-
“왜 나를.... 구원해주지 않은...”
한스는 손을 뻗었다.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 아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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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마시고 죽진 않소(다만 입이 많이 가벼워질 뿐이지)"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psps. 오랜만에 정중하게 존대어 써서 힘들었다는 엘선장님. 그리고 부하들 글공부를 더 시켜줘야겠다고 결심하셨답니다.
pspsps. 미안해서 다음편 빨리 뱉는다는 말은 못하겠.... 대신 연중은 없어. 이것만큼은 확실해!! 글구 이거 거의 후반부니까 몇 편 이내로 끝남 레알! 10편 안넘을 거야;
pspspsps. 사실 한스 과거 외전 이런거 쓰려고 했는데 .... 이놈 뭐가 이쁘다고 한 편을 내줘야하나 싶어서 삭제. 음 나중에 추려서 나올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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