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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21)
집채만 한 파도가 무모한 항해를 하는 이들에게 조소를 날리듯, 철썩-하고 크게 울었다. 바닷물을 뒤집어 쓴 배 여섯 척은 서로의 몸을 굵은 쇠사슬로 묶은 채 허우적거렸다.
“돛! 돛!”
배 여섯 척 중 다섯 척은 해적선이고 나머지 한 척은 상선이었다. 해적들은 이를 악 물고 저마다 제 위치를 지키고 섰지만, 상선에 탄 이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긴 정말 별천지로군. 어떻게 저럴 수가...”
상인은 바닷물 때문에 흐려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눈을 비볐다.
네버랜드 해는 하늘만큼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생겨난 파도는 집요하게 배를 노렸다. 마치 파도가 네버랜드에 오지 말라고 난동을 피우는 것 같았다. 이 부근을 고작 100m만 벗어나도 파도는 이들을 노리지 않을 것이다.
엘사는 바닷물 범벅이 된 부하들을 쳐다보며 외쳤다. 큰 파도가 배를 노리고 있었다.
“전원, 숙여라!”
선장의 명령에 해적들은 저마다 난간이나 기둥을 붙잡은 채, 몸을 숙였다. 엘사가 파도를 움켜쥐듯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투명한 얼음막이 뱃머리 부분을 감싸듯 나타나, 파도를 가로막았다. 파도는 얼음막에 부딪혀, 수천 갈래로 갈라졌다.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나, 다들 몸을 숙인 탓에 이를 보지 못했다.
곧이어 다음 파도가 나타났다. 엘사는 혀를 차곤 다시 외쳤다.
“스타키! 그걸 뿌려라!”
“예? 그걸 대체 어디다 뿌리란 말씀입니까-!”
엘사가 손가락으로 파도를 가리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그러나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물통 꺼내!”
상선에서 받은 물통에는 물이 아닌 것이 들어있었다. 호기심으로 물통 뚜껑을 열어 본 쿡슨은 기절할 듯이 놀랐으며, 스미마저 두려워했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 물통은 일반 물통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그 탓에 장정 3명이 달라 들어 물통을 번쩍 들어야만 했다.
엘사가 다시 손짓을 해보였다. 그 신호에 맞춰, 스타키와 누들러, 매이슨은 물통을 비스듬히 들고는 다가오는 파도를 향해 냅다 던졌다. 물통이 파도를 향해 날아갔다.
파도는 코웃음을 치며 물통을 부셨다. 그러자 물통 안에 든 선혈의 피가 파도를 적셨다. 피를 뒤집어 쓴 파도는 비명을 지르며 바다 속으로 숨어들었다. 순식간에 바다도 하늘처럼 잠잠해졌다.
“아...”
넋이 풀려버린 선원들은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물 아니, 피가 가득 든 통을 던진 세 명은 한참이나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선혈의 피로 물든 바다와 비명을 지르는 파도 때문에 모두들 얼이 빠져버렸다.
“피해상황은?”
그 상황에서 홀로 냉정하게 상황을 살핀 엘사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인명피해는 없지만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버렸다.
꾸물대고 있을 틈이 없는데. 어서 저 곳에 가서-
“기다려. 곧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견뎌줘.”
엘사는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파도가 물러나니 네버랜드가 보였다. 생각보다 지척에 있었다. 요정들이 파도로 섬을 가려놓은 게 분명했다. 그들의 수작질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일이 수월하게 돌아갈 거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힘들게 공수한 피 한 통을 써야만 했다. 초장부터 계획이 삐걱거렸다.
엘사는 섬을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갑작스레 현기증이 난 탓이었다. 그러나 엘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부하들에게 상륙 준비를 명했다.
배들이 네버랜드에 가까워질수록 엘사의 두통은 심해졌다. 귀에서 윙윙 울리던 이명이 섬뜩한 방울소리로 바뀌었다. 엘사는 분노가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네버랜드를 노려보았다. 기어코 요정들이 일을 저질러 버렸다. 요정들은 엘사 J. 후크보다 먼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다.
“선장님, 네버랜드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불이 난 것 같습니다!”
망루에서 네버랜드를 쳐다보던 멀린스가 소리쳤다.
“물난리가 끝나니 이젠 불난리인가.”
스미가 탄식했다.
네버랜드에서 이는 불길은 아직 미약한 편이다. 하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큰 화재로 이어져, 네버랜드를 집어 삼키고도 남는다.
멀린스는 망루에서 본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연기는 주로 인디언 부족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인디언들은 불을 자주 쓰는 편이었다. 주로 사냥감을 처리한다든지, 연기 신호를 만든다든지. 그 불을 잘 간수하지 못해 화재가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피터팬 일당들의 보금자리에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요정들이 방관하는 걸 보면 틀림없어.”
애초에 네버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정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섬, 네버랜드는 그 어떤 곳보다 풍요로운 곳으로 재해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만일, 아주 만일 불이 난다 하다라도, 요정들이라면 단숨에 이를 잠재우고도 남는다.
엘사는 결단을 내렸다.
“1조는 날개 부족이다. 무기를 든 인디언들은 망설이지 말고 죽여 버려. 무기를 들지 않은 인디언들을 이곳에 데려와, 배에 태워라.”
엘사는 말을 멈추고 얀센 상단 소속 상인을 쳐다보았다. 엘사가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상단으로, 이번 일을 의뢰한 곳이었다. 얀센 소속 상인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책임지고 인디언들을 남구(南區)의 픽 섬까지 데려다 주겠습니다.”
“부탁하지. 저들은 몇 백 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흰 보수를 받은 만큼, 책임을 다해 일을 완수합니다.”
상인은 인디언들을 태울 배를 재정비하기 위해 곧바로 승선했다.
엘사는 그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그녀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2조. 나와 함께 저 통을 가지고 인어의 호수로 간다. 아까 바다에서 봤다시피 요정들은 피에 취약하다. 몇 안 되는 약점인 셈이지. 그걸 가지고 있는 한, 요정들은 너희들에게 섣불리 다가가진 않을 것이다. 인어의 호수에 도착하면 내가 배에서 설명했던 대로 행동하도록.
요정들이 날뛰어도 너흰 서로를 믿고, 초승달 해변가까지 달려라. 그런 다음 이곳에 합류한다.”
엘사는 몇 번이나 주의사항을 주었고,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1조와 2조는 각각 명령받은 대로 준비물을 챙겼다. 단단히 무장을 한 1조와는 반대로 2조는 가벼운 무장에 피가 가득 든 물통과 빈 물주머니를 챙겼다.
엘사는 3조에 속한 이들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3조는 5명의 후크 해적단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스타키, 멀린스, 누들러, 체코, 쿡슨은 엘사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너희들은 무기 엄금이다. 맨몸으로 가서 아이들을 구해라. 아이들이 너흴 공격해도 너흰 아이들을 공격하지 마. 절대로.”
누군가가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3조의 임무가 제일 어렵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무장도 없이, 아이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것도 어른들에게 살의에 가까운 적의를 가지고 있는 악동들을. 사실상 무리한 명령이었다. 그러나 해적들은 토 달지 않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조에 속하지 않은 해적들은 이곳에 남아 배를 지키도록 지시했다. 그들에게 피가 든 통 하나가 맡겨졌는데, 요정들이 이곳에 와 인디언들의 탈주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엘사는 통에 든 피를 주변에 뿌려 요정들을 경계하라고 말했다.
해적들에게 각각 명령을 내리고, 상인들에게 언급을 더 한 다음이 되어서야 정리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엘사는 자신이 쓴 삼각모를 벗었다.
“스미.”
스미가 앞으로 나서자, 엘사는 모자를 그의 머리에 씌웠다. 스미는 엘사 대신 이곳에 남아 해적들을 통솔하게 된다.
“네가 내 대리다. 만일 내가 없으면, 네가 대표자가 되어서 일을 성사시키도록.”
“선장님...”
“부탁한다.”
엘사가 고개를 숙였다. 스미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해적들에게, 이 일을 받아준 해적들과 상인들에게까지 고개를 숙였다.
“이 일을 받아줘서 고맙다. 부디... 살아다오. 살아서 너희들이 원하는 걸 하며 살아라.”
악명 높은 졸리 로저 호의 선장이자 극악무도한 해적 엘사 J. 후크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자 후크 해적단의 산하에 소속된 플루 해적단의 선장이 앞으로 나섰다.
“캡틴 훅. 우린 해적이오. 약탈도 하고 돈 받고 일을 하기도 했소. 이번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우리가 잘 알고, 우리 주머니도 잘 아는 일!”
“그 말이 맞소. 캡틴 훅.”
이번 전투,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네버랜드 전투는 목숨을 걸고 하는 해적질보다 더 위험한 축에 속했다. 같은 인간과 싸우는 것이 아닌 환상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상에 홀려 자신의 죽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먼 길을 헤맬지도 모르고, 자아를 상실해 요정의 꼭두각시가 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
‘자유를 눈앞에 두고 죽으러 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엘사는 자신과 함께 네버랜드에 갈 해적들을 모으기 위해 제 발로 뛰어다니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기본 보수에 곱절은 넘는 돈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따로 구해줄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해적들이 자원해준 건 뜻밖의 일이었다.
“그러니 그런 얼굴 할 거 없소.”
“....그런가.”
엘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도 씁쓸하게 번지는 미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자 수염을 길게 기른 해적이 말했다.
“무사히 다녀와서 럼주나 마십시다. 해적섬의 술집 ‘바다 해적’ 마스터가 캡틴 훅을 끌고 오면 술을 공짜로 퍼준댔다구!”
그의 호탕한 웃음이 해적들에게 전염되었는지, 다들 가볍게 웃어 보였다. 엘사도 한숨 쉬듯 작게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래. 같이 술잔을 나누게..... 이따 다시 만나자.”
위험한 줄은 알고 있었다. 엘사 J. 후크가 늑대 부족들이 대단한 환영을 해줄 거라고 몇 번이고 경고를 해줬다. 그들은 지금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화가 난 상태라고 말이다.
“씁.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다고.”
전투라면 이골이 날대로 난 해적들은 많은 적들과 싸워봤다. 무기력한 적이든 잔뜩 화가 난 적이든 닥치는 대로 싸웠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아버린 놈들을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으- 으아아아아!!!”
흰자위를 뜬 인디언들이 괴성을 지르며 적들에게 칼을 들이댔다. 무기가 아닌 횃불을 든 인디언들은 불을 휘두르며 여기저기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무기를 든 인디언들도 위험했지만, 화재 범위를 더욱 늘리려는 인디언들은 더 위험했다.
“아-!!! 아아아아아!!!”
“제기랄! 팔 잘린 걸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냐?”
인디언들은 제 몸에 상처가 나든, 절단이 나든 상관하지 않고 해적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심장이 멈추거나 머리가 박살이 나야 움직임이 멈췄다. 인디언 영역으로 가고 있던 1조 소속 해적들은 무기를 들고 이들과 맞서 싸웠다.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 어쩌면 날개 부족은 이미...”
“서두르자고! 이러다 날개 부족이고 뭐고 우리가 죽게 생겼어!”
인디언들보다 더 위험한 건 불길이었다. 인디언들은 어쨌거나 죽이면 그만이었지만, 불은 그렇지 않았다. 태연하게 화재 진압할 여력 따윈 없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인디언 부족의 영토는 이미 화재 연기로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해적들은 저마다 소매를 찢거나, 두건 따위의 천에 물을 적셔서 코와 입을 가렸다. 불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조롱하며 길을 막아섰다.
“자기 팔다리 잘리는 것도 못 느끼는데, 몸에 불이 붙는다고 앗 뜨거! 할 리가 있나.”
그 말대로, 인디언들은 불길 따윈 안중에도 두지 않고 오로지 해적들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요령껏 전투를 한 덕분에 아직까진 해적들 사이에서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전원 무사귀환이라는 기적은 없다. 이를 곱씹으며 해적들은 입꼬리를 올렸다.
“술집 거덜 나게 마셔보려면 목이 잘 붙어있어야 한다고들!”
그들은 아른거리는 죽음을 비웃었다. 해적들의 웃음소리는 또 다른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 시각.
1조와는 정 반대편으로 달려간 2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어의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조에 속한 해적들은 저마다 단검이나 권총 한 자루 씩만 소지했고, 하나 같이 바가지와 작은 물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물통을 짊어진 해적은 낑낑거리며 물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에리얼!”
호수는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인어는커녕 잔물결도 일지 않았다. 엘사가 나서서 소리쳤다.
“에리얼!”
설마 요정들에게 계획을 들킨 걸까. 엘사는 초조한 마음에 인어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자 호수 속에서 인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는 모두 서른다섯. 이들을 초승달 해변까지 옮기기 위해선 많은 수의 해적들이 필요했다. 결국 3조의 인원을 겨우 다섯 명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잘 해내기를 염원하면서 엘사가 물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어?”
“오래 버티진 못해요.”
에리얼이 인어들을 대표해 대답했다. 엘사가 가져온 물주머니를 보여주자 에리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가 손짓을 하자 해적들은 가져온 물주머니에 호수 물을 가득 채웠다. 물가를 벗어나 지상에 오래 있지 못하는 인어의 특성 탓에, 그들의 피부가 마르지 않게 수분 보충을 해줘야 했다.
물주머니에 호수 물을 채우자마자 해적들은 패를 둘로 나누어, 호위 팀과 운반 팀으로 갈라졌다. 본의 아니게 짐 취급을 당한 인어들이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하는 수 없었다. 엘사가 처음에 제안한, ‘물통 속에 담긴 채 이동’을 거절한 건 그들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에리얼이 호수에서 나와 매이슨의 등에 업혔다. 인어의 호수는 주인을 잃고도 침묵했다. 피가 든 물통을 짊어진 해적은 호수에 물감을 타듯 통 안에 든 피를 흘려보냈다. 통에 있던 피가 반절 남짓 하자, 그는 통을 바로 세웠다.
“호수가...”
인어들은 고개를 돌렸다. 호수가 변해가는 꼴을 바라보고 있기 힘들었다.
몇 백년간 인어들을 가둔 호수는 핏빛으로 물들어, 늪처럼 변해갔다. 이윽고 호수는 늪이 되어 진흙을 토해냈다. 곧, 질척질척한 진흙은 순식간에 새하얀 모래로 바뀌어버렸다. 마치 이곳에 호수 따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었다는 양, 건조한 모래밭이 되고 말았다. 모래가 가벼운 바람에 흩날렸다. 에리얼은 입술을 깨물었다.
네버랜드에 계속 있었다면 우리들은, 인어들은 모두.
“끝...인걸까?”
에리얼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인어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에리얼은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지며 말했다.
“끝이 아니야. 우린 드디어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엘사는 호수와 숲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호수는 사라졌고, 숲은 활활 타들어 갔다.
“엘사 J. 후크.”
에리얼, 그러니까 에리얼을 업은 매이슨이 엘사에게 다가갔다. 매이슨은 등에 업힌 에리얼이 엘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몸을 살짝 틀었다.
“당신은 정말 해적답지 않아요.”
“알아. 난 결국 해적도 될 수 없었으니까.”
엘사가 자조하듯 말하자, 에리얼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자의 말로는 언제나 극단적으로 치닫고 만다. 그 틈에 끼어서 고통을 눌러 참고-
“인어의 호수에서 남쪽으로 숨이 찰 때까지 달려서, 한쪽 귀만 달린 토끼 바위가 나오면 귀가 없는 쪽으로 150보. 작은 돌들이 쌓여있는 곳을 밟고 올라가면 보이는, 큰 구멍이 나 있는 고목.”
에리얼이 손가락을 숲을 가리켰다. 안나 P. 팬에게서 간신히 알아낸 곳이었다. 그 고목에 난 구멍을 통과하면 요정의 성소로 갈 수 있다.
“안나 P. 팬은 그곳에 있어요.”
성소는 요정 혹은 피터 팬이 아니면 갈 수 없는 환상의 근원지이다. 엘사의 입장에서 보면 맹수의 아가리나 다름없는 곳이기도 하다.
“갈 건가요? 영영 헤어 나올 수 없을 텐데.”
“물론.”
엘사는 자신의 검과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나 P. 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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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쥬미찜 or 쥬미구이 or 쥬미탕 되기 전에 올린다. 뇌가 녹아 쥬미미미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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