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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完) 下

유희자(118.43) 2017.12.31 01:47:00
조회 1040 추천 29 댓글 18







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33) 上








할 게 많다.
바네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엘사는 복잡한 머릿속을 하룻밤 만에 정리했다. 안나 문제만으로도 벅차지만 엘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밖에 많았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마음을 다잡았다. 하나의 원인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니 우선순위는 둘 수 있어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특무관서에 잠깐 들른 후, 번화가에 있는 JH회사로 갔다. 네버랜드 때부터 이어온 기나긴 연줄을 다시금 확인을 하고는 몇 가지 부탁을 했다. 대비책은 많을수록 좋다. 그후 은행에 들러 거액의 현금을 맡긴 다음에 메인 스트리트로 향했다.



“오오. 오늘 출근하자마자 휴가를 신청하고 퇴근해버린 매정한 라스무센 경이 아닌가!”




엘사는 걸음을 멈췄다. 한스였다. 그는 피곤한 얼굴을 한 채 엘사에게 다가갔다.



“근무시간 아닙니까?”
“바람 좀 쐬러 나왔네.”
“출근하자마자요?”
“출근하자마자 휴가증 내고 바로 퇴근한 경에게는 듣고 싶지 않네만.”



살다 살다 한스에게 말이 막히다니. 엘사는 조금 분했다. 하지만 그의 말 대로였다. 다시 말하지만 한스는 엘사의 상관이고, 엘사의 휴가계획서를 받아들여준 사람이다. 그러니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 줘야하는 것이다. 한스로서는 엘사가 조금이라도 업무를 하고 갈 줄 알았기에 즉시 휴가증을 끊어준 것이지만. 이제 와서 엘사를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휴가는 즐겁나?”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다행이군. 그런데 경.”
“예.”
“친위대 입단 권유를 거절했더군.”



한스는 시선을 내리깔았다가 엘사를 쳐다보았다. 언제 봐도 밉살맞게 아름다운 부하다.



“자네도 알다시피 곧 기사단과 특무대, 경비대, 치안대가 대대적으로 개편되네. 기사단 대부분은 친위대가 되어 폐하의 직속 부대가 되네. 기존의 기사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권력과 명예가 친위대에 주어질 걸세.”



그런데 부하는 그 자리를 거절했다.



“나머지는 특무대를 주축으로 ‘경무대’라는 조직에 편성될 걸세. 일은 예전 경비대, 치안대와 비슷해. 서던의 전 지역의 치안과 질서유지를 통괄하게 되네. 여러 기관을 하나의 역할로 묶은 거나 다름없지. 특무대는 경무대 소속 특별수사과로서 귀족들을 상대하게 돼.
경무대의 필두는 물론 특무대 아니 특별수사과이고. 음. 초대 경무총감은 이미 내정되어있어.”



바로 나야. 한스는 에헴에헴 헛기침을 했다. 엘사는 박수라도 쳐야하나 싶었다.

 


“음. 아무튼 지금보다 더 바빠질 거야, 믿어지나? 지금보다 더 바빠질 거란 말일세.”
“그럴 테죠. 어떤 우두머리인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왕자님이 맡게 될 ‘경무총감’이라면 틀림없이 바쁠 겁니다.”



비꼰다기보다는 솔직히 말하는 투에 가까웠다. 그래도 엘사는 자신의 말에 선선히 동의를 해줬으니 굳이 말을 빙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한스는 두 팔을 쭉 피고는 과장스럽게 말했다. 연극배우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바쁠 거야. 엄청! 그것도 초대 경무총감이니까!”
“예.”
“음음. 그렇다는 걸세. 너무 바빠서 왕자님 노릇 할 시간도 없어. 오히려 거추장스럽지!”
“....예?”
“형님 전하께는 미리 말해두었네. 왕위계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앞으로 경은 나를 왕자님 운운하진 못하게 되었네. 아쉽나?”



한스는 엘사처럼 씨익 웃었다. 엘사가 아무 말도 못하자, 그는 말을 이었다.



“나는 한스 왕자님은 싫어. 어차피 형님 전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면 난 왕제(王弟)로서 공작이 되겠지만 그냥 지금 계승권을 버리고 공작이 되려하네. 물론 내 자식에게도 불필요한 계승권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고 말이야.
뭐가 더 중요한지 알아버렸어. 난 진심으로 그게 좋고, 또 지키고 싶어. 그래서 선택했을 뿐일세.”



한스는 족쇄가 풀린 사람처럼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경. 경에겐 몇 백번 고마움을 표해도 모자라. 그러니, 그래... 더는 경을 붙잡지 않겠네. 이젠 원하는 대로 하게. 힘닿는 대로 도와줄 테니.”



그 순간, 한스에게서 어렴풋이 풍기던 ‘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한스에게서 요정의 표식이 없어진 것이다. 이로서 한스가 스스로 네버랜드에 가지 않는 한, 환상은 그를 건들 수 없게 되었다.



엘사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엘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한스는 몹시도 어색함을 느꼈다. 빈정거리든 찬사를 보내든-찬사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무리겠지만-뭐든 말을 해줄 것 같았는데 의외였다. 거북한 공기는 한스에게만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한스가 헛기침을 하며 “이만 일을 보러 가겠네!”라고 소리치고는 자리를 떴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엘사는 한참 뒤에야 숨을 몰아쉬었다.



“어른이, 됐군.”



엘사는 한스가 떠나간 자리를 쳐다보았다. 한스에겐 그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 한스 자신이 든든한 어른이 되었다. 한스가 스스로 가지 않는 이상, 그가 ‘후크 선장’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스 왕자. 당신이 다음 대 제임스 후크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더는 두려워하지 마. 당신은 이제 ‘아이’가 아니야.”



문제 하나가 해결됐다. 이제 엘사는 서던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서던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이상 엘사는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다.
남은 길은 두 갈래다. 경무대의 초석을 닦기 위해 지방순시를 돌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져 타국으로 망명을 갈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 있을 브라이튼 제국 특사의 수행원 신분으로서 제국에 머무르면서 요정의 행적을 조사해 마녀와의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 어느 쪽이건 서던을 떠나게 된다.



“선택을 해야 해.”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엘사는 코로 짧게 숨을 내뱉었다.



“밤까지 기다려야겠군.”



웬일로 엘사는 곧장 집에 가지 않았다. 그는 실직자처럼 공원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들은 바람에 휩쓸려 형체를 바꿔갔다. 뭉게구름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이윽고 실구름이 되었다. 몇몇 실구름들이 모여 엉킨 실타래구름이 됐을 무렵에는 땅거미가 어둑어둑 져있었다. 공원에는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였다. 그제야 엘사는 몸을 일으켰다.
엘사가 향한 곳은 주점이었다. 그는 위스키 한 병을 사고는 바로 주점을 나왔다. 네버랜드에서는 ‘현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일부러 술과 시가를 찾았다. 서던에 와서는 술은 가끔 마시지만 시가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안나가 시가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좋은 밤인걸.”



일부러 인적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구름 같은 스모그가 달빛을 가렸을 때, 엘사는 주머니에서 파이프와 엄지만한 병을 꺼냈다. 병 안에는 검은 색 가루가 들어있었다. 그 가루를 파이프에 채우고 불을 붙이자, 불은 금빛으로 타올랐다. 엘사는 파이프를 빨아, 연기를 내뱉었다. 주변이 삽시간에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차라리 골목길의 악취가 낫다고 느껴질 만큼 진한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쥐새끼처럼 그림자 속에 숨어있지 말고, 나오도록 해.”



엘사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사람처럼 반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자 엘사의 그림자가 멋대로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손바닥 크기로 줄어들어, 주변의 금빛 연기를 빨아들이더니 제 몸에 색을 입혔다. 그림자가 금빛을 띠었다. 그 그림자는 땅 밑에서 날아올라 엘사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오랜만인걸, 얼간아>



요정 여왕이 된 팅커 벨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대 요정 여왕과 똑같았다. 방울 소리마저도 같았다. 다만 고약한 말씨만큼은 팅커 벨다웠다.



“이게 탐이 나서 왔니?”



엘사는 제 가슴께를 쥐었다. 동시에 몸 안에 든 검은 물이 찬찬히 끓어올랐다. 검은 물은 엘사에게 눈앞의 요정을 죽여 버리자고 종용했다. 불처럼 타오르는 분노는 엘사가 죽더라도 꺼지지 못할 것이다.



<구정물 따윈 필요 없어>
“구정물? 맞아. 아직은 구정물이야. 내 몸이 네버랜드 구정물을 열심히 물들이고 있거든. 이젠 역겨운 금색이 아니라 맑은 흑색이지.”
<네가 멋대로 구정물로 만들어도 본질까지 변하진 않아. 넌 평생 그 구정물에 빠져 허덕이게 될 거야. 죽어서도 편해질 수 없어>



요정의 악의어린 말에도 엘사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요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환상에 빠트리려는 악령 같은 존재다. 그들이 달콤한 말로 꼬시든지 무서운 말로 겁을 주든지 약점을 잡고 도발을 하든지, 그것에 홀려 넘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내 걱정을 해주는 거야? 상냥하기도 해라. 단순히 걱정하러 와준 거면 지금 당장 꺼져줘. 그러면 죽이진 않을게.”
<너, ‘인간’으로 죽고 싶지?>



엘사의 표정이 사라졌다. 정곡에 찔린 탓이었다.



<마녀도 만능이 아니야. 그 구정물을 다 빼내려면 몇 십 년은 걸려. 설령 그걸 다 빼내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쳐. 넌 맨 정신으로 그 세월을 혼자 정체된 채로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요정의 말 대로였다. 몸 안의 검은 물이 어떤 형태로든-죄다 빼내든가 아니면 엘사의 일부가 되든가-안정화가 되려면 ‘적어도’ 30년은 걸린다고 했다. 그 30년 동안, 어쩌면 30년이 지나도 엘사는 인간도 요정도 아닌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적어도 죽음만큼은, 인간으로 죽고 싶다. 이것이 최후의 소원이 될 것이다. 결코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간절한 소원이다.
간사한 환상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네버랜드로 와. 인간처럼, 인간으로서 죽게 해줄 테니>



그토록 갈망하는 건 언제나 환상 속에 있다.
어느새 엘사는 반쯤 얼이 빠져있었다.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몸을 뒤로 뺐지만, 바로 뒤돌아서 도망치지 못했다.



<네가 있다면 우리들은 지금보다 더 번성하겠지. 네가 죽으면 네 몸에서 얼마나 많은 요정들이 태어나게 될지 기대가 될 정도야. 네가 인간으로, 비참하게 죽는 꼴을 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서로서로 좋지 않아?>



엘사가 아무 말도 못 하자, 요정은 노골적으로 그를 비웃었다.
거 봐. 또 흔들려. 이래서 인간은 참 어리석어. 특히 저, 인간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저 인간은. 요정이 혀를 놀렸다.



<솔직히, 네가 아니어도 돼. 난 지금도 ‘안나’를 사랑하니까. 난 안나가 또 다시 환상에 홀려서 네버랜드로 오길 바라고 있어. 안나라면 분명 좋은 양분이 되어줄 테니>
“안나, 라고?”



안나. 안나. 안나. 엘사는 안나의 이름을 읊조렸다. 안나. 안나. 나의 안나. 아아, 안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엘사는 이마에 손을 짚은 채 킬킬 웃다가, 이내 미친 듯이 크게 웃어재꼈다. 손 아래로 드러난 시퍼런 눈이 섬뜩하게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웃던 엘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머리끝까지 오른 광기는 한 덩어리로 뭉쳐 몸 깊숙한 곳까지 내려앉았다.



“만일 안나에게 손을 댄다면,”



마치 유혹하듯 달콤하게 녹아든 목소리는 ‘후크’도, ‘웬디’도 심지어 ‘엘사’의 것도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처럼 고요하고 깊게 울렸다.



“너흴 반드시 멸종시켜버릴 거야. 인간 행세도 그만 두고 내 존재가 산산조각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반드시!
맹세할게. 그때가 되면, 나는 네 것이야. 팅커 벨. 아니... 요정 여왕.”



오로지 널 죽이기 위해 살아갈 테니.
엘사의 말 한마디로 팅커 벨은 요정 여왕이 되었다. 웬디와 팅커 벨의 관계가 완벽하게 끊어졌다. 팅커 벨은, 요정 여왕은 처음으로 그녀를 ‘엘사’로 인식했다.



금빛 연기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시간이 다 된 모양이었다. 현실과 환상의 틈새에서 두 존재가 마주보고 섰다. 둘은 서로의 존재가 등을 마주 댄 것처럼 정반대이되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아이러니를 느꼈다.



<아이들이 생겨나는 한, 요정은 불멸이야.>
“아이들이 성장하는 한, 요정은 필멸이야.”



금빛 연기가 사라졌다. 요정 여왕은 자취를 감췄다. 골목에서 다시 역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엘사는 벽에 팔을 기대에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했다. 이런 식으로 대면해봤자 불리해지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나를 빼앗기지 않으리라. 엘사는 이를 으드득 갈면서 위스키를 꺼내 병 채로 들이켰다.



“안나....”



위스키 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병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 날카로운 파열음이 엘사의 귀에는 자장가로 들렸다. 잠이 쏟아질 것 같다. 엘사는 금방이라도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떴다. 안나를 보고 싶다. 지금 당장에라도 보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엘사가 간신히 집에 들어서니, 잠옷을 입은 안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잔뜩 토라진 얼굴이다. 별다른 연통도 없이 밤늦게 귀가한 엘사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엘사가 이상했다.



“엘사! 어, 술 마셨어요? 엘사?”
“안나야...”



안나는 놀라서 앞으로 쓰러지려는 엘사를 받았다. 이젠 신장 차도 별로 나지 않아서 엘사의 몸을 받아낼 수 있었다. 키는 겨우 머리 하나 차이난다. 안나는 아직 성장기이니 더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엘사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엘사... 가벼워... 이젠 나보다 가벼워’


안나는 놀란 하녀와 함께 엘사를 침실로 옮겼다. 엘사의 눈가가 축축이 젖어있었다.



“어디 아파요? 의, 의사를 부를까? 어쩌지!”
“괜, 찮아.”



흐릿한 초점인데도 알 수 있었다. 안나다. 취기에 홀린 엘사는 헤실헤실 웃었다.



“안나...”



엘사는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했다. 안나는 평소에 엘사가 칭얼대는 저를 달래주듯, 그와 비슷하게 엘사의 등을 다독였다. 엘사는 등 위로 서툰 손길을 느꼈다. 엘사는 안나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놔주질 않았다.


‘대체 뭐가 당신을 울게 만들어요? 왜 소리도 못 내고 혼자 삭여요’


속상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누군가가 엘사를 울게 만들었다면, 그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으면 했다. 바다에서 엘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유 모를 이기심이 들었다. 엘사를 원한다. 이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나, 빨리 어른이 될 테니까.”



당신이 울지 않게 지켜주고 싶어. 안나는 잠이 든 엘사의 입에 키스했다.












휴가의 달콤함을 맛보려면 우선 제정신이어야 한다. 마음껏 잠을 자고 멋대로 일어나서 눈부신 햇살 아래에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는 것이다. 물론 술에 잔뜩 골아 떨어져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특권이다.



아침을 넘기고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이 되어도 엘사는 숙면 중이었다. 핏기 없는 얼굴로 꼭 시간이 멈춰진 사람처럼 미동이 없는 엘사를 보고, 안나가 몇 번이나 숨을 쉬나 안 쉬나를 확인했을 정도였다. 엘사의 숨은 가늘고 얕았다. 안나는 한숨을 쉬며 엘사의 코에서 손을 뗐다. ‘엘사가 숨 쉬나 안 쉬나 확인’ 8회차를 마쳤을 때는 엘사의 눈 밑과 입술색이 거뭇하게 물들어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53회차 확인을 마치니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영 찝찝했다.



“그런 모습, 처음 봐요.”



술주정을 부린 거나 숙취 때문에 여태 못 일어나고 있는 거나. 라스무센 저택에서 가장 오래 일한 하녀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금욕적-엘사는 본인을 위한 사치는 안 부렸다-이고 검소한 고용주로 지냈던 엘사였기에 조금 충격이었다.
정오 전, 공부시간에 맞춰 라스무센 저택을 방문한 바네사는 전후사정을 들은 후, 입을 열었다.



“라스무센 님도 인간이잖아요. 저럴 수도 있죠 뭘.”



엘사를 두둔한 바네사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딴엔 어제 열심히 충고도 하고 응원도 해줬는데 후견인이라는 사람이 그날 바로 술을 잔뜩 퍼마시고 온데다 피후견인을 걱정시키기나 하다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람. 바네사는 혀를 끌끌 차고 싶었으나 옆에서 안나가 잔뜩 걱정을 하고 있었기에 그만 두었다.



“정말 괜찮은 거겠죠 선생님?”
“물론이죠. 라스무센 님은 어른이잖아요?”
“어른....”



안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동시에 응접실의 분위기도 어두워졌다. 그러자 바네사가 박수를 두 번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만 수업을 나갈까요? 여기서 술꾼 기사님 걱정을 해도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자자. 가요.”
“아, 알았어요. 밀지마세요.”













수면을 취한 게 대체 얼마 만일까. 엘사는 멍하니 헤드 보드에 몸을 기대었다. 수면이 필요 없게 된 몸으로 변한 건 후크가 되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부터였다. 네버랜드에 관여할수록, 요정 가루를 삼킬수록 엘사의 몸은 인간의 범주에서 멀어지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수면이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움직이는 몸이라는 게 괴롭기만 했다. 수면을 기점으로 다른 것들도 하나둘씩 불필요해지고 말았다.
아직 술에 취할 수 있었다. 숙취 때문에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는데도 엘사는 안도했다. 아직은, 아직은 ‘인간’인 것이다.



서던의 기사이자 특무대 부관이며 안나의 후견인인 ‘인간’ 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몸을 단정히 하고, 안나를 보러 응접실로 내려갔다. 하지만 안나는 없었다. 대신 어제 본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바네사만이 엘사를 반기고 있었다. 엘사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안나의 행방을 묻는 엘사의 말을 쌈빡하게 씹고, 바네사가 “어제 했던 얘기나 계속 할까요?”라고 말하며 시간을 내주길 요구했다.



“진로.”



엘사는 바네사의 말을 따라했다. 바네사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나는 우수한 학생이다, 라는 평가가 엘사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공부에 아예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바로 시집보낼 것도 아니면 공부를 계속 해도 되겠죠. 안나 아가씨가 지금보다 더 공부에 열의를 보인다면 대학에도 갈 수 있고, 라스무센 님? 제 얘기 듣고 계세요?”
“듣고 있습니다.”



골 아픈 현실 얘기가 엘사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금 시대의 아가씨들은 대개 공부를 더 하거나 아니면 좋은 집안의 자제와 결혼하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대부분 후자를 택해 안정적인 일생을 보낸다. 안나도 지금 시대의 아가씨다. 엘사는 무의식적으로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지워버렸다.


‘안나가 비행을 좋아한다면’


안나가 원한다면 프셴국으로 갈 수 있다. 프셴국에 항공관련 학교가 있다. 신분을 세탁하고 연줄을 만들어 안나를 항공학교에 입학시켜줄 수 있다. 군 관련 학교이니 높은 확률로 기숙사제일 것이다. 같은 꿈을 꾸는 비행사 지망생 남학생들과-여학생은 아마 안나 혼자일지도 모른다-함께 공부를 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꿈을 이룬 안나가 어엿한 어른이 되고, 안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러면. 그러면.


‘난...’


필요 없다.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원했던 걸 이루어냈어’


이거면 족하다. 안나의 미래에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 안나의 행복에 ‘엘사’는 필요 없다. 새로운 행복이 있어야 했다.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그 아이는 사랑스러우니까 어딜 가든 잘 적응할 거예요. 사랑받으면서 잘 살 거예요.”
“오.”



이 답답한 인간을 어쩌면 좋담. 바네사는 이마에 손을 얹고는 노골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분명 엘사의 머릿속에는 상시상애라는 단어 따윈 없을 것이다.



“안나 아가씨가 사랑스러우시죠?”
“당연하죠.”
“그럼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예... 예?”
“뭘 그리 놀라셔요. 사랑하신다면서요?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게 당연한 거 아녜요? 안 사랑하세요?”
“아, 아뇨. 사, 사랑하는데...”
“그럼 가서 말해주세요. 안나 아가씨는 정원에 있으니까요.”



엘사가 우물쭈물 하고 있자, 바네사가 “뛰어!”라고 큰 소리를 냈다. 엘사는 기겁하고 정원까지 뛰어갔다. 그 뒤태가 한심스럽기 그지없었다. 생각보다 더 얼빠진 기사님이구나. 바네사는 홍차를 들이켰다. 오늘따라 홍차가 씁쓸하고 달았다.












한편. 바네사의 기백에 놀라 헐레벌떡 정원까지 뛰어온 엘사는 금세 안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나는 정원의 테이블에서 우아하게 티타임을 가지는 중이었다. 공부는 쉬어가면서 하는 게 중요하다. 꿀맛같은 휴식이다. 게다가 홍차와 함께 곁들이는 이 쿠키가 입에 쩍쩍 붙을 정도로 맛있다. 홍차 한 모금에 쿠기 3개. 매우 바람직한 조화였다.



“안나!”
“왁!”



엘사가 냅다 소리를 질러서일까, 허겁지겁 달려오는 엘사의 기세가 무서워서였을까, 아니면 둘 다 였을까, 안나는 놀라서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이로서 안나는 어제 오늘 엘사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 엘사는 차렷 자세로 안나 앞에 섰다.



“엘사, 이제 몸은 괜찮아요?”
“괜찮아. 그것보단 아, 안나한테 할 말이 있는데.”


- 사랑하신다면서요?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게 당연한 거 아녜요? 안 사랑하세요?


사랑한다면 말해주는 게 당연. 엘사는 눈을 끔뻑거렸다. 뭔가 이상하다. 사랑한다면 말해주는 게 당연하다. 바네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혼비백산한 채로 달려가서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가. 모양새가 이상하다.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도 이것보다는 나은 모양새였을 것이다.


‘이런’


뒤늦게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냥 사랑한다는 말인데. 너무 의식해버린 것 같았다. 엘사는 헛웃음이 나왔다. 보기 좋게 당했다.


‘엘사가 아직도 아픈가봐!’


실실 웃기 시작하는 엘사를 보고 안나는 단단히 오해를 했다.



“엘사. 일단 여기 앉아요.”
“고마워.”



진정이 된 엘사는 은은하게 미소 띤 얼굴로 안나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안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안나가 준 홍차도 한 모금 마시니 여유가 돌아왔다.
둘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따뜻한 날씨, 적당한 그늘, 살랑거리는 바람까지 모든 게 그들의 분위기를 맞춰주고 있었다. 간혹 들리는 높은 웃음소리와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일 이야기가 나왔다.



“생일선물?”



엘사는 안나의 생일-생일은 안나가 처음 서던에 정착했을 때로 정했다-이든 생일이 아니든 선물을 줬다. 그래서 안나가 원하기도 전에 손에 쥐어진 경우가 많아 새삼 선물 얘기를 하는 것도 그랬다.
엘사는 안나가 먼저 선물 얘기를 꺼내는 걸 기다렸다는 듯, 무섭게 입을 열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그게 아니라... 뭐든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엘사는 침묵했다. 자존심이 상한다기보다는 이런 말을 할 아이가 아닌데 굳이 입 밖으로 꺼낸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나는 안나를 위해서라면 바다 괴물도 구해다 줄 수 있지만,”



순간 안나는 엘사가 정말 구해올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마, 가 아니라 바다 괴물이라니. 너무 현실성 높아서 무섭다.



“가능한 범주에서, 모든 걸 해줄 거란다. 네 말대로 ‘뭐든’은 아니지만. ‘내 모든’은 줄 수 있어.”
“정말요?”
“그럼.”


‘엘사를 가지고 싶어요’


안 돼. 말 못해. 안나는 얼굴을 붉히다 못해 고개를 테이블에 박았다. 쿵. 박 깨지는 소리가 났다. 엘사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나는 테이블에 고개를 박은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 생일 지나면, 일단 서류상으로는 어른, 이죠? 나?”
“그럼.”
“성년 첫 선물인 셈인 거죠?”
“응? 그렇단다.”



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을 들이받은 이마가 벌겋게 올라와있었다.



“지금까지 받아본 선물이랑은 차원이 다른 게 좋아요, 난.”
“우리 안나가 대관절 뭘 원하기에 지금부터 강조를 하는 걸까? 아직 반년 남았는데.”



엘사는 속으로 날을 헤아렸다. 안나의 생일은 반년 하고도 이틀이 남았다. 엘사는 자신이 있었다. 안나가 원하는 비행 관련 서적을 사준다거나, 안나의 생일날 언저리에 열리는 비행선 시승식 초대권을 얻어다 줄 수도 있다. 또 조금 이르긴 하지만 프셴국 항공학교의 입학허가서를 따와서-



“아-”



그리고 이별.



“엘사? 안색이 안 좋은데...”
“조금 현기증이 나서 그래. 기대해도 좋아. 안나가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줄 테니까.”
“네? 아, 아아 그게! 그, 잠깐! 잠깐만요! 준비해달라는 게 아니고...”
“어?”
“기, 기다려! 기다리라구요! 내가 원하는 걸 말할 때까지 선물 준비 하지 마세요!”



안나의 성화에 엘사는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나는 급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너무 흥분한 탓에 머리가 아팠다. 안나가 진정한 기색을 보이자 엘사가 입을 열었다.



“안나. 이번 휴가는 넉넉하게 잡았는데, 별장에서 쉬었다 올까?”
“정말요? 내 말은, 무지 좋아요!”
“들어가서 짐을 꾸리자. 내일 아침 바로 떠나게.”
“신난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안나를 보고 엘사도 기쁘게 웃었다.












다음 날. 한대의 마차가 좁은 시골길을 지나갔다. 다각다각 바퀴소리와 말의 투레질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마차 안에는 단 두 사람만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휴가기간 동안 지낼 별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야. 근처에 볼 것도 많대.”
“기대 된다. 바다 같이 갈 가죠?”
“물론이지.”



안나는 엘사의 옆자리에 앉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때 마차가 덜컹! 하고 흔들렸다. 안나의 몸이 기우뚱, 하고 앞으로 기울었다. 엘사가 재빨리 안나의 허리를 휘어감았다. 안나는 엘사에게 푹 안긴 모양새가 되었다.



“괜찮니?”



그냥 이대로 시간이나 멈췄으면. 안나는 엘사를 껴안았다.



“같이.”
“같이?”
“같이 있자구요. 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꼭 붙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나의 말을 듣고 엘사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안나는 불안을 느끼고 엘사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엘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나가 허락해준다면 언제든 옆에 있을게.”



안나는 히히 웃으면서 엘사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가까이에서 서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다각다각. 마차는 곧게 뻗은 길을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날씨는 맑고 청아하다.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기엔 참 좋은 날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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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미친... 진짜... 끝났다......... 끝냈다... 오늘밤부터 꿀잠... 두다리 쭉뻗고...




psps. 늦어서 죄송합니다. 끝까지 기다리게 만들었네요. 나쁜 쥬미. ps글을 무릎꿇고 쓰고 있습니다. 진짜 너무 죄송스러워서 ㅠㅠㅠㅠ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psps. 후기에다 네버랜드 픽 세계관 정리를 해두고 연표? 시간흐름도 써 놓을 예정. 어... 질문? 질문이 있으면 댓글에 달아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후기 글은 1월 5일에 올리겠습니다



pspsps. 2015.8.4. ~ 2017.12.31. 저와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pspspsps. 完 찍는게 어색하고 낯설어;;; 근데 존나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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