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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12

ㅇㅇ(61.96) 2016.08.01 20:56:16
조회 1091 추천 59 댓글 13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 일곱번째 / 여덟번째 아홉번째 / 열번째 / 열한번째



적당한 때를 기다린 열전영이 제 주군을 위해 나섰다. 아신이 입은 혼례복은 정왕부에 기거하는 측비의 유모가 만든 것으로 측비가 아직 어렸던 오래 전 그녀가 가지고 놀던 인형 옷이었다. 당시 실제 혼례복에 쓰이는 귀한 옷감으로 만들었고 훗날 그녀가 혼례를 올릴 때 이와 같은 혼례복을 입기를 원했기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것을 젖은 아신의 옷을 대체할 것을 찾아 난감해하던 열전영에게 전한 것이다. 원래 입고 있던 것과는 영 다른 것에 낯설어하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아신을 달래 입히고 할 동안 간만에 옷을 짓는 즐거움에 빠진 측비의 처소에서 각기 다른 여러 벌의 옷을 보내왔다. 포목점에서 비단 자투리를 구해다가 만든 탓에 말이 와전되었고 그것이 예왕에게 전해졌다. 사실 여부가 무에 중요할까. 정왕부에서 혼례복에 쓰이는 비단을 구해간 것은 실로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이었고, 인형 옷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새 숨겨진 아이의 인형에 쓰이는 것으로 변모했다.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찬합을 바꿔올 때의 일까지 더해 모두 저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열전영을 보고 분에 못 이겨 씩씩대던 매장소가 언제 그랬냐는 듯 우아한 자태로 차를 한 모금 넘기고는 소경염에게 제가 경솔했다고 짤막하게 사과했다.


“어찌되었건 이미 예왕에게 빌미를 주었으니 이를 그냥 간과해 넘길 수는 없습니다.”


비류를 핑계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등의 말을 주고받을 동안 자개함에 들어가 있던 아신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이따금씩 좋아! 멋있어! 등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지루한 정치 공작이 논의되자 슬그머니 아신의 쪽으로 눈을 돌린 린신은 자개함 속에서 아등바등 용을 쓰는 아신을 구경했다.


“그대로 나올 테냐?”

- 멋있어!

“어디 장소도 그리 말하는지 보자.”


굴러다니는 작은 장식을 집어 들어 아신이 미처 꾸미지 못한 곳에 더해준 린신의 얼굴이 복잡하다.


벽을 넘듯 폴짝 뛰어 자개함을 나온 아신이 휴, 하고 작은 한숨을 내보냈다. 저 멀리 갈 길이 구만 리다. 어여쁜 미인들이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무릉도원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는지, 허나 망설임 없이 총총 발을 뗀 아신이 바쁘게 움직인다.


- 아이고.


반쯤 왔을까. 땀이 줄줄 흐를 것 같다. 속의까지 완벽히 갖춰 입은 의관이 참으로 무겁다. 흘러내려 걸음을 방해하는 옷자락을 쥐느라 양손 또한 자유롭지 못했다. 허리를 굽혀 숨을 고르는 안쓰러운 모습을 돌아본 매장소가 아신, 하고 불렀다.

매장소의 부름에 아신이 고개를 든다. 훤히 드러난 아신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빈틈없는 머리장식이 버거운 듯 휘청대는 바람에 옷자락을 잡은 손을 놓쳐 풍성한 치맛자락이 화려하게 퍼졌다.

에구구. 용케 중심을 잡은 아신이 양손을 올려 머리장식을 붙들어 매고 슬금슬금 눈동자를 굴려 매장소를 보았다. 매장소의 반응을 기다리듯 살며시 머리장식에서 손을 뗀 아신이 뽀얀 뺨을 수줍게 물들였다.


“잘 어울리는구나.”


소경염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경염의 칭찬에 아신이 부끄러운 듯 몸을 꼬았다. 그러나 이내 매장소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뼉을 쳤다. 몸이 약한 장소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저를 잘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풍성한 치마를 말아 쥐고 머리장식에 휘청거리며 뒤뚱뒤뚱 걷는 여정이 험난하다. 매장소의 곁에서 아신을 외면하고 있던 린신이 보다 못해 나섰다. 손을 내밀자 폴짝 뛰어 익숙하게 자리 잡아 한숨 돌리는데 철퍼덕 주자앉아 에구구, 하고 허리를 통통 두드리는 것이 제가 보이고자 하는 멋있는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였다.

린신이 매장소와 소경염 사이의 찻상에 아신을 내려놓았다. 아신은 머리장식을 짚고 매장소를 올려다보았다. 매장소의 시선이 느껴지자 배시시 웃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빙그르르 돌아 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아신이 매장소의 반응을 기다렸다. 필시 멋있구나, 하고 고운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고 칭찬해줄 것이다.

두근두근.


드디어 매장소가 입을 열었다.


“예쁘다.”


린신이 진심이냐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눈이 어떻게 된 건가, 하고 매장소를 가벼이 타박해보지만 매장소는 아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예쁘다는 말에 요동치던 가슴이 멈추고 머릿속에 천둥이 친 아신은 제 모습을 꼼꼼히 살폈다. 멋있다고 해야 하는데. 발을 동동 구르던 아신이 뒤돌아 소경염을 보았다.


“넘어질라.”


한껏 고개를 젖히고 아슬아슬하게 선 아신에게 제 손가락을 내어 쥐어준 소경염이 다정히 말했다.


“아신.”


매장소가 아신을 불렀다. 쭉 뻗은 우아한 손가락에 잠시 넋을 놓은 아신이 뒤돌아서 매장소에게 향했다. 매장소가 양손바닥을 보여 이리 오련, 하고 말하자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이들에게는 덥석덥석 잘도 오르더니 저에게만 망설이는 것이 서운한 매장소가 싫은 게야, 하고 우울하게 물었다. 아신이 놀라 토끼 눈을 뜨고선 제 머리 위에 얹어진 무거운 장식은 생각도 않고 고개를 마구 저었다. 어이쿠. 결국 넘어지고만 아신이 눈을 꼭 감았다. 뺨에 닿는 보드라운 감촉에 얼굴을 비비대고는 슬며시 눈을 뜬 아신이 안절부절못한다. 어쩜 좋아! 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곧이어 외친다.


- 장소 손이 부러지면 어떡해!


제가 생각하기에 듬직한 체격에 묵직한 장식과 옷이 더해진 저를 받쳐 든 매장소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신은 참으로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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