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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무죄판결에 관련해서 3

운영자 2010.02.16 16:17:45
조회 480 추천 0 댓글 0

“심지어 광우병 걸린 소도 뇌와 척수만 없애면 먹어도 아무 지장이 없어. 복어도 독을 빼고 먹지 않느냐는 얘기는 그만큼 안전하다는 걸 얘기하기 위한 거였지. 두 시간동안 자세히 설명했는데 앞 뒤 다 빼버리고 그 부분만 따서 나를 완전히 매국노로 만들었더라구. 그렇게 악의적으로 편집하면 병신 안 될 사람이 어디 있냐? 대통령 봐라. 나보다 더 매국노가 됐지”


“방송이 허위보도라면 왜 정부는 한마디도 반박을 못하냐?”

내가 따졌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사태가 이러니까 전부 몸을 사리고 뒤로 빼는 거야. 정말 억울한 건 대통령이 백기를 드니까 도매금으로 나도 죽일 놈이 돼 버렸어. 대통령도 잘못을 시인했는데 네까짓 게 뭔 데 그러냐는 식으로 국회의원들이 욕을 하더라구.”


그 후 피디수첩의 보도내용이 민사법정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재판은 제작진을 형벌에 처하려는 것도 아니고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것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방송내용이 진실이냐 허위냐 만을 정확히 따져보는 정정보도여부를 결정하는 법정이었다.

그곳에서 결론이 났다.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소라고 속였다는 거다. 죽은 미국여대생이 광우병이 아닌데 그런 것 처럼 시청자가 오해하게 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미국산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퍼센트라는 부분은 완전 해프닝이었다. 방송내용들이 모두 허위였다는 결론이었다.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도 마찬가지의 결론이었다. 늑대와 소년이라는 동화가 떠올랐다. 결국 피디수첩은 거짓말로 이 사회를 뿌리째 흔들어 놓은 것이다. 대통령이 지레 겁먹고 무릎을 꿇은 셈이 됐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속으로 부글부글 화가 치밀 것 같았다. 내란 같던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해 책임을 물려야 마땅할 것 같았다. 언론의 자유를 누리려면 책임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한 참 시간이 흐른 후 소고기협상대표였던 민동석이 내게 피디수첩을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공직에 있는 친구가 개인적으로 형사고소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차라리 거액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형사고소를 해도 공직자의 명예는 보호받기 힘든 게 판례의 입장이었다. 피디수첩제작진의 실형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무죄거나 성공한다고 해도 집행유예정도였다. 나는 친구인 민동석이 두 번째 이용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해외로 나가서 다시 외교관으로 근무해야 할 그가 개인적인 형사고소를 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소 대리인 비슷한 위치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개인이 거대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것은 무덤을 스스로 파는 행동이었다. 정부 측의 졸렬성이 느껴졌다. 피디수첩 제작진의 국민선동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정면으로 처리해야 맞다. 방송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고 정당한 조사절차를 통해 제작진의 사표를 받을 수도 있었다. 거짓을 섞은 과장된 방송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엉뚱하게 협상대표인 민동석을 제물로 삼아 우회하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건은 흘러갔다. 그 후 뉴스화면에 방송국으로 압수수색을 하러간 담당검사의 모습이 나왔다. 붉은 띠를 매고 방어하는 노조원 앞에서 법집행을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법의 패배였다. 명분과 주도권도 뺏기고 있는 것 같았다.

허위내용으로 선동을 한 본질은 증발되고 공권력에 의한 언론탄압의 형태로 비치고 있었다. 검찰은 피의자 신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민 앞에 서슬이 시퍼런 검찰이 언론에는 무기력했다. 그걸 보면서 뇌리에 이런 비유가 떠올랐다. 도망가는 여우를 따라가는 사냥개는 절대 그 여우를 잡을 수 없다. 여우는 목숨을 걸고 달아나지만 사냥개는 주인을 위해 적당히 의무로 하기 때문에. 변호사인 나는 고소인이 된 정운천장관과 민동석대표의 조사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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