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같은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반대방향으로 걸어
도착한 곳은 유치원이야 날 위해 누구보다 일찍 출근한 유치원 선생님께서 나오면 인사를해 안녕하세요 네 학교갈께요
나는 동생을 끌어안아서 뽀뽀를 해줘 유치원앞에서 희준이가 인사를해줘 이따보자
이제야 다른아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걸어

늦었으면 뛰면 되는거고
이른시간이면 너와 나란히 걸을 수 있어
오늘은 늦었어 너의 자전거는 그 거리에서 보이지않아 이미 예식장을 지나갔구나 정말 빠르네. 뛰어가도 잡을 수 없어

학교에가서 떠들구놀아 아침부터 6교시까지 재잘재잘거려
어제 집에서 했던 일, 오늘은 뭘 먹으러가자, 오늘은 어디에 놀러가자, 무슨 화장품이 좋다...공부와는 거리가 멀은 이야기들
언니 나 오늘 놀아도되?
응 알았어 언니 고마워

점심이되면 각자 다른 반인 셋이 나와서 앞치마를 쫑매고 급식당번을 했어
좋아하는 너와 너친구들에게는 매번 동그랑땡을 한개씩 더 줬어

학교가 끝나면 같은 방향으로 걸어
지현이네 집은 아직 학교와 가까워서 우린 거기서 모여
강아지와 놀아줬어 강아지는 너보다 날 좋아해
사진을 엄청찍어
우리는 밖으로 놀러가
한양대에 맛집이 어디던 내 알바가 아니야 거기는 다 술집인걸 어디던 우리는 웃을수있는 얘기 투성이였고 사실 맛없는걸먹어도 그걸로 웃을수있었어. 고기에서 오징어맛이나도 우린 웃을 수 있어. 재밌는 비유를 할 수있는 일종의 떡밥인걸 우리는 대화가 끊기는걸 무서워하지않았어 팔짱을끼고 걷거나 카페에 들어가 카페에서 낮잠자는건 우리라면 부끄럽지않았어 셋이서 한시간내내졸은적도있었으니까
우리는 노래방에 가 노래를불러 서로가 다들 못부르는거아니까 부끄러워하지않고 당당하게 불러. 듣기싫은 소리는 아니였어
우리는 계속 같이야 타인에게 우리중 누군가를 설명하는 말은 친구라는 말이면 충분해
047친구 지현이 047친구 지윤이 지윤이친구 047 지현이친구 047 지윤이친구 지현이 지윤이친구 지현이

근데 이젠 난 아니야.
나는 우리가 아니게 됬어

우리가 아니게 되면서부터
뚜렷했던 내 색 내 향은 무색무취가 되었어

집으로 돌아가 그때도 나는 너희와 집이 멀었으니 혼자 걸어갔어
청계천 다리를 넘어가 1자로 쭉 뻗은 물길이 저 멀리까지 이어져있어
해는 저물고 하늘은 주황색이야
집에 도착하면 언니가 밥을 차려줘
동생이 조잘조잘거려
언니는 8시가 되기전에 빠르게 집을나가
나는 동생을 대리고 놀고 티비를 보고 끌어안고 씻겨
아빠가 늦네 여보세요 아빠 언제와요 아 네 희준아 우리먼저자자
장롱을 꺼내 시트를 깔고 고새 거기에 누운 희준이 위에 이불을 얹어 누나도 위에올라와 그위에 나도올라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면서 뽀뽀도하고 머리도 쓰다듬고
팔배개를 하고 재워 희준아 잘자
11시가되자 내 전화기로 엄마한테 전화가 와
네 아직 안오셨어요 회식이래요 네 희준이 자요 나도몰라 알아 알았어 응 엄마 나도사랑해
12시가 될때까지 컴퓨터를 해
12시 반이 되도 아빠가 안 와
여보세요 아빠 언제와 응 나도자야지 어딘데 빨리와
그리고 아줌마와 아빠가 들어와
아줌마는 막 과자를 늘여 놔 앞에 슈퍼에서 산 값싼 과자들이야
아줌마가 이제 자야한다며 희준이 옆에 누워
아빠도 나란히누웠어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끝내 눈물이 나오는걸 참을 수 없었어
나는 울보라서 귀에 눈물이들어가도 눈물이 멈추지않아 소리없이 울어 안방문이 닫혀 나는 이어폰을 끼고 잠에들어 그때는 아이돌 엠블랙을 좋아했었는데 원베럴데이라고 가장좋아하는 노래야 밝은 내일이 또 너를 기다리잖아. 어차피 똑같은 내일일텐데,똑같은 내일이였는데 그노래 정말 지겹도록들으면서 잤어
내일아침 알람은 6시야

영원할 내 16살의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