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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리뷰북동의완) 사랑고백

ㅇㅇ(221.160) 2020.09.15 16:56:47
조회 3318 추천 90 댓글 20
														

꼴찌는 꿈도 꾸면 안 되는 걸까?

바이올린을 하겠다는 송아에게 아버지가 묻는다

바이올린에 재능은 있니?

바이올린을 잘 하냐는 질문에 좋아한다고 대답하던 송아. 그냥 어린 아이의 질문이었을 뿐인데 송아의 표정 때문에 슬프게 들리던 대답

송아는 바이올린을 하겠다고 했던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거였구나. 재능이 없다는 소리. 재능이 있냐는 질문을

우리는 왜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하면 재능은 있는지 여부를 먼저 물어볼까

좋아하냐는 물음이 먼저일텐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아니요, 안 좋아합니다. 브람스


뜬금없다 생각했던 질문.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송아의 깊은 상처를 엿볼 수 있었던 질문. 송아는 사실 바이올린에 재능 있니? 라는 질문보다 바이올린 좋아해? 라는 질문을 듣고 싶지 않았을까. 초등학교때부터 취미로만 쳤던 바이올린. 송아가 바이올린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들은 말은 미쳤니? 취미로 해 취미로!!

어머니와 언니의 반응은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 내가 몰라서 그러는데 바이올린에 재능 있니?

그저 좋아하는 거야.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 좋아서 잘하고 싶고, 더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

그게 그렇게 잘못한 일일까?


송아의 자존감은 바이올린을 선택했을 때부터 사정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실 포기하면 간단한 일이다. 음악은 재능과 돈으로 무장한 분야라 재능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드니까. 예중에서 돈이 없는 아이가 주목받기란 힘든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준영이가 처세를 잘 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송아는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너무 좋아서. 매순간 재능이 없다고 꼴찌 라는 소리를 들음에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것도 모자라 바닥에 널부러져도 포기할 수 없을만큼 음악이 좋아서.


음악은 재능이 좌지우지하는 분야이지만 꿈을 꾸는 재능이야말로 재능이라며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던 준영의 말은 송아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곧이어 이어진 준영의 재능은 없는 게 축복이라는 말에 한 소리를 쏟아내긴 했지만


꿈이 없는 사람과 재능이 없는 사람

둘 중 불행한 건 누구일까?


짝사랑은 상대의 등만 바라본다

음악에 대한 짝사랑, 상대에 대한 짝사랑을 보는 드라마라서 그런지 몰라도 상대의 등을 바라보는 장면이 꽤 된다.

음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준영을 지탱해준 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정경에 대한 부채감은 있었지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버티게 해주었다. 평생을 고백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준영이었지만 트로이메라이를 다시는 치지 않겠다는 말에 아팠다는 정경의 말에 준영은 정경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고백을 받아달라는 것도 아니요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요 많이 아프고 아팠지만 그 또한 지나간다는 마음을 담은 준영의 위로였다. 나 때문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는. 그런 준영의 말을 막는 정경의 고백


정경은 오랜 시간 준영이 고백해주길 바랬다. 나를 좋아하는 건 분명하지만 도통 말을 해주지 않는 준영. 어린 날의 정경에게 준영의 위로는 힘이 되었고 안식이 되었다. 엄마가 죽은 후 나문숙은 엄마의 뜻을 기린다며 재단을 세우고 재단장학생들에게 정성을 쏟았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회사 일을 하며 어머니의 죽음을 견뎠다. 정경에게 어머니는 음악 그 자체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예중 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정경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음악을 사랑하도록 태어난 환경이지만 음악을 하면 할수록 어머니가 생각나 음악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정경의 실력이 평범해진 건 그 탓도 있으리라. 아버지도 할머니도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바쁘게 일하는데 정경에게 음악은 어머니 자체라 극복이 안된다


엄마가 생각날수록 엄마가 쳐준 그 곡이 듣고 싶었다. 다신 들을 일 없는 어머니의 트로이메라이

그런 그녀에게 준영만이 트로이메라이를 쳐준다. 매년 그녀의 생일에


준영이 어떤 생각으로 자신에게 그 곡을 들려주는지 정경은 알 수 없다. 알고 있다 해도 정경에겐 중요하지 않다. 매년 돌아오는 정경의 생일에 배달돼 오는 한장의 시디는 정경이가 거절하지 않는다면 지속될 줄 알았으니까. 어머니의 죽음 이라는 상실을 겪은 정경에게 준영이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머리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백에 현호의 고백을 받아들인 그 선택이 준영을 잃는 선택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정경에게 준영은 서랍 한쪽에 자리잡은 시디들처럼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마음이었다

준영이 고백을 한다.


준영이 상처주지 못해서 나한테 오지 않는 거라면 이제라도 내가 가야 한다

사랑해. 내가 상처주고 내가 갈게


준영이 15년의 세월을 어떤 마음으로 꾹꾹 눌러 담고 살았는지 정경은 알지 못한다. 그저 정경에겐 이 순간 준영에게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왜 진작 준영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뒤늦은 후회가 엄습해오지만 준영은 말린다. 버티라고. 나도 버텼으니 너도 버티라고


사랑은 달달하지만 사랑고백은 생각보다 달콤하지 않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마음일 때가 별로 없으니까

수플레를 시켜놓고 입에도 대지 않은 것처럼


버티라며 정경의 고백을 거절하고 뒤도 안 돌아보는 준영의 모습은 시향 연주회가 끝난 후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연주회에서 홀로 오케스트라 상황을 되새김질 하는 송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준영과는 대조적이다.

정경을 볼 때면 정경의 어머니가 생각나고 정경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을 후원해준 나문숙이 생각났다. 그렇게 건반악기일 뿐인 피아노라는 악기가 점점 무거워져 갔다. 준영에게 정경은 연민이었고 사랑이었고 부채감이었다. 재능은 저주 같아서 괴로울수록 더 꽃을 피운다

평범한 환경에서 태어난 준영의 재능. 그것은 준영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저주같은 재능을 사랑할 수는 없지 않을까


송아는 꿈을 이뤄놓고 재능은 없는 게 축복이라며 자신의 재능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말을 하는 준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연주자의 재능은 아니라는 말을 듣는 송아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준영이 송아를 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스스로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이다

이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은 재능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윤이 말한 것처럼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는 자체가 재능 이라고 생각한다. 동윤의 재능이 바이올린을 켜는 게 아닐뿐이지 그도 재능이 있다. 악기를 제작하는 재능. 좋아하니까 잘하고 싶고 1등하고 싶고. 재능은 하늘에서 준 것이지만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슬어버린다. 연주 안 하는 교수들처럼


심장이 쿵쾅대고 뛰는데 어떡해. 직진해야지


재능을 사랑할 수 없었던, 아니 재능을 저주하는 수준에 가까운 준영은 송아를 만난다.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가고 신경이 쓰이고 날 봐줬음 좋겠고. 그 사람에게 뭘 주면 기뻐할지 생각하고.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 싶고. 한번 보면 더 보고 싶고.

송아와 예상치 못하게 싸우고 만나지 못한 3일의 기간 동안 준영은 몇번이나 송아에게 연락하고 싶었을까


한번 머물던 시선이 두번이 되고 두번 머물던 시선이 세번이 되고. 그 사람의 표정 하나 하나 미세하게 살피게 되는 사랑할 때 나오는 제스처들

준영의 눈이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만 송아를 쫒는다. 눈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세상에 송아 한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온 신경을 송아에게 집중시킨다

연주 보러 와놓고 정작 송아만 신경쓰는 준영이라니. 둔한 여자라도 눈치 못 채면 이상한 준영의 행동들


대기실에 악기 있는데 어쩌냐는 말에 대기실에 사람 있어서 괜찮다고 말하는 조수안(신발 빌려줬는데 신발 빌려준 사람을 악기 지키는 사람 취급하는 인성은 대체 무엇?)


신발도 빌려주고 졸지에 악기를 지키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이러려고 음악을 좋아한 게 아닌데

그저 음악을 좋아할 뿐인데 바보된 기분.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기분에 고개를 들어보니 피아노가 보인다.

나를 위로해준 피아노. 조심스레 준영이 연주해준 곡을 쳐본 순간 울리는 기척


"여긴 왜?"


늦어서 미안하다며 건네준 준영의 사인시디. 그냥 싸인시디일 줄 알았다. 거기에 적힌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란 글자

자신의 팬이라며 싸인해달란 송아의 요청에 집에 가서 한 글자 한 글자 어떻게 써줄까 고민했을 준영이 보이는 순간

그런 준영의 마음을 생각하듯 조심히 글자를 매만지는 송아


어떤 모습으로 있든 준영에게 송아는 바이올리니스트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은근하고 몽글몽글한 고백. 꼭 말로 해야 사랑고백인가

(송아를 보는 준영의 표정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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