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글에서 넌지시 말했었지, 클럽을 무조건 저속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춤과 음악이라는 프레임을 대입해보면 이전부터 지속되어왔을 하나의 놀이문화에 불과하다고. 근데 사실 클럽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춤 + 음악이라는 공식만을 대입하기에는 조금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생각해. 클럽의 성격을 유추해본다면 어디에 가까울까? 음악 시스템이 잘 갖춰진 소규모 콘서트장? 자네 왠지 오디오 오타쿠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여자 따러 가는 곳? 아~ 부킹 잘 되는 스마트존 찾으시는구나. 절로 꺼져 새끼야. 춤추러 가는 곳? 글쎄, 너도 그 좁은 곳에서 셔플 밟다가 정강이 브레이커 타이틀 따고 싶은 거임?

자 일단 생각해봐, 하나의 컨셉, 테마로 이끌어나가는 파티는 칙칙하다고 생각되는 네 시야에 새로운 물감을 덧칠하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엄청난 음악에 잔뜩 먹인 이펙터로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감, 어둡고 은은하여 신비로운 조명 아래 음악이 격렬해지며 니가 신나게 춤을 추고, 모두가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아름다운 여인들로 가득한 이 공간은 너에게 이렇게 속삭이는거지. '모든 하루가 똑같지는 않다. 당신의 오늘밤은 특별하다'

최근 보여주는 한국 클럽문화의 부흥은 이 환상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 파티가 바라는 것은 일상의 탈피이자 새로운 경험이고, 이는 만약 니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가정 하에, 매주 밤마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준비된 파티장이지. 즐거운 일이 생겨서 파티를 열고 자축을 하는걸까? 아니면 파티에 가서 젊음을 자축하면 그게 즐거운 걸까? 주말마다 수도권 번화가에 벽마다 골목마다 붙여진 파티 플라이어는 후자를 강력히 지향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파티 주최자와 클럽 사장님들에게 클럽은 철저한 사업의 일환에 불과하고, 쿨타임 차면 바로바로 쏟아져나오는 파티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에는 이쁘고 잘생긴 선남선녀들이 쿨한 젊은이들을 코스프레하며 서로 몸을 섞고 있지. 하지만 그 날 밤 파티에서 느꼈던 디제이의 끝내주는 선곡도, 유난히 세게 취하던 칵테일도, 네 맘에 쏙 들었던 특별한 만남도 잔뜩 둘어간 술이 깨고 나면 허름한 모텔에 텅 빈 지갑으로 변해있을테고, 니가 샤워하러 들어간 모텔 화장실 거울에는 그 날 밤 네 가슴팍에 체온을 남겼던 붉은 입술과 똑같은 색상의 자국이 이런 메세지를 남겨놨겠지, 'WELCOME TO THE A...' 근데 이거야 뭐 도시전설에나 해당하는 이야기고.


그래, 여기까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클럽문화의 단점과 편견만 줄기차게 늘어놓은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거다. 그러면 반대의 의견은 뭘까? 솔직히 몇몇 일갤러들이 말하는, 클럽에 '음악들으러 가요'라고 하는 말은 내가 봐도 좀 아닌 것 같더라. 그러나 이 말을 '음악을 같이 들을 친구를 만나러 가요'라고 바꾼다면 수긍이 가지. 이 말은 위의 견해와 비슷할지 모르나 이 사소한 차이를 알아둬야 한다. 만들어진, 그리고 환상까지 동일해. 중요한 건 이 유흥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지. 특정한 공간에서 겪을 수 있는 환상이란, 다른 말로는 그 공간에 존재한 사람들간의 유대감을 결속시키는 역할도 해. 매니아 문화가 존속하는 이유 또한 이런 유대감, 동질감등에서 찾을 수 있겠지.

혹자는 다 알고 가는 것을 내숭떨지마라, 내가 혹은 아무개가 유학갔던 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 적어도 니가 유학 가서 배운 게 카마수트라는 아닐거라 생각된다. 사람은 삶의 다양한 면을 겪어가면서 성장하는 법인데, 놀 줄 모르고 말할 줄 모르고 사귈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처음 겪은 모든 것이 마치 3D 영화처럼 화려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삶은 지속된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결말따위는 없이 그냥 살아가는거야. 3D 안경을 쓰고 보는 것들이 너무 멋져서 그 안경을 가면처럼 덧쓴 사람들이 바라보는 엔딩은 파티 끝에 다가온 탈력과 빌딩 사이에서 뜨는 새벽녘, 그리고 지하철 첫차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부는 으슬한 바람이 끝이야.

뭐 아직까지는 조금 회의적이다. '클럽 문화'라는 것이 정말 그 자체만로 특수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화려한 젊은이들의 유흥문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하길 바란다. 하지만 어떠한 견해에 대해 받아들인다면, 이 파티에서 니가 찾아볼 수 있는 건 '젊음'과 '환락'이 아니라 '음악'과 '친구'가 될 수 있겠지. 어쩌면 너와 성향이 맞는 골수 레이버/일렉트로닉 뮤직의 신봉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팬 문화로써, 또 새로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레이버로써.

이제는 국내에서도 일렉트로닉 댄스뮤직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 인기가 특정 히트곡에 머무르는 현상은 팬의 입장에서는 좀 안타깝지만. 이 가능성을 엿본 회사들은 앞다투어 세계의 유명한 페스티벌을 국내에 도입하고 세계 라인업에 꿇리지 않는 질적으로도 완벽한 아티스트들을 하나둘씩 데려오고 있어. 이건 적어도 이런 페스티벌을 런칭하는 회사들이 일렉트로닉 매니아들의 염원을 붙잡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과, 어쩌면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대한 문화가 올바른 방식으로 정착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편견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고, 국내에서도 자극을 받아 좋은 음악이 많이 생겨나고 발굴될 것을 기대하게 하지. 물론 팬의 입장에서도 페스티벌의 하루는 클럽의 만들어진 환상을 넘어서 레이버들 자신이 스스로 기억에 남을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하루니까.


며칠 전에 일갤에 온 디제이맥 한국 관계자도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세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씬은 프로듀싱 뿐만 아니라 비주얼까지 포함된 라이브셋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단순 음악만이 아닌 공연장이라는 그 공간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신경을 쓰는 아티스트가 인정받는 시대입니다. 물론 이런 거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팬분들이 활발한 서포트를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렉트로닉 리믹스 문화의 가장 큰 팬으로써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니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디제이가 틀어주는 존나 꼴리는 음악을 찾아서 존나게 신나게 춤추라는 거지.

국내 커뮤니티, 블로그

도시생활 매거진 - http://www.dosilife.com/blog/

하이파이브 매거진 - http://high5ive.co.kr/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 http://www.thecreatorsproject.com/ko-kr/creators/theme/music

에고폴리스 - http://egopolis.net/

Groovie's Lounge - http://electronica.tistory.com/

빌리 버킨 - http://billiebirk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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