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부실 겹친 인재 건설 현장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 놓여 "현장 구조적 여건과 제도 함께 개선돼야"
[파이낸셜뉴스] #.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서초구에 있던 초대형 건물인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았다.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초에 불과했다. 당시 백화점 안에는 약 1500명의 고객과 종업원이 있었지만, 이들은 순식간에 건물 잔해에 깔렸다. 이 사고로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다. 한국 역사상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올해로 30주기를 맞았다.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겹친 인재(人災)였지만, 건설 현장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선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풍 참사 30주기…재난은 현재진행형 26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건설노동자 1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안전보건 및 견실시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7%가 '2025년에도 삼풍백화점처럼 부실공사로 건물이 무너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2.7%는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에서의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다. 당초 4층 규모의 대단지 상가로 설계됐으나, 정밀한 구조 진단 없이 5층 백화점으로 변경돼 완공됐다. 이후 무리한 확장 공사가 반복됐고, 붕괴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경영진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이 제정되고 건축법도 강화됐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도로변을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이듬해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도 내외부 구조물이 무너져 현장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송성주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은 "붕괴 참사 이후 사고 발생 원인과 대책을 마련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건설 현장은 아직 변화된 게 없다"며 "3~4일에 한 개 층씩 올라가는 빨리빨리 공사,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콘크리트 양생기간, 타설 공정 물량 도급,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사고 등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현장 여건·제도 개선돼야 실제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최저가 낙찰제 △불법 하도급 △공사 기간(공기) 단축 등을 꼽는다. 최저가 낙찰제로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공사가 진행되고, 여기에 다단계 불법 하도급 구조가 겹쳐지면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에선 하도급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최종 실행 예산이 줄어들고, 과도한 가격 경쟁이 발생한다"며 "경제 논리만 앞세우다 보니 복잡해진 사회 현실을 제도와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공사 입찰 단계에서 금액을 무시할 수 없다 보니 공사비와 공기가 지나치게 빠듯하게 설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적정 수준의 공사비 상승을 사회가 반드시 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각종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현장 여건과 함께 제도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충분한 공사 기간을 확보하고 공사비·인건비 등 제반 여건을 제대로 마련해 줘야 한다"며 "이런 기반 위에서 안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건설 안전과 관련한 법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해 실질적인 안전 확보보다는 형식적인 안전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며 "정치권과 행정기관이 안전 문제에 대해 전문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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