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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 4개월치 재고 있다?…마트에선 구하지 못해 '발 동동'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25 16:27:10
조회 509 추천 2 댓글 7
"재고 충분" 발표에도 현장은 이미 동났다
10L·20L 봉투 품귀…온라인도 잇단 품절
사재기·음성 거래 확산 우려까지
종로 가공업체 "재고 20%…하루면 소진"
포장재·배송비 상승...전문가 '생활 물가 전반 충격'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마트 계산대에 종량제 봉투가 진열돼 있다. 점원 A씨는 "가정용으로 가장 많이 찾는 소형 10L, 20L는 없고, 20L마대나 대형 종량제만 남았다"고 안내했다. (아래) 25일 종량제닷컴에서 판매중인 서울 강동구 종량제 봉투가 모두 소진된 모습. 이날 종량제닷컴에서 판매중인 18개 서울 지역구 종량제 봉투 중 강남, 강서, 마포구 등 10곳의 지역구 종량제가 모두 품절 상태였다. 사진=최승한 기자. 종량제닷컴 캡처.

[파이낸셜뉴스] 중동전쟁 여파로 비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종량제 봉투 재고가 충분하다며 불안감 진화에 나섰으나, 현장에선 이미 판매 제한이 이어지며 온도차가 나타났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25개 자치구의 종량제 봉투 재고는 약 6900만 장으로 일평균 사용량 기준 약 124일치가 확보돼 있다. 시는 "재고가 충분한 만큼 사재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24일 기준 서울 시내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10L, 20L 등 가정용 소형 종량제 봉투가 대부분 소진됐다. 일부 매장에는 대용량 봉투만 남아 있거나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품귀 조짐이 확인된다. 종량제 봉투 판매처 '종량제닷컴'을 같은 날 살펴본 결과 서울 지역 18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강서, 마포구 등 10곳은 전 용량이 품절 상태였다.

수요 불안은 온라인상 사재기 움직임으로도 포착됐다. 이에 더해 종량제 봉투는 폐기물 관리법상 개인 간 거래가 금지돼 있어,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비공식 거래가 음지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종로구 비닐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강준씨(35)는 사무실에 쌓인 롤 비닐 재고들을 가르키며 "평소라면 천장까지 가득 채울 롤 비닐들이 지금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사진=최승한 기자
문제는 단순 유통 차질이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 이미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로구에서 비닐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강준씨(35)는 "재료가 끊기면서 롤 비닐부터 들어오지 않는다"며 "비닐 제품 전반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 공급이 막히면서 공장 가동이 어려워졌고, 재고도 평소의 20% 수준으로 하루면 다 소진된다"고 덧붙였다.

비닐 제품은 나프타를 원료로 만든 폴리에틸렌을 '롤 비닐' 형태로 생산한 뒤 이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만드는 구조다. 현재는 이 중간 단계인 롤 비닐 공급이 막히면서 생산 전반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생산 차질은 납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원단 공급이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며 "다음 달 선적 일정도 맞추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원인은 원료 단계에 있다.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며, 국내 수입 물량 상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최근 이란의 해협 봉쇄로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서 생산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도 급등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 1월 톤당 595달러에서 최근 1161달러까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입구 도로에 쓰레기가 담긴 종량제 봉투들이 놓여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비닐 품귀 현상은 유통·소비 단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재에 비닐을 사용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일부 비용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 수요 증가가 아니라 원료 공급 단계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나프타는 플라스틱 산업의 출발점"이라며 "공급이 흔들리면 비닐을 넘어 포장재, 합성섬유, 의약품까지 연쇄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원료 공급 자체가 막힌 구조적 문제로, 장기화될 경우 생활 물가와 산업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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