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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빌라에 던진 담뱃꽁초... 불나자 20분간 '직관' 기행 [사건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4.07 07:00:16
조회 1060 추천 1 댓글 10

빌라 공동 현관 침입해
고의로 불 지른 것 아니라고 주장
신고하지 않고 인근서 화재 상황 지켜보기도
법원 "방화 범죄 위험성 크다"



[파이낸셜뉴스] "담배꽁초를 바닥에 놓는 과정에서 쥐고 있던 담배꽁초가 '또르르' 굴러떨어졌어요. 서둘러 발로 밟아서 담뱃불을 껐는데 불빛이 안 보여서 꺼졌다고 생각했죠. 다 실수였지, 고의는 없었어요."
지난해 11월 26일 자정께. 취한 상태로 서울 도봉구의 길거리를 걷던 A씨(67)는 한 빌라의 공동 현관에 들어갔다. 잠시 앉아서 쉬고 담배도 피우고 싶었던 그는 빌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담뱃불을 붙였다. 지하 1층엔 우산, 자전거, 빗자루 등 생활용품이 쌓여 있었다. 그는 불이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던졌는데 그곳에 있던 물건들에 불이 옮겨붙자 이를 손으로 누르고 발로 밟아 불을 끈 뒤 빌라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들어간 지 4분 만이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현주건조물방화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의로 불을 낸 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그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불이 날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빌라 지하에 물건이 많았으며 접히지 않은 종이상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담배꽁초를 버리면 불이 쉽게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불이 난 상황에서 빌라에 들어간 지 약 4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불이 확실히 꺼졌다고 인식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했다. A씨가 떠난 지 1분 30초 뒤 빌라 지하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진정으로 불을 끄고자 시도했는지 의문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신고도 하지 않은 채 화재 진화 장면을 관망하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불을 낸 뒤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인근의 다른 빌라에 들어가 6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나왔다. 20여분가량 구급차량과 경찰차량 등이 화재 현장에 다수 출동해 불을 끄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는 잠금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공동 현관에 들어갔을 뿐이라며 주거침입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빌라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해당 빌라는 총 8세대, 12명만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으로 지층 주차장과 지상 4층으로 된 소규모 건물로 조사됐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공동 현관과 공용 계단은 개방된 상가나 공공기관과 비교해 사생활과 주거 평온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법원은 봤다. 외부인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울러 공동 현관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점이 해당 빌라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허용됐다고 볼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도 재판부는 설명했다. 그는 동종 방화 전과는 없으나 다수의 징역형과 벌금형 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방화 범죄의 위험성이 크기에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수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으로 화재가 제때 진화되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와 재산상 피해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었다"며 "만취한 상태로 범행했고 119 신고를 할 수 있었음에도 신고하거나 자수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3959만원 상당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입주민들은 생명의 위험을 크게 느꼈으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가 범행의 객관적인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확정적 고의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불이 다른 주택으로 번지지 않았던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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