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는 KBO에서 ‘얼굴 하나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듣곤 했다.
팬들은 그를 위즈파크에서 볼 때마다 탄성을 쏟았다.
“우리 팀의 아이돌!”
“존잘의 끝판왕!”
“제2의 이강철!”
“송강,이도현,변우석,배정대 Let’s go”
수천명의 정대맘 콱순이들에게 사진이 찍히지 않는 날이 없었고,
심지어 원정 경기장에서도 상대팀 패들이 정대의 유니폼이 입고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대는 너무나도 가슴이 찢어지는 이별을 맞았다.
이후 연습장은 멀어졌고, 방망이는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시즌이 시작된 뒤
그 여파는 계속됐다.
타석에 서면 손이 떨렸고,
하루가 끝나면 침묵과 한숨만 남았다.
성적은 추락하고,
그의 빛나는 얼굴에선 자신감이 사라져갔다.
경수대로의 늦은 밤,
정대는 라커룸에 혼자 남아
습관처럼 거울을 바라보았다.
눈은 조금 붉어 있었지만,
그래도 얼굴은…
아직 충분히 조각같았다.
“그래도… 뒤지게 잘생기긴 했지.”
자조 섞인 농담처럼,
그는 작게 웃었다.
그런데 그 거울속 웃음에서
묘하게 잊고 지냈던 기억이 스쳤다.
병옥.
어릴 때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촌스럽다며 놀려서 결국 바꿔버린 이름.
잊기 위해… 버린 이름.
그런데 거울 속 웃는 얼굴이
그 옛 이름을 끌어올렸다.
정대는 순간 움찔했다.
“왜… 지금 그 이름이 떠오르지?”
순간 거울 속 자신은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비슷한 모습,
하지만 거울속 표정은…
정대보다 조금 더 담담하고,
조금 더 다정했다.
정대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너 병옥이니…?”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거울 속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린 듯 보였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이름을 기다린 사람처럼.
정대의 숨이 가늘게 떨렸다.
“넌 병옥이구나… 너는 사라지지 않겠지?”
남겨지는 두려움 속에서
거울 속 병옥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 한 번에,
정대의 가슴이…
오랜만에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 잊어버린 감정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때 정대는 알았다.
자신이 사랑하게 된 것은
다시는 떠나지 않을 사람.
바로 거울 속 병옥이라는 것을…
KT위즈 선수중 정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훈련을 마치고 모두가 씻으러 갈 때면,
정대는 슬며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목적지는 늘 똑같았다.
라커룸 한쪽에 조용히 놓인 전신 거울.
그 앞에 서면,
정대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병옥아. 오늘은 너가 좋아하던 거 사 왔어.”
정대는 작은 비닐봉지를 꺼냈다.
어렸을 때 병옥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자주 사먹었던 오예스 하나.
정대는 포장을 뜯고,
작게 한입 베어 문 뒤
거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맛있지, 병옥아?”
현실의 모습은
스스로 음식을 먹는 꼴 이었지만,
정대의 눈에는
거울 속 병옥이 기뻐하는 듯 보였다.
그 미소만 보면
정대는 하루가 살아졌다.
어느 날은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
감독의 불신, 팬들의 실망, 언론의 혹평.
정대는 어깨를 떨며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끝이 거울 표면에 닿자,
정대는 피식 웃었다.
“병옥아…오늘은… 손 닿았다 ㅎ“
거울 속 병옥도
똑같이 손을 올리고 있었다.
정대는 들킬까 두근거리면서도
그 순간만은 끝내기 안타를 친것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늘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동료중 누군가가 갑자기 라커룸 문을 열 때면
정대는 화들짝 놀라
거울에서 얼른 몸을 떼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아무도 두 사람의 사랑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직은 KT wiz 소속 선수중 그 누구도.
문이 닫히고
정적이 돌아오면
정대는 다시금
거울 속 연인에게 속삭였다.
“미안, 병옥아. 다시 우리 둘만의 시간이야.”
병옥은 여전히 거울속에서
고요하게 웃고 있었다.
정대는 안심했다.
그리고 더 확신했다.
이 관계는…
들켜선 안 되는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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