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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고교급 예비학과 - Ep.2 세 번째 간과

Fu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09 22: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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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A는 적당히 막을 수 있는 공격은 몸으로 막아가면서 응수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거였다면,


플랜 B는 방어조차 포기하고 회피 일변도로 운용하는 것. 


방어라는 것도 사실은 덜 아픈 부위로 대신 맞는 것이지, 아예 피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기에 


언뜻 보면 플랜 B인 회피 올인이 더 나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히나타가 회피로 임하는 것을 후순위로 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 사카쿠라의 힘은 당초 히나타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막기는 커녕 한 대라도 잘못 스치기만 해도 그대로 잘못될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육체적인 스펙 차이는 극과 극인 상황이었다.


이렇듯, 회피 올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


즉 히나타는 지금부터 이 싸움이 끝날 때까지 공격 하나하나를 피하면서 마치 외줄타기마냥 위태위태하게 생과 사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

........


"뭐야?"

"지루하다."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길래 뭐 있는 줄 알았는데..."

"예비학과가 뭐 그렇지."

"그래도 뭐 대충 잘 피하긴 하네."




두 사람의 싸움에 대한 본과생들의 평이었다.


예비학과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실제로도 두 사람의 싸움은 지루한 추격전의 양상을 띄고 있었다.



사카쿠라는 히나타를 쫓으며 계속 펀치를 날리면서 몰아붙이고,


히나타는 그걸 피하는 것만도 벅찼다.


나름 그래도 맞대결을 기대한 관중들 입장에서는 지루해보일 수 있지만,



하지만 그건 관중들의 입장일 뿐, 당사자인 히나타는 주먹 하나하나를 피할 때마다 


마치 잘못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외줄 위에서 곡예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주먹 하나 피할 때마다 수명이 일 년은 깎이는 듯한 기분.



그만큼 지금 히나타의 행동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 피해야 살 수 있다는 생존본능에 가까웠다.


그와 대비되게 사카쿠라는 지금 상당히 흥분한 채로 집요하게 히나타를 쫓았다.


재미있었다. 마치 쥐를 쫓는 고양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한 대도 못 때리긴 했지만, 점점 히나타는 핀치에 몰려갔고, 


히나타는 잘 피하고 있긴 했지만 둘의 양상을 보아하니 곧 히나타는 곧 사카쿠라의 공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히나타 녀석..."


그리고 그것은 지금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페코야마랑 쿠즈류도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본과생들은 모두 당연히 사카쿠라의 편이라면, 


쿠즈류와 페코를 비롯한 77기생은 히나타의 편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고 강한 것이여..."

"미쳤구만, 저거..."



"히나타 군... 괜찮은 거야?"


나나미는 평소와는 다르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이 위태위태한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초고교급 복서'를 상대하는 것이니만큼 힘들 거라는 건 그녀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눈앞에서 고전하는 히나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제발, 그만 보고 싶어... 히나타 군.'


그녀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히나타를 위해 기도했다.



.........

.........



지금 이 자리에는 본과생들만 있는 게 아니라,


키보가미네 학원의 교사들과 초고교급들을 심사하는 인사들도 모여있다.


그들은 당연하지만 이 시합 자체를 탐탁찮게 보고 있다.


예비학과 따위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것 자체로도 불만일 것이고, 그렇기에 그냥 사카쿠라가 나를 끝내버리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자신의 소원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주변의 비웃는 듯한 시선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큭..."


"어이, 점점 느려지는 거 같은데?"


사카쿠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비웃었다.



애석하게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에게는 사카쿠라의 공격을 피할 재능은 있지만, 


나랑 사카쿠라의 체력 또한 격차가 극명했기에 슬슬 한게까 오고 있었다.




"건방진 새끼. 이딴 꼴이나 보여주려고 이 지랄을 했냐?"


"....."


"하여간, 어딜가나 꼭 이런 새끼가 있어. 주제 파악은 더럽게 못하는 새끼가.


너같은 새끼가 학원장님은 어떻게 속아 넘겼는지 모르겠는데, 실전에서는 다 뽀록난다는 걸 알아야지.


쯧, 진작에 주제파악을...?"



-팍!


말하는 틈을 노려 사카쿠라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하지만 난 바로 후회했다. 


말하는 꼴이 너무 같잖아서 한 대 멋지게 때린 것은 좋았지만, 그 탓에 나도 빈틈을 노출했기 때문이었다.



"새끼가!"


번개같이 내지르는 사카쿠라의 주먹. 


피할 수는 없었기에 이번에도 가까스로 두 팔로 막았다.



하지만, 이 또한 악수였다. 이미 데미지가 쌓인 두 팔로, 아까보다 더욱 강한 주먹을 막으니 


두 팔에서 무엇인가가 뚜둑하고 잘못되어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젠장.'



두 팔이 욱신거렸다.


지친 몸에 팔의 고통까지 더해져 몸이 더 둔해지는 것만 같았다.



"......"


"하, 애새끼. 그래도 재롱 떨 줄은 안다 이거지."


".....허억... 허억..."


"그런데... 이제 슬슬 니가 생각해도 안 될 거 같지 않냐?"



정신적인 압박이 가해져 있는 상황에서 수십 분 동안 피하기만 하느라 체력은 떨어져 있었고, 


몸의 고통까지 누적되어 이제는 사카쿠라를 제대로 따돌릴 자신이 없었다.


사카쿠라도 그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그래. 애썼다라는 말은 해준다. 예비학과치곤. 근데 딱 거기까지야."


지친 나를 상대로 사카쿠라가 팔을 들어 올렸다. 



'젠장...'


사카쿠라의 행동이 모두 눈에 들어왔다. 


팔을 든 상태로 손가락을 접으며 주먹을 만든다. 



'막아야....'


막을 수는 없다. 


팔의 상태는 이미 한계에 치닫았다. 


그렇게 피해야하나, 막아야 하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고,


사카쿠라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를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는 듯이 나에게 주먹을 내지르려 했다.



'하... 보이긴 보이는데...'


카무쿠라의 능력 덕에 움직임 자체는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능력이 있어도 피하기에 급급이었다. 


이번이라도 다를 게 있을까.



'그런데... 이거.... 뭐지?'



내 몸은 이미 지쳐 있는 상태지만, 


움직임이 보인다. 주먹의 궤도가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무언가 이상한 점도 하나 보인다.



'왜 이러는 거지?'


사카쿠라의 움직임. 그것을 넘어 사카쿠라의 표정이나 옷차림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까지와는 무언가가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봐주는 건가?'



그건 사카쿠라의 움직임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움직임 자체는 보이긴 했지만,


엄청나게 빨랐기에 내가 대응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뭐가 이렇게... 느리지?'


이번 공격은 여유롭게 피할 수 있다. 아니,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이는 저 주먹은 마치 어린아이도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사카쿠라는 나를 향해 비장의 일격을 날렸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아주 살짝 트는 것으로 간단하게 피해버렸다.



"이게... 뭐지?"



몸은 여전히 지쳐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정말 너무나도 피하기 쉬웠다.



..............

.............


사카쿠라는 지치지 않았다. 


권투선수는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니만큼, 히나타와는 다르게 여전히 쌩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나타는 계속 사카쿠라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분명히 아까보다 더 지쳐있는 상황일텐데 말이다.



히나타가 가지고 있는 카무쿠라 이즈루의 능력은 분명히 일반인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당연히 원래의 카무쿠라 이즈루보다는 확연히 떨어진다. 


그렇기에 지금 사카쿠라 따위한테도 빌빌대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히나타가 간과한 사실 세 번째는, 아무리 열화판이어도 카무쿠라 이즈루는 모든 재능을 집약한 존재라는 것.


히나타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과 육체능력이다.




사카쿠라를 예로 들자면 그에게는 '초고교급 복서'의 재능이 있고,


인간에게는 한 가지 재능만 있는 것 아닐 것이기에 아마 다른쪽의 재능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찌되었든 초고교급 복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재능 덕에 특출난 성장세를 보였던 것이다.



그럼 히나타는 어떨까.


히나타도 분명히 강해졌고, 그동안 훈련을 받아서 더욱 강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히나타에게는 그런 수련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실전. 


페코야마나 니다이의 훈련은 분명히 하드했지만, 생사를 넘나들거나 위기감이 드는 실전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사카쿠라와의 대결은 명백한 실전.


물론 죽지는 않겠지만 예비학과의 인권 신장이라는 포부를 짊어진 히나타에게는 무조긴 이겨야 하는 사명이 있는 중요한 대결.




히나타가 간과한 세 번째.



히나타는 이 수십분의 대결 동안 얻은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경험치는, 히나타 안에 있는 재능들과 어우러진다.



초고교급 복서,

초고교급 레슬러,

초고교급 검도가,

초고교급 격투가,

등의 재능에  더해....



히나타의 안에 있는 모든 재능들과 시너지를 이루었고,


지금 이 수십 분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그리고 있었다.




히나타는 이미 이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나나미에게 잡혀서 억지로 게임을 해서 이겨야만 할 때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재능을 가진 다른 '초고교급'과는 다르게, 카무쿠라 이즈루는 모든 재능을 가진 존재.


그 정도가 얕더라도 다른 재능과 시너지를 내어 보완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히나타는 본의 아니게 이 상황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본래의 카무쿠라 이즈루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초고교급 예비학과 - EP.2 코마에다 나기토 中-





"....뭔."


당황한 사카쿠라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히나타는 그냥 몸을 아주 살짝씩 움직이는 걸로 피해낼 수 있었다.


공격이 읽힌다. 


간파 후에 회피까지 너무나 쉽다.



그리고....


"이 새끼가!"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사카쿠라가 악을 쓰며 주먹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퍽!



사카쿠라의 주먹이 채 뻗기도 전에, 히나타의 손끝이 송곳처럼 명치에 꽂혔다.


아까와 비슷한 공격이었지만, 아까는 주먹이었고 지금은 달랐다.


육체의 단단함을 초월하는 일격. 



어떤 단단한 육체라도 인간의 몸에는 약점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적절한 힘과 적절한 속력을 조합해, 극히 미세한 부분을 성공적으로 타격한다면....



"커... 커헉...."


육체의 내구력을 넘어선 피해를 주는 게 가능하다.




사카쿠라가 복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격통을 참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단순한 일격이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사카쿠라도, 77기생도, 주변의 모든 사람도 이 알 수 없는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 새끼...."


사카쿠라가 안간힘을 썼지만, 고작 고개를 들어 히나타를 올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히나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두 눈이 모두 붉게 물들어 있었고, 


지친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조금의 미동조차 없는 무표정이었다.



"너... 뭐냐?"


히나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사카쿠라의 얼굴을 거칠게 걷어차 그를 쓰러뜨렸다.



"크, 크으으윽...."


히나타는 바닥에 꼴사납게 뒹굴고 있는 그를 향해,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기분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했다.




"...시시하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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