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월 OO일
또, 실패했다──
오늘 진행한 실험도, 아무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이로써 5일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아아, 대체 뭣 때문일까? 이론에 맞는다. 실수는 없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에 문제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남은 건, 너무나도 보기 흉한 이 결과──기존하는 겉면의 이치는 이미 전부 시도해봤다. 그렇다면, 그 밖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인류가 도달하지 못한 영역. 이 세계와는 상이한 개념.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내게 그런 상식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보다는 옮지 않은 길로 나아간다. 그러고 보면 의사 분야에 한해서도 이단으로 여겨지는 법은 무수히 많다.
눈이 나쁘면 눈을 먹는다. 위가 나쁘면 위를 먹는다. 뇌수라면 물론 뇌수를 먹는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니까, 보전을 노린다면 인간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같은 기본적인 건 최속으로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아직 아무런 효과도 실감할 수 없지만, 뭐 됐다. 인권이나 윤리관 같은 건 내 알 바가 아닌 데다, 애초에 그런 것들을 누릴 가치가 있는 건 나뿐이다. 나 이외의 몽매한 자들 따위는 내 가치에 비하면 무가치한 쓰레기나 다름없다.
앞으로도 계속 옮지 않은 길로 나아가겠다. 그 누구일지라도 말참견을 하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아니, 그 누구라 하더라도 날 멈추게 할 수 없다.
──O월 OO일
오늘은 병원 쪽에서 불평이 나왔다. 약제 분실이 어쩌고저쩌고했던 것 같다.
굼벵이들 주제에 시끄럽다. 내가 하는 일이야말로 유일 절대의 가치 있는 것이며, 다른 문제 따위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게 천하의 법일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한 수단을 써 놈들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굼뜬 놈들에게 아무리 훈계해 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니까.
증상 쪽은 약간 정도 진행을 보이고 있다. 오한이 멎지 않고, 피 가래가 나오게 됐다. 의사는 이미 중증이라고 했다. 그래,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아직 머리는 돌아가고 손도 움직인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멈춰 서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다음 실험에 들어간다.
──O월 OO일
여전히 일에 호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몸 상태는 차차 악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진통제도 복용하게 됐다. 날마다 증상이 진행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몸이 안쪽에서부터 썩어 들어간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치를 위한 최적 해답은 아직 어둠 속이라는 게 객관적인 형편이다.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아, 어째서 이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나 쓸모없는 걸까. 네놈들은 나보다 훨씬 더 긴 생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자들이 한데 모여들어 수천 년간 쌓아올린 게 지금일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한 사람 정도, 쓸만한 쓰레기가 뭔가를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저주스럽다. 짜증난다. 내게 네놈들만 한 시간이 있었다면 삼라의 만상 따위는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네놈들 따위가 나보다 더 많이 사는 거지? 그게 부럽다. 용서할 수 없다.
──O월 OO일
이 시점에서 하나의 변혁을 본다. 나는 새로운 이치를 찾아낸 것이다. 몽매한 자들의 쓸모없음에 몹시 실망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이걸 발견해내다니, 역시 나라고 칭송할 만한 일이다.
메이지 초기, 신불분리령이 시행되면서 이 나라에는 다수의 폐신이라 불리는 재앙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 종교의 신도들은 부랑자와 같은 존재에게 몸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수상쩍은 놈들이다. 배움도 없는 데다 눈도 어둡다──그러나 쓸만한 데가 있다.
정부가 고용한 신기성조차 아무래도 해체의 쓰라림을 겪은 것 같고, 거친 일을 하고 있었던 부대는 추방당해 숨어 살고 있는 것 같다.
시대에 농락당했다는 거다,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다.
이들이 들판으로 흩어졌다는 사태는, 곧 신불계 전반에서의 힘의 저하를 의미한다는 건 명백했다.
즉, 조직을 전과 같은 순도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잠입하는 건 쉬울 것이다.
대강 조사해 봤지만, 대체로 문제는 없다. 모든 것이 허물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일부터 추가적인 정보 수집에 들어가자.
──O월 OO일
구 신기성의 정보 수집은 진행되고 있다. 어차피 몽매한 자들이 할 일이다. 조금 예상외의 압력을 가하면 곧바로 타짐이 생기는 법이다.
어느 한 명에게 입을 열게 하고, 그러고 나서부터 제각각 끌어냈다. 이런 것들은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가 최대의 난관이며, 한 번 이렇게 해버리면 뒤는 쉬워진다.
그놈은 용건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처리해 뒀다. 지문을 태우고 두개골을 분쇄한다. 이빨 모양도 정성껏 깎아 뒀다.
이렇게 했으니 꼬리를 밟히지 않게 될 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몸 쪽은 좋지 않았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게 됐다. 글 쓸 때 불편하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중요한 상황에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야 문제 될 건 없을 것이다.
지금은 약제를 투여해 속이고 있다. 이걸로 억누른 사이에 빨리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
──O월 OO일
예상 이상으로 내 추측은 정확했다. 신기성, 그 녀석들은 수상쩍기 짝이 없다.
동란이 일어나면 인간 세상에는 야심을 품는 자가 항상 나타나 왔다. 그러나 놈들은 그런 시대가 아닌데도 그렇게 하고 있다. 분명 머리가 안 좋을 것이다.
아무래도 권력 중추로의 복귀를 열망하고 있는 자들이, 나라에 인정받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수단이 참으로 어리석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있지도 않은 오컬트……신의 병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처참하기 짝이 없는 망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 아욕은 너무나도 추악했지만,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옮지 않은 길의 어프로치이며,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 누가 가망이 없다 포기해도 살아 보이겠다. 신이나 부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은 불가능하니까.
훔친 자료를 보면, 놈들의 계획에는 몇 건의 실증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현대 과학의 범주에 들어갈 정도의, 이른바 상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나쁘지 않은 수확이다. 놈들이 하는 짓에 성과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상황에 있어 중요한 것이니까.
신에게 의지한다──어처구니없는 말이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뼛속까지 찬탈할 뿐이다.
──O월 OO일
길에서 위의 내용물을 모두 토해버려, 약간의 소동이 벌어졌다.
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어수룩한 놈에게 짜증이 나 따귀를 구타했다.
바보 주제에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이제 와서 태평하게 의사한테 갈 리도 없을 것이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니까.
──O월 OO일
신기성의 연구가 성과를 냈다. 역시, 그 녀석들은 꽤 쓸만한 도구인 것 같다.
놈들이 찾고 있는 건, 아무래도 '한단'이라는 것 같다. 고사성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전망이 밝아질 가능성은 커졌다.
전승의 영역에서만 존재했던 것에 형태가 부여된 의미는 크다. 그리하면 권력자 측, 즉 나라가 그 힘을 다시 볼 것이다.
놈들이 새로운 광맥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본래 그 아래에 있었던 신기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게 됐고, 이로써 진척은 비약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아아, 기다리지 못하겠다. 너희들의 망집을 환영하고, 믿어 주마.
더 이상 병원에 들르는 일은 없어졌다.
불평해오는 굼벵이를 처리하고 떠났다.
불길은 타오르고, 관계없는 자도 말려들었다. 나름대로 피해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오히려, 하찮은 일로 내 귀중한 시간을 빼앗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나의 대원을 성취시킬 실마리를 찾은 지금, 바보와 놀아날 시간은 없다.
──그리고 하치만을 걷고 있을 때 우둔한 남자와 여자와 조우했다.
내 눈앞에서 뭔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설교를 해 줬지만 알아들은 건지, 알아듣지 못한 건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이딴 놈들은 성가시다. 네놈들은 멍청하니까 밖에나 나오지 마라.
──O월 OO일
한단의 법은 현재, 어느 정도 체계를 세워 정리된 것으로 모노노베라는 남자가 그 지휘를 맡고 있는 것 같다.
이 녀석은 지금으로서는 내버려 둔다. 열심히 날 위해 일해라.
당분간 시간을 준다면 나름대로 납득이 갈 만한 결과를 내 올 것이 틀림없다.
요 근래, 주위에서 나를 보는 눈은 멸시 섞인 것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일자리를 잃어,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여대는 것 같다. 정말이지 구제할 길 없는 어리석은 놈들이다.
한 번은 부모라도 된 것마냥 충고해온 놈이 있었는데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말해 줬다. 쓰레기 주제에 깔보지 마라. 기분 나쁘다고.
실컷 폭행을 가해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려 뒀다. 이렇게 한 이상 더는 얽히지 않을 것이다.
몸 상태는 정말이지 좋아지지 않는다. 대량의 약을 복용해도, 역시나 전혀 효과가 없다.
상태가 나빠질 때마다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야단이다.
생동감이 있다는 건 대체 뭐지? 성가시기 짝이 없다.
친애의 정은 머지않아 매도로 변모한다. 자주 있는 일이다, 옛날부터 몇 번이고 그렇게 되는 걸 봐 왔다고 생각한다.
네놈들은 돼지만도 못한 삶을 사는 주제에, 1초라도 내 시간을 빼앗지 마라.
──O월 OO일
한단의 법을 실험에 옮기는 날이 정해졌다.
그 치졸한 연구가 여기까지 왔다니, 일단은 기뻐해 두자.
가마쿠라에 전진관이라고 하는 학사가 있는데, 말하자면 신기성 아래에 있는 거대한 실험 시설인 것 같다.
전국에서 강인한 젊은이를 모아 단련시키고 있다 한다.
우국의 가죽을 쓴 이상 비인도적인 것조차 허용받을 것이다. 중요한 건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느냐인데, 그런 의미에서 국가니 뭐니 하는 건 굉장히 편할 것이다.
자란 고향, 동료, 이상……대의를 베풀면 놈들은 쉽게 승낙한다. 눈앞에 먹이가 매달려져 달려가는 짐말과도 닮은 그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럽다.
어차피 실험대로, 자신의 몸에 옮지 않은 것을 시험당했다고 불평하는 쥐는 없을 것이다, 뭐 그렇게 되는 건가.
가소롭다……누가 어떻게 봐도 그건 촌극이었으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놈들이 만든 걸 쓰는 건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다.
내 몸은 잔재주나 다름없는 의학 따위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이미 내부가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늦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므로, 바보 같은 학도 놈들이 오컬트적인 것을 추켜올려, 살을 붙이고 있는 현상은 지금의 내게 있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자질이 뛰어난 그 녀석들에게 한단을 주어 실험 모양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게 됐으니까. 밤낮으로 단련을 이룬 건강체라면 샘플로서 더할 나위 없다.
놈들이 어떻게 승복한 거지? 사고가 났을 때의 보상은 있는 건가? 어쩌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지도 모르는데, 자각하고 있는 건가.
여러 가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상층부가 쓰레기라는 것이다. 실험 생물로서 학도를 내밀다니,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너희들 참 대단하군.
아아, 웃음이 멎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애타게 기다렸다고, 빨리 보여줘라. 지금까지의 세계를 초월해 보여라.
쓰레기의 예상과 바보의 몽매. 그것으로 이루는 게 날 구하는 거라니, 세상 물정에 어둡다.
얼마나 더 애타는 숙원이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누구보다도 그걸 희구하고 있었으니까. 양보할 생각은 없고, 포기할 생각도 없다.
나는 더 이상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몸을 좀먹는 죽을 병은 그런 경지다.
내부는 전부 당해버려, 늘 아픔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게 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그걸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살아가는 것을 원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무슨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니다.
보상된 생명을 무엇보다도 희구한다. 그걸 처음부터 갖고 있던 놈들이 트집을 잡아 오든 말든 알 바 아니다.
네놈들이 뭘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듯 건강하게 책상다리를 하고, 사물을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는 네놈들 따위가.
죽음을 마냥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건 사양할 게 뻔하다. 나는 죽어야 한다고 정해지고 태어난 가축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 절망도 했다.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무래도 천운이 있는 건지, 역시 난 다른 어리석은 놈들과는 다르다.
죽어도 되는 게 아닌 거다. 목숨의 무게가 다른 거다. 네놈들은 산 제물이 돼라. 그 어리석은 목숨을 책형에 처해, 그렇게 한 만큼 내 목숨이 연장된다면 인류를 근절하고야 말겠다.
열등이 우성의 양식이 되도록, 그 몸을 바쳐라. 아무 문제 없는 데다, 인간 말고는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인간도 같나.
실제로 지금, 열등 놈들과 맞바꾼 뛰어난 지혜가 세상에 내려오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입 다물고 환영하도록 하자.
그렇다, 꿈의 실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분히 기다리도록 하자.
──O월 OO일
여자가 원하는 것 같아 씨를 뿌렸다.
쌓인 것을 토해내기만 하는, 아무 의미도 갖지 않는 행위. 여자는 이불 속에서 만족한 듯 뭔가를 중얼거리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몸을 섞어줬을 뿐이다. 구제불능의 바보는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의미 부여하지 마라, 규정하지 마라. 네놈이 나에 대해 알 리가 없잖냐.
이런 건 단지 무위에 지나지 않으며, 네놈이 느낀 어떤 것도 내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육체의 접촉만으로 흥분할 정도면 그건 짐승에 불과할 것이다.
쓸데없이 초조해져 여자의 뺨을 때렸다. 그래도 여자는 웃고 있었다.
이 녀석, 바보군.
──O월 OO일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온몸의 혈액이 역류할 것 같은 분노에 사로잡힌다. 네놈들 바보냐, 웃기지 마라.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데다, 이렇게 있는 동안에도 병세는 진행되고 있다.
한단의 실험이 행해졌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고, 내 병의 쾌유로 이어질 터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한단의 제어가 되지 않아, 그 자리에 있던 술자, 높으신 분을 포함해 모든 학생, 모든 교관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건 특별히 설치한 과의 총대 단 한 명뿐인 모양이다.
이렇게 되어 놓고 공표하다니 구제불능이다. 어차피 자금 융통의 형편상, 어떠한 성과를 화려하게 보여야 했을 것이다. 체면에 신경을 쓰는 바보들이나 생각할 법한 일이다.
후원자를 좋은 말로 꼬드기는 동시에 돈을 더 끌어내는 상술……그런 짓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삼류로, 가치만 인정받으면 이후에는 저쪽에서 물 흐르듯 돈을 흘려보낼 텐데 말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한단에는 있었을 텐데.
내가 한들 얼마 안 되는 표층의 정보밖에 얻을 수 없을 것이라, 화가 풀리지 않는다.
누가 죽든 말든 상관없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 바 아니다. 한 명도 백 명도 만 명도, 본질적으로는 똑같다.
이 일의 최대이자 유일한 문제는, 진두지휘를 하고 있던 술자까지 포함하여 모두 죽어버린 점이다.
즉, 기술적인 실전──
모노노베도 사고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녀석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바보다. 연구를 도중에 포기해버리는 바보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래서 신기인가 하는 바보 놈들은 써먹을 수가 없다. 화석과 같은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공유한 결과가 이거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연구의 노하우는 이제 단편밖에 남지 않았다는 건가?
더해서 이를 통해 한단법의 실사용은 너무 위험하다는 의견이 정부 안에서 나온 것 같다. 지극히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와중에 사망자를 나오게 한 일에 돈이 모일 리가 없다. 당연하다. 높으신 분께서 어쩌고저쩌고 말하는 건 자유지만, 이래서는 내가 곤란해진다.
정말이지, 웃기지 마라. 하나부터 열까지 어처구니없다.
어쨌든, 모든 것은 두절됐다. 지금부터 다른 수단을 찾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랬다간 시간이 부족해진다.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생각하는가. 제시간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잘 되든 의미가 없다. 내가 죽은 뒤에 기술이 완성된다는 건 촌극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세상의 사실과 현상을 언제까지나 탐구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그러나, 현실은 닫힌 채였고……내 앞에 펼쳐지는 건 단지 절망의 어둠일 뿐이었다.
──O월 OO일
평행감각이 없어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아무 때나 흔들거려,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눈을 감아도 그것들은 완화되지 않았으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계속 깨어 있는 상태다.
더해서 예전보다 병세도 더욱더 진행되어, 체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외출이 힘들어졌다. 서서 걷는 것조차 지금은 내키지 않는다.
이젠 자신이 뭘 위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도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더 이상 병세의 진행은 멈추지 않게 되어, 내 몸은 구석구석까지 끝나 있다는 것을.
지금도 사지가 썩어 떨어질 것 같다. 째 보면 그곳에서 무수한 구더기가 솟아 나올 것만 같았다.
엉뚱한 촌극에 불과했던 한단이지만, 아직 귀담아 둘 가치가 있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사상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으므로 버리기에는 아직 아깝다.
그렇다면 손을 써 두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쓸만한 장기말이 있다.
여자가 한 명, 남자가 한 명……스스로 계속 가지고 있기를 바랐던 말은 아니지만, 성가시다는 것만 참는다면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래, 포기할까보냐.
살아서 발버둥 쳐 주마, 내게 불가능한 일은 없으니까.
──O월 OO일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이로써 2주 동안 일어난 채로 있었다.
병세는 뭘 하든 이제 와서 달라지지는 않지만, 체력 문제도 있다. 약제를 과잉 투여했다.
반동으로 현기증은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때때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게 됐다.
피가 진흙처럼 더러워지는 걸 느꼈다. 기분이 나쁘고,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O월 OO일
신기성에 잠입했다.
예전에 입수한 정보가 아직 남아 있었다. 몸은 나름대로 안 좋았지만, 흥분제를 복용함으로써 당분간 행동 가능한 시간을 확보했고 그 사이에 끝마칠 것을 시도했다.
이곳은 수상쩍은 놈들의 중추로, 포박당했다간 끝장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지금 상태로 살아있다는 건 희유한 예다.
신기는 의학과 대극을 이루는 저주꾼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란 면도 있다. 실험 생물 취급을 면할 수 없고, 특별한 저항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귀환을 완수했다. 위험한 길이긴 했지만 나라면 괜찮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신기성에서 가지고 온 대량의 자료가 눈앞에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가치가 낮아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놈들은 바보다.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놈들이 내 계획을 좌절시키고 있었다 생각하니 조바심이 난다. 역시 종교가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리고, 가지고 온 물건 중에서 모노노베의 유발을 발견했다. 소중하게 여겨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단지 기리고만 있었을 거니, 이건 네놈들이 갖고 있기엔 아깝다.
나는 유발을 냄비에 조린 뒤 그걸 먹었다. 그렇게 했으니 모노노베의 착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기성이라는 조직은 어리석지만, 이 녀석은 개인으로서 보면 꽤 나쁘지 않다. 그 발상의 근원은 내가 고맙게 받겠다. 놈도 만족할 게 틀림없다.
──O월 OO일
한단의 실험 때 없어졌다는 전진관.
단 한 명 만을 남기고 학도는 전멸했다고 한다. 그곳에 어떤 힌트가 숨어있는 게 아닐까?
대량의 죽음.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수라장. 그곳에서 혼자만 살아남는, 극한 상황에서밖에 발생하지 않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병원을 불태웠을 때 그 현장을 확인하지 않은 게 지금에 와서 후회된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해보자.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는 어느 학원에 독극물을 처넣기로 결심했다.
이곳은 학도의 총수도 전진관과 거의 비슷해, 샘플로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됐다.
곧 효과가 돌 것이다, 어떻게 될지가 기대된다.
──O월 OO일
얼마 전의 학원은,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전부 사망했다.
잠입해 알아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새롭다고 할 만한 건 눈에 띄지 않았다. 가져온 분변에도 비슷한 피 냄새가 날 뿐이었다.
한 명의 생존자만을 확보한다는 상황의 재현이 의외로 힘들었다. 다음 기회에 그 점을 유의하자.
병세에 관해서는, 한쪽 팔의 움직임이 아무래도 둔해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이 움직이니 괜찮다.
속을 태우는 듯한 아픔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진통제만 해도 턱없이 비싸기 때문에 구할 수 없다.
이대로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다.
──O월 OO일
아무래도 신기성에 의한 한단의 연구는 지지부진한 것 같다.
역시 놈들은 모노노베의 죽음으로 인해 엉거주춤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어리석은 짓이다.
죽는 게 두렵다면 죽지 않도록 이론을 구축하면 될 뿐이다. 그게 역전되어 있으니 네놈들은 항상 굼뜬 채로만 있다는 거다.
──O월 OO일
그리고, 드디어 정부의 상층부는 한단의 연구 자체를 무산시키기로 한 것 같다.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언제까지 오컬트적으로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말일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바보들이다, 네놈들은 자료 정도도 흝어보지 않는다는 말이냐.
그게 단순한 미신이라고 보는 일파도 있다지만 어이가 없다. 바보들에게는 이해도 되지 않는 건가.
어떤 한정성이라 하여도, 예로부터 다양한 책에서 확인되고 있는 보편 무의식.
잠에 빠져, 꿈을 통해 그 심부로 내려간다.
한단의 법이란 자신의 멍에에서 풀려난 상태에서 경험을 쌓고, 거기에 존재하는 신의 힘을 얻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이렇게나 간단한데, 왜 불평이 나오는 거지.
눈에 안 보이니까? 그것참 어처구니없다. 그런 놈은 분명 과학 분야도 전부 부정하고 있을 테다. 애초에, 처음부터 눈멀어 있었던 주제에.
요점은 이론이 다를 뿐일 것이다. 오컬트 같은 건 딱히 황당무계한 것도 아닐 터다.
태고의 인간에게는 그저 번개에 불과한 것조차 신의 노여움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과 구조는 같다.
알지 못하니까,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것만으로 본질에서부터 눈을 돌리는 건 미개인들의 소행이나 다름없다. 나는 그런 놈들과 다르다.
그러므로, 신을 원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보편 무의식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강대한 힘이라는 게 중점이며, 그 말인즉슨 다양한 사상에 전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양한 학설도 보고 난 뒤에 판단하자면, 이대로 계속 진행하기에는 그 나름대로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생각되지만, 딱히 상관없다.
수고든 위협이든, 뭐든지 내가 잘 다룰 수 있게 만들면 된다.
그것이 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아무리 무모한 짓이라 하여도 성취해 보이리라.
그렇다,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이제 한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하면 된다.
모노노베 코우센과 같은 어중간한 게 아닌, 변하지 않는 진정한 한단을.
내 손으로.
──O월 OO일
자기 자신의 안을 내려간다는 거나 마찬가지인 한단. 그 구조는 계단과도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끝없이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것에는 계층구조가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당사자의 인생에 관련된 것 같다.
자신의 심부를 차례차례 쫓아가는 형태다. 그뿐만 아니라, 사후세계가 어떻게 유전되어 가는지에 관한 부분까지 체험하게 하므로, 요컨대 여기까지를 포함한 보편 무의식이라는 것일 터다.
몇 번이고, 그야말로 무한의 역치로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이 연속에 의해, 세계의 진실을 접할 수 있을 때까지 정신을 강화해 나간다.
황당무계한 우스갯소리로도 들리겠지만, 이론상 틀린 말이 아니다. 보편이란 시간의 흐름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으며, 미래와 과거까지도 포괄한 그 커다란 물결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있는 미래──그것을 몇 가지 보여주고, 거쳐간 체험으로부터 종족의 의지란 것을 이해하고, 깨닫는다.
신이라는 지극의 존재를 지배할 수 있으려면 그 정도의 정신 강도가 필요할 것이다.
귀찮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지를 초월하는 일에는 이러한 것도 필요할 터다.
현재 연구의 단편밖에 남아있지 않은 게 참으로 아쉽다. 진두지휘를 맡고 있던 모노노베의 무능을 원망한다.
그것만이라도 순조롭게 진행됐더라면……아니, 하찮은 푸념은 그만두자.
나라면, 원하는 결과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O월 OO일
드디어 한단의 양식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뻐할 수도 없다. 이건 아직, 과거에 신기성이 쌓아올리고 있던 것과 같은 정도다. 즉 이제부터 실험이 필요해진다.
물론 스스로 시도해보기는 했지만, 아주 얕은 영역에 이르기에 그쳤다.
꿈의 세계라는 건 한 번 들어가도 그곳에서 나오는 건 자유이며, 한 번에 심층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최하층까지 도달할 자신은 있지만, 그럼에도 미지의 세계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될 수도 있고,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실험 도중에 절명하다니, 그렇게 됐다간 모노노베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데다가 본말 전도에도 정도가 있다. 그러므로 테스트 케이스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피험체에도 나름대로의 인재가 필요할 것이다. 나와 동등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쓸만한 놈이어야만 한다.
출신이야 아무 상관없다. 그 녀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까 말이다.
내일은 적당한 걸로 골라 오려고 한다.
──O월 OO일
피험체 후보인 남자를 죽였다.
그건 써먹기에 글렀다, 자격이 없다.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해 버려 구역질이 나온다.
내일은 다른 놈을 잡아 오자.
──O월 OO일
이놈이고 저놈이고 열등한 놈들뿐이다. 내 조건에 적합하지 않다.
이 세상에는 바보밖에 없는 건가? 신체능력, 담력 모두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쓰레기밖에 없을 줄은 몰랐다.
이대로는 연구가 지지부진해진다. 그렇다고 리스크의 배제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전진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어진다.
나는 내 실력을 천하의 무엇보다도 믿고 있지만, 동시에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판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만은 염두에 둬야 한다.
필요한 건 모르모트다.
하지만 적합자가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어진다.
나는 그것을 만들기로 했다.
나, 히라기 세이주로라는 인간을 앞에 두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하튼 타인이 보면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병자다. 건강하게 태어난 자에게 있어 이 몸은 흉조 그 자체이며,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니 근원적인 공포를 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전율, 위기감을 착각하는 여자들은 예로부터 얼마든지 있었다. 병증이 요즘 같지 않아, 외관적으로 알아차리기 힘들 땐 여름의 각다귀처럼 몰려들곤 했다.
내겐 성가시기 짝이 없었지만, 그런 어리석은 여자들이 보금자리나 금전 면에서 다소의 이용 가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그 태반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죽거나 떠나갔지만 말이다.
단지 한 명, 아직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여자가 있다. 언젠가는 도움이 될지도 몰라 성가신 걸 참으며 방치했던 말이다.
좋았어, 역시 나다. 머리가 좋다. 저 여자를 고기의 시험관으로 임명하자.
굼벵이에다 하찮으며 무능하지만, 내 씨를 받으면 걸출한 게 태어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O월 OO일
행위가 끝났다. 지금의 내게 있어서는 굉장한 고통에 지나지 않지만, 어쨌든 씨는 뿌렸다. 남은 건 열매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방안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난 몇 년을 기다려야 되는 거지. 5년? 10년? 무리다, 도저히 참고 기다릴 수가 없다.
절망이 몰려온다. 이 정도의 시간문제조차 사전에 생각지 못할 정도로 내 뇌는 썩었단 말인가.
그런 날 보고 뭘 착각한 건지, 내게 다가온 여자가 너무나도 초조한 나머지 마구 매도하고 후려갈겼다. 쓰레기 자식이 꺼져라. 네놈이 나에 대해 알 리가 없잖냐.
그런데도 이 바보는, 어차피 고기로 만들어진 시험관에 지나지 않는 제 분수를 모르고 아이가 생겼을 때의 이름 같은 걸 물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바보 같았고 미친 것 같아서, 나는 더 이상 상대해 주는 것도 귀찮아 그저 한 마디만 말해 줬다.
구세주(여호수아)──그렇다, 날 구원할 메시아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여자는 미소짓는다. 나는 점점 이 녀석이 싫어졌다. 그러므로 끝이다. 이제 만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구세주가 자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별다른 수단이 없다면 설사 바닥을 기더라도.
나는 산다. 살 것이다.
히라기 세이주로에게, 불가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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